나는 너를 좋아하는데
02
문이 열리고 새로운 교실에 발을 딛는 순간 내 시선에는 너가 보였다.
복도에서 만났던 다리 하얀 여자.
"여기는 오늘 전학온 친구다. 이름은 송윤형. 자기소개는 생략한다 알아서 알아가도록."
선생님께 매우 감사했다. 내가 여자 무서워하는걸 어떻게 아시고..
"빈 자리 아무데나 앉아라. 여자 옆에 앉고싶냐 남자 옆에 앉고싶냐?"
"남.."
남자는 내가 서있는 교탁 바로 앞에 앉아있었다.
아 내가 앉을 자리가 여기구나 생각하는 와중에 방금 봤던 다리 하얀 여자를 봤는데 그 옆자리도 비어있었다.
"여자요"
"가서 앉아라. 오늘 자습은 알아서 공부하도록."
선생님이 나가시고 여자들이 내 주변으로 몰렸다. 심장이 계속 내 가슴을 때렸다. 왜때문에 계속 몰리는거야.
"헐 잘생겼다 완전 잘생겼어ㅠㅠㅠ"
"윤형이라고? 친해지자!"
한 여자아이가 악수를 청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못 들은 척을 했다.
여자아이의 손은 뻘쭘한듯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수업 시작 종이 쳤다. 그때서야 온 몸에 힘이 풀렸다.
"이제서야 인사하네! 방금 복도에서 교무실 어떻게 가는지 물어봤던 사람 맞지? 난 김여주야!"
"아 난 송윤형"
"친해지자! 우리 담임 자리 별로 안바꿔.. 바꿔봤자 한학기에 한번? 그니까.. 이제 우리 3학년 될때까지 쭉 짝이야."
"그래 친해지자"
말만 그렇게 하고 수업을 들으려고 했는데 칠판에 여주라는 친구의 얼굴이 비친다. 엥 너가 왜 갑자기 칠판에 있어..
복도에서 봤을 땐 너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반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에서도 생각나는건 너의 다리 뿐.
이제 보니 얼굴도 예쁘네.
급식시간이 되고 반에있던 친구들이 와르르 빠져나갔다. 다시보니 교실은 참 넓었다.
아 나도 급식 먹으러 가야지 하고 일어나는데 여주가 왔다.
"헐 유녕아 아직도 급식 안먹었어?"
"벌써 다먹었어?"
"응 왜 아직도 안먹었어."
"아니 그냥 교실좀 둘러보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네."
"뭐라도 먹자. 학교 구경도 할 겸!"
"ㅇ, 어?"
대답을 하지도 않았는데 내 손을 붙잡고 반을 나와서 복도를 걸었다. 그래도 반에서 제일 편한 친구가 여주였기에.
처음 이 학교에 오고 남녀공학 인걸 알았을 때 난 여자와는 한마디도 섞지 않을 것 같았다.
남자랑만 다닐거라고 다짐했고, 여자를 봐도 아무런 표정조차 짓지 않을 것 같았던 내가 지금 여자랑 손 잡고 학교를 거닐고 있다.
뭐야 송윤형 쟤를 남자로 생각하는거야 지금?
"어 김여주!"
"어 안녕!"
어딜 가는건지 모르겠는데 계속 걸어 내려가다가 어떤 남자얘가 여주한테 인사를 한다.
왜 갑자기 저 남자의 입을 막고 싶은거지. 여주한테 말 거는 남자는 나 뿐 아니였나.
"어디가 우리 여친~"
우리 여주 커플이였구나.. 헐 우리 여주?
"아 내가 왜 너 여자친구야."
그럼 그럼. 그러고말고. 김여주는 이제 내 여친인데. 나 뭐래니..
"근데 옆은 누구? 처음 보네"
"아 오늘 전학온 친구! 윤형이야 인사해!"
"반갑다 김한빈이야"
"어... 응..."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까 쟤는 분명 이 학교에 와서 처음 인사한 남자인데
단지 내 여주한테 말을 걸었다는 이유로도 한 대 치고 싶었다. 근데 방금부터 나 왜이래?
"역시~ 김여주는 오늘도 예쁘다?"
"안다 김한빈. 가자 윤형아"
근데 김한빈이라는 얘는 왜 서슴없이 우리 여주한테 그런 말을 하는거야..
그리고 난 또 왜 계속 여주한테 질투하는거지?
질투?
내가 김여주랑 김한빈 질투하나...?
"송윤형 조심해!"
"억!"
계단 내려가다가 발을 잘못 헛디뎌 굴러 넘어졌다.
아픈것보다 쪽팔리다. 복도에 여주 하나밖에 없었다. 더 쪽팔린다.
"괜찮아? 뭘 생각하길래 뭐 먹고싶냐고 물어봐도 대답이 없어"
"아... 괜찮아. 근데 너 김한빈이라는 얘랑은 무슨 사이야?"
"친구지.. 왜?"
"아니... 계속 여친이라고 하고 예쁘다고 하고.. 아 물론 다 맞는 말이긴 한.. 아 뭐래.. 근데 나좀 일으켜줘"
혼자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일으켜 달라는 핑계로 너의 손을 한번 잡아보고 싶었다.
아 다음번엔 내 여친으로 잡을거지만! 햫햫!
매점에 왔다. 우리 교실이 있는 건물과 급식실이 있는 건물이 다른 건물이기도 하고
5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데 시간도 있었겠지만 왜 반에 올라갈때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린 것 같지..
"뭐 먹을래?"
"난 생각 없는데"
"뭐라도 먹어. 너 아무것도 안먹었어"
여주가 빵하고 우유를 사줬다.
"다음엔 내가 사줄게"
"그래 그렇게 해~ 참고로 난 치킨 아니면 안받아요"
허허. 뭐 사줄지 안물어봤는데.
학교가 끝났다. 이게 첫날이였다. 많은 새로운 얼굴들을 마주쳤지만 대화를 나눈 사람은 3명이 다였다.
담임 선생님하고 여주랑 김한빈..
정상적인 대화랑 형식적인 대화 다 빼고 사적인 대화만 하면 여주 하나?
기분이 좋다. 근데 나 이상하단 말이야.. 계속 여주하고만 붙어 있으려고 하고 여주랑 다른 남자를 계속 질투한다.
아 나 여주랑 같이 집에도 간다!! 근데 나 얘 좋아하나봐. 아이 예뻐.
"헐"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에 충격을 먹었다.
"왜"
"야"
"뭐"
"나 너 좋아하나봐"
"얜 또 왜이래.. 나 간다"
"어, 어... 잘 가고"
오늘따라 왜 이러는거야 송윤형. 정신 차리자.
근데 오늘 왜 여주 나랑만 있었지.. 자기 친구들도 있을텐데..
헐 혹시 쟤도 나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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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이만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딱딱 러브러브가 이뤄지는 스토리를 상상해보니까 밋밋하더라구요!
누굴 넣을까 생각하다가 고민 끝에 한빈이를 넣었습니당...
훠우! 댓글 쓰시고 포인트 다시 데려가세요!
아 읽어주시는 모든분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