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carat
Written by.비얀코
*
4월의 봄, 완연하게 봄이 무르익었다. 완벽하게 꽃이 개화하기 시작했고 어린 그들의 마음에도 조금씩 봄바람이 일고 있었다.
소년들의 마음은 정착할 곳이 없어서 완전하게 영글지 못했지만, 그 안에서도 조금씩 미묘한 감정이 피어나고 있었다.
6교시, 나른한 국어시간 그 때엔 대다수의 아이들이 봄의 노곤함에 취해, 엎어져 잠을 청하곤 했다. 속된 말로 춘곤증이다. 뭐다. 하지만 5교시, 6교시는 어느 계절이던 졸리기는 매한가지였다. 국어부장 이였던 경수는 제 옆에서 엎어져 잠을 자는 찬열의 모습에 저 역시 잠이 와서 졸린 눈을 억지로 끔뻑거리며 치켜떴다. 선생님이 얼마 안 있어서 짝꿍 깨워. 하고 말씀하셨다. 경수는 그제야 찬열의 등을 톡톡 두드려 깨웠다. 선생님이 교탁위에 두터운 사랑의 매를 여러 번 두드리며 다들 일어나지 그래? 이거 시험범위 인데, 별표4개짜린데. 하고 제법 강단 있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몇몇 아이들이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났다. 그리고 선생님은 경수에게 이번 단원의 시를 낭송할 것을 부탁했다.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
지금 누군가 그대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면
그 사랑은 이미 오래 전에 그대 앞에서 꽃망울을 터트렸을 것이다
단지 그대의 무관심이, 그대의 어리석음이
그 꽃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결코 사랑은 시들면서 그대가 내어준 척박한 마음의 땅을
그대가 돌보지 않은 꽃봉오리를 두고 원망의 눈짓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잎이 무성한 가을 나무가 겨울바람에 순종을 하고 벌거숭이가 되듯
마음속의 미련마저도소리 없이 놓아 버리고 떠나가는 것이다.
그대는 그리움이라는 화병 안에 떨어진 꽃잎을
다시 주워 담으려 할지 모르지만 그대 앞에서 한 번 피어올랐다
시들어 버린 마음의 꽃은 두 번 다시 그대 앞에서 같은 모습으로 피어나지 않는다.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
결국 이별의 아픔이란
그 사랑의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어리석은 당신의 몫일뿐이다.
유미성-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
맑고 또록또록한 목소리가 교실 내부를 울렸다. 시 한 구절, 한 구절이 와 닿게 경수는 시의 느낌을 잘 살려 읽었고, 그에 선생님은 역시 경수는 잘 읽을 줄 알았다고 해사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경수의 귀가 발갛게 물들었다. 매번 부끄러울 때면 나타나는 경수의 버릇 이였다. 시를 읽느라 서있던 경수가 제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찬열의 말이 들려왔다. 중얼거림인지 비꼬임인지 모를 장난스러운 말로 모범생이 따로 없네. 하고 얘기했다.
“원래 학교는 공부하라고 다니는 거야.”
“원래 청춘은 즐기라고 있는 거야.”
“…사고나 치고 다니지 말지?”
“공부만 하지 말고 여유 좀 가지지? 너 고3아니라, 고1이야.”
절때 지지 않으려는 찬열의 말에 경수는 결국 웃으며 한 발 뒤로 물러서주었다. 쟤를 어떻게 이겨? 단번에 그 생각이 들었다. 수긍하자. 다시 원래대로 제게 장난을 걸어오는 찬열을 받아주기 위함 이였다. 무슨 바람이라도 들었는지, 제게 미안하다고 한 날의 찬열은 전과 달랐다. 그리고 지금의 찬열은 전과 비슷하면서도 또 달랐다. 심경에 변화라도 생겼나보다. 경수는 차분히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설명을 들었다. 별로 어려운 시도 아니라, 소설에 지문과 함께 시를 내어 문제에 낼 거라고 말씀하셨다.
