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a
w.비얀코
*
가족사진에 있는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없겠지만, 아무 것 도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절실하게 느껴졌다. 백현이 소중하게 액자를 손으로 쓸어본다, 그 모습은 왠지 모르게 찬열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엄마를 그리워하고, 또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그 모습. 집엔 잘 들어오지도 않고, 엄마는 본 적도 없고. 물론 찬열은 어머니가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찬열이 10살 때 이혼을 했다. 가끔씩 찾아오시는 어머니가 반찬거리를 냉장고에 넣어놓고 가지만, 찬열과 직접적으로 마주친 적이 거의 없다.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아들 잘 지내. 하고 더 이상의 말도 없이 가버리니까.
“엄마, 찾아줄게. 꼭 찾아줄게.”
“형…,진짜 …저 엄마 많이 보고 싶어요...”
나도 보고 싶다, 백현이 어머님이랑, 우리 엄마.
“형이 며칠만 사진 빌려도 될까? 여기저기 알아보고 금방 가져다줄게.”
“아…. 네.”
조금 뜸을 들이며 대답하는 백현이 한 숨을 쉬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가족사진. 그리고 엄마의 부재. 남에게 한 장밖에 남지 않은 사진을 빌려준 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인데, 어쩐지 제게 너무 잘해주는,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바보같이 티가 나는 찬열의 앞에서는 거절을 할 수 없었다. 그냥 단지 무언가 크게 마음을 지배해버려서 그저 찬열의 말을 고분고분 듣게 되었다. 액자를 찬열의 손에 넘겨주고, 가방정리를 하던 백현이, 문제집과 책더미들을 들고, 이건 어디다 놔요? 하고 물었다. 서재문을 열어주자 빼곡한 책장에, 형도 책을 읽어요? 하고 묻는다. 죄다 성인이 돼서는 잘 읽지 않았던 책이다. 제목만 보니 내용이 기억 안나는 책도 많았다. 백현의 손이 닿기 쉽게 찬열이 책 몇 권을 빼서 두 번째 윗칸에 꽂아 놓는다. 그러고보니 책장이 꽤 높은편이다. 천장과 조금 떨어져있긴 하지만, 책장위에 무언갈 놓을만한 자리는 못되었다. 교과서는 보통 학교 사물함에 두고 다녔기 때문에, 작년에 필요할만한 사탐교과서만 몇 개 가져왔다. 문제집역시 작년에 배웠던 국,영,수,사탐 고등학생의 필수 과목일 뿐이였다.
“사회탐구 영역하나보네. 과학 안하는 구나.”
“아, 네. 과학 머리아파서 못하겠어요.”
“화학은 할만하던데, 물리가 머리 아프고.”
“화학은… 화학식… 물리는… 물리식… 수학은 할만한데… 과학은 그렇게 어려운것도 아닌데 원소기호 있고 그냥 더하면 되는거 같은데 변형되고 몇 번 외울게 생기면 짜증나서 못 해먹겠더라구요.”
칭얼칭얼 거리는 백현이 귀여워서 찬열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럴 수 도 있지, 사람이 잘하는 것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는거야. 난 오히려 과학이 좋던데, 단순히 하나하나 뭐가 뭔지 외우고, 조합해서 식으로 풀어내고, 그걸 외우고. 일련의 반복이라, 오히려 사회쪽 과목보다는 외울게 덜 한 거 같은데. 하고 말을 하자. 백현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래서 찬열 역시 똑같은 표정으로 백현을 봐줬다. 그러니까 뭐가 그렇게 웃긴지 막 웃는다.
“형.. 콧구멍 커졌어요.”
“뭐..?”
“꼭 공룡같아요. 막 코에서 불 뿜을거 같아요.”
“공룡...? 확 잡아먹어버릴까 보다.”
“.....잘못했어요, 형.”
찬열이 백현의 머리를 마구 헝트려놓자, 백현이 울상을 지으면서 하지마요 하고 소리를 빽하고 지른다. 하나부터 열까지 안 귀여운 구석이 없다. 그래서 찬열은 백현의 볼을 한손에 붙잡고 쪽쪽 버드키스를 했다. 부드럽게, 짧게 촉촉이며 떨어지는 입술에 백현이 또 한숨을 쉬면서 또 애취급한다. 라고 말해왔다.
“형도 남잔데. 자꾸 그렇게 도발하면 진짜 잡아먹어버릴거야.”
“으…, 미안해요. 전 믿어요, 형은 좋은 사람이니까….”
