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IOUS In mysterious 08
WRITTEN BY. 키드
STORY. |
보시는데 중간 이해를 돕기위해 앞서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요약했습니다. 혹여, 오늘 큐인미 8화를 접하시는 분들이 읽으시면 더욱 이해가 쉬울듯하네요.
(먼저 인물관계도) 네 조직이 있습니다. 썬포그: 현재 찬열(조슈아 박)이 보스로 있습니다. 경수와 백현, 준면, 크리스 민석, 세훈(오비서)소속 입니다. 카이렌(+로렌스맨하탄): 뭐, 아시다시피 카이가 대표자리를 꿰차고 있구요. 루한, 타오 소속입니다. 신의안: 여기서는 첸이 회사를 구성하는 이사진 중의 한명입니다. 흑사회: 아직까지 비밀이에요..^^;;
이런 구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발단은 경수와 백현이 미국에 있는 카이를 잡으러 갔다- 입니다. 꼭 기억해 두세요!.
큐인미는 미국이라는 대륙을 두고서 네 조직간의 이해관계와 혈투와- 사랑등등 하여튼 복잡한 팬픽입니다. 저도 구상하는데 골이 지끈거려요;;
게다가, 중간에 한국도 갔다가 중국도 갔다가- 누구와 손을 잡네- 마네- 널 사랑하니- 안사랑하니-
여러모로 골때리는 팬픽이 맞긴 한것같습니다. 제가 써놓고도 이거뭐- 이러는 녀석이기도 해요. 하지만, 주된 내용은 '카디찬백'을 중심으로 해서 남남의 사랑과 조직간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섞인 이야기 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코 어려운 팬픽은 아니에요, 다만 엑소엠케이 모두 나와서 등장인물이 많다 뿐이죠^^;;;아직도 안 나온 애기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의 대략 줄거리)
1. 백현과 경수는 현재 카이를 잡기위해 뉴욕에 왔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가 카이에게 잡혔고, 카이렌궁으로 끌려온 상황입니다.
2.경수는 겁없이 카이에게 협상을 제안했고, 그 대답은 아직 듣지 못한 상태이며- 게다가 두 사람은 과거에 인연이 있었죠...(이 부분은 이번화에서 보시면 됩니다.)
3.큐인미 6화에서 카이는 백현과 경수를 닮은 시체를 구해 찬열의 혼을 쏙- 빼놓은 전적이 있습니다. 이때 찬열은 멘붕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경수와 백현이 카이에게 붙잡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4.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이번화에서 나오는 '가면무도회'를 연다- 는게 오늘 큐인미 8화의 내용입니다.^^**
혹시라도 더 궁금한게 있으시면 댓글남겨주세요. 최대한 열심히 답하겠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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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썬포그에서 초대장이 왔어."
"누가."
"오늘 5시. 뉴욕항구소속 엘리스 아일랜드위에서 선상파티라는데."
조슈아가 친히 친필로 적은 초대장을 보내다니- 짐짓 놀랍다는 말투를 한 사내가 원탁위로 초대장을 올려놓았다. 올려진 초대장을 보며 카이는 느긋하게 한 손으로 와인잔을 천천히 굴렸고 다시금 조슈아의 거지같은 미적감각은 변하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초대장. 요란한 레이스장식이라니. 언제고 형광무늬의 수트를 입고서 흑사회에 찾아갔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었나- 입에서 입으로 떠드는 풍문이 가히 틀린것만은 아니었나보지.
"갑자기 왜? 박찬열은 파티라면 질색하는데."
"혹시 알아. 널 끌어들이려는 건지도. 사라진 두 사람을 썬포그에서 은밀하게 찾고있다는 말이있어."
"아-."
너라면 조직의 두 기둥이 말도없이 사라졌는데 가만 있을거야? 짐짓 꾸짓듯 제게 말하는 사내를 보며 카이가 아아- 따위의 감탄사를 내뱉었고, 위태로이 그의 손가락사이로 쥐어져있던 와인잔이 흔들린다. 붉은 물결사이로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며 카이는 입을 다물었다. 경수와 백현을 카이렌궁으로 끌어들이긴 했는데 정작 그 이후의 상황은 진전이 없었고, 경수는 아직도 자신이 왜 그에게만 다르게 행동하는지 몰랐으며, 카이는 무엇보다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실을 가리고 있어서 그런가- 언제고 제가 가진 패를 모두 그앞에 내놔야 할때가 오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카이가 남은 와인을 한숨에 들이켰고,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언제 말할생각이야. 침묵이 때론 모든 정답이 되는건아냐."
"…설명을 길게 해볼수는 없어?"
"오필리아 그리고 7년전 꽃집 소년."
사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그저 카이가 무슨 수가있겠거니 싶어 그의 행동을 받아들였고, 두 시한폭탄을 끌어안았다. 매 순간 그 둘을 향해 감시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으며 루한을 들볶아 거지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이라고 명령한 것도 자신이었다. 웃기는 발상이기도 했지만, 그런식으로 천천히 두 사람 주위를 붕괴시킬 생각이었고 자연스레 무너지는 두 사람을 파고들어 썬포그의 의중을 알아챌 생각이었다. 조슈아는 결코 쉬운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보스자리에 오른것은 고작 1년도 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카이렌에게 불리한 싸움이 될게 뻔했다. 카이의 유일한 약점은- 제 잘난맛을 너무 잘 알아 사방에 적을 깔아두었기 때문에- 언제고 모든 세력이 연합해서 카이렌을 치고 들어올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두 사람의 속셈을 알아채야 했다고 사내는 생각했다. 카이가 변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고 사내는 일주일 전 카이와 오필리아의 외출을 경호하면서 제 눈을 의심했다. 그는 지금까지 카이의 곁에 있으면서 카이가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 즐거워하는 모습, 제 나이 또래의 감성 등등 이 모든것들은 그에게 해당사항이 되지 않는다고 믿어왔는데, 그 날 그 모든 믿음이 제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살면서 단 한번도 보기 힘들었던 모습을 사내는 먼 발치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당신은 평소 좋아하는 가수가 있나?'
'주로 취미생활은 어떤걸 하는편이야?'