이 반에 변한 건, 박찬열 뿐만은 아니었다. 변백현은 어느 누가 봐도 티가 날만큼 변했고, 김종인도 예전 같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김종인 패거리에 있던 오세훈과 김민석 역시도 기류가 묘했다. 3월 초만 해도 조용한 애들끼리 곧 잘 붙어 있곤 했는데, 요새는 싸우기라도 한 건지, 말 거는 것조차, 가까이 있는 것조차 보기 힘들었다. 그 원인은 둘이 하루도 빠짐없이 간다는 보건실에 있는 듯했다. 한 번도 둘이서 가는 걸 본 사람은 없었지만, 보건실에서 둘을 봤다는 애들은 많았다. 두 사람은 전혀 친해 보이지 않았지만, 둘 다 보건선생님과 돈독한 사이처럼 보인다는 말이 들렸다. 워낙 보건선생님이 좋으신 분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매일 보건실에 눌어붙어 살 필요는 없다는 게 아이들의 생각 이였다.
모두가 조금씩 변했다. 청춘은 봄을 맞아 꽃봉오리를 틔울 준비를 했다.
*
7교시가 끝나고 야간자율학습을 듣지 않는 학생들이 모두 일제히 일어서서 하교준비를 했다. 백현의 힘없이 축 쳐진 어깨에선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있었다. 찬열은 저도 모르게 그런 백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백현은 당연하게도 저를 두드리는 사람이 종인일 거라고 생각했던지라, 놀란 기색 이였다.
눈에 띄도록 놀란 얼굴을 한 백현에게 찬열은 전처럼 개구지게 말을 건냈다.
“어좁 주제에 어깨 좁아지려고 숙이고 다니냐?”
“…박찬열?”
“너 기죽은 거 안 어울려.”
“…….”
“기죽지마, 변백현.”
기는 네가 죽여 놓고 다시 이렇게 와서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는 건 무슨 심보야. 무시하려고 했다. 그래서 다시 고개를 휙 돌려 앞을 바라봤다. 복도에 벌써 다른 반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 빨리 가야지. 그래야 …타오랑 안 마주치는데. 발걸음을 재촉해 앞으로 빠르게 한 걸음 내딛었다. 등 뒤에 박찬열의 목소리가 꽂혔다.
“네가 기죽으면 재미가 없어서 널 어떻게 놀리냐?”
큰 키답지 않게, 중저음 목소리답지 않게 해맑은 톤이었다. 아이 같다. 뜬금없이 조금 웃음이 나서 백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박찬열, 너는 역시 재밌는 애구나.
3월 중순에만 해도 못 잡아먹어 안달이더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내게 다시 다가온 걸까? 경멸스럽던 네 눈동자는 다 어디가고 호기심 어린 표정만 서려있을까?
계단에서 타오가 내려왔고 그런 타오와 백현은 눈을 마주쳤지만, 그 마주침은 백현의 뒤에 있던 찬열이 타오에게 달려가 어깨동무를 걸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그리고 찬열이 타오의 어깨를 두어 번 손바닥으로 내리쳤고 그 동작은 타오를 웃게 했다. 웃고 있는 둘의 모습. 일방적인 찬열의 행동으로 분위기가 띄워지는 듯 했다. 백현은 둘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문득 종인이 없다는 걸 깨닫고 서 있는 곳에서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뒤에서 세훈과 민석 사이에서 걸어오는 종인을 보았다. 분명 안 어울리는 조합 이였지만, 학기 초반만 해도 저 셋이 같이 있었다. 원래부터 알던 사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종인이 백현과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애들 이였다.
“기다렸어?”
“…어.어. 간만에 애들이랑 같이 오네. 오랜만이다.”
“진짜 친했던 애들인데, 요새 내가 너무 소홀해진 것 같아서.”
“…아, 그렇구나.”
세훈은 백현의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지금 역시도 좋진 않았지만 확실히 한 번 짓밟히고 나니까, 좀 조용하고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들어, 표정을 풀고 종인의 옆에서 가만히 미소 지었다.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종인이는 너 같은 스타일은 안 좋아해. 찝쩍거리지 마, 제발 좀. 마음속으론 그 말을 여러 번 곱씹었다. 그리곤 머릿속으로 정리를 했다. 김종인과 내가 아무리 끝난 관계여도 마무리는 지어야 한다고, 저런 쉬운 애에게 김종인이 옆에 있다는 거 자체가 수치스럽다고. 지금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지언정, 김종인 옆에 붙어있는 변백현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틀렸다. 종인이는 깨끗한 사람 만나야 돼. 너같이 더러운 애 말고.
“종인아, 백현이랑 같이 가게?”
“어, 매번 같이 가는데, 오늘도 같이 가야지.”
“당구장 가자. 가고 싶어. 백현아, 너는 시간 되면 끼고.”
“어? …시간? 되는데?”
