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a 01
w.비얀코
*
어느 때 와 다름없이 찬열은 번화가를 돌아다보고 있었다. 이쪽 골목은 유흥가들이 몰려있어서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동네다. 마약 밀거래도 시시때때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잘 관찰해야되는 구역인데. 물론 조무래기들 시켜서 감시하라고 하면 되지만 그만큼 믿을만한 새끼들은 이 바닥에 없었다. 여자와 마약에 눈이 뒤집혀서는, 다 벗은 여자들에게 접근하는 애송이들만이 즐비할 뿐. 그래서 이번일도 직접와서 처리하겠다고 나온건데.
"김 비서, 여기 관할구역 아니지?"
“네. 여기부턴 아닙니다.”
“어쩐지, 약냄새가 진동을 하는 구만.”
“어떻게 할까요 돌아갈까요?”
돌아가긴 무슨 김준면이 약 판 값 받으러가야지, 이 골목길 안 가게중에 마약 입에 털어놓고 돈도 안준 년이 있어. 그래서 내가 김준면 시켜서 다시 가보랬더니. 뭐랬더라. 자기도 술에 잔뜩 꼴아서 그년 얼굴도 기억안나고 그 가게조차 기억이 안 난다잖아. 그래서 내가 나선 건데 이거 답 없는 짓인거 같다. 일단 중요한 것은 찬열은 준면이 아니였다. 그래서 그 여자의 얼굴이나 특징같은 건 하나도 몰랐다. 게다가 이 일대는 가게들이 밀집해있어서 그런지 여자들도 많았다.
현실적으로 그 여자를 찾는 다는 것 자체가 좀 무리인 듯 했다.
“그럼 준면형님도 같이 왔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짜증나서 다른데 감시하라고 보내놨어. 이번에도 실수하면 진짜 끝장내버린다고 했지.”
“아, 네. 형님 그럼 어디로 갈까요.”
마땅히 목적지도 없이 터덜터덜 걷기만 하다가. 사창가 앞에서 쪼그려 앉아있던 교복차림의 고딩을 발견하고 말을 붙였다.
무슨 고등학생이 지금 이 시간에 학교도 안가고 교복차림으로 여기에 있는거지? 소년을 툭툭치니 고개도 안들고 말을 내뱉는다.
“이거놔요. 나 엄마보러 왔으니까.”
“엄마? 너 엄마 여기서 일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빠가 그랬어요. 이 골목어딘가에 엄마가게 있다고 엄마 일 그만두면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그래서 어제밤부터 앉아서 불러도 보고 기다려도 봤는데. 이상한 화장한 여자만 왔다갔다 거리고 남자들만 들락날락하고. 내가 왜 이렇게 엄마 기다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엄마 아빠랑 행복하게 살고싶어요.”
이런 불쌍한 꼬맹이를 봤나. 찬열은 혀를 쯧쯧 차면서 소년을 일으켰다. 얼마나 쪼그려 앉아 있었던건지 다리에 힘을 잃고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
소년이 짧은 비명을 지른다. 발을 제대로 접질린 모양이다. 하긴 피도 안통하게 계속 그렇게 앉아있었으니 당연한 얘기일테지….
괜찮냐고 다시 손을 내밀자. 절뚝 거리면서도 겨우겨우 일어났다.
“그럼 너 엄마 여기서 계속 기다릴거야?”
“네.”
“학교는 어떻게 하고?”
“지금 제가 학교가 중요해요? 엄마도 없이 이렇게 사는 거 진짜 지긋지긋해요.”
급기야 눈물을 보이는 소년에 당황한 찬열이 소년을 다독인다. 이봐, 너 울면 형 나쁜 사람 되잖아. 울지마. 형 아무나 울리는 사람 아니야.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찬열이 백현의 등을 두드리던 손길을 멈추고 다정하게 말을 붙였다.
“애기야, 형이 학교도 다니게 해주고 엄마 찾아 줄게.”
“흑.. 형이 무슨 능력으로 그래요. 형이 대통령이에요? 경찰이에요?”
“형, 사장 소리 듣는 사람이야. 그치 김비서?”
