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따려던 여자분이 계시던 그 무리에서 원래 반반한 애들이 성격은 더하다느니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는 게 여기까지 들렸음ㅋㅋㅋㅋㅋ...
그런 말 듣고 나니까 아저씨가 또 확 달라 보이는 거임.
"원래 이렇게 인기가 많아요?"
"일주일에 다섯 번 나가니까... 어, 대충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이런 말 듣는 것 같은데."
"네?!"
"나 인기 많아. 여기서 아이돌이야 거의."
"에이... 그건 좀 아니다."
"몰랐어? 명동 아이돌 김진환? 나 명동 방탄이야."
"아, 뭐예요 그게!"
"여기 자주 오는 사람은 나 보러 오는 게 대부분일걸? 진짜."
"자신감 쩌시네."
"어, 너 옷에 뭐 붙었다."
옷에 먼지 붙었다고 아저씨가 내쪽으로 엄청 가까이 와서 떼주는데 바로 옆으로 숨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기분이
이상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이러면 변태 같긴 한데 노래하고 약간 숨차서 그런가 숨소리가 너무... 아무튼 그랬다고......
집에 오는 내내 설레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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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20분은 더 잘 수 있는 귀한 잠을 포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대한 꾸미고 있음.
왜 꾸미는지는 꼭 설명 안 해도 될 거라고 믿음... 이러면 별 유난을 다 떤다 생각할 거 아는데 난 지금 아저씨 집에 일부러 찾아가려고 마음먹었어ㅋㅋㅋㅋㅋㅋ
어제 내가 아저씨를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 사소한 노력 하나하나 다 해서 예뻐 보이고 싶었음...
고3 되고 나서 손도 안 대던 고데기를 다시 꺼내서 머리 끝에 웨이브를 넣곤 가볍게 화장까지 해서 아저씨네 벨을 당당하게 눌렀어.
"나 밥 먹으러 왔어요! 되죠?"
"……."
"...뭐야. 왜요?"
"하나만 물어보자."
"뭘요?"
"너는 학교를 가는 거냐, 놀러 가는 거냐."
...?????
"학교 가는데요? 왜요?"
"치마 짧잖아."
"아... 치마요?"
별로 안 올렸는데... 궁시렁대려다 멈춘 다음 치마 쓱쓱 내리고
들어가려 하니까, 아저씨가 또 팔짱 낀 채로 문에 기대서 날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거임.
"또 왜요?"
"화장."
"네?"
"솔직히 말해봐. 너 오늘 무슨 날이지?"
"아닌데?"
"그럼 뭐야, 지금."
"그 말은 나 오늘 좀 예뻐 보인다는 거?"
이러니까 아저씨가 피식 웃더니 앞에 서서 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쭉 스캔하는 게 아니겠음? 간만에 애써 실력 발휘해둔 머리카락을 손으로 막 빗어내려; 모양 망가지니까 난 또 짜증이 났고ㅋㅋㅋㅋㅋㅋ
"망했잖아요, 어쩔 거야!"
"넌... 아니다. 오늘도 야자하는 날 아니야?"
"네, 왜요?"
"올 때 조심히 오라고. 요즘 학교 근처 치안 안 좋다더라."
"뭐... 알겠어요. 그런데 저 요즘 아저씨 만난 뒤로 세상 덜 무서워졌어요."
"왜?"
"진짜예요! 아저씨도 좋은 사람이니까."
"...다 나 같은 줄 아냐. 쌤들도 뭐라 하시겠다. 눈이라도 좀 지우고 가든가. 안 지우면 너 못 나간다 여기서."
"헐... 신고할 거야."
"해봐라 먹히나. 밥이나 먹어."
-
"아... 진짜 어떡해?"
"아까부터 뭐야... 얘 무서워."
"어떡하지? 개설레..."
"미쳤나 봐..."
지금 친구들이 아무리 욕해도 내 폭주를 막을 순 없었음. 난 그냥 아저씨가 아침에 내 걱정을 해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분수도 모르게 뛰어대고 있었기 때문임...
그동안 잊고 지냈던 건데 난 한 번 누구를 좋아하게 되면 헤어나오질 못하는 스타일이거든?
"그래서, 그 아저씨란 인간이 네 걱정해줘서 좋다고 이러는 거야 지금?"
"당연하지. 존나 신나."
"깨서 미안한데 원래 그런 말은 그냥 스스럼없이 해줄 수 있는 말 아닌가?"
"이거면 어떻고 또 저거면 어때. 아, 몰라. 진짜 좋아."
"그럼 준회는 어떻게 되는 거임?"
"걘 왜?"
"아무리 봐도 걔 너 좋아하는 것 같다니까 그러네."
"또 그 소리야? 내가 걔랑 몇 년인데. 걔가 날 좋아했으면 진작 눈치를 깠겠지."
"만약에 진짜 구준회가 너 좋아하는 거면 받아줄 마음은 있고?"
"미쳤냐 진짜. 네버. 전혀."
"너무하다... 구준회 불쌍해서 어째?"
"아오, 아니라고!"
이수현은 쓸데없는 말을 정말 너무 잘해서 문제. 너무 쓸데가 없어서 차라리 귀를 막고 싶어질 정도... 얜 틈만 나면 구준회랑 나를 엮으려고 해서 진심으로 화가 날 때가 종종 있음...
"아... 나 야자 쨀까."
"인원 체크 안 했는데?"
"오늘은 진짜 공부할 날이 아닌 것 같음."
"네가 언제는 공부할 날이 있긴 있었는지."
"...그렇네. 나 짼다. 빠이."
"미친. 쟤 진짜 째?"