“아, 그래. 그러면 학교 근처에 있는데, 바로 갈 거니까. 돈 보태. 너랑 나랑 반띵.”
“왜?”
“내가 종인이랑 민석이 몫까지 내는 거야.”
아, 그래. 백현은 세훈의 말에 별 이상한 점을 못 느끼고 알겠다고 했다. 세훈도 알고 있었다. 백현에겐 왠지 모르게 돈이 많아보였다. 남색의 키플링 가방, MCM반지갑, 가방과 계열이 맞는 남색의 운동화에 포인트인 N자가 민트색인 뉴발란스 운동화. 그리고 백현이 학기 초에 입고 있었던 검정과 노랑이 섞여있는 등골브레이커라던 그 패딩까지. 백현의 작은 몸집에는 패딩은 어울리지 않은 행태였지만, 어쨌든 돈 많고 날티 나는 녀석 이였다. 초반에 몇 번 놀 때도 돈 없다 그러면 내가 낼게. 자처하고 돈을 내곤했다. 그러니 지금 이 돈도 네겐 아무 것도 아니겠지. 네가 종인이 사정을 안다면 그렇게 있는 돈 흩뿌리면서 막 사치 부리지 못할 텐데….
“한 시간에 8000원이니까 반띵해서 4000원씩.”
“자, 미리 줄게.”
“포켓볼 한 시간 치고 그냥 집 갈 거야. 오늘 종인이, 너랑 같은 방향으로 안 가.”
“아, 응.”
왠지 세훈의 말은 가시가 돋친 듯,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내가 뭐 잘못했나? 백현은 속으로 곰곰이 떠올려봤지만 딱히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았다. 그냥 이유 없이 싫을 수도 있는 거니까. 여태 그런 애들을 몇몇 봐왔었으니까. 민석은 말 한마디도 없이 간간히 조그맣게 하품을 했다. 많이 피곤한가? 하긴, 종인이와 매일 같이 노는 단짝 이랬으니까.
피곤 할만도 했다. 노는 애들이 대게 그렇듯, 밤에는 PC방이니, 빈집에서 술 파티니 하며 정신없게 보냈을 거다.
백현은 종대와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그 모임에서 빠지게 되었지만.
학교 근처, 상가에 발을 들였다. 당구장은 2층이었다. 2층으로 가는 내내, 세훈은 평소 때와 다르게 웃으며 종인에게 말을 붙였고, 가위 바위 보를 했다. 어린 애들 마냥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종인은 그런 세훈에 웃으며 맞춰주고 있었다. 같이 논다는 표현보다는 맞춰준다는 말이 옳았다. 계단을 올라가며 주먹을 내고 또 가위를 내고 여러 번씩 반복되는 종인의 패턴에 세훈은 종인보다 다섯 계단이나 먼저 올라와 이겼다며 환하게 눈초리를 접어 웃었다. 해사한 세훈의 모습에 느릿하게 계단을 오르고 있던 백현 역시 미소를 지었다. 종인이 계단을 다 올라섰고, 백현 역시 계단을 다 올라왔다. 가장 먼저 올라온 민석이 당구장 문을 열었고, 익숙하게 주인아저씨와 인사를 했다. 당구장 내부로 들어와서 가장 안쪽 맨 끝에 있는 포켓볼전용테이블에 각자 자리를 잡고 큐대를 집어 들었다.
“못 먹어도 말 못하기 데덴찌-”
“다시.”
“데덴찌.”
“말도 안 돼. 다시 해.”
하필 세훈은 백현과 같은 팀이 되었다. 하기 싫다고 찡찡거렸지만, 종인은 게임은 게임이라며 시작한다. 하고 세훈의 반응은 안중에도 없단 듯이 정렬되어있던 색공들을 흰 공으로 깼다. 흰 공이 딱 소리를 내며 공 중앙에 맞았고, 공들은 이곳저곳 분해되어 ‘잘 깨졌다!’ 라는 칭찬이 절로 나오게끔 했다. 깨자마자, 줄무늬 공 하나와 색공하나가 들어갔다. 종인은 넣기 더 쉬워 보이는 줄무늬 쪽을 택했고, 수월하게 또 하나의 공이 들어갔다. 세훈의 입술이 삐죽 모가 나게 튀어나왔고, 백현의 표정 역시 좀 굳어졌다. 제길, 김종인이랑 같은 팀이 돼야 이기는데…. 이미 승부는 결정 난 거나 다름없었다. 세훈이 티가 나도록 와, 진짜! 하면서 투정부리자, 종인은 일부로 삐끗하는 척하면서 아무공도 맞추지 않고 프리 볼을 넘겨주었다.
