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carat
Written by.비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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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을 점령한 백현의 패거리와 각기 다른 반의 연합인 찬열의 친구들이 맞대면 했다. 그 중심에는 박찬열과 변백현이 서 있었다.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제 손톱을 깨물며 그 자리에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변백현.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변백현 주위의 아이들 사이에서 그나마 쓸만했던 김종인, 그리고 그 옆에 오세훈. 결정적으로 찬열의 바로 뒤에는 타오가 있었다. 백현은 찬열의 등 뒤 너머로 타오를 발견했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견딜 수 없는 긴장감에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접전중이였다. 어제 찬열에게 뺨을 맞고 나서 반 아이들의 욕과 질타를 한 번에 받았던 박찬열이 제 친구들을 모두 끌고 와 점심시간의 반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이였다. 복도창가에 붙어있는 다른 반 아이들, 그리고 교실내부에 많은 아이들이 조잡하게 뭉쳐있었다.
"변백현."
이제는 명확하게 타오의 목소리가 백현의 이름을 불렀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의 목소리는 지독하게도 선명히 백현의 귓가로 내리꽂혔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죽을 것 같아. 달콤했던 그의 목소리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찬열의 뒤에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무서워, …무서워. 도망치고 싶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가 종인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제 뒤는 꽉 막혀있었다 .수많은 아이들이 이 싸움을 구경하려고만 했지, 중재하려 들지 않았다. 결국 타오가 제 얼굴 앞까지 다가왔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런 재회를 원치 않았다. 아니, 다시는 재회하지 않길 바랐다.
"오랜만이야."
"………."
그가 잔인하게 웃었다. 어눌했던 그의 발음은 어느덧 한국인의 억양과도 비슷하게 바뀌어져 있었다. 그는 내 양 볼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며 내 얼굴을 요목조목 뜯어보았다. 하나도 안 변했네. 무섭도록 차가운 그의 눈과 목소리에 서려있는 마음을 간파해내기 어려워,
백현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렸다.
"울지마, 미친년, 뭘 잘했다고 울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타오의 모습이 눈앞에서 흐려졌다가 또렷해졌다가를 반복했다. 눈물에 시야가 제대로 잡히질 않았다.
그리고 타오의 큰 손이 백현의 뺨을 때렸을 때, 그 때 백현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나 봐야지, 왜 나 못쳐다봐?"
"…네가 뭔데, 날 때려? …어?"
"맞을 짓 했잖아. 또 더럽게 몸 굴리고, 너 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워."
백현이, 고개를 숙였고, 순식간에 교실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백현의 대각선에서 꿈틀꿈틀 거리는 김준면, 말없이 쓰게 아랫입술을 꾹 다무는 김종인,
웅성웅성 타오를 질타하는 말이 들렸다가, 타오가 그 곳으로 시선을 돌려 한 번 노려보자, 금세 다시 조용해졌다.
그만큼 타오가 무서운 애였기에, 그 아무도 백현이 맞은 것에 대해 끼어들거나 막아서지 못했다. 오로지 타오에게 저항할 수 있는 건 변백현 혼자 뿐 이였다.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 남자 여러 명 끼고 다니는 그 걸레같은 네 천성은."
"…함부로 말하지 마."
"너 박찬열한테도 꼬리쳤다며? 찬열이는 너 같은 호모새끼 안 좋아해."
"……."
어디까지 나를 추락시키려는 건데?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타오와 백현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숨이 턱턱 막혀오는 기분에 백현은 제 가슴께에 손을 올리고 의식적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타오는 더욱더 노골적으로 백현에게 음담패설을 서슴지 않고 해댔다. 네 뒷구멍은 아직도 헐겁나? 아, 당연한 거구나. 천하의 박찬열이 너 하나를 못 당해서 나를 불렀을 리는 없잖아. 가슴을 콕콕 찔러오는 그의 독설에 숨이 막혀왔다. 그리고 바로 코앞에서 그 잘생긴 얼굴을 들이밀며 아직도 나 보면 떨려? 미칠 것 같아? 하고 물어오는 타오는 웃고 있었다. 그것도 백현이 타오를 보며 설레 했던 그 때의 그 미소로.
"죽겠지? 아직도 내가 좋아죽겠지?"
"…아냐."
"근데, 네 표정은 그게 아닌데?"
"…아니니까. 가. 우리 반에서 나가."
"너 그럼 진거야."