좋은 사람, 그 좋은 사람이란 말의 정의는 무엇일까? 단순히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지 않는 청렴한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문득 드는 생각에 찬열이 해답을 냈다. 내가 어떤 사람이건 중요하지 않다, 단지 백현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그만이다.
“조금만 더 크면, 잡아먹으려고 아껴두는 거야.”
“진짜 아저씨 같다. 능글맞아요…!”
“백현이한테 아저씨 소리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맨날 아저씨라고 부를까보다.”
개구지게 웃는 백현의 턱을 든 채로 또 한번 입술을 맞대었다. 이번엔 조금 깊게, 백현의 열린 입술틈새로 혀를 파고들었다. 자연스레 백현이 까치발을 들었다. 백현의 키가 그다지 작은 키가 아닌데도 찬열의 키는 백현과 머리하나 정도의 차이가 났다. 혀가 부드럽게 얽히고 설켰다. 키스를 해본적은 없는데, 백현은 왠지 모르게 찬열이 키스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찬열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움직여본다. 느릿느릿한 속도와 질척이는 느낌, 숨이 차서 잠시 찬열을 밀고 숨을 헥헥대며 몰아쉬는데 찬열은 느긋하게 웃는다.
“하아…, 형은 숨도 안차요? 내 숨 다 뺏어 가놓고.”
“백현이 숨을 다 먹어버려서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 하지 마요. 저 진짜 닭살 돋아요.”
“그럼 어떡해, 이렇게 예쁜데.”
백현의 볼을 양손에 잡고 꼬집은 찬열이. 책정리 다 끝났으니 옷 정리하자고 백현의 손을 붙들고, 거실에 놓아져있는 보조가방에서 가지런히 포개어져 있는 옷들을 꺼내어 드레스룸으로 갔다. 찬열이 다 들고 가는 바람에 빈손으로 쫄래쫄래 따라가는 백현이 옷걸이를 집어집어 들고, 찬열의 손에 들고 있는 옷가지들을 옷걸이에 하나 하나 건다. 사복은 별로 몇 개 없는 편이라 바람막이 한 개와 후드 집업 세 개와, 후드티 한 개, 청바지 3개, 흰 반팔티 3개가 고작이였다.
다 걸고, 찬열의 손에 남은 속옷을 휙 집어든 백현이, 말까지 더듬으며 물어온다.
“이…이건 어디다 놔요?”
“내 옷장에 같이 놔, 형이 혼자 살아서, 따로 옷장이 없다.”
“아….”
벙쪄있던 백현이 찬열의 손에 이끌려 옷장앞에 섰다. 제일 윗칸을 열어주며 여기가 속옷 넣는 곳이야 하고 알려주는 찬열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남자끼리 그냥 옷을 정리하는 것일 뿐인데 왜이렇게 민망하고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아 그냥 남자끼리는 아니구나 뽀뽀도 하고 키스도 했으니까.
*
가까스로 옷 정리를 끝내고, 남겨져있던 가방정리를 한 뒤, 찬열과 백현은 편안하게 쇼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무료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같이 있다는 것에 기쁨이 배가 되었다. 재밌는 것이 더 재밌고, 슬픈 게 나와도 왠지 슬프지 않았다. 들뜬 마음을 감출 수 가 없다. 두근대는 심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건 명백한 사랑이라고.
어제와 같이 저녁 메뉴를 정하고,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정말 별거 없는데, 둘이 붙어서 만드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백현이 두부와 김치와 파를 썰었고, 찬열이 김치를 볶고 그 후에 재료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별거 없었던 저녁상이, 매번 혼자 먹던 저녁이 둘이라서 다르게 느껴졌다.
두부만 골라서, 밥위에 올려놓는 백현의 모습이 꼭 애같아서, 찬열은 밥을 먹다가도 몇 번이고 웃었다.
“아, 밥 먹고 뭐하지…”
“글쎄요…, 전 오늘 학교에서 배운거 복습….”
“형이랑 같이 안 놀고, 따로 그러기야?”
“같이 할게 있긴 해요…?”
“…없지.”
밥을 다먹고 일어선 찬열이, 싱크대에 그릇을 담그고, 핸드폰에 맹렬하게 울리는 카톡소리에 짜증을 내며 카톡을 읽었다. 원래 이 소리가 시끄럽고 싫어서, 소리 안나게 해놨는데. 김종인이 카톡 답장 바로 안한다고 하도 들들볶아대는 통에 짜증나서 키운다고는 했는데…. 단체카톡은 정말이지, 시끄러웠다. 액정의 확인버튼을 누르자 보이는 건 역시나 단체카톡이였다. 김종인 도경수 그리고 나
‘형님 뭐하십니까? 그 고딩애기랑 같이 있습니까?’