“이래봤자, 네가 이길 거잖아.”
“져줘?”
“그건 자존심 상해.”
“그니까, 봐주면서 하잖아.”
“…이씨.”
순서를 따로 정하지 않았는데도 세훈은 백현에게 내가 할게. 하고 먼저 테이블위에 큐대를 눕혀 흰 공을 노려보았다. 큐대를 검자손과 중지손 사이에서 두세 번 정도 흔들다가 흰 공을 맞추자 색공이 들어갈랑, 말랑한 위치에서 모서리를 맞추고 구멍을 막아섰다. 세훈이 …아!, 짧게 탄성을 지르며 아깝다고 큐대를 바닥에 두어 번 내리쳤다. 그리고 민석의 차례, 노는 것과는 거리가 먼 민석이 색공을 먼저 건드렸고, 그 공은 별 효력 없이 그저 테이블 한복판에 놓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백현의 차례가 되었다. 백현과는 같이 당구를 쳐본 적이 없던 터라, 세훈은 괜히 백현에게 너까지 못하면 우리 팀 진짜 망한다고 잘하라고 말하며 부담을 줬다. 목이 칼칼해져서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가 내려놓은 백현이 길고 곧은 손에 큐대를 끼워 넣어 유려한 손놀림으로 보라색공, 노란색공, 갈색 공을 단번에 다다닥 몰아넣었다. 백현이 이렇게 까지나 당구를 잘하는지 몰랐던 세훈이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연신 우와, 를 외쳤다. 그리고 네 번째 공은 들어가질 못했다. 이렇게 되면 이기는 쪽은 백현과 세훈쪽 이였다.
“백현이 잘하네, 이제 안 봐줘도 되지?”
“…헐, 그런 게 어디 있어! 봐줘!”
“고집부리기는….”
“봐주라.”
“이기라고 있는 게 게임인데?”
“져도 게임은 게임이야.
종인은 큐대를 잡은 채로 웃으며 말했다. 그럼 왜 너는 안 지려고 하는데? 말끝에 힘이 실렸다.
말을 하면서도 집중력 있게 공을 넣은 종인이 세훈과 계속 대화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또 공을 넣었다.
“야, 김종인, 넌 왜 매번 그렇게 지려고 하질 않아?”
“사람마음이 다 똑같은 거 아닌가?”
“…나도 이기고 싶으니까 그렇지.”
“……….”
종인은 굵게 마디 잡힌 손가락 사이에 큐대를 끼워 넣고 신중하게 손을 놀리며 마지막 세훈의 질문에 답을 했다.
‘세상이 굴복하게 만들었을 때, 그 패배감이 어떤 건지 넌 모르지?’ 잠시 숨을 고르고 종인은 세 번째 공을 넣고 운을 띄웠다.
“이런 사소한 게임 하나라도 이겨야, 내가 안정을 얻어.”
“…그래, 알겠어.”
“세상에게는 졌어도, 게임에선 안 져.”
세상이 나를 굴복하게 만들었어도 김종인은 이렇게 살아 있잖아. 공을 하나 더 넣자, 검은공을 제외하고는 하나의 공 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게임에 이렇게까지 매달리면서 승부욕을 불태우고 싶진 않았는데, 어느새 종인의 눈은 강렬함을 담아내고 있었다. 짙은 흑색의 검은 동자가 반짝거렸다. 그리고 하나를 더 넣었을 때,
세훈은 체념하듯, 그래 넣어, 이겨. 하고 말을 해왔다.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면 안 돼.”
“…왜? 방금 너 네 개나 넣었어.”
“아빠가 그랬어. 한 번 생각하지 말고 두 번, 세 번 생각하라고. 모든 걸 한 번에 끝내려하면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고.”
“…또 아버님 얘기구나. 그래, 알겠어.”
가끔 진지해지는 종인을 잘 알고 있었다. 세훈은 이런 종인이 익숙했다. 중학교 2학년이 끝나기 전 겨울방학 때 종인을 처음 보았다. 그 때의 종인은 무서운 애였다. 지금도 무뚝뚝한 애였지만, 지금 보단 그때가 더. 날카로웠던 종인이 세훈의 노는 무리에 가담하게 되었다. 종인의 모습은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노는 아이들이 하는 유흥이 뭔지, 또 그게 뭐가 그렇게 재밌고 즐거운지, 탐방을 하는 듯했다.
