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열이 말없이 성종의 등 뒤로 팔을 둘렀다. 좋다. 성종의 말에 기어코 성열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성종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쏟아져 나왔다. 성열에게서 떨어진 성종이 입술을 꼭 깨문 채 서있는 성열을 쳐다봤다. 성열의 뺨 위로 선을 그으며 죽죽 내려오는 눈물에 성종이 눈물을 닦아냈다. 형, 울지 마. 성종의 말에 성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을 내쉰 성종은 성열의 양 볼을 잡았다.
성종이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천천히 성열에게 다가가자 성열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오른쪽 볼을 잡고 있던 손을 떼어내 성열의 뒤통수를 잡은 성종이 성열의 눈을 쳐다봤다. 살포시 닿은 입술에 성열이 움찔했다. 제 입안을 헤집어 놓는 성종에 성열은 성종의 마이를 살며시 쥐었다.
“성열이형…”
“…갑자기 왜 이래?”
“…형”
성열이 살포시 눈을 떴다. 눈물에 젖은 성열의 눈동자에 성종이 미소를 지었다. 제 입술을 성열의 입술에 꾹 눌렀다 뗀 성종은 웃으며 가겠다고 말했다. 성열의 양 볼에 흐른 눈물을 닦아낸 성종은 정말로 가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형, 울지 마”
성열이 성종을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열은 정말 성종이 갔다고 생각하며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열이형, 사랑해”
성종의 목소리에 성열이 멈춰 섰다. 몸을 돌려 성종을 쳐다본 성열은 환하게 웃고 있는 성종의 모습에 울음을 터트렸다. 성종은 성열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성열을 쳐다봤다.
“나도, 나도 사랑해… 나도 사랑해, 성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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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 눈을 부릅뜨며 성열이 교실로 들어섰다. 책상 위로 똑같이 엎드려있던 성규와 동우가 성열을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성열이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성열아, 그 남 우현이라는 사람, 좀 이상한 사람 같아”
“……”
“괜찮다는데 막 집에 데려다 주겠다느니, 하여튼 좀 이상한 사람 같아”
성열이 고리에 가방을 걸며 성규를 쳐다봤다. 인상을 잔뜩 쓴 성규를 보던 성열이 책상 위로 엎드렸다. 그런 성열을 쳐다보던 성규와 동우가 슬그머니 앞으로 돌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성열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마치 어제 일이 제가 잠들어 버린 사이 꾼 꿈인 것 같았다. 엎드려있던 성열은 몸을 일으켰다. 멍하게 칠판을 쳐다보던 성열은 다시 책상 위로 엎드렸다. 꿈이든 현실이든 지금은 잠을 자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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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열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부스스 눈을 떴다. 성열은 저를 부른 사람이 선생님이라는 걸 깨닫고는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이 무슨 수업인지 알아 챈 성열은 책을 꺼냈다. 성열은 연필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휙휙 돌렸다. 샤프를 안 쓰는 성종 때문에 저도 연필을 쓰다가 결국은 아예 연필을 쓰게 되어버린 성열은 연필심을 보다가 책상에 조그만 글씨로 성종의 이름을 썼다. 성종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슥 쓸어본 성열은 지우개로 이름을 지웠다. 아무 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칠판에 적힌 영어 문장을 보고 성열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창밖을 쳐다보던 성열이 하늘을 날아가는 새를 쳐다봤다.
“이 성열”
선생님의 성열의 이름을 불렀다. 화들짝 놀란 성열이 선생님을 쳐다보자 선생님이 집중하라며 성열에게 한숨 쉬듯 말을 했다. 네, 하고 대답을 한 성열이 교과서로 시선을 돌렸다. 한 쪽 여백에 성열이 또 다시 성종의 이름을 썼다. 이 성종. 성열이 작게 중얼거렸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 성열은 마침 울리는 종에 책상에 바로 엎드렸다. 아침부터 이상한 성열의 행동에 성규와 동우가 연신 성열을 힐끔거렸다. 성규가 의자를 반쯤 돌렸다. 성열의 책상을 톡톡 친 성규는 성열이 스르륵 고개를 들자 성열의 이마를 톡 쳤다.