ㄴ헐…, 진짜요? 아예같이 살기로 한거에요? 형님.. 대박. 그렇게 안봤는데’
‘형님 스답좀 하십쇼. 카톡불나는거 안 보이십니까?’
‘…아 진짜 궁금하다. 종인이 말로는 그냥 귀엽게 순하게 생겼다 그러든데.’
‘ㅇㅇ, 진짜 애처럼 생겼음. 우리 형님 취향 …쇼타콤이였나봄.’
이렇게 보내져있는 카톡을 보고 단번에 열받은 찬열이 장문의 카톡으로 답을 했다.
‘우리 백현이 애기 아니야, 18살이야. 아 조금 죄책감들기는 하다만, 얘도 알 거 다 아는 나이고 음, 아예 같이 살 거야. 내가 데리고 살 거야.
관심꺼라. 어차피 내가 키울 건데. 너네가 뭔상관.‘
‘형님, 백현이 데리고 나와봐요. 도경수가 꼬맹이 보고 싶다고 저 귀찮게 구니까’
‘귀찮게는 무슨.. 저 진짜 백현이 보고 싶어요 형님. 나와서 소개나 시켜줘요.’
‘알겠어, 너네 딱 기다려.’
하고 단답을 하니 어디 있는지 딱 말하는데 가게이름이.. 아 우리아지트에서 사들인 클럽이다.
백현이 미성년잔데…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어차피 사장은 찬열이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옷이 문젠데… 아무래도 찬열의 옷을 입히는게 가장 좋을 거 같다고 판단한 찬열이, 백현에게 같이 나갔다 오자고 말을 하며, 자신의 옷을 찾아다, 백현이 앉아있는 의자 옆 의자에 놓고, 다 먹고 나서 이거 갈아입어. 하고 말한다. 백
현이 밥을 다먹고 일어서서 어디가는데 수트를 입어요? 하고 묻는다.
“형, 회사사람인데, 그 친구가 너 보고 싶대서.”
“에…? 저를 어떻게 알아요…!”
“그 매일 내옆에 따라다니는 김비서랑, 김비서 애인.”
“.…제가 그런 자리에 껴도 되는 거에요?”
“너가 보고 싶다니까 너가 주인공이지.”
싱크대에 그릇을 다 담궈놓고, 의자에 올려져있던 와이셔츠와 마이, 정장바지를 입었다. 교복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한번도 입어본 적 이 없어서 어색하기만 했다 거울을 보며, 문제점을 발견한 백현이…, 형 바지는 못입겠어요 하고 작은소리로 말한다. 바지가 한뼘가량 길다. 접을 수도 없고 애매해서, 그냥 교복바지를 입은 백현이, 그렇게 교복같지 않다고 샐쭉 웃었다.
“이상한 조합이긴 한데, 생각외로 어울리긴 하네.”
“형은 그대로 나가도 될거 같아요.”
“응 그러려고. 머리만 조금 만지고.”
찬열이 자신의 방 거울앞에서서 서랍장에 있는 왁스를 꺼내어 앞머리에 바르고 올린다. 결대로 따라 올라가는 찬열의 앞머리가 빳빳해졌다.
앞머리를 올리니 훨씬 뚜렷한 이목구비에 백현이 침을 꿀꺽 삼켰다. 처음보는 모습이였다. 멋있다.
“백현이 너는 머리는 안 만져도 될거같은데..”
“아, 네 괜찮아요. 빗기만 할게요.”
서랍장위에 올려져있는 빗으로 머리를 빗고, 찬열의 옆에 섰다. 누가 봐도, 삼촌 옷입은 조카와, 막내 삼촌 같은 모습이였다. 민망함에 쭈삣 거리자 찬열이 왜 그러냐며 이제 나가자고 백현을 재촉했다. 나가서 차를 타고, 유흥가 쪽으로 향하는 찬열의 모습에 백현이 얼굴에 물음표가 그려졌다. 정말 어떤 클럽앞에서 차가 멈추고, 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찬열에 백현이 눈을 크게 뜨고.. 조용히 속삭인다.
“온다는 데가 클럽이였어요? 으아…, 저 미성년잔데..”