'설마- 나와의 데이트가 귀찮은건 아니겠지-'
오필리아. 카이가 나즈막히 제게 말한 그의 본명은 경수였다. 경수라는 존재는 카이에게 있어 여러므로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인물이 분명했다. 그것이 카이에게서 보지못한 또다른 차원의 감정이던, 그의 마음을 녹이는 열기던간에 확실한 것은 카이가 이런적이 딱 한번 더 있었다는 것이었다. 7년전. 그래- 그때의 카이도 꼭 이러했었지. 카이의 어머니가 십년전 유명을 달리해 카이렌궁의 정원에 묻혔을때- 그리고 그 시점을 기준으로 전 보스, 카이 아버지의 학대가 날이 다르게 끔찍해지던 그 시절. 제 아버지의 온갖 핍박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치듯 제 어머니의 고향인 한국으로 카이가 떠난적이 있었다.
그리고 카이를 찾아 자신이 한국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난뒤였고, 이미 이주전부터 연락이 두절된 카이를 찾아내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영영 찾을 수 없을것만 같았던 카이와 다시 재회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어머니가 살아생전 가장 좋아했던, 여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게 만발한 장미가 가득했던 꽃집이었다. 그리고 더 아이러니한 것은- 꽃이라면 질색하던 카이가 태연한 얼굴을 하고서 꽃을 한아름 안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점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지금 생각하건데 카이가 원한것은 꽃이 아닌 꽃을 건네는 소년이었기 때문에. 게다가 그 소년이 지금 청년이 되어 카이의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면- 단순히 카이렌궁에 잡아둔것을 새삼스럽다 여길것도 없었다. 지금 사내에게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카이와 경수의 관계정의였다.
소년은 경수였고, 경수는 소년이었다. 답은 매 한가지.
그리고 어제, 사내는 카이에게 스치듯 물어보았다. 그때 왜, 7년전 자신이 널 찾아 한국에 갔을때 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 꽃집을 갔느냐고. 제 물음에 카이는 잠시 침묵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보고 싶었으니까.' 그답지 않게 꽤 드라마틱한 대꾸에 사내는 제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무너지는 카이를 붙잡고, 제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카이렌의 왕좌를 차지한, 지금의 카이를 잊게한 사람이, 지금 카이렌궁에 잡힌 두 사람중 한명이노라고. 이로써 모든것은 확실해졌다. 카이는 애초에 썬포그의 두 사람을 죽일생각도, 그들로 하여금 썬포그의 의중을 알아챌 마음도 없다는 것을, 게다가 그가 원하는 것은 돈도 아닌 싸움의 승기도 아닌. 사람이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사내는 경수 앞에서 인간적으로 변모하는 카이를 보며 이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할지, 부정적으로 인식해야 하는가 고민이었다. 유년시절부터 함께 해온 카이가 단 한사람 앞에서 풀어지는 모습을 그로써 꽤 충격이었으므로. 아버지의 학대속에서 카이가 이를 갈며 제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경수라는 매개체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지금 그 이유이자 목적이 카이의 손에 들어온 이상, 카이가 더 이상 카이렌에 의미를 부여할것인가. 지금 그를 봐서는 어느날 경수를 데리고서 저 어딘가 남태평양의 섬으로 떠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사내가 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카이는 침묵을 유지한채 원탁위의 초대장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박찬열. 조슈아 박. 미스터 박. 쓸모없이 뭣하러 제 이름을 그리도 부르는건지. 예나 지금이나 인생 피곤하게 사는건 여전한 인간. 게다가 나만큼이나 알 수 없는 녀석. 꽤 흥미있는 얼굴로 초대장을 집어든 카이가 리본을 풀어내어 주렁주렁한 레이스를 들춰내며 가벼운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곧 제 시야를 어지럽히는 글자에 미간을 찌푸렸다. 글씨하고는- 예나 지금이나 녀석의 가장 큰 단점은 하릴없이 날아다니는 글씨체였다. 이내 곧, 박찬열이 친히 적어보냈다는 초대장을 꼼꼼히 읽어내린 카이가 흥미어린 조소를 터트렸고, 그 모습에 의아한 얼굴을 한 사내가 물었다.
"왜? 조슈아가 농담이라도 했나봐?"
"하하- 아니. 명색이 보스랍시고 제 부하를 챙기는게 기특하잖아."
정말 웃기는 녀석이었다. 이렇게 티가 나도록 제게 두 사람을 요구하는 협박장을 보낸 조슈아는 지금쯤 이를 갈고 있을것이다. 용케도 제가 둘을 데려간건 알았는지, 친절히 ps. 안 내놓으면 쳐들어간다- 라고 덧붙인 모양새가 가히 볼만했다. 곧 초대장을 제 손에서 내려놓은 카이가 의자를 뒤로밀며 일어섰고, 사내는 카이의 다음 행보에 대해서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데이트하러."
어쩌면, 이미 예상한 답이었지만.
*
"루한. 님아."
도대체 파스타를 어떻게 구워 삶아야 핑크빛이 도는건데.
"최소한…레시피만 따라해도 중박은 치겠다."
이러다간 내가 죽겠어. 카이킴손에 죽는게 아니라- 밥먹다 사례들려서 죽을지도 몰라. 오슬하니 달아오른 뒷목을 살살- 문지르며 백현이 제 몫의 파스타를 손으로 밀어냈다. 경수야 워낙 저혈압이라 아침은 건너뛴다치자, 하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더럽게 맛이없어도 전형적인 한국인이라 아침밥은 꼭 챙겨먹어야 했으므로.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않나. 새벽닭도 안우는 초장부터 파스타라니. 요리사 뭐냐 너 진짜. 불편한 기류를 둘러싸고서 백현이 인상을 구겼고, 정작 상황을 관망하던 루한 본인은 눈썹을 직각으로 끌어올렸다. 꼭 웃기지도 않는다는 뜻을 담고서.
"먹기 싫으면 안먹을 자신은 있고?"
도대체 이 거지발싸개같은 음식이 뭐가 아쉬워서 내가- 굳이 말하지않아도 표정으로 다 드러나는 대답에 루한이 태연히 몸을 벽에 기대며 대답했다.
"여기에 나말고 요리사가 더 있다고 생각해?"
"…"
"그럼 그냥 먹어. 굶어죽기 싫으면."