조롱하듯 백현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결국 이럴 줄 알았지. 하고 말해오는 타오가 백현의 정강이를 어느 정도의 통증이 있을 정도로 두 세번 정도 쳐댔다. 아무런 저항 없이 그 자리에 서서 맞고 있던 백현이 타오가 아이들을 비집고 나가자마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눈앞에서 찬열이 타오와 비슷한 눈으로 똑같은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는 게 보였고,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이 결국 쏟아지고 말았다. 제게 내밀어 지는 수많은 손들.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어. 백현은 같은 자리에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그런 백현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고 일으키는 누군가에 의해 백현은 힘없이 그에게 기대어 섰다. 종인이다. 종인이야. 안심이 들어 입가에 조그맣게 미소가 지어졌다. 울지 말라고 했잖아. 왜 또 울어. 뭐가 그렇게 서러워서 우는 건데,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백현아. 너 왜 이렇게 약해빠졌어. 종인은 제 품을 파고들며 제 교복을 눈물로 적시는 백현의 모습에 낮게 한숨을 쉬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동정 이였다.
"야, 김종인. 너 걔 감싸주지 마."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 거렸다. 백현에게 지금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종인의 흰 와이셔츠에 음영이 져, 시야는 온통 회색빛 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목소리는 누군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박찬열이다.
"왜?"
"네가 날고 기어봤자, 아직은 내 밑이란 거든. 중학교 땐 뭣도 아니던 놈이 고등학교 올라와서 좀 논다고 위아래 구분 못하면 안 되지."
"내가 너한테 피해를 준적이 있었나?"
"변백현 옆에 네가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거슬려."
"왜?"
종인은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내가 붙어있는 게 왜 거슬리는데? 그건 네 심보가 좀 삐뚤어진 거 같은데…. 종인의 표정이 거슬리는 지 찬열은 제 손의 관절을 우두둑 꺾으며 종인의 바로 앞 까지 걸어왔다. 그냥, 쟤 옆에 누가 붙어있는 게 거슬려. 삐딱하게 짝다리를 짚으며 말하자, 종인이 고개를 들어 저보다 키가 조금 더 큰 찬열과 눈을 마주했다. 뚜렷하고 힘있는 눈동자가 찬열의 투영한 눈동자 안으로 들어왔다. 왠지 그의 눈동자는 매섭고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 했다.
"키만 컸지, 애네. 초등학생이야? 관심 있어서 괴롭히고 싶은 거 아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 지금 찔렸지? 전부터 느끼긴 했는데, 역시 이래서 노는 애들은 별 수 없어. 골빈 새끼들."
"…까고 있네. 넌 그럼 안 놀아? 마치 넌 깨끗하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너나 나나 별다를 바 없어."
"비교할 사람을 비교해. 난 너같이 쓰레기처럼 살아오지 않았어."
…쓰레기? 이 새끼가 돌았나, 찬열은 제 화를 다 누르지 못하고 애꿎은 변백현을 김종인 품에서 떼어내, 바로 옆에 있던 김준면의 품에 던져주었다. 그리고 싸움은 시작되었다. 찬열이 먼저 종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가뿐히 옆으로 비껴선 종인이 바짝 마른 아랫입술을 제 이로 깨물며 찬열의 공격에 차분히 방어를 했다. 싸우고 폭력을 쓰는 건 옳지 못하다고 그랬다. 아버지가 제게 그랬다. 싸울 일이 생기거든, 절대 먼저 공격하지 말라고 상대가 먼저 공격을 한 순간, 그 싸움은 이긴 거라고 그랬다. 이미 승부는 갈려있었다. 종인은 날렵하게 몸을 움직여 찬열의 주먹과 발길질을 피했다. 그리고 힘이 있고 날렵한 그의 억센 주먹을 손으로 받아내며 그의 큰 주먹 위로 손을 꼭 쥐었다.
"무작정 싸우려고 하면 답이 나오나?"
"제대로 안 해? 난 지금 너한테 화나있는데, 넌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있는 건데."
"내가 말했잖아, 너 지금 어린 애 같다고."
"씨발새끼가 끝까지 잘난 척이지?"
"강한부정은 강한긍정이랬다. 인정해, 네가 변백현을 괴롭히고 싶어 하는 이유가…."