종인의 모습은 딱 그거였다. 쎈 척도 아니었고, 멋 부리는 것도 아니라, 단지 이렇게 노는 아이들은 어떤 느낌인지 알아보려고 날라리를 체험하러 온 듯했다. 세훈은 그런 종인에게 알 수 없는 신비로움과 자극을 느꼈고, 새로 무리에 들어온 종인에게 치근덕거리고 아부했다. 종인의 가정사를 알게 되었을 때, 세훈은 종인처럼 비밀스러워졌다.
제가 가진 것조차 미안했고, 자신밖에 모르던 세훈은 종인을 위해 배려를 할 줄도 알게 되었다.
행복함도 잠시. 겨울방학이 끝나고 같은 학교, 같은 반에 왔지만 종인은 세훈보다도 백현을 더 가까이 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찌나 티가 나게 치근덕거리고 귀찮게 구는지, 딱 봐도 백현은 종인의 타입은 아니었지만, 백현에겐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백현이. 그래서, 그가 종인을 앗아갔다고 여겼다. 며칠 그러고 있는 걸 보니, 꾀병이 난 세훈은 보건실에 내려가 막무가내로 약을 달라고 했고, 아프다고 되도 않는 떼를 썼다. 그걸 다 받아준 보건 선생님, 루한선생님.
어느새 세훈의 마음은 그렇게 조금씩 종인에서 루한에게로 기울었다. 종인이 자신에게 예전처럼 마음과 눈길을 주지 않는 것처럼.
“아, 또 못 넣었어!”
딴 생각이 문제였다. 세훈은 넋을 놓은 채로 큐대를 놀렸다가, 다시 한 번 어긋나서 들어가지 않는 빨간 공에 툴툴거렸다. 하지만 민석이 못 넣을 걸 알고 있었던 터라, 안심을 했다. 백현이가 또 많이 넣어주겠지. …그런데 민석이가 넣었다. 마지막 스트라이프 공을 넣었다. 이제 종인의 팀은 검은 공 하나밖에 남질 않았다. 검은 공 마저 넣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검은 공을 맞추고 흰 공이 도르르 굴러, 홀로 빠져버렸다. 아싸, 프리볼! 신나게 공을 주워 올린 세훈이 백현의 손에 공을 들려줬다. 백현이 신중하게 테이블을 반쯤 돌아 공을 놓고 하나를 넣고, 또 반대쪽에 있던 공마저 넣었다. 이제 우리도 색공하나, 검은공 하나 남았다. 기뻐하는 세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들이 하는 당구라기엔 적막한 편이였다. 세훈 혼자, 해설위원이 된 듯 열심히 중얼거렸다. 아, 또 넣겠다. 너 진짜 잘한다. 백현에게 되도 않는 칭찬을 하며,
세훈은 제 컵에 따라진 포도주스를 꿀꺽꿀꺽 마셨다. 그리고 시선을 돌렸을 때엔, 백현은 색공을 마저 넣었고 테이블 위엔 검은 공 하나만이 존재했다.
“대박! 우리 게임 완전 흥미진진해.”
“세훈아, 저기 …미안한데, 집중해야 되는데. 좀 조용히….”
백현이 나긋나긋하게 세훈에게 말하자, 세훈의 입술이 꾹 다물렸다. 백현의 손사이에서 큐대가 신중하게 각도를 잡았다. 왼쪽 끝을 살짝 맞추면 들어갈 것 같다. 두껍게 치면, 백현이 흰 공을 밀었고, 흰 공은 백현이 예상했던 방향과 힘으로 정확히 맞게 떨어졌다. 검은공이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 세훈은 자신도 모르게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백백현에게 양 손바닥을 보였고 백현은 그에 웃으며 제 손바닥을 마주쳤다. 오, 이겼어.변백현 너 진짜 잘한다. 몰랐어. 미안해. 세훈이 승리감에 젖은 표정으로 종인과 민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종인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는 걸 깨닫고 저 역시 표정을 굳혔다.
“미안해, 종인아. …이겼네, 혹시 …기분 나빠?”
“아니, 뭐 이런 거 가지고 애들 게임이잖아.”
“…어른게임 해본 사람 처럼 말한다.”
“안 해보진 않았지.”
“…올.”