이 씨발….- 백현의 나즈막한 욕설에 루한은 피식 웃어버렸고, 생글거리며 경수 몫이었던 파스타를 백현의 앞에 밀어놓았다. 사실, 반응이라 칠것같으면 그쪽보다야 이쪽이 훨씬 재밌었지만, 승부욕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경수는 꽤 매력있는 손님이었다.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묵묵히 제 앞의 음식을 다 비워내는 모습을 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오- 하는 감탄사가 나오곤 했으니까. 게다가 그 모습에 더욱 맛없는 음식을 만들어내기도 했었거니와 무엇보다 맛은없어도 잘먹는 태도가 보기좋았다. 요리사는 제 음식을 잘먹는 사람이 가장 좋은법이다. 그런면에서 경수는 A급 손님이었고.
죽을 상을 하고서 포크를 찍어내리던 백현이 입을 연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경수는 이번에 어딜간건데."
"내가 어떻게 알아."
"카이킴은 경수한테 빠졌냐. 왜 걔만보면 옆에 못둬서 안달이야."
"나도 모른다니까."
"하여튼 씨발. 여기서 멀쩡한건 나밖에 없다. 없어."
백현도 카이가 경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었다. 방금전만해도 싫다는 경수를 억지로 끌고나가던 카이를 떠올리면, 꼭 마치 그때 제게 총을 겨누던 카이킴이 맞나 싶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불쌍한 도경수. 걸려도 그따위 싸이코호모한테 걸리다니. 진짜 진지하게 이번임무만 해결하고 은퇴할까. 내 인생을 담은 자서전만 써도 백만부는 팔릴텐데, 거기에 게이호모 카이킴을 집어넣는거지. 전 세계적으로 초대박히트를 칠거라며 백현이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루한은 저도 모르게 입매를 끌어올렸다. 사람이 어찌나 긍정적인지- 아니면 겁이 없는건지- 여러모로 제 주위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인물이 바로 눈앞의 녀석이었고, 놀리는 맛에 하루가 금새 지나가는걸 보며 루한은 요즘들어 사는재미가 하나 들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름 살아보겠답시고 카이가 시키는건 다 하는 모양이니, 저 자존심에 얼마나 이를 갈고있을까.
종종 카이의 부탁아닌 협박에 몸에 맞지도 않을 카이의 가드역할을 하느라 가끔 카이렌궁을 비우는 백현은,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꼭 매운 음식을 찾곤했다. 그럴거면 적당히 하고 말라는 루한의 말에 그는 입안 가득히 칠리새우를 구겨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씨팔- 일단 살고봐야 될거아니야- 그 말이 정답이었다. 백현은 살기위해서 우여곡절 생존기를 펼치는 중이었다. 그리고 매 식사시간마다 입에서 욕이 마를새가 없는 백현은, 이제 루한 앞에서 카이의 거지같은 성격을 들먹거리며 그의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루한은 작게 웃으며 비워진 물잔위로 물을 채워넣었다. 녀석은 좀 많이 웃긴다고 생각하며.
"넌 대체 얼마를 받길래, 이 암흑의 세계에 인생을 저당잡힌거야."
"남 부럽지 않게 받기는 하지…뭐, 당장 그만둬도 될만큼."
" 그럼 그만둬- 막말로 저 싸이코가 뭐가 좋아서 떠받들고있냐. 그냥 나랑 튀자니까."
게다가 지금처럼 제게 야반도주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럴때는 겁이 없는게 분명했다. 자신은 감히 입밖에도 꺼내지 못하는 말들을 스스럼없이 풀어내는 녀석을 보며 루한은 어쩌면 자신이 대리만족을 느끼는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 말들이 다 재밌을리가 없으니까. 진짜 싸이코는 보스가 아니라 나일지도 몰라. 거기까지 생각한 루한은 어느새 다 비워진 접시를 차곡차곡 쌓아올렸고, 이내 곧 깔끔해진 식탁위로 디저트를 내놓았다. 오늘은 특별히 복숭아파이였고 매 식사시간마다 숨을 참고 음식을 먹는 녀석이 하도 불쌍해 어느정도 간을 맞춘 터였다. 정작 당사자는 또다시 입을 틀어막으며 숨을 참았지만, 곧 제 손을 떼어내는 손길에 울상을 하고서 파이귀퉁이를 포크로 무너뜨렸다. 끝부분만 조금 집은 파이조각을 제 입안에 집어넣으며 백현은 으으- 하는 신음을 내뱉었다.
"어때- 이번엔 괜찮을 텐데."
"…"
너무 충격적인가. 죽어버린 미각이 되살아나는 과정엔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며 백현의 등을 두드린 루한이 입매를 끌어올렸다. 카이렌궁에 오기전만해도 꽤 이름있는 호텔의 최연소 수석주방장을 역임하던 자신이었다. 게다가 주 분야였던 디저트라면, 지금 녀석이 말조차 하지않는것이 당연했다. 그동안 음식같지도 않은 쓰레기를 내놓으며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던가, 물론 재미야있었지만 아무래도 음식으로 장난치는게 영 마음에 껄끄러웠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턴 꽤 먹을만한 음식도 내놓을 예정이었다. 그 이유라 할것 같으면-
"너…새끼…이거 너임마-"
"왜, 갑자기 머리는 왜"
"씨발 존나 열심히 했구나! 거봐- 하면 되잖아 하면!!"
제 머리를 감싸 가슴팍에 끌어당기는, 격렬한 반응이 나쁘지 않기때문일것이다. 곱게 빗어내린 머리칼을 엉망으로 헝클이는 손짓도 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루한은 다시금 파이를 권했고, 곧 백현의 포크질에 파이는 금새 그 흔적을 감췄다. 정말 개눈 감추듯 금새 동난 접시를 보며 백현이 아쉽다는듯 쩝- 입맛을 다시는 동안 루한은 다 비워진 접시를 층층이 쌓인 접시의 맨위에 올려두었다. 장족의 발전이다 진짜!!- 큰 소리로 외치는 제 칭찬에 머쓱해진 루한이 어깨를 으쓱거리자,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며 말을 덧붙인 백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루한이 입을 열었다.
"왜- 어디 갈건가봐?"
"어. 내 짝지 찾으러."
혹시나 변태호모한테 덮침당하면 어떡하려고.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제 자켓을 펼쳐 팔을 끼워넣은 백현이 스스럼없이 문을 열고 나섰고, 루한은 그런 백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함부로 움직이면 안되는데. 곧 핸드폰을 꺼내 보스에게 알려줘야하나 싶어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이내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고쳐먹는다. 사방에 깔린 가드들을 뒤로하고 녀석이 뭘 하겠나 싶어서, 게다가 녀석도 생각이 있다면 섣불리 움직이면 안된다는것을 잘 알테니까.
