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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학연홍빈] 월묘전설 月猫傳說 01 | 인스티즈

 

 

 

  

  

  

  

  

  

  

  

  

  

  

  

 

  

  

  

  

  

  

  

  

  

  

  

  

월묘전설 月猫傳說 01 

  

W. 물안개 

  

  

  

  

  

  

  

  

  

  

  

  

  

  

  

  

  

구불구불한 비탈길을 올라가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차가 흔들린다. 속이 울렁거린다. 자동차 창문에 살짝 기댄 머리가 통통 튕겨 나온다.  

날씨는 지나치게 맑았고, 매미가 옆에 있는 듯 맴맴- 시끄럽게 떼창을 한다.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려와 손등으로 닦았다. 창문 밖으로 전경을 쭉 훑었다. 

  

  

 나무, 나무, 또 나무. 이건... 정말...  

 

 

 

 

 

 

 

 

 

지옥 같았던 입시전쟁을 끝내고 대학교 로망을 실현시키는 새내기도 지난 지금, 아르바이트라도 할까, 휴학을 할까. 집에 있는 동안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다. 

 과 동기인 유미는 벌써 취업준비로 바쁘다던데. 생각하기도 싫은 입시전쟁을 끝내니 이번에는 취업 전쟁이다. 지겹다, 지겨워.  

남들은 고삼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부모님은 심지어 보약까지 지어주셨다. 딱히 달라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고삼이라는 이유 하나로 압박감은 충분했다. 

 처음으로 그 때, 아무 의미 없이 허탈하게 여름방학을 끝낸 그날.  

  

딱 한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고삼들은 다 그런 생각을 그때는 하지 않았을까, 나는 생각한다. 지옥 같았던 고삼시절을 다시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아팠다.  

속도 울렁거려 뒤지겠구만. 

 

 

 

 

 

 

 

 

 

 

 

 

 

 

핸드폰 어플로 알바천국을 깔고 괜찮은 사이트에 이력서를 넣던 중 찾아온 게 할머니였다. 정확히 말하면 고운 비단 옷을 입고 온 할머니. 친 할머니도, 외할머니도 아닌, 처음 보는 할머니. 인상이 강하신 걸로 기억한다. 엄마는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몇 번의 인사를 되뇌이며 할머니를 반겼다. 아마도 엄마와는 친분이 있으신가보다. 

 

 

 

 

 

'인사드려. 친 할머니 친구 분이셔.' 

 

 

 

 

 

나는 어정쩡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는 나를 한참을 바라보고는 입을 달싹거리다 이내 입을 닫았다. 물론 나도 그 말을 알려하진 않았다. 

 

 

 

 

 

 

 

 

 

 

 

 

 

 

 

어쩜 변한 게 하나도 없으세요. 아직도 사찰에 사시나요? 일방적인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는 점잖게 고개만 끄덕이거나 살짝 웃으시며 답을 대신했다. 

 

 

 

'딸이 할미랑 꼭 빼닮았네요.' 

 

 

 

 

나를 지칭하는 할머니의 말에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할머니는 무안할 정도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셨다.  

내가 할머니랑 닮았나?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흐릿했다. 영정사진 속 할머니는 무지 차갑게 느껴졌었다.  

친, 할머니지만 난 할머니를 꾀나 무서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찍 돌아가셨기도 했고. 살아생전의 할머니의 모습을 억지로 떠올리고 싶진 않다. 

 엄마 말로는 내가 이 할머니를 어렸을 적부터 무지 따랐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무지 죄송할 뿐.  

할머니는 엄마가 깎아놓은 복숭아를 입에 물었다. 과즙이 흘렀다. 

  

  

  

  

'아가야. 방학동안 할 일 없으면 할미랑 사찰에 가지 않을래?' 

  

  

  

  

  

  

  

  

  

  

  

  

  

  

  

  

  

시작은 그 말에서 부터였다. 할머니는 도심과는 아주 먼 사찰에 살고 계셨다. 내가 할머니를 무서워하는 이유 중 가장 큰 하나가 사찰이 무서워서였다. 

