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마지막 시즌입니다. 아직 시즌 1을 안보셨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시즌 1을 먼저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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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hmello(마시멜로), Anne-Marie(앤 마리)-FRIENDS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Ⅲ 09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후회로 남았다.
그때 그 아이를 못 본 체 했더라면.
그때 그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때 삶을 포기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텐데..
#41 순영아...
토라져도 단단히 토라져버렸다. 그의 방까지 찾아 들어가 옆에서 갖은 아양을 떨었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삐진 건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난 우리 사이를 돌리기 위해 방법을 강구한다.
"순영아... 내가 찬이만 예뻐하는 게 아니구..."
"......"
"내가 너한테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야... 나 너한테 관심이 엄청 나. 티 안 났어...?"
"......"
"내가, 티를 안 냈나보구나... 내가 나빴네... 그거 티내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치?"
"......"
"너무, 변명이었나 보다..."
차갑다.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는 그가 이대로 사라질까 겁난다. 의자에 푹 기대 앉아 손잡이에 팔꿈치를 대고 관자놀이를 괸 채 무심하게 나를 보는 그가 소름끼치도록 낯설다. 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이대로 연을 끊기 싫은 아이다. 아쉽다 못해 간절하다. 간절함은 두려움이었다. 결국 난 그를 잃기 두려운 거였다.
"내가, 잘못했어... 아가 핑계대면서 네 마음 무시했고, 넌 언제나 내 편일 거라 오만했어."
"......"
"네가 그만큼 나한테 당연했나봐..."
"야옹아."
"응."
"나는 너한테 당연한 존재가 맞아."
"응?"
"내 마음 깡그리 무시당해도 난 네가 좋아. 그러니 넌 내 옆에서 오만해도 돼."
순영이가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그의 손가락이 스민다. 천천히 깍지를 낀 그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깍지 낀 손이 엉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살짝 웃는 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섭섭한 마음이 남아있지 않게 모든 앙금을 풀어내야 했다.
"나, 그럼에도 아가가 먼저야."
"알아."
"그래서 또 이렇게 상처 줄 수 있어."
"알아."
"그럼에도 널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게."
"약속해. 여기다 도장."
잔뜩 개구진 얼굴로 자기 볼을 톡톡 치는 순영이다.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니 내 볼과 목을 한 손으로 감싼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에 눈을 감으니 감촉은 볼에서 느껴졌다. 의아해서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장난스러울 표정을 예상했건만 진지했다.
우리 나름 400년을 같이 살았는데, 내가 너를 모를까. 깍지 낀 손을 놓고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 허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니 곧바로 움찔한다. 먼저 장난을 친 것에 대한 벌은 이쯤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말했다.
"처음에 널 꼬신 건 나였어, 순영아."
"미치겠네, 진짜..."
얼굴을 잔뜩 붉히며 내 어깨에 고개를 묻는 순영이었다. 으이구, 이 귀여운 악마를 어쩌면 좋을까.
#42 괜찮은 척
순영이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밖으로 나오니 빵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자석처럼 이끌리듯 내 발은 부엌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오븐에서 갓 나온 빵을 꺼내고 있는 찬이였다. 아까 미안한 것도 있고 해서 다가가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찬이가 괜찮아야 할 텐데."
"과거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그럼 다행이고. 너의 행복을 위해 난 모든 해줄 거니까 말만해."
"...죄책감인가요?"
"......"
"그렇다면 그런 감정은 안 가지셔도 돼요. 저 행복하니까!"
"다행이네."
"아! 빵 드실래요? 잼 꺼내드릴게요. 마녀님 지금까지 한 끼도 안 드셨잖아요."
