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우리 예선 다졌다카더라..
"우,우승이 전부는 아니니까!"
선생님의 얼토당토 않는 위로에 반응하는 몇몇 학생들 조차도 점점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툭 치면 엉엉울거같은 표정의 성규를 위로하기 위해 옆에서 점수표를 가지고 끙끙거리던 우현이 눈을 번뜩이더니 후다닥 교탁으로 튀어나갔다.
"우리 우승 가능성 있어!!"
책상 끝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던 아이들의 고개가 쳐들렸다.
"일단 지금 상황으론 5반이 일등이니까, 줄다리기두 일등하고,단체줄넘기도 일등하고 계주도 삼등안에만 들면 가능성이 있어!"
성규가 활짝 웃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며언!으로 시작해서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하다고 막 설명을 하는 성규를 우현이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남우현 너 계주!"
…?..?....??????????????????????????
?????????네???????????
뭐라고요?????????????????
벙 찐 우현을 가볍게 무시한 아이들중의 하나가 내일 다 물총가져와!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오,우와하는 감탄사로 시작해서 종국에는 너네 다 뒤졌어,등의 가벼운 욕설이 오고갔다.
"어휴,고딩됐는데도 물총이 뭐,"
"나 오늘 물총사러갈래!"
니가 그렇다면 나도.
02. 오늘이 체육대회래요 물총대회래요?;; 나는 무슨 전쟁난줄;;
"크핰,악,이성열 미친놈아!!!!!"
"야 김명수 물폭탄 폭탄!!!"
성규의 뒤에서 대기하던 명수가 성규의 머리위로 물을 들이부었다. 어푸어푸 소리를 낸 성규가 이내 다시 크하하하하 웃으며 물총을 들고 뛰었다. 그와 상반되게,우현은,그늘에서 느긋하게 성규를 관찰중이였다.
"야 물총 왜 가져옴?"
"김성규 물총 고장날까봐."
"미친놈 존나 김성규같네."
"감사합니다."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던 우현과 호원이 이내 조회대에서 언급되는 저들의 이름에 조회대로 달려갔다. 그런데,순간 우현의 앞을 성규가 휙 지나갔다. 아니 잠깐만. 우현이 성규를 붙잡아 세웠다. 명수나 성열인줄 알았던지 물총을 냅다 쏴대는 성규의 물총을 막고 우현이 짐짓 화난표정을 지었다.
"으아,뭐야 너였어? 젖었네. 안됐군."
그러더니 또 뛰어가려는 성규의 발을 걸어 세운 우현이 너 완전 다 젖었어. 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학년 오반 이호원, 이학년 이반 남우현 당장 조회대앞으로 옵니다!!! 한번 더 불리는 이름에 아이씨,하고 입술을 꾹 깨문 우현이 성규를 조회대 옆 스탠드에 앉혔다.
"햇빛 좀 받자. 머리 좀 말리고 놀아. 감기걸려."
별다른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성규를 본 우현이 조회대로 달려갔다. 팔 위로 척척 얹혀지는 음료수 캔이 담긴 박스에 우현과 호원이 인상을 찌푸렸다.
"가져가서 배분해줘. 남우현이 일학년 이호원이 이학년."
아,왜 우리가.. 하는 불평과 불만은 뭐라고 개새끼들아? 하는 체육샘의 말에 아뇨,로 단번에 정리됐다.
*
"야,김성규 못 봤어?"
아무나 붙잡고 물어봤으니 알 턱이 없다. 굳이 대답을 바란것도 아니라 우현이 아까 앉혀뒀던 스탠드로 달려갔다. 가만히 앉아있는 성규에게 우현이 우산을 씌웠다.
"비 와?"
"햇빛이 너무 세서."
으응,그렇구나. 시원하지 못한 대답을 하고 성규가 도로 무릎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졸려? 우현의 대답에 성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그럼. 우현이 우산으로 만들어준 그늘에서 눈을 감던 성규가 순간 고개를 들고,
"근데 우현아!"
"자."
