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3년동안 내내 혼자였다. 혼자있던 외로움을 항상 드는 여러 생각들로 막아내었고, 나는 그것들을 모두 옮겨 적었다. 나의 완전했고, 온전했던 이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청춘 다이어리 시즌 봄.
1화. 2010년 3월 3일
새학기 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던거 같다. 나는 분명히 누군가와 대화를 할 생각은 아예 없었는데 어떤 다른 혼자있던 아이가 말을 먼저 걸었다. 아무말도 하고싶지 않았으니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화를 종결시켰다. 반으로 들어서니 시설이 최신이라던 홍보문구에 걸맞게 새하얀 대리석들이 보였다. 최후의 낙서들을 모두 깨끗이 지웠을 선배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불쌍하기도 했다. 전문계치고는 엄격한 규율에 따라야 한다며 다들 새까만 머리로 통일했지만, 몇몇은 규율에 반항이라도 하는 듯 두꺼운 뿔테안경에 남자치고는 마른 몸매를 자랑하고 싶었는지 스키니한 바지라인을 선보였다. 여기가 패션쇼장이야 학교야?, 만약 고지식한 사람이 학교에라도 왔다면 이런 볼멘소리를 늘어놓을것이 분명했다. 나야 뭐 신경은 달리 쓰는편이 아니지만.. 굳이 이 사람들과 충돌을 만들고 싶지 않을 뿐더러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혐오하기 때문에. 딱히 거슬리게 할 부분은 따로 없었다. 이전 학년에도 그렇게 살아왔으며 그저 썩어빠진 집안에서 탈출하기 위해 따라 교과서를 읽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고, 그리고 남은 저녁시간은 복습으로 보내는게 전부였다. 학교에서의 사람관계는 원치 않았고.. 물론 모든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딱히 잘생기지도 멋지지도 않은 아이랑 지내야 할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 나는 그 전 모든 년도를 그렇게 굳게 믿고 생활해 왔으며, 그 신념은 바뀌지 않았다. 아마, 그 시작에는 아빠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 아빠는 사람 좋다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어왔다. 엄마도 그 점에 반해서 아빠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았고, 나도 그렇게 느꼈다. 어릴때는 평화로운 나날들이 많아 그걸 즐기기에 바빴고, 나는 가정이며 뭐며 신경쓸 겨를 없이 신나는 나날을 보냈다. 물론 사람 만나는것도 좋아했으며 단짝이며 동네며 할것없이 친구를 만들어댔다. 혼자 있기 싫어하는 습성은 다 똑같은지 아이들은 딱히 매력이 없는 나여도 같이 즐겨주었으며 나는 그런 인간관계가 틀림없이 완벽할거라고 생각했다. 아빠가 항상 가르쳐 준 부분은 그거였다. '먼저 웃어주렴.' 나는, 아빠를 그저 신뢰하고만 있었다. 아빠도 그 사람을 신뢰하고 있었겠지, 더군다나 5년이상 지속해온 관계였다고 들었다. 다르게 생각할 일이 전혀 없었으며 의심할 방면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빠도, 엄마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신뢰라는 단어는 부메랑이 되어 배신으로 돌아왔고, 아빠는 내내 모았던 재산 2억 가까이를 날렸다. 통장으로 잠시 옮겼다 바로 이체해줄테니 부탁한다고, 확인만 받으면 된다던 사람은 그 2억을 가지고 연락을 끊어냈으며 아빠는 당황감에 찾으려는 시도를 최우선으로 보였다. 결과는 암담했지만. 끝끝내 아무것도 되찾지 못한 아빠는 일도, 우리도 전부 버린채 하늘나라로 여행을 갔다.