말을 하느라 방심하고 있던 종인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볼이 얼얼한 건 둘째치고 잇몸이 아렸다. 아, 이 부러진 거 아니지? 순간 종인은 입을 꾹 다물며, 제 입안이 멀쩡한지 확인했다. 입안의 여린 점막에 핏줄이 터져, 입에선 비릿하게 피가 번졌다. 고여있던 침샘이 피와 희석된다. 아, 피 냄새. 지독한 냄새. 종인은 저도 모르게 이성을 잃을 뻔했다가, 다시 이성을 잡고 입에 고여 있던 핏물을 뱉어냈다. 교실바닥에 붉은 핏자국이 선연했다.
"말하고 있는데, 때리냐?"
"듣기 싫으니까. 병신새끼가 존나 헛다리짚는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그럼 왜 들으려고 조차 하지 않는데?"
"…듣기 싫다고 말했다. 두 번 말한다. 세 번 말하면 너, 학교 멀쩡히 못 다닐 걸?"
이미 한 번 겪어본 종인은 그의 말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저 찬열에게 조금 실망했을 뿐이었다. 바보 같은 새끼. 알려줘도 모르네. 관심을 그 따위로 표현하니까. 더 골이 깊어지지. 종인은 아릿한 제 볼을 매만지며, 그래. 그럼 말던가. 하고 짧게 대답하고 되돌아섰다. 분명 찬열은 제가 이긴 싸움인데도 불구하고 시원하지 않아, 짜증이 솟구쳤다. 여전히 울고 있는 백현의 뒤통수가 눈에 들어왔다. 준면의 품에 안겨 끅끅거리며 우는 백현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다른 때와는 다르게 좀 안쓰럽고 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아 씨발, 내가 뭔 생각하는 거야? 그냥 쳐 우니까, 좀 불쌍하게 느껴졌나 보네. 찬열은 제 뒷머리를 매만지며 아직도 반 안에 가득한 아이들을 보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12시 15분이였다. 찬열은 다들 안가냐? 종치기 5분전인데? 하고 큰 소리로 얘기했다. 복도창문에 매달려있던 아이들이 금세 사라졌고, 또 반에 있던 다른 반 아이들도 하나둘씩 나갔다. 교실 뒤편에 서 있는 사람은 아직도 울고 있는 백현과 준면 단 둘뿐 이였다. 준면이 백현을 조심스레 부축해, 백현의 자리에 앉혀주었다. 아니, 원래 백현의 자리가 아니라, 백현이 자기멋대로 바꾼 자리였다. 어느덧 종인의 옆자리에서 준면의 옆자리로 옮겨온 백현은 두 번째 분단 맨 끝에 앉았다. 제 자리에 앉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우는 백현의 등을 말없이 두들겨주던 준면이, 갑자기 머릿속에 아까의 싸움들이 떠올라, 백현의 등을 두들기던 손길을 거두고 말없이 교과서를 폈다. 전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무서운 날라리 두 명, 박찬열과 타오. 그 둘은 백현을 몹시 싫어하는 듯 했다. 그리고 타오가 백현에게 했던 말들은…. 생각해보니 준면 역시 백현과 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타오의 말이 거짓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처음 가져보는 성관계였지만, 너무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백현의 아래는 분명 남자의 밑이 아니었다. 잔뜩 남자에 길들여진 듯 했다. 눈을 감고 준면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어쩐지 백현과 가까워지고 나서 금방 관계를 맺었다는 게 좀 껄끄러운 점이였다.
백현을 가진 건 좋았지만, 어쩐지 너무 쉬웠달까?
*
정규수업을 모두 끝마치고 가방을 싼 찬열이 제 반 앞문에서 기다리는 타오와 함께 학교 밖으로 나왔다. 타오는 찬열과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 가정환경도 제법 비슷했고, 또 성격도 비슷했고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았기에 둘은 필연적으로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때 하도 놀아서 뺑뺑이인 인문계를 떨어질까 염려했던 것과 달리 1지망에 단번에 붙어 지금의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건 타오도 마찬가지였다. 3월 2일, 고등학생이 된 그 날, 둘은 아파트 벤치에 앉아 맥주 캔을 땄다. 시원한 목넘김, 그리고 한 캔으로는 부족해, 두 캔을 마셨다. 알딸딸한 몽롱한 정신, 초봄의 쌀쌀한 날씨에 몸이 절로 떨려왔다. 집에 가자. 패딩차림의 두 사내는 그렇게 우정을 나누고 뒤돌아섰었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서 타오와 찬열을 갈라서야했다. 서로 반대편의 동에 살았기 때문에 내일 보자.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무의식중에 핸드폰을 만지며 걷던 찬열은 제 아파트 건물에 다다랐을 때, 낯설지 않은 아기의 울음소리에 작게 귀를 막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이세희가 있었다. 아기를 안은 채로 손에 흰 종이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종이를 건네는 손에 찬열이 신경질적으로 종이를 받아 들고 무언지 대충 눈으로 훑어보는데, 이 조그마한 아가의 정보인지, 작은 키와 체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름 칸이 비어있었다. 50cm, 3.3kg 작고 가냘픈 그 모습에 걸맞은 단위였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아이의 혈액형이보였다. AB형, 분명 그렇게 적혀있었다.