 나무 바닥은 뛰어다니면 부서질 것 같았고, 어릴 적에도 남동생이랑 종종 뛰어다니다 혼나곤 했다. 

 유미도 지난 학기 방학에 도를 깨우치려 사찰에 갔다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공부를 시작했다.  

쌍권총 차고 다니던 애가 눈에 불을 키고 공부에 매진하는 게 신기하긴 했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사찰에 호기심이 생겨서. 나도 새사람이나 돼볼까, 하고. 

 지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MT가서 죽도록 퍼마시고 다음날 좋아하던 과 선배 앞에서 빌빌거리다 옷에 토한 거, 고등학생 때 허세 좀 부린답시고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주정부리다 담임선생님한테 걸려서 공개적으로 혼 난거, 귀찮아서 머리도 안 감고 씻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킨 시켰는데 좋아했던 남자애가 배달 온 거, 취업 준비하는데 나는 집에서 누워만 있는 거.  

  

  

  

  

이유야 많지. 엄마는 운전을 하고 할머니는 보조석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계신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혹시나 전파가 더 빨리 끊기기 전에. 혹시 몰라 카톡도 보냈다. 

  

  

  

  

  

  

  

  

  

[언니 새 사람 돼서 다시 올게.] 

  

  

  

  

  

  

  

  

  

  

  

  

  

  

  

  

[VIXX/학연홍빈] 월묘전설 月猫傳說 01 | 인스티즈

 

 

  

  

  

  

  

  

  

  

  

  

 

핸드폰은 역시 먹통이다. 나는 괜히 아쉬워 폰을 만지작거리다 그냥 차 수납장에 넣어두었다. 

  

  

  

 2개월만 기다려.  

  

  

  

엄마는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신 뒤 가셨다. 딸 꼭 새사람이 되길 바래. 이 말은 잊지 않은 채. 

 아아. 어색하다. 어색해. 속세와 떨어진 사찰. 미디어는 아무것도 없는 곳. 적막만이 가득하다. 할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지신지 오래다.  

나는 사찰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한 번도 와 본적이 없다. 사찰은 낡은 나무 바닥과 웅장한 분위기까지 여전히 그대로다. 

 유년시절 동생과 나는 사찰을 돌아다니면서 숨바꼭질을 종종 하곤 했는데, 사찰은 그만큼 넓고 숨을 곳이 많았다. 

 나는 항상 사찰 뒤편에 있는 불상을 모셔놓은 곳에 숨곤 했다. 문득 그 생각이나 나는 걸음을 옮겼다. 

 

 

 

 

 

 

 

 

 

 

 

이곳도 달라진 것은 없다. 아마도 내가 그려놓은 듯 한 작은 낙서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이것 때문에 할머니한테 무진장 혼났었지.  

절간 안에는 할머니의 사진과 커다란 불상과 중간에 작지 않은 우물이 있었다. 물 없는 우물. 

 나는 줄곧 우물 안속에 숨었었다.  

남동생이 나를 찾지 못하면 올라가지 못해 엉엉 울었다. 한번은 나를 아무도 찾지 못해 엄마가 실종 신고를 한 적도 있다. 

 어릴 적 깊어보이던 우물은 여전히 깊었다. 어린 나이에 나는 무슨 깡으로 저 우물 속에 들어갔을까? 나도 참 대단하네. 

 나는 다시 할머니가 계시는 본당으로 미련 없이 간다. 

 

 

 

 

 

 

 

"할머니가 쓰시던 방인데 불편하면 말하렴."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할머니의 방은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기만 하다. 수납장과 거울, 그 외의 물건들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필요할 것 같지도 않고. 

 이쯤 되면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넓은 사당을 과연 할머니 혼자서 다 관리하고 계신 걸까?  

 

 

 

 

 

 

 

 

"승려님. 또 어디 가셨어요!" 

 

 

 

 

 

 

 

맑은 목탁소리만 들릴 것 같은 사찰에서 굵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 흠칫 놀랬다. 곧이어 들리는 쿵쾅쿵쾅 묵직한 발소리. 몇 걸음 안가 다시 발을 동동 굴린다. 