엄마는 처음에 여행이라고 했고, 나도 그걸 믿었지만. 또 우리는 거짓말로 먹칠된 보따리 안에서 서로를 믿는 척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2년 후, 엄마는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 직전에 이르렀고, 나는 엄마가 주는 생활비로 혼자 나와 생활하게 되었다. 불안해 하지마, 돈은 꼬박 꼬박 보내줄게.. 하면서 나를 타이르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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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본격적이라는 선생님의 인사치레가 끝나고 곧 재빠르게 반장선거가 진행되었다. 몇몇 욕심있는 사람들이 손을 들었고, 나는 그저 그 사람들을 구석에서 쳐다보았다. 남자아이 한명은 검정 뿔테안경을 쓴 아이였고, 또 한명은 작년에도 같은반이었던 아이. 남우현? 꽤나 잘생기고 서글서글 하여 인기가 많은것으로 알고 있었다. 작년에도 반장을 했었고.. 급식시간때 몰래 들은 얘기에 의하면 여자친구가 자주 바뀐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어린나이에 누나들도 자주 만나는 것 같고. 아무래도 모범생인 표면과는 다르게 속은 조금 욕망이 있는 아이일지도. 그리고 저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아이는 허세로 가득차있기로 유명하다. 싸움 잘한다는 소문을 자기 입으로 퍼트리고 다닌다니 말 다했지만. 둘밖에 없어? 하는 남자 담임의 목소리가 울렸고, 남학생 반이라 그런지 칙칙한 분위기에서 본격적인 연설이 시작되었다. 두꺼운 목소리를 가진 뿔테안경 쓴 남아는 소문에 걸맞게 안 뽑으면 알지? 라는 공약을 내세웠고, 잘생긴 남아는 잘 부탁한다. 라는 짧은 단어를 뱉었을 뿐이었다. 누구를 뽑지, 정말 뽑을 애가 없네.. 담임을 벌써 파악하고 나니 현실치레가 굉장히 빠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벌써부터 시끄러운 아이들과 무리를 지어 대화를 이어가는 걸 보니 아무래도 다른 소수의 학생들에겐 아예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선전포고 같기도 하고, 내 은어지만 아무래도 저런 담임은 사회주의자 유형인데. 만약 내가 조용하다고 이지메라도 당하면 그저 입닥치고 1년 잘 보내라는 의미가 담긴 타이름이 돌아올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는 남우현 같은 반장 유형은 위험한데, 하얀 종이에 남우현, 그리고 다른 후보 이름인 김성후 이름을 번갈아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볼 즈음.
누군가가 읽고 있었다. 내가 유일히 흥미를 갖는 분야인 책을. 나는 그중에서도 추리소설을 좋아했는데, 요즘 유행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들고 읽고 있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 딱 들어서자마자 시끄럽길래 저런 아이가 아예 없을 줄 알았는데, 나는 사람관계에는 관심이 없지만 의외로 책에게는 관심이 많다. 작년에도 책 잘읽는 남자아이의 눈을 쫓았던 적이 있었다. 이번해는 저 아인가, 저 책은 이번달 신간이라 3월 1일 되자마자 바로 구입했겠네,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치가 높던 서적이었는데. 3월 1일에 나오자마자 적금에 부어버리느라 돈을 다 써버린것이 생각나 그저 인터넷서점 장바구니에 고이 모셔뒀던 책인게 생각났다. 아까워라. 그렇게 시간을 허비할 즈음, 대표로 진행하던 선생님의 말이 들려왔다.
ㅡ 이제 종이 걷는다!
아, 이런. 재빠르게 그냥 남우현 이름을 써서 냈다. 반장선거가 끝났다. 아이들은 우현과 성후의 눈치를 보며 누구썼어? 를 연발해댔고, 나는 조용히 칠판에 써내려지는 한줄 한줄을 감상했다. 남우현이 조금 압도적인 표수를 얻어냈다. 남자든 여자든 우선 외모를 보고 판단한다는 건가, 뻔한 결과에 아이들은 긴장감이 없어졌는지 몇몇은 딴짓을 시작했다. 선생님은 곧 칠판에 써진 무수한 표수를 보며 혼자 감탄하더니 공표했다.
ㅡ 자, 2010년 2학년 11반 반장은 남우현!, 다들 박수! ㅡ 감사합니다.
남우현이 꼿꼿한 자세로 일어나 인사를 하고, 우리는 곧 쉬는시간의 종에 맞춰 다같이 뿔뿔이 흩어졌다. 나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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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눈을 감았던 즈음, 내 앞에는 책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남자아이가 내 자다만 눈을 보고 있었다. 어제 다른 책을 읽느라 충혈된 눈으로 1m 남짓 이내의 사람의 눈을 보자니 더욱 머리가 아파왔다. 또 말을 건네려고 하는건가,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건 완전 질색인데. 그닥 잘생기지도 않았지만 적절히 생긴 안경쓴 남아가 나를 여전히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의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화답하자 먼저 입을 열지 않겠다는 듯 굳게 다문 입과 노려보는 눈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내가 졌다.
ㅡ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ㅡ ....이 책, 아까 엄청 쳐다봤잖아. 너 보고싶어서 그런거 아냐? ㅡ ........ ㅡ 빌려줄게, 일주일동안.