미친. 욕부터 나왔다.
"무슨 낯짝으로 이거 들고 여기까지 온 거야?"
"…찬열아."
"너 A형이잖아. 나도 A형이고. 그럴 줄 알았어. 내 애 아니네."
"…살려주라. 찬열아. 나 진짜 돈도 없고. 애 키울 능력 없어."
그러면서 낳기는 왜 낳았어? 쏘아대 듯 말하자. 그녀의 작은 어깨가 힘없이 축 쳐졌다. 무서웠어. 낙태하는 거 위험하고 또 불법시술이라 그러고….
애를 죽인다는 거. 그거 살인이잖아. 그녀의 눈빛이 처연하게 찬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내 애도 아닌데 돈까지 받아내고 나타난 주제에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꽤나 현실적으로 들려왔다. 가슴이 저릿해져왔다. 아, 진짜 휘말리고 싶지 않았는데….
"다달이 용돈 좀 주라. 아니면 너한테 몸로비라도 할게. 돈이 없…."
"미친년아, 너 지금 애기 안고 몸로비 그딴 소리가 나와?"
"…진짜 안 되는 거야? 응?"
"애기 분유비는 한 달에 얼마나 드냐?"
찬열이 또 지갑을 꺼내들었다. 아, 이번주 용돈받았는데 벌써 반이상 쓰네. 찬열이 그녀의 손에 오만원권 두장을 쥐어주고 만 원짜리 세장을 꺼내어 주었다.
돈을 안 모아서 그러는데, 부족하면 연락해. 찬열은 말없이 뒤돌아섰다. 그리고 아파트 건물내부로 들어서려는 찰나에 자신의 팔을 붙잡는 세희의 손길에
다시 한 번 뒤돌아 섰다. 왜, 또?
"찬열아, 너 진짜. 애 아빠 안 해줄 거야?"
"…내 애 아니잖아. 너 진짜 뻔뻔하다."
"나 혼자, 키워야 해? 우리 오빠가 술먹고 나 때리면 어떡해? 응? 나는 괜찮은데 우리 애기 때리면 어떡해…."
가슴이 또 이상하게 저릿했다. 세희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찬열이 이 사실을 방관하려 한다는 건 정말 사람으로써의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힘없이 여린 소녀가 혼자
아이를 낳았고 또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인해 저를 찾아왔다. 누구의 아이인지 모를 젖먹이를 데리고 이렇게 제게 비참하게 매달리고 있었다.
어느정도 돈이 있는 찬열에게 이 정도 호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 집은 안 돼. 부모님같이 사는 거 알잖아."
"…나 어떡해. 이제 학교도 못 다녀. 소문 다 났거든. 내가 지금 돌아갈 곳이라곤 집밖에 없는데."
"청소년 받아주는 보호소 같은데 들어가 있어. 아, 거기 가면 돈도 안 들지도 모르겠네. 그럼 나 다시 안 찾아와도 되겠지?"
"…찬열아, 거기 들어가면 다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
언제까지고 그곳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이였고 그런 곳도 정작 갈 곳 없는 학생들을 거둬준다고 하지만, 그 내막은 꼭 그렇게 다정치만은 않았다.
다정한 듯 했는데, 결국 되돌아 오는 건 '그러게 왜 그랬어? '질타를 하는 그들의 목소리. 세상과 단절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생활,
대책도 없이 이 조그마한 아이의 미래를 가두어놓고 싶지 않았다. 찬열아, 살려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친구 집에 가있으면 되잖아."
"애 딸린 친구, 잘도 받아주겠다…."
"기세 등등, 잘 놀던 이세희 어디 갔냐? 너 친구 많잖아."