*
손가락이 무겁다. 경수는 문득, 제 중지 사이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이것때문에 제 마음이 이리도 심란한가 고민했다. 붉은 루비가 반짝이는 반지를 보며 한숨을 쉬길 몇번- 하지만 한숨만 쉰다고 해서 답이 나올리가 없었다. 정작 이 반지를 제 손에 끼워준 당사자에게 물어봐야 답이든 뭐든 얼른 들을수 있겠지만, 또 그러기는 싫었고. 게다가 문제의 당사자는 지금 제 앞에서 유유히 산책을 하시는 중이 아닌가- 만발한 장미정원 사이로 두 사람이 서로 간격을 둔 채 걸어가고 있었다. 표면적으로야 산책이었지만, 실상 또 저남자의 심심병이 도졌나보다- 그리 생각하는 경수였다. 이번에도 심심해- 라며 제 손을 이끌었으니까. 저번에도. 그제도.
그날 카이가 뉴욕백화점을 휩쓸고서, 마지막 장소라며 자신을 이끌었던 곳은- 왜 안가나 싶었던 쥬얼리샵이었다. 그리고선 미리 사둔건지 종업원이 건네는 반지 케이스를 받아들더니 곧장 가게를 빠져나왔고, 얼마 가지않아 제 품안의 짐을 모두 가드들에게 떠넘긴 카이가 제게 이리 말했다. '선물이야.' 그리고 그것은 방금 전 봤던 반지 케이스와 똑같은 모양을 한 것이어서, 경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왜 이걸 제게 주는거지? 그것도 반지를?- 그리고 더 놀란것은, 제 동의도 구하지 않은 그가 손가락을 당겨 반지를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큼직하게 박힌 루비를 바라보며 경수가 눈을 크게뜨는 동안, 카이는 말없이 제 손가락을 펼쳐보였다. 그곳에는 제 손의 것과 같은 반지가 한치의 다를것도 없는 모양을 하고서 카이의 중지에 끼워져있었다.
'당신한테 어울릴것 같았는데-'
'정말 어울릴 줄은 몰랐어. 어때 마음에 들어?'
'이 나이에 민망하긴 하지만, 뭐 나쁠건 없으니까.'
이 나이에 우정반지라니. 세상에 말도 안돼. 작게 몸서리친 경수가 고개를 저었고, 손가락에 얌전히 끼워진 반지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제게 이 반지를 준거지, 게다가 자신은 이런걸 받을 이유가 없는데, 무엇보다 카이와 같은 반지라니, 무슨 거창한 뜻이라도 담긴건가. 꿈에도- 카이가 자신과 똑같은 반지를 줬는지 그 이유를 모를 경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곧 몸을 돌려 제 쪽을 바라보는 카이의 시선에 뚫어지게 바라보던 -정확히 반지를- 손을 내리고서 민망한지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카이는 싱긋 웃으며 경수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한 걸음 남짓 남겨놓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드나봐? 시선을 못떼는걸 보니."
"서, 설마요. 아니, 설마. 하나도 마음에 안들어. 쓸떼없이 무겁기만 하고, 밥먹을때도 불편해."
"근데 왜 안빼는데?"
어? 순간 제게 물어오는 질문에 경수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맞는 말이었다. 왜 자신은 불편하면서도 반지를 안뺀거지, 아니 빼려는 생각조차도 못해봤다. 그저 막연히 빼면 안되겠거니 했을 뿐인데, 최소한 카이가 없는곳에서는 빼도 되는거 아니었나 싶은 생각에 곤란한 얼굴을 하고서 인상을 찌푸린다. 내가 왜-. 눈꼬리를 휘며 상냥하게 웃는 카이의 얼굴위로 장난기가 서려있는 것을 경수가 알리가 없었다. 제 물음에 대답조차 못하는 경수를 바라보며 카이는 짐짓 정말 의외라는 얼굴을 하고서 눈썹을 끌어올렸고, 다시 왜 안빼는거냐고 물어봤다. 당황한 경수가 뭐라 입이라도 벙긋 거리려는 찰나, 한 손을 들어 이를 저지한 카이가 대답대신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아 몸을 돌렸고. 이윽고 복잡한 미로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
"저기- 대체 어딜가는 건데- 좀 알고나 가자!"
"당신은 그냥 잠자코 따라오는게 좋을거야. 근데 원래 그렇게 목소리가 앵앵댔었나? 귀가 왜이렇게 따갑지."
"…니가 말도 안하고 날 끌고다니니까!"
아프지않게 제 손목을 그러쥔 카이의 손을 흘기며 경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정원까지는 그럭저럭 참고 다닐수 있겠는데, 이 미로는 뭐냐 이말이다. 더구나 복잡하고 얽혀있는것은 컴퓨터 암호만으로도 충분하다. 정원미로까지 클리어하고싶은 마음은 꿈에도 없는 경수가 제 말에 꿈쩍도 않는 카이를 노려봤고 카이는 그 모습에 웃으며 좀 더 빨리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이제 조금만 걸으면 되니까-
"아우- 죽겠네 진짜! 그냥 돌아가자니까?"
"당신은 엄살도 귀여운데, 쨍쨍거리는 건 좀 심하다."
미로를 몇 번이고 돌고 돌아, 경수와 함께 분수대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시간이 꽤 지난 후였고, 하늘높이 솟아 오르는 물줄기를 뒤로 한 채, 두 사람은 근처 벤치에 앉았다. 카이는 말없이 경수와 경수를 둘러싼 공간을 지긋이 응시했다. 너를 둘러싼 이 모든것들을, 네가 내게 온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네게 줄거야. 하지만 이 귀여운남자가 언제쯤 자신을 기억속에서 떠올릴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나서기로 했다. 자신이 직접.
그리고 오늘이 바로 경수에게 자신의 기억을 알려줄, 경수와 자신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날이었다. 경수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가 널 일깨워줄거야. 반쯤 풀어진 셔츠깃 사이로 목걸이를 꺼낸 카이가 조심스레 그 위로 입을 맞춘다. 너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이건 네가 준 선물이고, 나는 지금껏 단 한순간도 이걸 뺀적이 없었어. 부적처럼 지니고 있던 오컬트 목걸이를 다시금 셔츠 안으로 집어넣은 카이가 그때까지도 놓지 않았던 경수의 손위로 만져지는 촉감에 웃음을 머금었다. 용케도 안빼고 다니네- 제가 준 첫번째 선물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조심스레 잡았던 손을 풀어 경수의 손등을 두드린다. 자신을 부르는 손길에 경수가 고개를 돌렸다.