됐다고 거절하고 싶었다. 뼈저리게. 아까 말했듯이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 조차 힘든 나에게 이런 연장선에 있는 일은 불편했다. 책은 햇빛에 내리쬐어 빨간색의 표지를 도드라지게 보이며 밝게 자신의 몸을 뽐내고 있었다. 솔직하게 19,000원이라는 돈이 부담스럽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엄마의 남편은 돈이 많았고, 나 역시 수령하는 금액이 적은 편은 절대로 아니었다. 모든 세금 혹은 공과세는 엄마의 자동이체 통장에서 이체되었으며 내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그저 식사 뿐이었다. 그것마저 대부분 이주일에 한번씩 반찬을 가져오니 돈 부담이 아예 많은 편은 아니었다. 도대체 왜 나한테 빌려준다고 한거지, 작년에 있던 그 애는 볼래? 라고 그저 짧게 묻고 말았었는데, 그것마저도 내가 냉정히 쳐내서 관계를 끊어냈지만. 내 앞에 바로 있는 남자아이는 나에게 조금 호의적이었다. 어쩐지 잘라내기 어려운 인간관계의 시작이 될 것 같았다. 잠시 빛나는 표지에 손을 올려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책을 아이 쪽으로 밀었다.
ㅡ 생각해보니 괜찮을 것 같아. ㅡ 왜? 너 엄청 쳐다보던데
남은 대답은 고개를 좌우로 젓는 걸로 대신했다. 남자아이는 그래? 하며 책을 들고 벌떡 일어서서 벌써 만들어진 제 무리쪽으로 다가섰다. 의외로 쉽게 포기하네, 나는 다시 두 팔로 만들어진 감옥에 내 얼굴을 묻었다. 가둬놓는다는게 알맞은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깜깜한 책상만이 나를 반기고, 나는 그 책상을 벗삼아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몇분 되지 않아 울린 수업 시작 종으로 알람을 대신했다.
이제 2시간이 지나고 3교시였는데, 3교시 수업은 과학이었다. 담임과목. 아이들은 담임이라 느슨해졌는지 각자 만들어진 무리에서 수다를 떨었고, 아직 몇몇 적응못한 사람들은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나 역시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시킬 순 있지만, 시선만 고정시킬 뿐 달리 할게 없어서. 선생님은 책 하나를 달랑 들고 들어와서는 새학기에 알맞는 우리반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시시콜콜한 청소당번에 관한 얘기부터, 천천히 시작해나가더니 곧 제일 시끄러운 무리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은 자습시간이라고 스스로 여기는지 핸드폰을 꺼내거나 만화책, 혹은 책을 꺼내어 개인시간을 가졌다. 맨 처음 분단 세번째 즈음, 창문가에 앉아있던 나는 그저 창밖을 쳐다보았다. 1학년 신입생이 다른 아이들과 땡땡이를 치며 담배를 피고 있었다. 저거 걸리면 큰일나겠네, 딱 시야에 들어오는 부분이 흥미로워 계속 시선을 고정시키니, 어디선가 조금 따가운 시선이 밀려왔다.
담임이었다.