 

 

 

 

 

 

"오늘 냉국 먹는다고 말해드렸것만, 국이 미지근해진단 말이에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굵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꼭 스릴러 영화 속에 나오는 무서운 범인 같은 목소리다.  

승려님! 벌컥 열어제낀 문에 놀라 화들짝 문과 멀어졌다. 물론 그 남자애도 다를 건 없다. 엄마야! 

 보기와는 안 어울리게 큰 거구가 반대편으로 물러선다. 정확히 말하면 물러서다 뒤로 고꾸라진다.  

무슨 귀신 본 사람마냥. 그 남자는 한참동안 나를 귀신처럼 쳐다보았다. 그리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VIXX/학연홍빈] 월묘전설 月猫傳說 01 | 인스티즈

 

 

  

  

  

 

"귀...귀신?" 

  

  

  

  

  

  

  

  

  

  

네 눈에는 멀쩡히 살아있는 여자가 귀신으로 보이니? 무어라 말하려다 그냥 입을 한일자로 꾹 다물었다. 정말 남자는 나를 귀신으로 보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회백색 승복을 입은 남자는 목소리와 다르게 얼굴은 순하게 생겼다. 과하지 않은 이목구비가 큰 키와 달라 언밸런스라고 생각한다.  

아. 작은 키였어도 좀.. 그냥 큰 게 낫다. 

  

  

  

"근데 누구세요?" 

  

  

  

참 빨리도 물어본다. 정적을 가로지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사찰 주인 할머니 손녀....인데요? 

  

  

  

"용화 할머니요? 아아. 승려님." 

  

  

  

친 할머니 이름이... 벌써 10년도 더 됐다. 할머니의 이름을 기억해본지. 할머니-라고 다정하게 불러본지. 

 내 기억속의 할머니 이름은. ‘순’ 이였다. 외자. 정 자. 순 자. 정순.  

용화 할머니는 아마도 친 할머니의 친구분이신가보네. 나를 사찰로 데려오신. 

  

  

  

  

  

  

  

"아니요. 그 전에. 돌아가셨어요." 

  

"아아! 알아요. 순이 승려님." 

  

"네.." 

  

  

  

  

  

  

  

  

왜 자꾸 말마다 아아, 를 연발하는지. 수행자라하기엔...오렌지 빛 밝은 머리가 불량스러워 보인다. 친 할머니를 아시는구나, 막 생각할 즈음 남자의 배가 연신 울린다.  

꼬르륵 꼬르륵. 배가 무지 고픈가보네. 점심 먹을 시간에 정확히 울리는 게 배꼽시계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영접하니 신기해 몸 둘 바를 모르겠네. 

 남자는 배를 움켜쥐곤 한숨을 쉰다. 

  

  

  

"승려님...빨리 오세요...아, 배고프다. 존나 치킨 땡기네. 근데 어디서 오셨어요?"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혹시 잘못 들은 걸까 못들은 척하고 두 눈만 크게 떴더니 남자가 귀찮은 듯 후, 짧은 숨을 내쉬곤 다시 말한다.  

  

  

배고프다구요. 

  

  

  

  

아니, 내가 지금 너 배고픈걸 몰라서 묻는 건 줄 아나... 금욕과 속세에서 멀어져야할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거칠어서 그런 거다. 

 보통 내가 생각한 수행자는 민머리에 근엄한...그런... 눈앞에 남자는 익숙한 욕을 뱉으며 중얼거린다. 승려님 욕이 아닌, 배고픔을 한탄하는 욕.  

그러더니 남자는 고래를 치켜들고 나를 뚫어지게 보다 입을 연다. 

  

  

  

 헐. 생각해보니깐 여자잖아? 여자가 왔어.  

  

나는 기가차 작은 탄식을 뱉었다.  

  

  

  

  

  

  

  

  

  

  

  

  

  

  

  

  

  

  

  

  

  

의외로 남자는 수줍음이 많았다. 같이 밥 먹어요. 남자는 수줍은 소녀처럼 쭈뼛거리다 밥상을 내온다. 점심 메뉴는 오이냉국. 