접시로 빵을 옮긴 찬이가 냉장고를 뒤져 잼을 꺼냈다. 잼을 식탁에 내려두는 그 때 언뜻 본 찬이의 눈이 잔뜩 부어있었다. 20살 밖에 안 된 애기가 괜찮은 척을 먼저 배웠네. 아는 척을 해야 할까. 아니면, 지난번 명호처럼 실수할지도 모르니 그냥 모른 척을 해야 할까. 고민의 끝은 그저 모른 척이다. 실수할 바엔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나으니. 그래도 아예 모른 척은 못하겠네.
"언제든지 힘들면 말해. 저승사자에게 잘 말해줄게."
설거지를 하는 찬이의 어깨가 조금 들썩였다. 찬이의 빵은 항상 맛있는데, 오늘따라 퍽퍽한 것 같네. 잘 안 넘어가.
#43 실수 자각
명호는 아까 들어왔는데 약 전해주러 간 준휘가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준휘야 뭐 지 알아서 잘 하는 애니까 걱정이 없는데 내 앞에서 실실 웃고 있는 명호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어디서 뭘 하다 왔기에 이리 기분이 좋은가 했더니 아침에 준휘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명호 이 녀석..
"너 또 아가한테 뭐 했어?"
"인간은 망각이 있다길래 잊지 말라고 한 번 더 보여줬어요."
"후... 명호야. 악마답게 날 지킨다고 했지? 난 그게 너무 아파."
"...네?"
"아무도 안 다쳤으면 해. 정말 그 누구도, 더 이상은 안 다쳤으면 해. 복수를 하고 싶으면 최승철에게 하렴. 마음껏."
"이미 자주 했는데..."
"아, 그러니? 그, 그럼... 음..."
"전원우."
"그래. 전원우에게 해. 마음껏."
순영이의 보조 덕분에 명호의 화살 끝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었다. 다행이네.. 이게 다행인 게 맞나... 의아했으나 어차피 다치는 것은 전원우나 최승철이므로 그냥 넘겼다.
"자, 고양아."
명호가 막 까서 접시에 내려놓은 사과를 포크에 낼름 찍어 건네준 순영이 덕에 편안하게 한 입 하려는데 현관문이 세게 열렸다. 너무 놀라 포크를 떨어뜨릴 뻔 했으나 옆에서 순영이가 잡아줘서 다행히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아니 근데 누가 이리 매너 없이 들어온 거래? 고개를 돌려 현관을 보니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준휘가 서 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 준휘야?"
"인어는 가지고 있는 능력조차 역겨워."
그 말을 마치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간 정신없어서 잊고 있던 두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준휘는 인어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모든 인어를 싫어한다. 정한이는 싫다는 말에 상처를 크게 받는다. 뭔가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와르르 쏟아져 내려 어떠한 행동도, 사고도 할 수 없다. 간신히 머리를 굴렸다. 준휘의 방에 들어가 준휘를 달래야 할 지, 큰 상처를 받아 울고 있을 정한이에게 사과를 하러 가야할지, 아니면 또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할지.
"고양아, 문준휘는 신경 쓰지 말고 그쪽 인어한테 다녀와. 문준휘는 내가 잘 말해볼게."
"어... 어. 어...?"
"나 큰 맘 먹고 보내주는 거니까 한 눈 팔지 말고 딱 위로만 해주고 와."
"아... 응! 다녀올게. 준휘 좀 부탁해."
차키를 챙겨들고 급하게 밖으로 나왔다. 운전, 나 지금 운전대 잡아도 되겠지?
#44 사과론 부족하겠지만..
다행히 사고 없이 정한이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운전대를 양손으로 꼭 붙잡고 핸들에 머리를 기댔다. 난, 망가졌을 널 보기 힘든데... 이렇게 또 소중한 친구를 잃기도 싫은데... 마지막 하나 남은 소중한 친구를... 잃기 싫다. 차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섰다. 승강기 버튼을 누르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띵- 하는 맑은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 아파트 승강기가 이리도 빨랐나... 눈 깜짝할 새에 어느덧 다다랐다. 후, 심호흡을 하고 내려 정한이 집 앞에 섰으나 망설이게 된다. 어떡하지.. 한참을 망설이다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고개를 숙이고 시야를 차단했다. 도저히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문이 열렸다. 일단, 사과가 먼저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
"준휘를 내가 보냈으면 안 됐는데, 아니야. 변명이야. 그냥 내가 다 잘못했어. 정한아,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될까?"