분위기가 잠시 흐려졌다가, 이번엔 팀 바꾸자, 대신 나랑 민석이 같은 팀 되면 다시 해. 쫄리니까. 세훈이 개구지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게임의 세계엔 그런 거 없다고 종인은 세훈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세훈이 바라지 않았던대로 종인과 백현이 붙었고, 세훈과 민석이 팀이 됐다. 이번엔 지겠다. 세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역시나 게임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종인이 먼저 시작하자마자, 세훈이 또 다해먹는다고 툴툴거렸고 두 개를 넣자마자 바로 프리 볼을 준 종인에 세훈이 드디어 처음으로 한 개를 넣고 역시 내가 못하는 건 아니었네. 하면서 키득거렸다. 하지만 백현 역시 종인 못지않게 잘하는 아이였고 백현이 세 개를 넣음과 동시에 세훈은 주저앉았다. 아, 안 해. 안 해. 흡사 어린 아이의 땡깡같아 보이는 그 모습에 종인은 제 차례가 오자마자 일부로 세훈팀의 색공을 넣어주었고 세훈은 무시하지 말라고 툴툴거리면서 또 하나의 공을 넣었다. 그래도 결과는 뻔할 뻔자였다. 결국 세훈과 민석이 졌고 팀 다시 나눠, 했는데 처음과 같은 팀이 됐다. 소년들의 게임은 유쾌하고 또 진지했다.
*
게임이 끝나고 모두 해산이다. 아니, 해산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백현 혼자 보내고 종인의 옆에 있는 세훈과 민석은 그들만의 언어를 했다. 어머님 괜찮아? 많이 아프셔? 어, 너 도와주러 가는 거야. 설거지는 내가 할게. 고모 독감까지 들리셨다며 너 괜찮은 거야? 종인아? 종인의 옆에선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끊이질 않았다. 종인은 애써 괜찮아. 하고 짧게 답해주었다. 종인에게는 밤에 노는 것보다도 엄마가 최우선 이였다. 간호를 하고 숨 돌릴 틈이 생기면 늦은 밤과 새벽 모호한 경계선이 진 그 때, 형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또 담배를 태웠다. 날라리가 된다는 것, 제 자신이 망가진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였지만,
종인은 그들의 즐거움을 조금씩 맛보고 공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사람이 변하는 것도 한 순간이고, 사람이 죽는 것도 한 순 간이니까.
“엄마, 아들 왔어. 잘 있었어? 보일러 빵빵히 틀어놔도 된다니까. 왜 꺼놨어?”
매일 무뚝뚝한 모습만 보여주는 종인이였는데, 이렇게 제 엄마에겐 한없이 다정한 말투였다. 종인의 어머님에겐 초점이 없었다. 허공을 응시했고 느릿하게 종인을 바라보며 느리게 말을 더듬으며, 아들 왔구나. 하고 종인의 손을 꼭 잡아 쥐었다. 민석이 안방 문 앞에서 고모, 저도 왔어요. 세훈이도 왔어요. 하고 꾸벅 인사를 해왔고, 종인의 어머니는 그런 민석에게, 우리 민석이도 왔구나, 세훈이도 왔네. 좋은 친구들을 뒀구나. 느릿하게 답을 해왔다. 그 말에 문 앞에서 계속 기다려주던 민석과 세훈이 밝게 인사를 했고,
그들은 재빨리 몸을 움직여 환기를 하고 일을 분담해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작은 빌라의 지하, 쇠창틀이 보이는 창문은 이곳을 더욱 폐쇄적으로 보이게 해, 가슴을 더욱 시리게 만들었다. 민석은 알고 있었다. 부유했던 삼촌의 집을. 종인이 원하는 것이면 모든지 얻을 수 있던 과거를 알고 있었다. 하고 싶다는 건 다 해봤을 거다.
춤도 배웠었고, 태권도도 배웠었고, 미술도 배웠었고. 그런 종인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완벽한 집에서 고귀하게 자랐던 종인을.