 남자는 할머니를 찾으러 사찰을 좀 더 둘러보고 오겠다고 한다. 그 뒤 얼마안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아! 승려님! 투덜거리는 굵은 목소리. 도도도도, 남자는 빠르게 달려와 내 맞은편에 다시 앉았다.  

할머니는요? 내 말에 남자는 답 없이 하얀 종이를 내밀었다. 잉크가 번진 게 한지인 것 같다. 

  

  

  

  

  

  

  

[당분간 수행을 갈 예정이다.] 

  

  

  

  

  

  

  

글씨가 할머니를 닮아 군더기 없이 깔끔하다. 남자는 밥을 먹는 내내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매일 말도 없이 가, 나도 데려가지, 할머니 미워. 

 투덜거리는 게 조금 귀여워 보이긴 하다. 이름이 뭐예요? 남자의 눈이 동그래진다. 

 눈이 엄청 쳐졌는데, 그래서 딱히 동그래진지도 몰랐다. 남자는 우물거리던 것을 급하게 꿀꺽 밀어 넣고 말했다. 

  

  

  

  

  

  

  

"김원식이요." 

  

"아...나이는요?" 

  

"방년18세." 

  

"에??" 

  

  

  

  

  

  

  

내 반응에 남자는 아니꼬운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흘겨본다. 뭐야, 저 얼굴이 열여덟? 나보다 족히 네 살은 더 많아 보이는구만...생각보다 어려서 놀랐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발육이 정말 빠르구나. 다시 밥을 먹던 남자는 내 밥그릇 앞까지 밥풀을 튀기며 물었다. 너는요? 

  

  

  

  

  

  

"난 대학생이지." 

  

"헐 누나였어요?" 

  

"대학생 안 같아?" 

  

"대학생이라 치기엔 그... 너무..." 

  

  

남자는, 원식이는 얼굴을 붉히더니 자기 혼자 몸을 베베꼰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덥죠?" 

  

"응. 에어컨도 없네." 

  

"계곡 갈래요?" 

  

"계곡 있어?" 

  

"당연하죠!" 

  

  

  

  

  

  

내 반응에 원식이는 자부심을 가지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뜬다. 사찰 주변에 계곡이 있는 게 자부심 가질 만 한 건가... 원식이는 비워진 밥그릇을 치운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 동생이랑 계곡에서 놀던 기억이 얼핏 난다. 물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가다 넘어져서 무르팍이 다 까진 것까지. 

 나도 원식이를 따라 그릇을 치웠다. 

  

  

  

  

  

  

  

  

  

  

  

  

  

  

  

  

"누나 시원하죠?" 

  

"물 진짜 맑다!" 

  

"여기 도롱뇽도 살아요." 

  

  

  

  

  

승복을 갈아입은 원식이는 제 또래 남자아이들과 같았다. 큰 나시티에 오부 반바지는 속세와는 멀어보였다. 

 튜브 가져올까요? 

 허리는 물에 반쯤 잠겨서 하는 말이 튜브라니, 나는 원식이를 극구 말렸다. 너 수영 못해? 원식이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용화 할머니는 원래 말없이 자주 나가세요." 

  

"아..." 

  

"근데 누나는 왜 왔어요?" 

  

  

  

  

  

물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것을 멈췄다. 어느새 가슴팍까지 물에 흥건히 젖은 원식이가 내 쪽으로 걸어와 옆에 털썩 앉는다. 차가운 계곡물이 팔에 스친다. 

  

  

  

  

  

  

  

"그냥. 새사람 되려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한 번도 안 와봤거든. 어차피 방학 때 할 일도 없고." 

  

"아아. 난 여기 온지 2년 됐어요." 

  

"정말?!" 

  

"누나... 반응이 왜 그래요?" 

  

  

못 믿는 듯 한 내 눈치에 원식이가 무안한지 흠흠 헛기침을 한다.  