그렇게 애들이랑 나는 이수현을 떠나보내고 공부에 열중했음ㅋㅋㅋㅋㅋㅋ
꼴에 고3이라고 책상에 얼굴 박고 학구열을 불태우는 애들을 둘러보니까 뜬금없이 짠내가 훅 끼치더라.. 우리 존재 화이팅...
기지개 한 번 쭉 켜고 책상에 엎어졌는데 누가 마법 가루라도 뿌린 것처럼 잠이 솔솔 오더라?
자면 안 되는데... 진짜 자면 안 되는데......
-
"야, 일어나."
"...나 잤어?"
"그것도 존나 잘 잠. 중간에 한 번 깨고 핸드폰 만지다 다시 자던데."
"어으... 왜 안 깨웠어?"
"너무 잘 자길래 그냥 냅뒀지. 감독쌤들도 설렁설렁하게 돌아다니셔서 뭐라 안 했음."
"...아."
"나 먼저 간다? 애들은 방금 먼저 갔고 나도 급해서 먼저 가야 돼."
일어나니까 친구 하나만 날 치고 있고 난 덩그러니 엎드려 있더라...ㅋㅋㅋㅋㅋㅋㅋ
왜 야자만 시작되면 잠이 오나 모르겠음... 이건 영영 풀리지 않을 미스테리가 확실.
매정하게 친구도 떠났고 나도 곧 짐 싸서 언덕 내려가는데 아침에 아저씨가 나한테 말한 '요새 학교 근처의 나쁜 치안'에 대한 이야기가 귓가 근처에서 울리는 거임;
하필 내려가는 사람도 왜 나밖에 없는 거? 이 모든 공포의 근원은 아저씨야 아무튼 아저씨임ㅠㅠㅠㅠㅠㅠ
"아저씨 때문이에요."
[다짜고짜 이러는 이유가 뭐야?]
"아, 무섭잖아요! 아침에 그런 말을 왜 해서!"
[결론은 데리러 나오라고?]
뜨끔했어 여기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알았어요? 이 동네 밤에 진짜 무섭단 말이에요. 그래서 원래 아빠가 데리러 나오거든요. 지금 밖이죠? 바람소리 들리는데?"
[너랑 범죄자랑 싸우면 범죄자가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뭘.]
"와... 이러기예요?"
[귀찮게 진짜... 어딘데 거기?]
"결국 올 거면서 왜 이렇게 튕겨요?"
[갑자기 가기 싫어졌어. 끊어.]
"아, 잠깐만요! 여기 그... GS25 앞 횡단보도 건너면 학교 언덕 있죠? 그 아래로 나와주시면 돼요."
[거기까지 언제 가냐고. 여기 투썸인데...]
"별로 안 멀구만. 천천히 와요, 고마워요!"
전화 끊고 또 보다 만 웹툰을 정주행 하고 있었음ㅋㅋㅋㅋ 너희 다들 연애혁명 보지? 최정우 진짜 나쁜 놈 아님? 그거 백퍼 양다리다 진짜;
혼자 한참 액정 들여다보면서 왕자림 대신 빡침을 느끼고 있는데 저기 횡단보도 앞에 아저씨가 서 있는 게 보였음. 그래서 또 빡침이 풀렸지 뭐... 나란 사람 쉬운 사람...
"넌 춥지도 않냐. 이거."
"헐... 벗어준 거예요? 짱 멋있어."
"추워 보여서 준 건데 안 입을 거면 나 주든가."
"아, 입을 거예요!"
"야, 아파아파. 뭐 이렇게 힘이 세."
"세게 때리지도 않았거든요?"
"내가 아프면 그거 세게 때린 거야."
아저씨랑 같이 있으면 이젠 안 어색해서 편하고 웃기고 좋았음ㅋㅋㅋㅋㅋ
학교에서 집까지 은근히 거리가 있는데 꽤 오래 같이 걸을 수 있다는 사실 덕분에 처음으로 감사해졌음...
나와준 게 고마워서 배고플 때 먹으려고 사뒀던 카톡 빵 있어서 꺼내고 서프라이즈로 줬는데 아저씨가 뭐라는지 앎?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뭐야, 카톡 빵은 초코롤이 짱이지."
"뭐래? 피치피치해가 짱 아니에요? 저 카톡 빵 매니아라 제 말이 맞아요."
"너 어디 가서 매니아라고 하지 마. 빵 먹을 줄 모르네."
"나도 초코롤 먹어봤는데 그거 노맛."
"……."
"...설마 못 알아 들은 건 아니죠?"
"...맛없다는 뜻 아니야?"
"맞아요."
"요즘 중고딩들 말을 왜 이렇게 이상하게 줄여 ㅆ..."
"어? 아저씨 스티커 파란 고양이 나왔어요?! 나 주면 안 돼요?"
ㅋㅋㅋㅋㅋㅋ내가 물어보니까 그 다음에 또 뭐라고 했냐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돼. 나 이거 모으고 있어."
"헐, 은근 취미가 오밀조밀한데?"
"웃지 말자. 너도 모으고 있어서 달라고 한 거 아니야?"
쉴 새 없이 웃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아저씨랑 집 가고 있는데 진짜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거임...
안 그래도 지금 이상하게 불편해진 준회랑 딱 마주쳤어... 구준회가 나한테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면 또 모르겠는데 얘가;
"너 여기서 뭐하냐?"
"뭐하냐니?"
"너 아까 나 보고 데리러 나와달라며."
......1도 모르겠는데요.
왜 저만 모든 게 꼬이는 건가요. 아무나 답 좀.
***
어휴 구준회 화 나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