하지만 삼촌의 회사의 부도로 모든 것은 붕괴되었고, 종인에게 조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종인의 친누나였던 수인누나의 죽음 역시 종인에겐 큰 아픔으로 다가왔을 거다. 특히나, 나이차이가 많이 났던 탓에 종인을 유독 아끼고 또 예뻐해 주었으니까. 치고 박고 싸우는 다른 남매들과는 다른 모습 이였다. 역시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라서 그런가, 수인누나도 그렇고 종인이도 성격이 제법 모난데 없이 자신에 일에 착실하고 또 도덕적인 사람 이였다. 하지만 지금 종인이 이렇게 변했다고 해서 민석은 종인을 미워하거나 거리감 있게 느끼지 않았다. 종인을 동정했다. 이해했다. 민석 역시도 이런 충격을 받았다면 나 또한 변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 열난다. 해열제 사올게. 민석이랑 세훈이 있으니까. 외로워말고 나 빨리 다녀올게.”
“…응.”
종인의 눈동자엔 선명하게 제 엄마의 얼굴이 담겼다. 엄마, 아프지 마. 이렇게 누워있는 거, 아빠도 누나도 원치 않을 거야. 나, 꼭 뭐라도 돼서 엄마 호강시켜줄게. 공부는 다시 잡기 틀렸는데, 나 잘하는 거 많잖아. 게임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운동도 잘하고…. 꼭 성공할게. 그러니까. 제발 엄마만큼은, …엄마는 내 곁에 계속 있어줘야 해. 나, 누나 따라가고 싶은 거, 엄마 생각하면서 지금껏 참았으니까. 엄마 집 이사가면 아픈 것도 다 낫고, 다시 행복해지자. 엄마, 정말 좋아해, …좋아해.
소년의 눈동자가 짙게 물들었다가 다시금 불타올랐다. 아직은, …아직은 삶을 포기하긴 이르다.
내 삶에 엄마가 존재하는 한, 나는 아직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존재한다.
------------------------------------------------------------------------------------------------------------------------------
어휴 길다. 당구장 뻘글 같죠? 아닌데.. 내가 당구장 씬을 얼마나 넣고 싶어햇는데..
1편 쓰기 전부터 프롤 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거임..
저기서 종인이의 저런 저런.. 음.. 먼가를 끄집어 내야 겠다. 함서 썻는데.. 어머. .웬걸.ㅋ. 그런 거 안보임.ㅠㅠㅠㅠ
오늘은 나름.. 중요한 복선도 집어넣었는데. 못 느끼면 ... 죗옹.ㅋㅋㅋㅋ
그리고, 뭔가 찬열이에게도 변화가 생긴 거 같죠..ㅎㅎ! 이제 곧 이유가 나옵니다. 종인이 번외도 머지 않았어요..ㅎㅎ
이제 찬백카디 이어줄 기류가 보인다.. 님들은 안 보인다구여? 죗옹해여..ㅋㅋㅋㅋ
늦게 와서 죄송해요 하루 늦었네요.. 하지만 제가.. 제일 성실하다고 생각했... 죄송해요..^^..
요새 답글도 못달아드리고 제가 제일 불성실한 죄인임돠.ㅠㅠㅠㅠ
요새 무슨 변덕이 들었는지, 하날 제대로 완성 못시켜서 미치겠는데.. 바카라는.. 왠지 모르게 잘써지네여.. 우울한거 라그런가?ㅠㅠㅠ
소재만 엄청 받고 소재만 늘어서.. 단편은 중간, 중간 많이 보실 수 있을거에요.
아글고.. 저 백도수니됨.. .진짜 금손작가님들쩌러..ㅠㅠ엉엉. 아방가르드 클래식다읽고, 냄새나는 반창고도 다 읽고
지금 연필과 커터칼 읽고있어여ㅠㅠㅠㅠㅠㅠ다 쩜.. ㅠㅠ 눈물 나게 쩜..ㅠㅠ 연필과 커터칼은 진짜 소름돋음.. 샤니픽+엑소픽인데..
내가 샤니픽에서 좋아했던 구도가.. 뙇..엑소픽구도도 뙇.. 작가님이 내 취향을 너므 잘아나바..작가님.. 사랑함.ㅠㅠ
근데.. 지금 언급한 이 세가지 픽들 경수캐릭터.. OMG.. 되게 특이하고 매력있고 조음.ㅠㅠㅠㅠ 평범하지 않은 경수 캐릭터.. 근데..
내 픽에서 경수는 평범한 모범생 중에 범생이네.. 친구 좋아해서 게이된거 빼면.ㅋㅋㅋ
그리고 수포하신분들..ㅠㅠ 찔리게 해서 죗옹해요.. 내가 바로 수포자라.. 내 옛날 생각하면서 쓴거니깤.ㅋㅋㅋ노여워 말아요..