“조용히 해, 어차피 형 회사사람이 운영하는데라서 나랑 있으면 상관없어.”
“아…, 네.”
클럽안으로 들어서자 시끄러운 음악이 쿵쿵대며 울렸다. 찬열이 시끄러운지 손으로 한쪽 귀를 막고 인상을 쓰며 걷다가,
양손으로 귀를 막고 걸어가는 백현을 보고는 자신의 손으로 귀를 대신 막아주었다. 백현이 그런 찬열을 보고 선하게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어, 박사장님. 아까 김비서님이랑 도실장님이랑 5번룸잡으셨는데.”
“아, 네. 수고하세요.”
그러고 보니 오는 내내 카톡을 확인을 못했다. 시끄럽게 울리기야 했지만 운전중에 보는건 또 그래서 싸그리 무시했었다. 백현의 귀를 막고 있던 오른손을 때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확인해보니. 카톡이 30몇개가 와있다. 물론 중요하지 않은 재촉글이 대다수였고 5번룸이라는 것도 적혀있었다. 답장을 보낼까. 했는데 보내기도 전에 먼저 룸앞에 와서 그냥 무턱대고 문을 열었다.
“아…….”
찬열이 자연스럽게 백현의 눈을 가렸다. 사람을 불러놓고 왜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쇼파에 눕혀진 도경수와, 그 위에 올라타서 입을 맞추는 종인의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자, 원상복귀 된 모습으로, 차분히 쇼파에 앉는다. 물론, 백현은 보았다. 멀쩡한 두 남자가 야시꾸리하게 누워서 키스하는 모습을..
그렇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지 않은 체 했다.
“와…. 답장안와서 언제 오나 했더니 말도 없이 오십니까, …형님!”
“온다고 했으면 얌전히 기다려야 할 거 아니야. 이게 무슨 짓이야.”
“……저도 창피해요 형님. 솔직히 저 꼬맹이랑 저는 초면인데.”
찬열이 바로 뒤에 있던 백현의 손을 잡고 룸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옆 쇼파에 앉은채로 백현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봤으려나…?,
그러나 백현이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받아쳤다.
“창피는 무슨. 내 뒤에 있었으니까 안봤을거야. 그치?”
“…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경수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백현은 그런 경수를 보면서 초면인데도 왠지 웃음이 났다.
분명 나이는 자신보다 많을텐데 표정과 행동은 연기를 하지 못했다. 너무 솔직하게도 다행이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종인이 한테 말 많이 들었어요. 찬열사장님이랑 동거…? 시작하셨다고..”
“아…,동거맞아요….”
“헐…. 사겨요?”
“으…. 그건 모르겠어요….”
묘하게 웃음짓는 경수가 도끼눈을 한 찬열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결국 경수가 아무말도 못하고 종인의 팔을 붙들고 흔들자 종인이 대신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 가셨습니까 형님.”
“이것들이 미쳤어…?”
“왜 그러십니까 형님. 전 지금 형님의 가장친한 친구로써 궁금해서 묻는 건데.”
절때 밀리지 않겠다는 듯 말하는 종인에, 찬열이 웃었다. 김종인 이거 도경수 때문에 겁대가리를 상실했나보다.
“입술까지.”
“와…, 대박 역시 아무일도 없을 리가 없었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형님.”
백현은 옆에 앉아서 괜히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형수님 얼굴좀 보게, 고개 숙이지 마요. 괜찮으니까.”
“헐…. 도경수 지금 저 꼬맹이보고 형수님이랬냐??”
“그럼 형님 애인이니까 형수님이지…!!”
“조용히 해. 너네들 너네 때문에 백현이가 이러잖아..”
고개를 숙이고 한마디도 못하고 있던 백현이, 찬열의 괜찮으니까 고개들어도 되.하고 웃는 찬열의 목소리에 고개를 조심스레 들었다.
찬열이 뭐라고 해서 그런지 종인도 경수도 아무 말 없이 멀뚱멀뚱 있으니 찬열이 답답한지, 소개 시켜주려고 온건데…. 너네 뭐하냐. 백현이한테 자기소개나 해. 하고 말을 했다.
“난 말안해도 많이봐서. 김비서 형이야. 22살이고. 사장님 옆에서 일셔틀을 하고있어.”
그 말에 경수가 뭐가 그렇게 웃긴지 웃는다. 왠지 특별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싶은 경수가 말까지 더듬어가면서 자기 소개를 했다.