멀뚱멀뚱 상황을 지켜보던 종인이 네 맞습니다. 사장님입니다. 저희 그룹 사장님.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소년은 나이가 많아봤자 20대 중반정도밖에 안 보이는 젊은 남자가 사장이라 그러니 못 믿겠다는 듯. 에이 형 어려 보이는데. 하고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 탓에 찬열이 기가 찬 듯, 실소를 터트리다가 주머니속의 지갑을 만지작거렸다.
“애기, 너 블랙카드라고 들어는 봤어?”
“뭔지는 알아요.. 설마 그거 있어요?”
어느새 눈물까지 뚝 그치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물어보는 소년에 찬열이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당연하지 형, 엄연히 그룹에 사장님인데.
하면서 진짜 블랙카드를 지갑에서 꺼내보인다. 신기한지 작은 탄성을 지르며 유심히 보는 소년에 찬열이 묻는다.
“너, 형 따라갈래 말래. 형 진짜 좋은 사람이야.”
“....엇. 너무 갑자기 이러면.. 결정못내리겠는데.”
“그니까. 형이 지금 시간 준대잖아. 돈 걱정 없어, 너 엄마도 찾아줘. 학교도 멀쩡히 다니게 해줘 대체 뭐가 문제야. 난 진짜 당장 따라간다고 하겠다.”
“그럼. 따라갈래요..!!”
소년의 말에 찬열이 밝게 웃는다. 종인이 옆에서 멀뚱멀뚱 서서 그럼 준면형님 일은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물으니, 찬열은 시간 많아, 나중에 해. 라며 태평하게 말했다.
사실 그 일보다도 지금 소년을 발견한게 무언가 더 큰 의미가 부여된 것 같아서 그 자체로도 이 일대에서의 충분한 수확은 있다고 생각했다.
“애기, 너 이름이 뭐야?”
“변백현이요.".
“나이는?”
“18살이요..."
백현이 대답했다. 그러고보니 입고 있는 교복이 익숙하다. 아지트 근처에 있던 고등학교 교복같은데. 아 그래 경복고등학교 였던가?
거기 명문학교 아니던가.. 공부도 하는 애가 왜 이시간에 학교도 안가고 미련한 짓을 하는 거지? 찬열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형 이름은 박찬열이야. 나이는 스물넷.”
“..아 네. ”
“너 경복고 다니지?”
“네.. 교복 보고 아신거에요?”
“아 응, 일하는 곳이 그 근방이라서.”
어색하게 말끝을 자꾸 흐리는 백현에 답답한 모양인지 찬열이 어깨에 팔을 걸친다. 형 불편한 사람 아니야. 말 편히 해도 되. 백현이 조용하게 이게 더 불편한데…
하고 말하자. 헛기침을 하며 팔을 내렸다. 확실히 고등학생을 대하기는 어려웠다.
한국에서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인지 교복을 입고 있는 소년에게 친근감있게 말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조금 생소했다.
“학교는 왜 안 갔어. 지금 벌써 10시네.”
“엄마찾는게 더 급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아프다고 담임선생님한테 전화 드리고 지금이라도 가.”
“.....아.. 괜찮은데.”
찬열이 괜찮다는 백현에게 마침 발도 삐었겠다. 학교 가는 길에 병원 들려서 진찰서 끊자, 그럼 질병지각 맞지? 부담스러워 할 필요 없어. 학교는 멀쩡히 다녀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후회 한다? 하고 말했다. 소년이 그 말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어요. 갈게요..”
“김비서, 뛰어가서 차 시동좀 켜놔.”
“네.”
정말 재빠르게도 종인이 앞서서 뛰어갔다. 다리를 다친 백현이 절뚝거리면서 힘겹게 걸었다. 보다 못한 찬열이 백현에게 업히라고 말하며 자세를 낮췄다.
백현이 싫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했더니만, 학교 안 갈꺼냐고 지금 가면 점심시간 안엔 도착할 수 있다고 타일렀다. 결국 백현이 저항없이 그냥 업혔다.
“형.. 진짜 형은 나쁜 사람 아니죠?”
“응, 형은 착한사람 한테는 착한 사람이야.”