"어때? 마음에 들어?"
마음에 안들리가. 오늘을 위해 정원사를 일주일내내 닦달했다고. 꼴불견이라며 비웃던 제 가드와 대체 멀쩡한 정원을 왜 파헤치냐고 열을 올리던 요리사까지- 아, 생각해보니 우리 사랑의 장애물은 너무 많은거 아닌가. 대답대신 고개를 열성적으로 끄덕이는 경수를 보며 카이는 만족한다는 듯 입매를 끌어올렸다. 미로안의 또다른 정원. 정교하게 조각된 분수대의 천사상을 보며 경수가 와- 감탄을 내뱉었다.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어-"
"음- 자연의 힘만으로는 되는게 아니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니까."
"응. 대단하다 정말- 이런 정원은 처음봤어, 썬포그에서도…아니, 어쟀든 대단하다고-"
"당신이 좋다면야, 그걸로 충분해."
웃으며 앞으로 데이트는 여기서 하자- 라고 덧붙이는 카이를 경수는 밉지 않게 흘겼다. 아무리 웃자고 하는 소리겠거니, 이건 무슨 시도때도 없이 데이트니, 자기니, 당신이니, 남녀사이에서도 민망한 소리를 하물며 같은 남자에게서 들으려니 영 불편하기 그지없다. 샐쭉한 눈을 하고서 자신을 노려보는데도 카이는 피슬피슬 웃으며 경수의 앞머리를 정리해줬고, 어느새 그런 손길은 아무렇지도 않은 경수가 카이에게 물었다.
"궁금한게 있어. 물어봐도돼?"
"…새삼스럽긴. 물어봐. 뭐든 답해줄테니까."
"내가 당신 인질이야?"
곧 제 머리를 쓸어넘기던 손길이 멎는다. 제 물음에 어느새 굳은 얼굴을 하고서 자신을 바라보는 카이를, 경수는 그저 조심스러운 눈길로 응시했다. 카이가 자신을 대하는게 최근 들어서 더 유해졌다고 느꼈기에 물어본건데- 아무래도 좀 더 기다려야했나. 하지만 알고 싶었다. 카이렌궁에 와서 카이와 협상을 하려했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경수와 백현을 그저 제 옆에 둘 뿐이었다. 경수는 지긋이 입술을 깨물었다. 도저히 속을 알 수가 없는 남자였다 카이는.
"단순히 인질인거야? 분명 나는 협상을 하러왔어, 썬포그를 대표해서."
넌 다 알고있잖아. 그러니까 말해, 왜 거짓말에 속아넘어간 척까지 하면서 나와 백현을 곁에 두는건지. 짐짓 단호한 눈을 하고서 제게 묻는 경수를 바라보며 카이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머리위의 손을 내려 천천히 경수의 뺨을 쓸어내렸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뺨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드러웠고 따뜻하다.
"갑자기 그건 왜묻는걸까-"
"…"
"먼저 말한건 네쪽이야. 나와 협상을 해야한다고- 신의안과 흑사회에서 날 노린다며. 네가 도와주기로 한건 잊었나?"
"…"
"게다가 내 어머니도 찾았다고 했잖아."
"그럼 난 인질이 아닌…거야?"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니 굳어있던 인상이 풀린다. 경수의 어깨에 남은 손을 올린 카이가 경수를 좀 더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자 방금전과는 달리 당황한 경수가 입을 벙긋거리며 카이를 밀어내려고 했고, 카이는 제 어깨를 밀치려는 손목을 잡아 힘을 주었다. 강한 악력에 경수가 미간을 찌푸리는걸 보며, 카이는 조심스레 손을 풀었고, 곧 제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돌리자 이번엔 어깨위로 올린 손에 힘을 주었다.
"피하지마."
"…아프잖아-"
"아프라고 한거야. 당신이 날 피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부드럽게 다뤄줄 용의도있어."
"하여튼 말은…"
"그럼 이젠 내가 물어봐도 되겠지? 그래야 공평하잖아. 당신 먼저, 나는 그 다음에."
아픈 제 어깨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카이가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었고, 경수는 그 미소에 작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대체 속을 알 수가 없겠단 말이야. 그래도 이미 자신이 먼저 카이에게 질문을 했으니 그또한 제게 물어본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뚫어지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에 경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나고 자란곳이 한국이라고 했잖아."
"응."
"혹시, 한 칠년전쯤에 길에서 죽어가는 누군가를 구한기억은 없어?"
"…어?"
"그러니까 예를들면- 꼭 나처럼 잘생긴 소년이 길에 쓰러졌다던가 해서, 당신이 그 소년을 구했다는. 뭐 그런일화정도?"
아 이건 너무 직설적인가. 하지만 아무렴 이미 결정한 일을 바꿀수는 없으니까. 칠년전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카이가 경수에게 대답을 종용하듯 기억안나?- 생각해봐- 라고 말했고, 찌푸려진 하얀 미간에 잠시 고민이 스치더니 카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소리야. 영화찍냐- 내가 누굴구해."
"…너-"
"정신차려 카이킴. 뜬금없이 뭐야-"
"정말 아무 기억도 안난다는 거야? 저기 당신, 내 말을 제대로 이해는 한거지?"
얘가 왜이래. 얼토 당토 않는 소리에 어이가 없는지 경수가 실없는 웃음을 터뜨렸고, 카이는 제 예상과 반대로 흘러가는 전개에 인상을 구겼다. 오 마이갓. 7년전의 기억을 자신만 기억하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지금. 전혀 모른다는 얼굴을 한 경수에게 카이가 다시금 몇번이고 되물었고,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몰라- 모른다니까- 왜이래 정말- 결국 끝에가선 카이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고, 경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카이의 표정을 살필뿐이었다.
"왜그래- 내가 누굴 구한적이 있었어?"
응. 소리없는 메아리가 제 입안에서 요동쳤다.
"말을 해보라니까- 대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지금."