"정한이 지금 울다 지쳐서 잠들었는데.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뭐가 달라지나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지수였다. 아... 정한이가 아니었구나. 아, 맞다. 여기 다른 애들도 살고 있지... 요즘 진짜 정신이 오락가락하네. 머리가 아파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데 누가 이쪽으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정한이 일어났나?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아기늑대가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아... 아기 늑대도 내가 밉겠다... 일단, 일단 인사를 먼저 해주었다. 최승철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악역을 자처하고 있지만 막상 이런 식으로 일이 꼬이면 속상하다. 나도 사람이고, 상처를 받으니까. 아기 늑대의 표정을 볼 자신이 없어 다시 지수를 보았다. 다를 거 없이 똑같은 표정이었다. 그에게 난 또, 변명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어, 아무튼 그건 우리 애 실수야. 미안."
"나한테 사과할 건 아니지 않나? 할 거면 정한이한테 해야지. 그리고 할 거면 걔가 직접 해야지."
"...정한이 지금 자고 있다며. 그리고 생각해 봐. 준휘가 내 말 듣겠어?"
"됐어. 직접적인 사과 아니면 안 받아."
"그럼 나 여기 있을래. 나라도 사과하게. 순영이 없이 혼자 왔으니까 걱정 말고."
"...계속 거기 서 있겠다고?"
"어."
"...들어와서, 기다리시지..."
아기 늑대가 완전히 날 미워하는 건 아니구나. 이 상황에 그게 또 다행이라 느껴진다. 고마운 아기 늑대에게 웃어주고 지수를 지나쳐 거실로 들어왔다. 계속 소란스럽던 거실에 찬물을 끼얹은 듯 적막이 돌았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나에게 겁을 먹은 건지 준휘 때문에 우리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최대한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 말했다.
"정한이한테 사과하러 온 거야. 이유 그거 딱 하나니까 너넨 걱정 말고 들어가 자도 돼."
어린 도깨비와 이무기는 나와 지수를 번갈아 보더니 슬금슬금 각자 방으로 들어갔고 지수는 나를 지나쳐 소파로 가 앉았다. 이젠, 앉으라고 권하지도 않는구나. 진짜 끝인가 보다. 나름 전에는 우리 사이가 행복했던 거 같은데. 애써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것은 지훈이였다. 눈알을 도록도록 굴리며 뒤에 서 있는 아기 늑대에게 뭔가를 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정한이가 아기늑대한테 화장품 사주라고 했었지... 생각난 김에 물어보려 뒤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마주친 눈에 놀랐는지 살짝 움찔하는 아기 늑대에게 다가가니 뒤에서 지훈이가 달려와 아기 늑대 앞을 가로막고 섰다.
"거기 서서 말하셔도 충분하십니다."
그가 전에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흐음, 이렇게 티를 내는데도 아기늑대는 모르는 건가. 고마운 아기 늑대를 위해 지훈이의 마음을 대놓고 티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저번 날 앙큼하다는 말에 귀까지 새빨개진 그이므로 난 또 그걸 노릴 생각이었다.
"응? 여자들끼리 할 이야기인데 너도 끼려고? 꽤 수위가 있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또 귀까지 새빨개진다. 악마나 저승사자나 그쪽 세계에서나 무섭지 여기선 정말 귀엽다니까... 굳이 뒤를 돌아 아기 늑대를 확인하는 지훈이 덕에 아기 늑대도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런 귀여운 아이가 나에게 총총 걸어왔다.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러 다독여주며 다른 쪽 손으로 지훈이를 향해 내저었다. 잘 알아들은 지훈이가 뒤로 두어 발자국 멀어졌고 난 일부러 지훈이를 자극하려 아기늑대 귀에 속삭여주었다.