전혀 나와, 그리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어보였던 담임은 입은 그 아이들과, 그리고 눈은 나와 교감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쳐다보는거지? 살짝 눈이 마주친 후 시선을 느껴 눈을 내리깔아도 느껴지는 시선은 어찌 할 수 없었다. 내가 내 주위의 시야를 전부 가리지 않는 이상 다른사람의 눈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왜 쳐다보는걸까, 사람과의 관계가 어색해서인지 나는 그저 시선일 뿐인데도 오만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뭘까, 내가 뭐라도 잘못한걸까, 아니면 아까 내가 그 책 대여를 거절했던 남자가 선생님 아들이라던가?, 냉정히 대해서.. 그래서 원망섞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던가? 그런건가? 곧 시선을 들어보니 담임은 다시 시끄러운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만 해도 조용히 담배만 태워대던 1학년 신입생이, 신나게 소리지르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무어라도 잘못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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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첫날이 무사히 끝났다. 물론, 1학년 입학식때와 비슷했다. 몇몇의 대화를 끊어내며 관계의 시작을 막고, 난 또 혼자가 되었다. 모두들 신경쓰는 눈치는 절대로 아니었지만, 수많은 모임 중 혼자라면 당연히 튀는 법이다. 심성이 애초에 고운 몇몇 아이들은 말을 걸어주지만, 난 또 그 이후에 올 후폭풍이 두려워 관계를 재빨리 끊어낸다. 어리석은 걸 알면서도, 외로움에 자주 운다는 걸 알면서도, 또. 또 이렇게 일년의 시작이 마무리 되었다. 첫 단추를 잘못 메우면 셔츠가 전부 어긋나 버리듯이. 그렇게 난 첫 단추를. 항상 어긋나게 메워왔다. 기본 교실청소 전부 남아, 하는 종례의 꼬릿말이 끝나고. 모두들 쉬는시간 마냥 뿔뿔이 흩어졌다. 같은반이었던 아이들을 찾아가는 무리, 몇몇 금방 친해져서 벌써부터 PC방 가자는 소리가 나오는 무리 등. 나는 조용히 가방을 메고 의자를 올려놓으며 하룰 마쳤다. 가는길에 그냥 서점이나 들려 아까 보고싶었던 책이나 사야겠다. 가방을 양 팔에 끼고, 되도록 혼자 할 수 있는 분리수거를 맡은 나는 조용히 교실을 나섰다. 바로 옆반은 여자반이기에 벌써부터 시끄러운 하이톤의 목소리들이 많이 들려왔다. 담임도 여자인지 아직 길게 종례를 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를 벗삼아 나는 계단을 조용하게 내려갔다.
계단을 금방 내려온 후, 새로 만들어진 무리들 사이에 끼어 신발을 갈아신었다. 그리고 문을 나오자마자 약간은 뉘엿한 분위기의 노을이 보였다. 가장 좋아하는 분위기. 가방을 고쳐멘 후, 시끄러운 아이들을 뒤따라 교정을 나서려는데, 이레 다시 없었던 일이 발생했다. 누군가 내 가방끈을 부여잡았다. 앞으로 걸어가려던 걸음이 막혔고, 나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았다. 나랑 키가 비슷한 잘생긴 얼굴을 가진 남아가 바로 내 뒤에 서있었다. 분명 아까 다른 아이들과 PC방 갈까, 말까 고민하던 2학년 11반의 새 반장.
ㅡ 너 김성규지?, 집에 벌써 가려고? 가지마 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완벽했던 첫 하루가 심하게 망가졌다. 생각했던 것 보다 달라지지 않은 1학년때와 비슷한 강압적인 말투, 겸손한 척 하며 이미 남들 위에 올라서있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 말을 했다가는 맞기라도 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번에 남우현이 어울린 무리 자체가 약간 폭력적에, 강압적에, 센척도 있는 부분이라 되도록이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물론 부딫히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당황스러움에 눈동자가 재빠르게 굴러가자 남우현이 내 가방끈을 붙잡고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ㅡ 네 선생님, 붙잡았어요 ㅡ 뭐, 앞으로 친해질거라..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보고할게요.
아까 쳐다봤던게 그 이유였나. 절대 나같은 사람에게 신경쓰지 않을 것 같던 속히 사회주의자 일줄 알았는데, 담임은 계속 나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남우현 보고 혼자인거 같으니 니가 같이 다녀줘, 같은 얘기를 했다거나, 외로워 보이니까 놀아줘, 같은 얘길 했다거나, 아. 큰일났다. 비뚤게 채웠던 단추가 다시 풀리고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도망치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고, 남우현은 핸드폰을 몇 번 터치하여 전화를 끊더니 시선을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들었지? 하는 말에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둘만 남은 공간에, 아이들이 시끄럽게 게임이며 뭐며 비속어를 섞어 대화를 하는 소리만이 울리고, 운동화로 발을 디뎌 뛰쳐나가는 울림 소리. 그리고, 조용한 숨소리만이 귀에 와닿았다. 그제야 남우현은 내 가방끈에서 손을 놓더니, 손을 올려 제 머리를 휘저었다.
ㅡ 너도 불편할거 알고, 나도 딱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은 아닌데, 담임이 일주일에 한번씩 꼭 너랑 놀아주고 보고하래서. 그렇게 싫은 표정 대놓고 짓지마라, 야. 나도 상처 받아, 임마.. 우선.. 뭐할래? 너 뭐 선행지 있었어? 그럼 같이 가주고. ㅡ ....아니, 나.. 없어.
안돼, 끼워지지마! 하고 외쳐댔던 단추는 금세 제자리에 알맞게 끼워졌고. 알맞은게 불편한 나는 그저 싫은 표정으로 교정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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