찬열이 세희의 손을 떼어내고 뒤돌아서서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기가 막힌 타이밍 이였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잠깐의 순간 문 바로 앞에 있는 아기가 울어댔다. 또야, 찬열은 신경질적으로 귀를 막았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기들은 참 귀찮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또 애기를 안고 있던 세희의 모습은 위화감이 없었다. 집으로 들아와서 가방을 내려놓고 가만히 의자에 앉은 찬열이 복잡한 머릿속을 채 정리하지 못하고, 타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본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전화를 하냐고 웃어댈 타오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수신음이 몇 번 울리지 않아, 곧바로 받은 타오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평소 때보다 더 낮아져있었다.
"집에 맥주 있는데, 올래?"
「맥주는 무슨 맥주. 나 피곤해.」
"할 말 있어서 그래. 빨리 와라."
「박찬열이 부르면 보통 일은 아니겠네. 곧 갈게. 」
전화를 끊고 찬열은 머릿속을 정리했다. 어디부터 말할까. 첨삭을 할까? 하지말까. 일단은 세희 얘기부터 해야겠다. 세희얘기, 그리고 또 세희얘기. 음, 할 말은 다 정리한 거 같은데, 근데 뭐가 이렇게 찝찝하지? 찬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항상 같은자리에 있던 맥주캔, 그리고 안주는 뭐가 있나? 찬열은 냉장고 문을 닫고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육포 있네. 땅콩이랑. 근데 왜 먹을 게 이거 밖에 없어? 찬열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엄마오면 사다놓으라고 뭐라고 해야겠다. 땅콩을 새 그릇에 담고 육포봉지를 쟁반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는 사이 초인종이 울렸고 문을 열자, 당연하게도 문 앞에 타오가 서있었다.
남자끼리의 대화란 별거 없고 진부했지만, 찬열은 혼란스러운 제 마음을 정리하기 급급했다. 맥주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신 찬열이 입을 떼었다.
"여자들이란 참 모르겠더라."
"…뜬금없이."
"이제 연애도 사랑놀이도 지겹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
"이세희, 애 낳았어. 내 애라고 우기더니, 결국 내 애 아니더라."
"미친, 그 소리였냐?"
타오가 아무렇지 않은 듯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찬열의 표정은 어둡고 침울했다. 찬열의 얼굴을 한 번 보던 타오가 미소를 거두고 왜 그래? 하고 물었다.
찬열은 예전과 다르게 여자가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 물론 그렇다고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였는데, 헤어진 서연이도 그렇고 이세희도 그렇고 여자들이란 족속들은
다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사랑은 쉽고, 여자들은 내 손바닥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오만함에서 비롯된 생각 이였다는 걸 깨달았다.
항상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고 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렇게나 살아왔던 예전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상기시켰다.
그 땐 몰랐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부끄럽고 짜증이 나는지. 확실히 박찬열의 예전은 제 자신이 보아도 최악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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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쓰면서 다중인격자가 되는 거가틈..
인물들의 심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음.. 하.. 다중이..ㅋ..
죄송해요.. 이틀연재텀이라면서 열두시넘음.ㅋㅋㅋㅋㅋㅋㅋㅋ나를 매우쳐라... 는 죄송해여..ㅠㅠ흡.ㅠ.ㅠ
어휴.. 요새 마음도 복잡하고 제가 좀 힘들어요..ㅠㅠㅠㅠㅠㅠ
집안에 짐덩어리가 되는 듯해서..네. 그래서, 답글도 못 달아드리고.. 저는 어제도 오늘도. 그저께도 멘붕이였어요..
계속 .. 그럴 거같은데.. 괜찮으시죠? 진짜.. 독자님들 너무 감사해요.. 댓글 길게 안적으셔도 괜찮아요.ㅠㅠㅠ 진짜 하나하나 다 읽어보긴 합니다.ㅠㅠㅠ
감사해요.ㅠㅠㅠㅠㅠ
복잡하지만.. 이제 전 좀 쓸 맛이 날 거 같아요.. 오늘 경수의 비중 또르르.. ㅠㅠㅠㅠㅠ
이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은게 조금씩 두드러지고 있어용.. 종대로 표현하고 싶은 점, 세희로 표현하고 싶은 점, 백현이와 찬열이, 그리고 종인이까지..
모든 캐릭터에는.. 저의 사회적비판이 담겨있... 이런 거 모르셧져? 하긴. ㅋㅋㅋㅋㅋㅋㅋ제가 그런 생각이 잇어보이는 그런 스마트한 여자는 아니져..ㅋ.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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