"아기늑대야, 혹시 화장품 같은 거 필요해?"
"......"
"나 화장품 짱 많아서 너 몇 개 주려고."
"아..."
"지훈이한테 잘 보이고 싶을 거 아니야?"
"아, 아...! 그, 그게...."
"애한테 이상한 말, 하기만 해."
아, 정한이 목소리. 고개를 들어 옆을 보니 문지방에 기대선 채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는 정한이가 보였다. 나를 째려보는 눈에 찔려가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앞에 섰을 땐 이미 온 몸이 망신창이가 된 것 같았다. 너덜너덜해져 주위 시선 따윈 상관이 없었다. 두서없는 말들이 찢긴 몸에서 새나간다.
"미안해. 내가 준휘를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나 잡아. 잡고 속으로 말해."
망설여진다. 아직 정리된 말이 하나도 없는데... 또 변명만 늘어놓을 것 같은데, 그게 또 너에게 상처가 될까봐 쉽게 잡을 수가 없다. 그런 내 손을 정한이가 잡아왔다. 놀라서 정한이를 보았으나 그의 표정을 확인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더 찔릴 용기가 없으니 정리되지 않은 말들만 되뇌었다. '미안해. 너 그런 말 힘든 거 아는데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준휘를 보냈어. 걔가 널 미워하는 게 아니야. 인어에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래서 그런 거니까 너무 상처받지 마.' 나보다 더 아팠을 정한이 생각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까보단 많이 누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 가슴이 찡하게 아려온다. 안도감은 눈물로 나왔다. 소리 없이 떨어진 눈물에 정한이가 놀란 듯 눈이 커다래졌다. 정한이는 잡은 손을 그대로 끌어당겨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야, 잘못은 걔가 했는데 왜 네가 이래!"
"나는 네가... 째려보니까..."
"네가 우리 공주한테 이상한 말 하니까 그렇지!"
"나 이상한 말 안했는데... 화장품 필요하냐고 물어본 거야."
"아... 아, 됐고 눈물이나 닦아."
"휴지 좀. 그리고 너 술은 얼마나 마신 거야. 술 냄새가 방에 진동을 하네."
어깨를 으쓱인 정한이가 손을 놓고 책상 위에 있던 곽티슈를 통째로 줬다. 안도감에 흐른 눈물이기에 줄줄 흐르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냥 한 장을 뽑아 톡톡 닦은 뒤 곽티슈를 다시 건네주었다. 잘 받은 정한이가 침대 위로 그것을 던지더니 나에게 물었다.
"강시가 잘못한 걸로 와서 사과를 할 만큼 나랑 연 끊고 싶지 않은 거 같은데, 왜 자꾸 그래?"
"비밀이야."
"강제로 알고 싶다만, 나도 너랑 연 끊고 싶지 않아서 참는 거야. 언제까지 이럴 생각인데?"
"너도 알잖아. 이번 아가는 400년 전 내 아가와 같다는 거. 이번이 마지막이야. 내 모든 힘을 쏟아 부을 거야. 응원이나 해줘."
"그래봤자 죽이는 거면서. 너도 참 잔인하다."
"복수는 잔인할수록 좋은 거란다. 천사랑 같이 사는 인어가 뭘 알겠어."
"그래, 악마랑 같이 사는 마녀라서 좋겠다."
정한이와 마주보며 웃었다. 너라도 남아있어서 참 다행이야.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참으로 안정되거든.
#45 내 맘이 서툴러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준휘부터 찾았다. 이름을 부르니 순영이가 준휘 방을 가리켰다. 곧 시큰둥하게 덧붙였다.
"문도 잠가 놓고 열라고 해도 꿈쩍도 안 해."
"그래서...?"
