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 "이렇게?" "아, 씨, 김명수!" 시끄러운 낯선 소리에 저절로 눈이 뜨였다. 상체를 일으키자 허리에서 동통이 느껴졌다. 중력이 강해진 듯, 온 몸이 무겁고 뻐근했다. 하긴, 섹스를 2번 연달아 했으니 당연한 결과이긴 했다. 우현에게 이끌려 나른한 몸을 씻어 찝찝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푹 잔것 같았다. 섹스를 격하게 한 탓도 있지만, 우현의 덕이 제일 큰 듯 했다. 문득 옆자리를 보니 우현이 없었다. 잠시 나갔나? 일단 우현을 찾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브리프만 입고 있었지만, 제 차림새를 따질 정신 따위 되질 않았다. 게다가 아픈 허리때문에 옷을 입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까의 낯선 목소리를 기억해내 그냥 하얀 이불을 몸을 둘둘 감싸고 침대 밑으로 발을 디뎠다. "남우현 아직 멀었대?" "거의 다 왔대." "나간지가 언젠, 어, 누..구?" 성열의 말에 명수도 고개를 돌려 성규를 보았다. 이불을 감싼 채, 놀랐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성열과 명수는 처음 본 얼굴, 게다가 남우현 집에서 막 일어난 것 같은 행색의 성규에 꼼짝없이 벙쪄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성열의 눈에 띄인 건 성규의 목덜미에 있는, 차마 가려지지 못한 키스마크였다. 나, 남우현 이 새끼 뭐야... 설마 하는 생각과 묘한 정적 속에 입도 못 다물고 있을 때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 일어났어?" 우현의 질문에 성규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이 그런 성규를 흐뭇하게 웃으며 보다가 성규의 행색에 급히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성열과 명수, 즉 외간 남자들도 있는데 어디서 그런.. 우현은 빠른 걸음으로 아직도 멍해 있는 성열과 명수를 지나쳐 식탁 위에 금방 전에 사온 케이크를 올려 두었다. 그리고 다시 하얀 이불에 묻힌 성규에게 다가와 뒷목과 무릎 뒤에 손을 넣어 그대로 올려 들었다. "아, 아저씨!" 성규의 다급한 외침을 뒤로하고, 우현은 성규를 안은 채로 유유히 제 방을 향했다. 그리고 우악스러웠던 손길과 달리 침대에 조심스레 성규를 앉혀 놓았다. "누가 이렇게 입고 있으래." "아, 안 되요?" "다른 남자들도 있는데 당연히 안 되지. 자, 여기, 팔 만세." 성규는 우현의 말에 팔을 위로 향해 들어 올리자 금새 옷을 가져온 우현은 살살 윗옷을 입혀 주었다, 이내 츄리닝 바지도 똑같이 입혀주었다. 처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몸을 보여 주지 말라는 말을 들은 것은. 더 보여줘도 돼, 얼른 보여줘, 니 몸을. 벗어봐, 빨리. 매음굴에서 매일같이 들어 왔던 말과는 차원이 다르게 따뜻한 말이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마저도 서려있는 온기가 대단하게 컸다.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한 기분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것 같았다. "허리는 괜찮아? 어제 너무 격해서 많이 아플텐데." 걱정이 가득한 말임에도 우현의 말은 성규의 얼굴이 확 달아 오르게.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아직도 어제의 기억이 부끄러울 정도로 선명했기 때문이리라.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짜릿했던 우현의 애무와 우현과의 섹스, 그리고 마지막에 제가 위에 올라타 이성을 잃고 허리를 흔들었던 것까지, 뭐 하나 빠지는 기억이 없었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더더욱 빨개진 성규를 본 우현의 입꼬리가 피식 올라갔다. 부끄러워 하는 성규가 귀여운 것이 첫째이고, 어제 제 밑에서 허덕이던 성규가 떠오른 것이 둘째 이유였다. 하여튼, 평소엔 귀여우면서 섹스할 땐 미치도록 섹시하단 말이지. "근데.. 밖에 누구에요?" "아, 놀랐지? 내 친구들인데, 일단 가서 얘기하자." 우현의 말에 고개를 짧게 끄덕이고 몸을 일으켜 먼저 나간 우현을 쫓아갔고, 따라간 부엌에는 아까의 남자들이 티격태격 싸우며 요리를 하고 있었다. 식탁 위엔 이미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잡채, 미역국과 다른 몇가지 반찬들이 보였다. 야, 우현의 간단한 부름에 둘 모두 동시에 하던 요리를 멈추고 제 쪽을 바라보았다. "그니까, 둘이 사귄다, 이거지?" "어." 우현의 짧고 굵은 대답에 식탁 위에 이상한 정적이 흘렀다. 