그런 경수가 더 웃긴 종인이 다 티나게 비웃었다.
“우리회사에서 우,…우월한 실장인 도경수라고 해. 나는 스물셋이야.”
그 말에 조금 불편하게 굳어있던 백현도 편안하게 웃었다. 물론 이미 찬열과 종인은 쇼파를 내리치며 웃고 있었다. 민망한지 경수가 미안. 이라고 짧게 말하니까. 이미 룸 안 가득 웃음이 번졌다. 백현은 경수가 어렵지 않은 사람이란 걸 단박에 깨닫고, 용기 내어 팔을 내밀어서 악수 했다. 그 친절에 경수가 몸 둘 바를 몰라하며, 아이고 형수님. 하고 손을 덥썩 잡고 손을 흔들었다. 그래서 찬열과 종인이 죽어라 웃는다. 아 진짜 외계인 같아.
“형님, 분위기도 좋은데 술시켜도 되요?”
“여기 고딩있는데 술은 무슨 술이야. 나 운전해야 되.”
“에이. 대리기사 부르세요. 형님. 뭘 그래요. 고등학교때 술 안마셔본 사람처럼.”
“…얜 진짜 순둥이라서 안되.”
“그럼 옆에 앉혀놓고 형님만 드세요. 그럼 되잖아.”
김종인을 방패막이 삼고 무서울게 없단 듯이 말을 툭툭 내뱉는 경수에, 결국 종인이 홀벨을 누르고 주문을 한다.
데킬라 샷으로 3개랑, 애플마티니랑 과일안주 가져다 주세요. 옆에 박사장님계시니까 서비스 많이 주세요.
“말은 분명 우리끼리만 먹자, 그러고 왜 네 잔을 시켜?”
“이럴 때 먹지 언제 먹겠습니까. 형님. 그냥 한번쯤 해보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김종인 지금 나랑 장난치냐?”
“한번쯤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뭘 겪는데... 하고 물어보려던 찬열이 그냥 입을 닫아버린다. 오늘일은 기억해두겠어 김종인, 도경수. 너네 두고보자.
금세 술이 들어온다. 백현은 진짜 당황해서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데. 적극적인 도경수가 백현에게 칵테일을 손에 쥐어주고. 마셔 그냥 사과맛나. 맛있어. 하면서 샐쭉 웃었다. 그 꼬드김에 넘어간, 백현이 한모금 꿀꺽 삼킨다. 사과향도 나고…. 독한 탄산음료같다…. 데미소다가 생각났다.
찬열이 말리려는 찰나에 두모금을 마신 백현이 아무렇지도 않다며 웃었다.
“저거.. 보드카 섞은 칵테일이잖아.”
“에이 그래도 맛은 있는데. 형님 좀 봐줘요.”
“.…백현아 그거 다 마시면 안되. 못마실거 같으면 형 줘.”
“……왜요? 생각보다 먹을만 한데.”
아무렇지도 않게 한모금 또 꿀꺽 삼키는 백현에, 찬열이 백현의 손에서 칵테일잔을 뺐는다. 하지만 괜찮다고, 다시 달라고 찡찡거리는 백현에게 결국 지고 말았다.
다시 돌려주니, 옆에서 뭐가좋은지 시시덕대며 웃는 종인과 경수가 눈에 보였다.
“형님, 술이나 드시죠. 저희 지금 손 떨립니다.”
말없이 술잔을 드니 이 바보들이 잔을 짠하고 쳤다. 얼떨결에 백현의 잔을 잡고 유리잔을 부딪히는 경수가 뭐가 그렇게 좋은지.
또 바보같이 웃으며 무어라고 외친다. 우리의 청춘을 위하여…. 청춘은 개뿔.
얼떨결에 잔을 부딪힌 백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그 말을 따라했다.
*
이럴 줄 알았다. 술에 약한 도경수는 김종인에게 들러붙어서 혀짧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찬열과 종인 단 둘 뿐이였다. 백현이는 몸도 못 가누겠는지 비틀비틀 거리며 찬열의 뒤에 딱 달라붙어있었다. 희미하게 끙끙거리는 소리에 왠지 모르게 흥분이 되어 입을 맞추려다가, 종인이와 눈을 마주치는 바람에 포기했다.
“백현아? 괜찮아?”
“으엉…. 안괜찮아요…. 토할거같아….”
“그러게… 조금만 먹고 형주랬잖아. 그걸 다 마시냐?”