  

  

  

  

  

"처음에는 억지로 왔어요. 중학교 때 사고만치고 다녀서 엄마가 억지로 보냈거든요." 

  

  

  

역시...쟨 보통애가 아니었어. 난 속으로만 생각했다. 

  

  

  

"순이 할머니는 예기만 들었어요. 용화 할머니가 사찰을 맡기 전, 이 사찰을 지키던 할머니. 엄청 대단하신 무녀라고 들었어요." 

  

"할머니가 그렇게 대단하셨어?" 

  

"네. 요괴나 잡귀가 실제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순이 할머니는 요괴나 귀신을 잡아준다고 사람들이 많이 찾았데요." 

  

"아..." 

  

"언제는 순이 할머니가 요괴들만 사는 세상에 다녀왔데요. 몇 십 년을 거기에서 지냈는데 돌아와 보니깐 이승에서 시간은 일분도 안 지났다고 하더래요. 뭐, 이건 믿을 사람만 믿구요. 난 요괴나 잡귀를 실제로 안 봐서 잘 모르겠어요. 나 못된 짓 진짜 많이 해서 데려갈 거면 이미 데려갔지." 

  

  

  

  

  

  

  

근데 원식아... 못된 짓을 하면 데려가는 사람이 언제부터 요괴나 잡귀였어...? 

  

이제 그만 가요. 우리 저녁에 치킨 먹어요. 

  

  

  

  

  

  

  

  

  

  

  

  

  

  

  

  

  

  

  

  

  

배부르게 치킨까지 먹고 할머니 방에 반쯤 기대앉았다. 원식이는 1인1닭 하자며 치킨을 두 마리나 시켰고, 내가 남긴 것까지 다 먹었다. 

 금욕이 사찰에선 필요 없나? 원식이 앞에서 웃음이 터질까 콜라 마시는 것을 택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유년시절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일부만 기억 안 나는 건 상관없는데... 이건 뭐 통째로 기억 안 나고 일부만 기억나니깐... 

 여기까지 오면 기억날 줄 알았것만,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할머니가 무서웠고, 사찰은 웅장했고, 자주 혼났다. 우물 근처에 갔다가 혼을 내던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은 아직까지 생생하기만 하다. 

 

 

 

 

 

 

 

 

 

 

 

 

 

 

 

원식아 잘 자. 네 누나도요. 잠 들기 전에 원식이한테 인사를 하고 이불자리에 누웠다. 누웠지만 도통 잠이 오질 않는다.  

매미가 울고 달이 밝다. 괜히 긴장되고 떨렸다. 왜일까.  

  

몸을 뒤척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걸을까... 기억도 되새길 겸 본당 뒤에 있는 절간으로 향했다. 불상은 밤에 보니 더 무서웠다. 

 난 무교라 절에도 교회에도 갈 일 없지만 가고 싶지도 않다. 커다란 십자가와 불상이 무섭기 때문에. 우물 밑은 어두운 곳에서 보니 끝도 없이 깊었다. 

 낮에 볼 때에는 바닥이 훤-히 보였것만. 

  

  

  

  

  

"누나 안자요?" 

  

  

  

  

  

잠결에 눈이 퉁퉁 부은 원식이가 비척이며 걸어왔다. 순간 좀비인줄알고 깜짝 놀랐네. 

  

  

  

"왜 나왔어?" 

  

"누나 나오길래 따라 나온 건데요." 

  

"아, 미안.." 

  

"됐어요. 자러가요." 

  

  

  

  

  

  

이건 부적이야? 

  

 내 말에 휘적휘적 앞서 걷던 원식이 뒤를 돌았다. 우물 가 쪽에 붙어있는 하얀 종이. 한자로 적혀있는 흰 종이의 모양새가 부적과 같아 보인다.  

 

 

 

(妖 鬼 籍) 

 

 

 

 

 

 

"아. 부적 이예요." 

  

"아... 귀신이나 요괴가 실제로 있을까?" 

  

"누나 되게 촌티난다. 세상에 귀신이나 요괴가 어디 있어요." 

  

"그럼 부적은 왜 붙여놔.." 