딱히 조용해질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자리 잡은 정적에 성규가 갸우뚱했다. 우현과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라던 성열과 명수는 각각 변호사와 심리 치료사였다. 음, 그리고 지금까지 파악한건 성열은 말이 정말 많았고, 명수는 좀 잡혀있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수다스러웠다. 그리고, 저와 우현의 관계에 대해서는 처음 접한 듯 싶었다, 이렇게까지 놀라는 걸 보면. 정작 얘기를 꺼낸 당사자인 우현은 계속 묵묵히 밥만 먹을 뿐이었고, 성열과 명수는 계속해서 뜨억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천하의 남우현이 연애, 그리고 동거까지 하니... 그것도 18살 남고딩이랑.. 아, 학교는 안 다닌다 했으니, 고딩은 아니지만 여튼, "도둑놈." "뭐?" "너랑 꼬맹이랑 9살 차이 나!" "그게 뭐." "허, 진짜." 성열과 명수는 되돌아오는 우현의 대답에 다시금 아까와 같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원래 뻔뻔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는데. 어찌 되었든, 지금까지 성열과 명수에 비친 성규는 너무도 귀여웠다. 우현이 이런 애를 어디서 찾았나 싶을 정도로, 순수하고 예뻤다. 뭐, 남우현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조용한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나. "남우현, 내가 볼땐 너 꼬맹이 놓치면 너는 끝이다." "뭐?" "니가 언제 또 이런 애를 만나겠냐. 연애의 연자도 모르던 게 갑자기 연애를 한다니." "그니까, 잘해야 겠다, 너. 꼬맹아, 우현이가 부족해도 봐줘." "뭐라는 거야." 성열과 명수의 말에 우현이 말로는 툴툴대면서 받아쳐도, 표정은 영 아니었다. 거짓말을 하고 들킨 아이처럼 당황함이 서려 있으면서도, 최대한 내색하지 않우려고 애쓰는 모습이, 딱 그 짝이었다. 저한테는 늘 다정하고 믿음직스러웠던 모습만을 보여주었으면서, 처음 보는 색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예상도 못했지만, 처음 보는 그의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가 너무 좋고 편했다. 마치 저에게도 좋은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아서, 마음이 채워진 것 같았다. "저.. 성열이형." "응, 왜?" "오늘 무슨 날이에요?" 성규가 제 앞에 차려져 있는 미역국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무언가로 내리치는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래 앞을 보니, 숟가락을 힘주어 잡고 있는 성열이 보였고, 옆을 보니, 머리를 손으로 싸맨 우현이 보였다. 세상에 마상에, 설마 먹던 걸로 내리친 건 아니겠지? "너 말 안했냐?" "아, 그게, 어제 시간이 없어서, 말 한다는 게, 그만." "웃기고 있네. 그리고 뜨거운 밤을 보낼 시간은 있었나 보지? 꼬맹이 목에 있는 자국 좀 봐라. 얼마나 물고 빨고 했길래," "아, 시끄러!" 거침없는 성열의 말에 우현의 얼굴뿐만 아니라 성규의 얼굴고 덩달아 달아올랐다. 다른 이에게 들킨다는 게 이렇게나 쪽팔리는 일이였다니. 우현도 역시 당황했는지 그만 큰 소리를 질러버렸고, 그런 반응이 웃긴지 성열과 명수는 끅끅 웃어댔다. 한참을 웃더니 명수가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하고 있는 성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늘 우현이 생일이야." "네?" "오늘 우현이 생일이라고. 그래서 아까 자기 케잌도 사온 거고." 이번에 뜨억한 표정을 짓는 건 성규 쪽이였다. 생각치도 못한,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우현의 생일이였다. 미역국, 잡채 그리고 아까 우현이 사온 케잌까지, 누가봐도 생일상이였다. 근데, 그 주인공이 다름아닌 아저씨일 줄이야. 멍충이, 그거 하나 눈치 못채고. 애인인게 생일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 갑자기 저 자신이 부끄럽고 민망해졌다. 진작에 알려줬었거라면 선물은 둘째 치고, 제일 먼저 축하라도 해줄 수 있었을 텐데. 망연자실한 듯한 성규의 얼굴을 물끄러미 관찰하던 우현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것 같아서, 말 안하려고 했던건데. 우현이 성규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고, 성규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위로 우현을 쳐다 보았다. "괜찮아. 