“미안해요. 형….”
속에서 넘어 올 거 같은지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 백현을 부축하며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등을 두들겨주니 헛구역질을 하면서 위액을 두어번 쏟아낸다. 미안함도 들고, 안쓰러워서 계속 등을 두들겨주면서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고개를 흔든다. 세면대로 가서 입을 헹궈내고 그제서야 입을 여는 백현이 내뱉은 말은 빨리 집에 가요. 였다. 피곤한지 자꾸만 꿈벅꿈벅 눈을 감으며 찬열의 품으로 쏙 들어왔다. 진짜 피곤한 모양인지. 눈을 감고 찬열에게 기대어 복도를 걸었다…. 시끌벅쩍한 클럽을 지나가면서도 눈을 꼭 감은 채로 찬열에게 의지하고 있을 뿐이였다.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서 차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다리에 힘까지 풀리는지 주저 앉을 뻔한 백현이 찬열의 손에 이끌려 다시 위로 올라왔다. 술기운에 잠이 오나보다. 차문을 열어주고 백현을 보조석에 태우고 차에 올라탔다. 설마 단속에 걸리진 않겠지.
“무리하지마…. 형 걱정된다.”
“괜찮아요….”
“백현아 자도되. 형이 집까지 너 업고 갈거니까.”
“네….”
정말 말과 동시에 눈을 감은 백현이 깊게 잠에 들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찬열이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한다. 다행히도 단속을 하지 않는지 도로는 싸늘했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이였다. 막힘없는 도로를 단번에 운전해서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백현은 잠이 깊게 들었는지 정말 꿈적도 하지 않았다.
쭉 쳐져있던 백현을 업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집에 와서 신발을 벗고, 업혀있던 백현의 신발도 조심히 벗겨내고, 침대에 눕혀놓은 채 마이를 벗기고 와이셔츠 단추를 조금 풀어두었다. 왠지모르게 드는 야한 생각에 백현의 목에 입을 맞출 뻔 했다. 조심히 양말까지 벗겨내고, 나는 평상시에 자던데로, 불편한 옷들을 벗고, 흰나시와 반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잠들려고 누웠는데. 백현이 무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궁금함에 도저히 그냥 잠들 수 가 없어서 멀뚱멀뚱 눈을 뜨고 있는데 다시 들려오는 소리가 웅얼웅얼하긴 하지만 정확히 들린다.
"찬열형. 사랑해…."
잠에 취해 작게 중얼 거리는 목소리가 달콤했다. 찬열은 그런 백현의 이마에 입술을 맞대었다. 나도 너 사랑해, 백현아.
------------------------------------------------------------------------------------------------------------------------------------------
시방.. 이게 머시단가.. 작가가.. 글 진짜 오질나게 못쓰네요.. 저 글쓰다가 나자신한테 너무 화나씀.. 딱 진행과 소재는 1편 2편이 좋았어요..
괜히 장편했다 ㅠㅠㅠ 기다려주신 분들께 너무 미안하네요.. 사실.. 오늘 하루종일 이거 쓰다가 끙끙앓았음.(진짜 아픈게아니라.. 손이 굳어서 글이 안써짐)ㅠㅠㅠ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카디 대령이요..ㅋ.. 카디 떡은 먼미래에..... 찬백떡은 머지않은 훗날에..ㅋ..
백현이가 아리랑에서 빨간 수건 얘기를 했어요 ㅋㅋㅋㅋㅋ노란수건 2탄임. 진짜 귀여워요 오늘은 빨간 수건을 써볼까? 이러면서.. 아. .진심으로
빨주노초파남보 수건 세트로 조공해주고 싶으다.. 백현이 생일파티 가고 싶어요.. 저어차피 백순데.. 흐그흑..ㅠ
제가 너무 연재속도는 하루에 한번씩 잘올리고.. 참 갠찮은거같은데 어째 점점 뼈대가 제 글에 묻히는거 같아요.. 제가.. 실력이없나봐요 털썩..
솔직히 연재속도.. 일주일에 한번씩으로 바꾸면.. 잘쓸수 있을거같음.. 하지만.. 하루만에 다쓰고.. 6일을 놀겠죠.. 하.. 비루한 저.ㅠㅠ
빨리 진행해야죠.. 그래야.. 찬백진도도 빼고.. 즐겁게 글을 쓸 수있을거같아요.. 초반부라.. 힘드네요.. ㅠㅠㅠ.. 댓글 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큰 힘이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