“그럼 나쁜 사람한테는요?”
“나쁜 사람한테는 누구보다도 나쁜 사람이야.”
그 말을 끝으로 백현이 한숨을 폭 쉰다. 그럼 우리 엄마 나쁜 사람이니까 형이 찾아도 나쁘게 대하겠다. 우리 엄마 진짜 못 됐는데. 사
고 쳐놓고 아빠 앞에 나만 남겨놓고 버리고 가고. 솔직히 우리 아빤 내가 자기 아들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막 그러는데. 백현이 조용히 생각하며,
답답함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형은 사장님이니까 좋은 집에서 자라서 좋은 대학교를 나왔겠지…?
“형, 형은요. 대학 나왔어요?”
“당연하지. 형은 탄탄대로 잘살았거든. 외국에서 대학 나오고 한국귀국해서 아버지 사업 물려받았어.”
“우와. 형 진짜 상류층이구나.”
“뭘, 그냥. 남들보다 조금 특이한 삶을 살고 있을 뿐이야.”
걷다보니 공용주차장에 다와서 백현을 내려놓았다. 종인에게 전화를 해, 차를 입구까지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니 금세 나타난 흰 세단에 종인이 창문을 빼꼼 열었다.
차분하게 백현을 태우고, 찬열 역시 조수석이 아닌 그냥 뒷자리에 앉았다. 종인이 의외라는 듯 쳐다보기에 찬열이 그냥 둘러대었다.
“아직 어린데, 잘해줘야지. 내릴 때도 업어줘야되고.”
“아. 네. 형님이 뒤에 타시니까 어색해서요.”
“신경끄고 운전이나 잘해.”
찬열이 옆을 슬쩍 보니. 피곤했던 모양인지, 머리를 창문에 기대고 자고 있다.
창문에 기댄 백현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놓은 찬열이 알수없이 들뜬 기분에 미소를 띈다.
*
몇십분 가량 지나고 종로 시내에 도착했다. 찬열은 백현을 깨웠다. 일어나라고 말해도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안보여서, 흔들어서 깨우니 그제 서야 반응을 하는 백현이였다.
“어젯밤에.. 잠을 한숨도 못자서.”
“..미련하게 왜 그랬어.”
“아... 다왔어요?”
“응. 다왔어.”
찬열이 차에서 내리면서 자동적으로 자세를 낮추었다. 백현이 옆으로 슬금슬금 발을 땅에 붙인 채로 차끝으로 오더니 바로 업혔다.
아마도 바로 차에서 내리지 못한 이유 역시 발이 아파서 였나보다. 발을 심하게 삐었는지. 살짝만 닿았는데도 작은 소리를 낸다.
“아.. 아파요.”
“하필 사람도 많이다니는 종로 한복판에… 오전시간 때라 그나마 다행이다.”
근처 병원건물로 가는데 뒤늦게 차문을 닫고 온 종인이 그 옆을 따른다. 찬열이 웃으며 말한다. 뛰어가서 엘리베이터 버튼좀 눌러놓고 와라.
종인이 순간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래도 나름 비서직인데…복도를 걸어서 엘리베이터까지 온 찬열이. 종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번 달에 팁줘야겠네. 라고 한다. 종인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형님 그러지 않아도 이미 들켰네요. 형님이 저 꼬맹이 좋아하는 거.
올라가는 내내 백현을 업고 있던 찬열이, 백현의 한마디 말에 당황하며 백현을 내려놓는다.
“저기 여기.. 엘리베이터라서 저 서있을 수 있는데.”
“아. 맞다 그랬지.”
그런데 금세 엘리베이터가 띵 하는 소리를 내자 자동반사적으로 찬열이 다시 자세를 낮춘다. 그 모습에 백현이 웃으며 다시 업혔다. 종인 역시 같이 웃어버렸다.
접수처에 접수를 하니 오전이라 사람이 없는지 바로 들어갔다. 의사가 요리조리 백현의 발을 만지며 여기는요? 여기 아파요? 하면서 발을 꾹꾹 눌렀다.
백현이 아픈지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네 거기 아파요. 아 거기도요. 하면서 발을 꼼지락 거린다.