사실 좀 이따 말하려 했는데," "그래도.. 아저씨 생일인데." "쓰읍, 괜찮대도." 어린애를 달래는 듯한 다정한 우현의 말에 성열과 명수의 표정이 썩어갔다. 졸라 토 나올 것 같애. 밥 먹다 뭐하는 짓이야. 중얼거리던 성열의 말에 우현이 성열을 향해 눈을 흘겼고, 모른 척 시선을 무시한 성열이 제 쪽으로 몸을 숙이고 입을 열었다. 모두를 당황케한 질문이었다. "근데 꼬맹아,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요?" "얘 섹스 잘해? 내가 얘 연애사를 들어본 적이 있어야지." "에..?" "야, 이성열, 너 미쳤어?" 평소라면 듣지 못할 언성 높은 목소리와 함께 깜짝 놀랄 정도로 숟가락으로 식탁을 내리치며 일어난 그는 성열의 말에 발끈했다. 하지만 정작 질문한 본인과 명수는 뭐가 문제냐는 듯 표정을 짓고 있어서 우현을 더 황당케 했다. 결국 저의 존재를 잊었는지, 이것이 본모습인지는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가 몰랐던 모습을 꺼내버렸다, 매우 단시간에. "내가 이래서 니들 오지 말라고 했잖아. 애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워메. 김명수 쟤 좀봐. 생일인데 외로울 까봐 기껏 와서 미역국 끓여줬더만." "그니까, 너 성열이한테 왜 그러냐." "니네가 오겠다고 떼 썼으면서." "니 지금 부끄러워 하는거냐. 물어보면 어때." "아씨, 그게 아니라. 니가 이상한 소리 해대닪닪잖아." "내가 니한테 물어봤냐." "그러니까. 지 혼자 찔리기는." 명수의 말에 그제야 이성이 돌아왔는지 그는 천천히 식탁.의자에 앉았다. 그의 빨간 목이 속으로 분을 삼킨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었다. 그에게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긴 하지만 처음 보는 그의 모습 때문에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우현이 사온, 강제로 성열한테 떠밀려 사온 케잌은 달달한 초코 케잌이었다. 성열이 말하길, 우현이 자기 생일인데 자기가 사야 하냐며 엄청 궁시렁 거렸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북적북적한 아침을 억고, 케잌 포장을 풀었을 때에도, 우현은 케잌은 원래 밤에 먹는 거라며 중얼거렸다. 친구들이 있어서 그런지 꽁꽁 감추었던 모습들을 공개하는 꼴이 퍽 귀여웠다. 한바탕 집을 뒤집어 놓은 성열과 명수는 좋은 생일 보내라는 짧고 굵은 한마디를 끝으로 사라졌다. 뎍덕분에 집이 갑자기 조용해져 버렸다. 우현은 피곤한지 조용히 설거지를 하는 중이었고, 성규는 식탁에 앉아 그런 우현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저씨, 오늘 회사 안 가요?" "응. 이호원이 생일이니까 나오지 말래." "호원이형도 친구에요?" "응, 걔는 고등학교 때 알아서, 근데 잠깐. 너 왜 이호원, 이성열, 김명수는 다 형이라고 불러?" "엑?" "왜 나만 아저씨야." "그, 그건.., 아, 아저씨! 생일 선물 뭐 갖고 싶어요?" 쩔쩔 매며 급하게 말 돌리는 성규에 우현이 힘빠진 웃음을 냈다. 사실 저도 우현을 형이라고 친근하게 부르고 싶다만, 생각만큼이나 쉽지 않았다. 오히려, 성열, 명수, 호원이 형이라는 말이 쉬웠다. 처음부터 우햔현을 아저씨라고 불러서 거기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으.. 정말 형이라고 불러줘야 하나. "생일 선물?" "네, 네! 제가 해줄 수 있는 거면," "어제 받았는데." "어제요..? 언제.." "어젯밤에 김성규 받았는데." 볓몇 초 뒤 우현의 말을 이해했는지 성규의 얼굴이 다시 화르륵 타올랐다. 그래서, 어제 그렇게 일찍 온 거였어.. 그런 거였어.. 오글거리면서도 한편으로 민망한 말에 성규가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그런 성규를 보던 우현은 빨간 고무 장갑을 벗고 성규에게 다가와 성규의 머리를 약하게 헝클었다. 성열의 말대로 제가 자연스레 낯간지런 말을 하고, 뻔뻔하게 구는 건 다, 아마 성규 때문일 것이다. 제 성격마저 단숨에 변화시켰다는 건. "이때까지 받은 선물 중 니가 최고야, 성규야." 우현의 말에 성규도 우현도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지금과 같이 앞으로도, 우리 둘이 영원히 함껳께하는 기분 좋은 날들만 가득했으면. 후아. 아무도 모르게 밤에 업뎃ㅋㅋㅋㅋ 이번껀 딱히 스토리 라인두 없어서 끝이 이상한 감이 없지 않아 잇지만 ㅠㅠㅠ 퓨 ㅠㅠ 그대들ㅠ 초기에 비해 늦은 업뎃 미안해여 ㅠㅠ 연말이라서 바쁭빠서 글 쓸 시간 조차 없어져서; 글구 암호닉 계속 받아여~ 다들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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