ㅇㅇ. 두번 고개를 끄덕인 성규가 다시 눈을 감았다. 야 김성규ㅡ 장난기섞인 목소리와 함께 물이 찍 날아왔다. 야,꺼져 꺼져. 우현의 말에 성열이 엿을 날렸다. 김성규 내껀데, 저딴 쪼다새끼가.. 로 시작하더니 이내 명수와의 물총싸움에 정신이 팔린 성열에 끌끌 혀를 찼다. 넌 저러지 마,성규야. 우현이 혼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데 뒤에서 반장인 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김명수!!!!!!!!!!!
"나 물뜨러갈건데 같이가자!!!!"
"내 물!!!!! 내것도 떠다줘!!!!"
자는줄 알았던 성규가 벌떡 일어나더니 물총의 물통을 분해했다. 정현우!내 물도 떠다줘. 엿. 아아,내가 다음번에 떠줄게,내것도! 결국 현우가 성규의 물통을 받아갔다. 정신을 차렸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수건하나를 목에 맨 성규가,
"나 놀고온다!"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총알도 없이 전쟁에 끼어들었다.
넌 물총쏘러 왔니, 운동하러 왔니.
03. 넌 좀 우리반 응원을 해 그 반은 너네반이 아니야!
[다음은 2학년 2반 대, 5반. 족구경기가 있겠습니다. 각 반의 족구 선수들은..]
우현아!현우야!성열아!명수야!!!!
차례대로 족구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는 성규에 알았어,알았어 하는 대답이 이어졌다. 잘 해~ 하고 응원하는 성규를 성열이 놀렸다.
"족구 룰은 알고?"
"보다보면 알거든? 경기나 잘해!이거 이겨야 승산있지!"
"어휴, 말도 마. 누가 반장인지 대진표 한번 잘 뽑았네.5반이랑 예선이라니."
반장이라는 말에 현우가 성열을 쓱 쳐다봤다. 야, 너만 잘하면 돼. 현우의 말에 성열이 칫 소리를 냈다. 암튼 일등해! 성규의 응원이 오직 자기만을 향한게 아니라는 생각에 우현은 약간, 불퉁해져있었다.
*
"와아아ㅏ아아아앙!!!!!!!"
"김성규 우리 실점이야! 이 미친놈이!"
어,그래? 하.하.하.하.하.하.하.하 딱딱끊어 어색하게 웃은 성규가 뒤로 숨었다. 경기하는 네명도 지친듯했다. 성규가 우현을 쳐다봤다. 우현의 고개가 돌아가고 눈이 마주쳤는데, 성규가 웃고 반응하기도 전에 우현이 도로 고개를 훽 돌렸다. 음? 성규가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나,남우현 화이팅!"
그리고는 성규가 물총을 들고 저 쪽으로 뛰어갔다. 뭐야,뭐야. 하며 우현을 놀리는 애들을 모른척 우현이 경기에 열중했다. 그러다가 문득 성규의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씩 웃었다. 하여튼 졸라 귀여워요,진짜.
*
"야!!!!!!우리반 이등이래 이등!!!!!!!"
점심식사 전 중간점검을 일등으로 확인한 성규가 마구 뛰어오다 트랙에서 엎어졌다. 저 병신! 발목부상으로 파스를 붙이던 우현이 성규에게 뛰어가려는데 다시 쑥 일어나더니 뛰어왔다.
"이제 계주만 일등하면! 우리 일등 돼!"
"5반 계주 누구지?"
"장동우랑,이호원?"
"아 짧아서 괜찮아."
뭐 씨발? 꼭 이런것만 쳐듣는 호원은 금새 날아와서 당장이라도 우현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기세였다. 아니,아주 박빙이겠다고.
04. 점심밥 좀 먹고 놀라고, 좀 먹어 좀!!!!매점빵은 그만 먹고!!!!!!!!!!!!