"응?"
"그래서 여태까지 한 마디도 안 한 거야?"
"응. 지가 싫다는데 내가 뭐라 그래."
하... 살짝 짜증이 솟았지만 잘 참아내고 준휘 방문을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는 방에 애가 자나보다 했는데 곧 쿵쿵 거리는 발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발소리는 문 바로 앞에서 멈췄고 열릴 문을 기다리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준아, 잠깐 얘기 좀 하자. 문 좀 열어줘."
대답이 없었지만 문이 열렸다. 슬쩍 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고 잘 잠갔다. 순영이에게 열어주지 않았던 문이니 나 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거였다. 일단 준휘를 먼저 살폈다. 평소에 다름없는 표정, 어디 하나 망가지지 않은 모습. 그냥 평범한 준휘였다.
"왜 순영이한테 문 안 열어줬어?"
"또 꼬투리 잡을 게 뻔하잖아."
"하긴, 그건 그렇지. 그래서 혼자 뭐하고 있었어?"
"이런 저런 생각."
"우리 준휘가 무슨 생각을 열심히 했을까나."
"요즘 왜 그래? 왜 나한테도 그딴 말투 쓰냐고."
"그딴이라니? 나의 애정이 듬뿍 담긴 말투인데. 이거 다른 애들한테는 안 하는 말투야~ 영광으로 알아!"
"퍽이나."
억지로 입꼬리를 당겨 웃은 준휘가 나를 등지더니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진짜 아무렇지 않은 건가... 얘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건가. 떠보기라도 해야지.
"준아. 오늘은 내가 미웠지?"
"......"
"내가 이런 일이 처음이라 서툴렀어. 다음엔 준휘 너 먼저 살필게. 가까운 애 놔두고 먼 곳으로 돌아왔다. 그치?"
"...약속해."
"응? 아~ 약속. 그럼, 그럼. 내가 뱉은 말이니 내가 지켜야지."
"다 못 하지만 약속은 잘 지키더라."
그래, 문준휘 말투 어디 가겠냐...
***
악마 순영이는 정말 최고인 것 같습니다.
그대가 전부라는 최뱀파와는 사뭇 다른 그 느낌!
좀 더 퇴폐적인 그 느낌이 아주 좋아요.
마녀가 정한이를 찾아간 [#44 사과론 부족하겠지만..]은
[시즌 2 10 #47]에 나왔던 부분입니다!
잡고 속으로 말하느라 공주님은 몰랐던 내용을 이렇게 알게 되었네요!
준휘는 아닌 듯 마녀에게 의지를 하는 거 같죠?
굳게 닫았던 문을 열라는 한 마디에 여는 걸 보면.
타종족에겐 한없이 나쁜 악역이지만
자기 식구들에겐 더없이 좋은 아이들입니다^0^/
*암호닉입니다*
(가장 최근 편에 신청해주시면 추가해드리겠습니다^0^/)
성장통, 유한성, 유레이드, 호시탐탐, 0917, 후아유, 봄유, 루미너스, 아몬드봉봉, 뿌랑둥이,
쿠조, 도도, 뿜뿜이, 11230, 전주댁, 하늘빛, 나나, 오링, 한콩, 씨씨,
사미, 016326, 쿠마, 츄러스, 냐옹(찬이), 바람개비, 오솔, 이슬, 앨리스, 호접지몽,
로블링, 호굼, 버밀리온, 소보루, 아움, 호빵, 모찌모찌, 웬디, 치킨팝, 미키,
프레이그런스, 순주, 선쿱, 필소, 순찌, 푸르던, 문홀리, 호시시해, 쿠쯔, 체셔,
진투, 제이, 구팔, 율, 콩유레베, 눈누, 붕어, 뀨사랑, 플루토, 시옷
애정, 저너누복덩어리, 윰윰, 도담, 귤멍찌, 잠시, 뿌뽀뿌뽀, 팔시, 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