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남준이 널 찾아."
어. 고개를 살짝 끄덕인 정국이 발길질을 한번 했다.
밑에서 들려오는 눌린 신음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여기가 학교지, 지 조직인 줄 알어.
허리를 숙인 정국이 바닥에 엎어져 있는 아이에게 나긋하게 말했다.
"내가 경고했잖아."
"…… 윽."
"여긴 정글이라고."
초식동물은 잡아먹히고 뜯기고, 육식동물은 그 위에 강림하는. 철저한 계급 사회.
강자만이 살아남는 척척한 대지의 축소판이 바로 여기라고. 개 같은 새끼야.
다시 한 번 날리는 발길질에 이젠 억눌린 신음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더러워. 하도 봐서 익숙해진 광경에 태형이 무심하듯 내뱉자 정국이 숙였던 몸을 일으킨다.
불만도, 웃음도 전혀 없는 무표정. 태형 또한 시선을 피하진 않는다.
같은 라인에 서 있더라 해도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것도 이 축소판의 특징이라면 특징.
힘들게 올라온 고생은 모르지만, 강등되었을 때의 비참함은 잘 안다.
그래서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그 상대가 누구든, 내가 누구든.
신발을 한번 바닥에 문지르고 내 쪽으로 걸어온 정국이 두 손을 교복 주머니에 넣고, 나와 시선을 마주한다.
가만히 마주하고만 있어도 온몸이 강한 압력으로 눌리는 듯한 느낌에 숨이 헉하고 들이마셔 졌다.
"유치하지?"
다물고 있는 내 입을 툭툭 건드리며, 피식 웃는 정국이 그저 소름 끼칠 뿐.
"니가 보기엔 이게 유치하냐고."
지루하고, 따분하지. 당해본 적도, 놀려본 적도 없으니까.
애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너 챙겨주니까 그게 니 특권인 줄 아나 본데.
그러다가 훅 간다고. 한방이야.
여기가 괜히 있는 줄 알아?
학교라는 타이틀에 멀쩡히 다닐 기대 같은 거 품고 있었으면 당장 갖다 버리고 오던지.
바닥 보이고 전학 가던지. 남자 새끼라고 예외 없어.
아, 하긴. 여기서 바닥 보이면 갈 곳도 없겠구나. 니가 누군지 어디서든 알아볼 텐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정국의 말에 굳었던 몸은 이제 덜덜 떨려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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