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스크롤을 내릴수록 당황스러운 마음만 커졌다.
[허니버터칩 곳곳에서 품절…… 맛이 어떻길래?]
[과자계의 혁명, 허니버터칩!]
[너도 먹어봤니? 허니버터칩 말이야!]
[마트에서 허니버터칩을 구매한 고객, 행복해요~]
품절이라니. 거의 내가 다 사 먹던 과자가 갑자기 왜.
그래 봤자 다 똑같은 과자인데. 조금 더 맛있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무슨 마케팅을 이렇게 요란하게 해. 자연스럽게 계속 입에 넣고 있던 과자를 마저 넣고, 봉지로 손을 뻗었다.
"어……?"
없다, 없어. 질소를 토해내고 있는 봉지를 아무리 기웃거려 봐도, 남은 건 잔해뿐이었다.
일주일 전 세 봉지 사다가 먹고 남은 한 봉지가 오늘로써 용량을 다 한 것이었다.
뉴스를 한번, 빈 허니버터칩 봉지를 한번.
아쉬운 대로 손가락에 남은 양념을 깔끔하게 핥아내곤, 의자에서 일어났다.
또 사러 나가야겠네.
그래 우리 집 근처가 큰 번화가도 아니고 말이야. 설마 과자 한 봉지 없겠어?
가벼운 마음으로 집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차가운 손잡이를 잡기 싫어서, 어깨로 문을 밀고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아니 오늘만 해도 몇 명이 물어봤는지 아냐…… 야, 나 손님 오셨다. 나중에 전화할게."
아 씨발! 내가 지 애인인 줄 알어. 소리는 왜 질러 임마!
얼레. 끊었네. 감히 내 전화를 끊었다, 이거지.
휴대 전화를 들고 혼자 열을 올리고 있는 알바생이 있었다.
처음 보는데,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알바생인가. 근데 얼굴 되게 작네.
빤히 쳐다보는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머쓱한 듯 웃고는 괜히 계산대를 만지작거리는 알바생에, 다시 과자 진열대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 보자 허니버터칩이.
껄껄. 집에도 없고 여기도 없네.
숙였던 허리를 펴고 알바생을 쳐다보자, 저도 민망한 건 아는지 시선을 요리조리 피한다.
"저기 여기 허니버터칩……."
"없어요."
"네?"
없다니까요. 깊은 한숨을 푹 쉰 알바생이 애잔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약간 지쳐 보이기도 하고.
아까 전화내용이 허니버터칩 이야기였던 건지.
그래도 먹고 싶은데. 창고에 더 없으려나.
물량이 그렇게 적을 리가 없잖아. 사람들이 막 사재기 했을 리도 없고.
아직도 입안에 남아있는 듯한 달곰한 맛에 점점 현기증이 도는 기분.
"아, 없어요?"
"네. 없었어요."
"있었는데?"
"아뇨 그냥 없었어요."
그러니까, 원래는 있었는데 다 팔려서 없는 거죠. 아뇨 그냥 없었다니까요.
한 두어 번 더 그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던 우리 사이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어.
아예 없었다니 그게 무슨 되먹지도 못한 소리야.
너도 막 계산대 밑에 숨겨두고 그런 거 아니에요?
계산대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안쪽을 들여다보는 내 돌발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알바생.
차마 세게 치진 못하고 살살 밀어내는 행동이 조금 귀엽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요. 이게 네 거냐. 그건 아닌데 왜 반말이야. 요!
투닥투닥.
그러니까 빨리 숨겨둔 거 있으면 내놔요. 아니 아예 물량이 안 들어왔다니까 왜 그러세요.
나는 양어깨가 알바생한테 잡힌 채로 빽빽 소리를 지르고 있고, 알바생은 날 말리느라 소리를 지르고.
순식간에 비글들이 가득한 애완 카페가 된 듯한 분위기에 내가 입을 다물자,
다시 한 번 미칠 듯한 어색함이 공존하는 정적이 찾아왔다.
큼큼. 헛기침하며 다시 거리를 유지하는 우리 둘.
등을 돌리는 서로의 얼굴이 귀까지 빨개져 있었다.
소리를 질러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 방금 위험했어. 너무 가까웠다.
근데 또 이 몸뚱어리는 남자랑 접촉했다고 심장을 튕겨대는데. 호흡은 안 떨리는지 걱정 될 정도였다.
아니 살면서 남자 한 명도 못 보고 산 것도 아니고 저런 방정맞은 애한테 설레고 난리일까.
근데 짜증 나게 또 잘생겨서. 괜히 더 괴롭히고 싶다.
외모 지상주의에 찌든 이 더러운 사회. 하면서도 이미 내가 눈이 돌아가는 걸 어찌하리.
눈치를 보는데, 나를 씩씩대며 노려보던 알바생이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제가 무슨 소녀도 아니고 저게 뭐하는 짓이래.
"없다니까 왜 자꾸 그래여……."
나 알바 확 때려치울 거야.
아니 그게. 막상 없으니까 갑자기 정말 먹고 싶어져서. 그게 그러니까.
한숨. 먼 산. 무슨 남자애가 이렇게 찌질해.
그나저나 허니버터칩은 과자에 마약을 발랐나. 없으니까 막 생각나고 그러네.
금단 증상처럼. 아니야, 이게 금단 증상인가. 나 담배 안 피는데.
야, 너 우는 거 아니죠. 내가 미안하고, 어…….
"아 몰라 나도 여기 이제 안 올 거야!"
"허얼, 완전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누가 적반하장을 부렸다고 그래. 데려와 죽여버리게. 자살은 나쁜 거에요 손님.
나 여기 점장님이랑 친한데. 그래서 뭐 어쩔…….
와 대박. 나 진심 때려치울 거야. 사악해. 너 미워요.
입술을 불퉁 내밀고 정말 모든 걸 정리할 듯이 짐을 싸는 알바생에 다시 역으로 내가 당하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고작 과자 한 봉지 때문에.
절로 나오는 한숨에 이마를 손으로 짚자 알바생이 지금 누가 골 때리는데, 라면서 또 땍땍 거렸다.
저 놈의 주둥이를 정말…….
그리고 이제 이 알바생에 대한 썰을 조금씩 풀어보려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