자까가.. 수학못했어서 괜히 글에 심통 부린 거니까...ㅠㅠㅠ 수학과외도 받았었는데. 중상반 가놓고, 과외 끊자마자 최하반으로 떨어진 나란여자.ㅋㅋ
남이 공부 안 시키면 공부 안 하는 나란 여자.ㅠㅠㅠㅠ 엄마가 시켜도 안 하는데..;;;휴...
오랜만에 사담이돳.. 난생 처음 카레 만들어봄. 비얀코의 요리교실은 개뿔... |
어머.. 12인분임, 재료 그런거 없음.ㅋㅋㅋㅋㅋㅋ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고급?! 고체형 카레를 꺼내들었음. 내게 요리라곤 계란후라이, 라면, 김치보끔밥이 전부임.ㅋㅋㅋㅋ더 이상의 요린 해본적이 없음.ㅋㅋㅋ 비엔나 굽는거, 만두굽는거. 이런거 해봄.ㅋㅋㅋㅋ 세훈이 누나라면서, 왜 나이답지 않게 요리도 안하고 살앗냐구여?ㅋㅋㅋ 집에서 너므 곱게 자람.ㅋㅋㅋ설거지 청소 빨래.. 다 안함.. (이거 자랑아님.. 난 못된녀니야.. 엉엉.ㅜㅜㅜ) 진짜 리얼하게 냉장고 털어서 함.. 그래서 당근, 양파..(여기까지 정상적.) 비엔나..^^;;;; 애호박^^:;;;;;;;;;;;;;
....사과와 꿀이 돋보임. 난 진짜 사과맛 꿀맛 다 날줄 알았어..!! 이사기꾼! 6인분과 6인분... 마치 12인분 하려니까 엑소 요리 해주는 거 같고 저혼자 뿌듯. 헐.... 초콜릿임? 모임? ... 이런 신세계가.. 진짜 리얼 냄새만 카레냄새지.. 초콜렛..가틈.ㅋㅋㅋ ...요롷게 부셔짐... 개싱기.. 호이짜.. 내가 바로 요리사지.. ^^... 12인분이라 한번에 볶는 거 무리.. 나눠서 세번? 네번 보끔.ㅋㅋㅋㅋㅋㅋ 다섞였어...ㅋ 어차피 카레속에 들어갈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색감뛰어난.. 애호박과 당근... 그리고 함정 비엔나 일부.ㅋㅋㅋㅋ
걸쭉하니 완성...ㅋ 맛있어서 세 그릇 머금.. 하지만 다이어트한다는게 큰 함정.. 티파니가.. 163에 46이라던데.. 난 47..^^;;; 이게 뺀 거라는 함정.. .......어휴.. 죽겄다... 난 독약을 만들어씀.. 너므 마시뜸..ㅠㅠ
|
바카라 암호닉 .제 작품의 힘! 감사함돠 /_\ → \⊙♡⊙/ 헤헿.
백리님♥ 샤프님♥♥ 백백님♥ 라떼님♥♥ 토마토님♥♥백설기님♥ 국산돼지님♥
기니피그님♥♥♥ 수박님♥♥♥ 내츄럴님♥♥ 리카님♥♥♥ 에이크님♥♥ 됴미노님♥♥
징징찡찡이님♥ 하이온님♥ 이불익인님♥ 클클님♥♥ 엑소엠엑소케이님♥ 링세님♥
됴리퐁님♥♥♥ 엑소님♥ 마늘님♥♥♥ 5.31님♥ 싸막여우님♥ 찌롱이님♥됴아됴아님♥♥
하루님♥♥♥ 민간신앙♥♥♥ 돌핀님♥♥ 흰자부자님♥♥♥ 뭐라카이님♥♥♥♥ 프라다님♥
우박님♥ 몽쉘님♥ 망고님♥ 잇쨩♥♥ 비타님♥♥ 김말이님♥ 울보님♥ 이불익인님♥
미자님♥ 소담쨩♥♥♥♥ 잉여님♥♥♥ 마퍼라님♥♥♥♥ 루멘♥♥ 녹차♥ 베지밀님♥♥
푸푸님♥ 끙끙찬신님♥♥ 백현이♥ 재운이님♥ 콕써님♥108배님♥♥됴경수역님♥
브로콜리님♥ 비둘기님♥ 암내님♥ 애인님♥하루살이님♥
파랑새님♥ 빵빠레♥ 행여님♥ 설리님♥ 성게님♥ 백설기님♥ 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