"밥~밥~밥~바밥ㅂ바바바바바바밥바바바바바바밥밥바밥ㅂ~~"
잘 먹는것도 아니면서 밥밥 노래를 부르며 급식실로 뛰어가는 성규의 뒤를 우현이 쫓아갔다. 일등이다! 급식실에 들어서서는 급식을 받고 식판에서 바나나우유와 떡만 먹더니 이내 또 젓가락으로 뒤적거리기만 한다. 우현이 제 우유와 떡을 성규식판으로 옮겼다.
"너 먹어. 너 계주 뛰어야지."
"됐어. 넌 물총쏴야지."
빵야빵야. 우현의 손짓에 성규가 웃었다. 우현의 떡과 우유까지 다 먹은 성규가 책상을 두들겼다. 빨리먹어,빨리먹어 하고 재촉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일이 별 것 아니란듯 천천히 밥을 먹는 우현의 옆으로 성열과 명수가 붙었다.
"야 정신사납다."
성열이 핀잔을 주자 성규가 물총을 들어 성열의 얼굴에 쐈다.
..??????이 미친놈이.
성열이 욕을 뱉음과 동시에 성규에게 물총을 쐈다. 때아닌 물총싸움에 급식실이 소란스러워졌다. 조용히하라는 잔소리를 할법도 한데, 다들 아무도 신경쓰지않는듯 했다. 명수가 성열의 발을 걸어 넘어트렸을때야 물총싸움이 멈췄다.
"아,아아,아,무릎,무릎.."
성열의 엄살에 성규가 혀를 끌끌찼다. 밥 다 먹고 봐. 성열의 패기가득한 말에 명수가 풉 웃었다.
너 밥먹으면 이 상황 다 까먹을듯.
05. ㄷㄱ달려ㅕ ㄷ랃렫 달려~~~~~~~~달려달ㄹ려~~~~~일등하자~~~~~~~~~
"남우현은?"
"저ㅡ기."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온 성규가 스탠드에 누웠다. ?저기 왜? 심부름? 성규의 말에 현우가 한심하다는듯 혀를 끌끌찼다. 계주. 현우의 짧은 대답에 오! 하는 감탄사를 뱉으며 성규가 몸을 일으켰다. 우현이 있다는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남우현이 어딨다는거여. 성규가 한참동안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 도로 누웠다. 남우현 뛸 때 불러줘. 현우가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뜨끈뜨끈하다. 성규가 눈을 감았다. 좀…졸린것…같기도.
"야 미친 남우현이다 남 ㅊ툰ㅇㅎㅇ녕ㅁ나누현ㄴ남우현!!!!!!!!!!!!!!!!!!!!"
잠에 빠질때쯤, 현우가 성규를 걷어차듯이 깨웠다. 몸을 벌떡 일으키고 트랙을 보는데 우현이 눈에 띄었다. 야 저중에 남우현이 젤 작아. 현우의 큭큭거리는 웃음소리에 성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쟨 성장도 멈췄는데. 잠시동안이지만 현우와 성규가 눈물을 흘렸다. 키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어서 3반도 따라잡고,4반도 따라잡고. 좀만 더 빨리뛰어서 5반만 따라잡으면 돼는데!! 성규를 비롯한 2반의 학생들이 오랜만에 단합이 되는 순간이였다.
"남우현!!!!!!!!!!!!!!!!!!!!!!!!!!!!!!!!!!!!!!!!!!!!!!!!!!!!!!!!!!!!!!!남우현!!!!!!!!!!!!!!!!!!!!!!!!!"
하지만 응원만으로는 감당이 안돼는일도 있는 법. 우현은 5반의 우월한 기럭지를 지닌 계주선수에게 졌고, 터덜터덜 응원석으로 돌아왔다. 잘했어~ 하는 칭찬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듯 우현이 한숨을 쉬었다. 성규가 눈치를 보다가 우현의 옆으로 갔다.
"괜찮아!쟤는 키가 크잖아!"
…?위로세요?
반응없는 우현에 성규가 한마디를 더 보탰다.
"너는 달리기 잘하게 생겼잖아! 피부도 까맣고…"
…?네, 다음 쌍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