“양쪽 발 다 그런 거 같은데. 왼쪽발이 조금 더 범위가 크네요.“
"아, 네."
“당분간 물리치료 받고, 또 열 파스라고 있거든요. 그거 매일매일 붙여주세요.”
“무리하게 걸어 다니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안정이 최우선이에요.”
백현이 치료실로 들어가서 전기치료기를 발 양쪽에 부착했다. 찬열은 그런 백현을 지켜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간호사가 멀뚱멀뚱 서있는 찬열에게 보호자는 대기실에서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하고 말을 해 찬열이 잔뜩 기분이 나쁜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다. 종인은 차분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종인. 이 병원 서비스가 왜 이래.”
“왜요. 꼬맹이 치료 잘 못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나보고 나가라잖아.”
“....풉. 형님. 당연히 그런데는 그냥 누워서 치료받는 곳이라 보호자가 안 들어가도 되요.”
종인의 말에 찬열이 틱틱대며, 너 팁얘기 취소. 라고 말한다. 그런 찬열의 말에 종인이 더 웃는다.
형님 이런 모습 진짜 처음 보는 거 같네요. 신기하다.
*
치료를 다 받고 양발에 얆은 붕대를 붙이고 돌아온 백현이, 붕대를 감아서 인지 신발이 잘 안 신어 진다며. 조금 툴툴거리며 신발끈을 푸르고 느슨하게 다시 묶었다.
그리고 다시 똑바로 제 자리에 섰는데, 찬열이 제 바로 눈앞에서 등을 보인 채로 자세를 낮췄다. 또 업히라는 소리같은데….
“그냥 좀 삔거래요. 저 걸을 수 있어요.“
“붕대는 왜 했어 그럼.”
“그 열 파스.. 때문에 떨어지지 말라고.”
“됐으니까 업혀.”
막무가내로 업히라고 하는 찬열에, 저 진짜 괜찮은데….하고 작게 말하는 백현이였지만, 백현을 업고 걷는 게 혼자 걷는 거 보다 더 편하다며 웃는 찬열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가 없었다. 그냥 조금 자신에게 과한 친절을 베푸는 찬열이 조금 신기했고, 또 기분이 나쁘지도 않아서였다. 또 업힌 채로 엘레베이터 앞에 섰는데, 아까 백현의 말이 기억이 났는지 찬열이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마자 백현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엘레베이터가 그렇게 느릿하게 움직이진 않기에, 금세 열리는 엘레베이터 문에 다시 찬열이 백현을 업었다. 종인이 엘리베이터의 열림버튼을 꾹 누르고 있었다. 백현을 업은 채로 찬열이 종인에게 핀잔을 줬다. 설마, 금방 올라가기야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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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 시동.”
“…진짜 팁안주면 안되겠네요.”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마자 종인이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양복차림으로 뛰어가는 종인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들었다.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꽤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어느덧 사라진 뒷모습에 찬열이 백현을 업은 채로 편안하게 건물상가의 복도를 걸어서 나왔다. 왠지 모르게 종인의 생각도 나고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찬열도 웃고, 백현도 웃었다.
“형, 진짜 좋은 사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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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아픈 짓 또 시작했네요.ㅋㅋㅋㅋㅋㅋㅋ 무려 조직조폭..물..ㅋㅋㅋㅋㅋㅋㅋ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나서 접고 접다가.. 캐릭터상.. 딱 인.. 찬백이들을.. 대입했습니다.
.아 예쁘다 생각만해도 예쁘다. 근데 문제는 제 글체가 아님.ㅋㅋㅋㅋㅋㅋ 생각으로는 진짜 대작 낼 수있는데.
내 비루한 손꾸락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망..ㅋ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은 생명..ㅋ.ㅋ!
발다친건 제가 직접다친경험담을 토대로...ㅋㅋㅋㅋ... 정말 오래앉아잇으면 피안통해서 다리 심하게 접질릴수 잇숩니당.ㅋㅋㅋㅋ
댓글없으면.. 저 담편 연재안할듯..ㅠㅠ.. 밥줄인 댓글좀주십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