네 이야기. 우리 이야기잖아 이 멍청아. 카이가 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가 없어 기가찰 따름이었다. 이렇게 되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라는 말인가. 당장에라도 저 둔치의 기억을 탈탈털어 제자리로 옮겨놓고 싶었지만, 일단은 전부 보류.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재였고, 현재의 경수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제 팔을 잡아오며 괜찮냐고 물어오는 경수를 향해 카이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전혀, 괜찮을 리가. 카이가 미간을 찌푸렸고, 곧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오래는 못기다려. 알아서 깨닫길 바래- 도경수군."
나즈막하니 말하는 목소리에 왠지 위압감이 서려있어, 경수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곧 놀란 얼굴을 하고서 카이를 바라본다. 너,너 방금?-
"그러니까, 난 절대 돕지 않을생각이니, 너 알아서 기억해내세요. 응?"
"너 내 이름- 그걸 어떻게-"
"놀라기는. 숙제로 내줬으니까 얼른 풀어서 가져와. 방금 말했지만, 난 참을성이 없어서 오래는 못기다려. 그것마저 바라지는마."
그럼 이만 일어나, 갈곳이 있으니까- 제 손을 잡아 자신을 일으키는 카이를 바라보며 경수가 어버버- 입을 벙긋거렸고, 카이는 제 손안에 감기는 작은 손을 아프도록 꽉 쥐었다. 이건 벌이야, 날 잊은 벌. 깍지낀 손가락 사이사이로 힘이 꽉 들어갔지만 이내 곧, 그는 힘을 풀어야했다. 제 손가락과 맞닿은 반지를, 정확히 자신과 같은 반지를 낀 경수의 손가락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명색이 무도회라며, 근데 왜 나는 천쪼가리도 하나 안주냐."
"가드는 원래 가면을 착용하지 않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서 걸리적거릴 뿐이니까."
"…근데 쟤는 있고?"
턱짓으로 경수쪽을 가리킨 백현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거 차별아냐? 흰 가면에 가려진 경수의 얼굴을 바라본 사내가 곧 고개를 돌려 백현에게 대답했다. 사내의 검은 머리칼이 해풍에 소리없이 흩날리고 있었다.
"저분은 카이의 파트너로 동행했으니까. 가면무도회에서 파트너는 꼭 필요하거든."
"옘병. 나는 명색이 가드란놈이 면상을 훤히 까발리시고요- 예-"
"불만이 있으면 이 파티 주최자한테 따지던가. 미안하지만 나도 가면은 없는데."
"…너 가드였어?"
나는 하도 카이 옆에 붙어있길래 비서인줄 알았지- 놀란 눈을 하고서 제게 물어오는 백현의 시선을 무시한 사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보니까 진짜 가면이없네- 백현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미소지었고, 이윽고 제 쪽을 향해 카이가 손짓하자 사내와 함께 선상위 테라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더 희어지는 가면을 보며 경수와 잘 어울린다고, 백현은 생각했다. 살다보니 경수와 자신이 이런 파티에도 다 와보고 말이야- 태양빛에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수면위, 그 위를 천천히 가르는 엘리스 아일랜드. 언제고 뉴욕 근처의 섬을 따서 만들었다는 배는, 족히 천명이 넘는 인원도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그 크기가 대단한 것이었다. 카이는 삐뚤어진 경수의 나비넥타이를 메어준 뒤에, 마침 도착한 두 사람을 힐긋 보며 입을 열었다.
"리어는 경수를 책임지고 엄호해.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장 경수와 선상 헬기장으로 움직여. 그곳에 카이렌소속 조종사가 대기하고 있을거야."
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선 대답과 반대로 생각했다. 미쳤냐- 혹시라도 일이 생긴다면 경수와 함께 쪽배라도 타고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런 백현의 생각을 알 수 있는건 단 한사람 경수뿐이었고, 경수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백현에게서 시선을 거둔 카이가 곁의 사내에게 방금전과 같이 지시를 내렸고, 사내는 짧은 대답과 함께 카이의 곁에 서서 그를 엄호하기 위해 인이어를 착용했다. 난간을 붙잡은 경수의 손등위로 카이가 제 손을 포개며 다정한 얼굴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검은 가면을 쓴 카이의 눈은 흰 가면너머의 경수를 올곧이 응시했다.
"금방일거야. 내가 부르면 당신은 곧장 나한테와."
"…네가 이렇게 준비하는걸로 봐선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야?"
"상황에 따라서는. 어쩌면 당신한테는 선물이 될 수도, 내게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있겠지."
"…"
"조만간 알게 될거야. 그러니까 그런 눈은 하지마."
친절한 경수씨- 다른이들이 들을수 없게 제 귓가에 대고서 나즈막히 말하는 카이의 행동에, 당황한 경수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백현은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했다. 너 이새끼 너지금- 경수를 대하는 카이의 행동이 백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둔한 도경수는 모르겠지만, 남자의 눈은 남자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 백현은 경수를 바라보는 카이의 눈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위험하다. 천천히 경수의 귓가에서 제 얼굴을 떼는 카이를 노려보며 백현은 재빨리 경수를 제 뒤로 끌어당겼고, 카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얼른 가보지그래-
제 행동에 경수가 나즈막히 한숨을 쉬는것도 같았지만, 백현은 카이를 향한 눈빛을 거두지 않았고, 이윽고 사내와 함께 사람들이 모인곳으로 걸어가는 카이를 보며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위험했어. 어떤 상황에서든 저 눈을 보노라면 그 기운에 제가 짓눌리는 착각을 받곤 했던 백현이었다. 답답한 듯 타이를 끌러내리는 백현의 행동에 경수가 자신이 직접 그의 타이를 끌어내렸고 단추 두어개를 푸는것도 잊지 않았다. 셔츠깃 사이로 파고드는 바닷바람에 백현이 숨을 크게 내쉬다 경수를 향해 짐짓 목소리를 낮춘 채 물었다.
"어떡할 생각이야? 마음만 먹으면 도주도 가능해."
경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불가능해.
"일단, 바다위에서 도망쳐봤자 금방 잡힐게 뻔해. 게다가 어찌어찌 헬기를 탄다고해도 금새 하늘위에서 잡히고 말거야."
"…무슨…공공칠 작전이냐. 걔들이 무슨수로-"
"카이잖아. 게다가 오늘파티 평범한 가면무도회가 아니야. 너처럼 가면을 쓰지않은 가드가 수십명이라고, 카이렌뿐만 아니라 타 조직에서도 이 파티에 참여한것 같아."