“야, 너 왜 그래?”
“뭐가…”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없어… 아, 어제 다들 잘 들어갔어?”
성열의 말에 동우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성규는 인상을 썼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그 사람 이상해. 성규의 말에 성열이 성규를 쳐다봤다. 좀, 정신병자 같아. 덧붙인 말에 성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데, 우현이형 안 그런데. 성규가 성열의 이마를 툭 치더니 아니라고 말했다. 옆에서 헤실헤실 웃기만 하던 동우가 갑자기 제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 그 조리실에 그 형 따라 바리스타 할까?”
“이모가 잘도 허락하시겠다.”
동우의 말에 성규가 톡 쏘듯이 말을 했지만 동우는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책상을 톡톡 두드리던 성열이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동우가 어제 조리실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지만 성열의 귀에는 웅웅거리는 소리로 들렸다. 성열이 주먹을 살짝 쥐었다 폈다. 차갑고 약간은 까슬했던 마이의 촉감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성열은 성규의 책상 위에 놓인 목도리를 쳐다봤다. 새하얀 목도리가 유난히 따뜻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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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 이거 선물이에요.”
성열이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우현 옆에 앉아있는 명수에게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가방을 받아든 명수는 내용물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검정색 목도리. 명수의 중얼거림에 성열이 미소를 지었다. 오, 김 명수, 부러운데? 우현이 명수를 툭툭 치며 웃었다. 고마워, 꼬마.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은 명수가 종이가방을 가지고 사장실로 들어갔다. 쪼르르 따라오지 않는 성열을 보다가 명수가 성열을 불렀다.
“꼬마, 오늘은 여기 안 있다 갈 거야?”
“네, 갈 데가 있어요.”
성열이 가방을 고쳐 매더니 가보겠다며 쪼르르 카페 밖으로 달려 나갔다. 하얀 입김을 쏟아내던 성열의 입술이 닫혔다. 성열은 빠르게 움직이던 다리를 천천히 멈췄다. 성열의 옆으로 성종이 지나갔다. 성열이 빙그레 웃더니 성종을 멈춰 세웠다. 마이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성종의 모습에 성열이 성종에게 아까 명수에게 건넸던 것과 비슷한 종이 가방을 내밀었다.
“…목도리네”
성종이 미소를 지었다. 성열이 종이가방에서 노란색 목도리를 꺼내 성종의 목에 둘러주었다. 성종의 목에 둘러진 목도리 끝을 슥 매만진 성열이 성종을 보며 웃었다. 고마워. 성종의 말에 성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가는 중이였어? 성열의 물음에 성종이 성열을 힐끔 쳐다보더니 수현이. 하고 말했다. 성열이 성종의 대답에 어색하게 웃었다. 성열이 고개를 숙였다. 제 옷자락을 매만지던 성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가. 성종이 성열을 쳐다보다가 성열의 고개를 들어 올렸다. 울지 말라고 했잖아. 성열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성종이 재빨리 닦아냈다.
“울지 마”
“…”
“응? 형, 울지 마”
성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긋 미소를 지은 성종이 성열을 꼭 끌어안았다. 나 이제 갈게. 성열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종이 발걸음을 옮겼다. 성열은 제 신발 끝만 쳐다봤다. 꿈이 아니었거나, 지금도 꿈이거나, 둘 중에 하나겠다. 성열이 작게 중얼거렸다. 하얀 입김이 쏟아져 나왔다. 아직 사라지지 못한 하얀 입김 속으로 눈물이 떨어졌다. 울지 말라고 했는데. 눈물이 또 떨어졌다. 천천히 눈물들이 똑똑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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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다음편이 마지막....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거짓말 같겠지만 모두 참트루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뒤에 더 적을까 고민 중이긴 해요!...하지만 내일부터 시험이라는....허헣...
일단 시도는 해보겠지만, 나올 가능성은 제로 ㅎㅎㅎㅎㅎ....
현성이랑 야동 번외 계획은 세워놨는데....일단 시험 끝나고 이야기 합시다!
ㅎㅎㅎㅎㅎ 그대들 시험 잘 쳐요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