"…씨발, 진짜네. 사방이 올블랙이야."
제 주위를 흘깃- 돌아본 백현이 이를 갈았다. 분명 평범한 파티가 아니었다. 자신과 같은 복장을 한 가드가 사방에 지천이었고, 지금와서 느끼는 거지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것 같기도하다. 경수는 한숨을 쉬며 백현에게 아무래도 이번에는 어려울거라 말했고, 백현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여야했다. 섣불리 나섰다간 카이에게 죽는것은 물론이고, 파티도 엉망이 될것이며, 경수마저 놓칠지 모르므로.
"조심해. 느낌이 안좋아."
"언제고 우리가 촉이 좋았냐. 그냥 무시해버려."
"그래도-"
제 팔을 아프지않게 쥔 경수를 바라보며 백현은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서 대답했다. 알았다 알았어- 그제야 안심했는지 경수가 천천히 팔을 쥔 손을 놓았고, 대신 백현의 팔안으로 제 팔을 끼워넣는다. 경수의 행동에 의아한 눈을 한 백현이 이건 뭐냐고 물었으나 경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대신 백현을 끌어당겼다. 그리고서는 곧장 걸음을 옮겼다. 당황한 백현이 뭐라 말이라도 해보려 입을 벙긋거렸지만 이내 곧 그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제 발등을 찍어대는 구둣발에 눈앞이 핑- 돌았으므로.
*
야,야!- 어정쩡한 자세를 한 경수와 백현이 선상 안으로 들어가 카이의 시선에서 벗어났고, 복도를 한바퀴돌아, 사람이 으슥한 곳에 이르자 창고로 보이는 문고리를 잡아돌린 경수가 재빨리 백현과 자신의 몸을 숨겼다. 크헉!- 머리위에서 떨어지는 정체모를 가루에 백현이 기침을 했고, 곧 제 입을 틀어막는 손길에 눈물을 찔끔 흘린다.
"조용해."
어느때보다 깊게 가라앉은 눈을 한 경수가 주위를 살피며 조용하라는 듯 손가락을 입술위로 갖다댔고, 백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이것좀- 그제야 제 입을 틀어막았던 손이 거둬지자, 가쁜 숨을 몰아내쉰 백현이 왜- 라고 입모양을 하고서 물었다. 갑자기 왜 여길 끌고왔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유일하게, 이 장소가 도청이 안되거든."
"…뭔 소리야."
"카이가 내 옷에 도청장치를 달았어. 하아- 3분동안 내 목소리가 안들렸으니까 이제 얼마안가 날 찾을거야."
"미친- 그새끼가 도청을해?!"
조용해!- 창고안을 울리는 목소리에 경수가 미간을 찌푸린채 다시금 입술위로 손가락을 갖다대었고, 그 행동에 주위를 둘러보며 백현이 입을 다물었다. 찌푸린 미간위로 카이를 향한 분노가 내려앉았다. 싸이코호모새끼. 시대가 언젠데 도청이냐 도청이.
"내가 하는말 잘들어. 선실안으로 들어서면 1층 홀에 분수대가 하나 있을거야."
"응."
"그곳에 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해."
"누군데 그사람이."
"...보고 놀라지나마. 확실한 우리편이니까 안심해도 좋아. 내가 USB파일을 줄테니까, 이걸 그 사람한테 갖다줘. 이게 가장 중요한거니까 절대 잊어버리면 안돼."
자 여기- 제 품안에서 길쭉한 목걸이를 꺼낸 경수가 곧 그것을 백현의 목에 걸었고, 풀려있던 단추를 다시금 원래대로 채워올렸다. 제 뒷주머니에 꽂아넣었던 타이까지 올바르게 메는 손길을 바라보며, 백현이 초조한듯 입술을 깨물었고,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급히 입을 열었다. 너,너는?!-
"난…난 못가."
"지랄한다. 너 안가면 나도 안가."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너 하나라도 여길 빠져나가야 할거아냐?!"
후으- 높아진 제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린 경수가 다시금 뒷말을 이었다. 내 말 잘들어-
"로렌스맨하탄의 모든 정보가 그 안에 있어."
"근데."
"카이가 무너지는건 시간문제야.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 우리 두사람이 없어져봐. 누굴 의심하겠어? 당연히 썬포그겠지."
"…나는 뭐 병신이야? 그 정도도 못알아처먹게."
"그러니까 내가 남을게, 넌 지금당장 중앙분수대로 달려가서 그를 만나. 그리고 당장 그와 이곳을 빠져나가서 로렌스맨하탄의 주주들이 모두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USB안의 자료를 흘려보내. 자금비리, 아시아 블랙머니의 출처, 세금탈세 등등 될수있는건 모두다. 시간없어 당장!"
"씨발- 너는!!"
너는 어쩔건데 도경수. 막말로 그새끼가 널 살려놓는다는 보장이라도 있어?- 성난 목소리를 한 백현이 경수의 어깨를 아프도록 쥐었고, 이미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갑자기 자신을 끌고와서는 한다는 말이 고작 너 먼저 도망치라니- 웃기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며, 백현은 경수가 걸어준 USB를 다시 빼려는듯 셔츠사이로 손을 갖다댔다. 그 행동에 놀란 경수가 다급하게 백현의 손을 잡아챘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서는 백현을 지긋이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기회는 한 번이야. 우리가 이제까지 수도없는 임무를 해결하면서도- 기회는 단 한번 뿐이었어. 그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잖아."
백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 상황에서도 지나치게 이성적인 도경수는 지금 자신을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곧 녀석의 말에 따라 경수 혼자 두고서 1층의 누군가, 자신들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러 갈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백현은 불안해졌다. 충혈된 눈동자위로 떠오른 제 모습을 보며 경수또한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카이는 자신을 죽이지 못한다. 그것하나는 확실하기에 더욱 자신이 아닌 백현이 떠나야 한다.
"씨발 진짜- 내가…"
"네가 1층홀로 가면, 나는 곧장 선실안의 객실로 들어갈거야. 카이의 시선을 피해서, 다른 팀원들이 올때까지 그곳에 있을게."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무슨 수로 네가 카이를 피해. 다른 팀원은 무슨소리고"
"이 파티의 주최자가 보스야."
"…뭐?"
"널 홀에서 기다릴 사람도 보스야. 그러니까 당장 뛰어!! 시간없다니까!!"
벌써 5분이 넘었다. 경수는 당장이라도 카이가 이곳을 박차고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 몸이 떨렸다. 그는 무서운 사람이다. 이미 모든것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고, 무엇보다 이 사실을 알게된다면 백현을 죽일지도 몰랐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성이고 뭐고 당장 백현의 멱살을 쥐어 제 눈앞으로 끌어당긴 경수가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를 남겼다. 잘 들어-
"닥치고 무조건 내말대로 해."
그리곤 그대로 백현을 잡아끌어 문밖으로 내팽겨치다시피 밀어버렸고, 경수 본인은 방금전과 달리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화난 얼굴의 백현에게 짐짓 짜증내는 듯한 어조로 말을 건낸다. 벌써 8분. 이미 움직이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당장 백현을 이곳에서 멀리 보내야만했다.
"야- 너는 옷에 물을 튀기면 어떡하냐? 아씨- 다젖었잖아!"
"…"
"내가 조심좀하랬지!! 아, 이거 카이가 사준건데. 괜히 트집잡히게 생겼네-"
"…어,어- 미안하다 미안."
그 말에 경수가 안심한 듯이 가슴을 쓸어내렸고, 얼마 안가 복도끝에서 보이는 인영에 다시금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가다듬어야했다. 그리곤 입모양으로 백현에게 말했다. 당장 가- 이미 카이가 사람을 보낸 모양이었다. 게다가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은 카이를 경호하는 가드였고, 그는 카이의 수족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경수는 백현의 손을 잡고서 반대편 복도를 향해 그를 떠밀듯 밀어야했다. 꼭 구하러 올게- 방금전의 자신과도 같이 입을 벙긋거리는 그 모습에 경수가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뛰어가는 백현의 뒷모습을 응시하다, 곧 가까워지는 구두굽 소리에 몸을 돌렸다.
카이와 함께, 카이렌의 세월 그 한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유일한 남자. 카이가 유일하게 인정한 제 최측근. Huang Zi Tao. 경수는 제게 손을 내미는 타오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이유는 단지, 제 발밑으로 검은 바다가 밀려오는 착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
'이 파티의 주최자가 보스야.'
'…뭐?'
'널 홀에서 기다릴 사람도 보스야. 그러니까 당장 뛰어!! 시간없다니까!!'
보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보스가, 보스가 이곳에 있다. 화려한 가면으로 저마다 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을 밀치며, 백현은 좀 더 빨리 계단을 내려갔다. 색색의 가면을 쓴 사람들은 사람같지가 않았다, 생기없는 인형같다고, 그래서 더욱이 이곳에 있을 보스가 상상이 되지않아, 라고 백현은 생각했다. 악기를 들고서 연주를 하는 클래식악단을 지나치며 백현은 혹시 그곳에 제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시선을 머물렀지만 곧 다시금 뛰어야했다. 보스와 함께, 이번엔 경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난…난 못가.'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너 하나라도 여길 빠져나가야 할거아냐?!'
바보같은 제 파트너, 그리고 친구인 도경수는 지금쯤 카이에게 끌려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미친놈에게 어떤 수모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백현이 어금니를 부득부득 깨물었다. 급히 뛰느라 상기된 얼굴위로 백현의 다급한 숨이 내려앉았다. 이제 조금만 더- 중앙홀 계단만 내려가면 경수가 말한 분수대가 있었고, 그곳까지는 이제 단 30초도 남지 않았다. 하으!! 하!!- 입새를 가르는 거친 숨소리가 제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백현은 다시금 스퍼트를 올렸다.
"하아, 하아, 하아- 하- 어디, 어디에 있는거야-"
마지막엔 계단을 뛰어내리듯 다섯칸을 보지도 않고 넘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나. 하지만 곧 쓸떼없는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은 백현이 다급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봤다. 제 머리위로 물길을 내뿜는 분수는 분명 1층 중앙홀의 그것이 맞는데, 왜 정작 보스로 보이는 사람은 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답답했다. 저마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탓에 더욱 알아보기가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보스특유의 느낌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보스는 보스만의 기운이 존재한다. 그것은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안다가도 금새 무섭게 옭아메는 것임을 백현은 잘 알고있었다. 달아오른 얼굴위로 마른 세수를 몇 번한 백현이 가쁜숨을 몰아쉬었다. 고작 얼마 뛰었다고, 벌써 체력이 방전이야.
"보스…대체 어디계신 겁니까-"
답답함에 주위를 둘러보며 백현이 입술을 깨물었고, 곧 제 곁으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챈다. 황금빛 박쥐 가면을 쓴 사내가 제게 걸어오고 있음을 눈치챈 백현이 조심스레 품안의 리볼버를 쥐었다. 만약에라도, 카이가 보낸 사람이면 당장 쏴야하므로. 점점 좁혀오는 거리에 백현이 뒤로 물러나려했지만, 제 뒤는 거대한 분수대가 버티고 있었고, 만에하나 장소를 벗어나 보스와 엇갈린다면 그것은 안될 일이었다. 점점 좁혀온다. 백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황금가면의 사내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와 백현 사이의 거리가 단 한발작도 안될만큼 간격이 좁아졌을때-
"백현."
"보…스-"
황금가면을 벗어내린 찬열이 백현을 끌어안은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큐인미가 초록글이 된것은 모두 |
그대들 덕분입니다ㅜㅜㅜ감사해요ㅜㅜ나 진짜 그날 잠 못잤어요ㅜㅜ
가젤 백토끼 콕써 비둘기 곰치 에이크 서랍장 홍홍 민들레 짜파게티 끼용 로니 쁘티첼 나트라 이모리 오탁구 스티치 실 됴아됴아 설리 찬사 비타미나(님 타오맞추셨어요^^) 링세 동동 푸푸 트윙클 미겠 됴경수역 고구마 오미자 암내 돼지 해탈녀
그리고 이번화 하루 늦어서 미안합니다...죄송해요...ㅜㅜ 글쓰다가 결국 월요일을 넘겼네요... 대신 빠방한 스크롤로 화를 풀어주세요... 그럼 저는 다음주 월요일 오겠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을 먹는 키드가.-
(ps. 참고로 극중 경수는 상상이상으로 똑똑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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