  

"간지." 

  

  

  

  

  

  

  

  

  

  

  

제 방에도 엄청 많아요. 나 보기보다 겁 많거든요. 처음 봤을 때도 겁 많아보였는데, 원식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이어간다. 

  

  

 근데 내가 겁은 많아도 여자들이 좋아했어요. 귀엽다고. 혹시 모르니깐 누나도 반하지마요. 진짜 여기까지 와서 그러면 나 너무 피곤해요. 

  

  

  

  

  

  

  

  

  

  

  

  

'가지마' 

  

  

  

  

  

  

  

"원식아." 

  

"예?" 

  

"무슨 소리 안 들렸어?" 

  

"들렸어요? 콜라가 올라와서.." 

  

  

  

  

  

  

  

  

  

  

  

  

  

'가지마' 

  

  

  

  

  

  

  

  

  

  

"아니, 너 트림 말고. 목소리 말야." 

  

"아. 누나 무섭게 왜 그래요!" 

  

  

원식이가 팔 옆에 딱 붙었다. 얘, 정말 덩칫값 못하네... 분명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들린다. 

  

  

  

  

  

"기다려봐. 보고 올게." 

  

"아아. 누나. 가지 마요!" 

  

"위험한 사람이면 어떻게. 보고만 올게." 

  

"아..아! 그럼 같이 가요." 

  

  

  

  

  

  

  

  

  

  

  

원식이와 다시 절간으로 돌아왔다. 웅웅. 분명 소리가 나는데 얘는 안 들리나? 원식이는 벌벌 떨리는 두 손으로 각목을 꼭 쥔다. 

  

 왜 사찰에 각목이 있어..  

  

소리가 나는 곳은 우물이었다. 깊은 우물. 누군가 우물 속에 있나? 원식아. 저를 부르는 이름에 답은 않고 눈을 크게 뜬다. 

  

  

  

  

  

  

  

  

  

  

  

"나 여기 들어가 볼게." 

  

"예? 누나 미쳤어요?!" 

  

"넌 여기 있어." 

  

"아아. 가지마요오..." 

  

"넌 기다리라니깐?" 

  

  

"아. 누나 쫌!!" 

  

  

"왜!!" 

  

  

  

  

  

  

  

  

  

  

  

원식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니 원식이가 눈가를 좁히며 흘겨본다. 뭐. 뭐. 그렇게 보면 어쩔 건데.  

  

나 혼자 있으면 무섭단 말예요...  

  

모기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원식이가. 아이고, 화상아. 덩칫값 못한다는 게 이럴 때 쓰이는구나.  

  

  

  

  

  

  

"위에서 기다려." 

  

  

  

  

  

원식이를 뒤로한 채 우물가로 다가갔다. 우물에 들어가기 전 절간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커다란 불상, 문틈으로 들어오는 달빛, 그 사이로 보이는 밝은 보름달,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불상 뒤에 커다란 그림.  

그 그림을 유심히 보자 원식이가 말을 덧붙인다.  

  

순이 할머니가 그린거래요. 할머니가 요괴들이 있던 곳에 다녀온 후에.  

 

 

 

 

 

 

그 그림에는 희미한 달빛 때문에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커다란 보름달이 있고, 간신히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잔뜩 그려져 있다.  

장난 끼를 가득 머금은 익살스러운 표정의 아이, 붉은 도깨비, 회색의 머리를 가진 어두운 남자, 비슷한 또래의 소년, 소년 뒤의 낫을 들고 있는 사신, 목이 긴 지네, 조약돌을 든 여우, 염라대왕 등등. 그림의 크기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순이 할머니가 자주 얘기해주셨어요. 요괴들은 실제로 존재한데요. 물론 난 안 믿지만. 착한 요괴도 있고, 나쁜 요괴도 있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요괴도 있고, 인간이 되고 싶은 요괴도 있데요. 보름달이 뜨는 날을 제일 싫어하는 요괴도 있고." 

  

  

"아..." 

  

  

"요괴에 관한 설화 많이 있잖아요. 지네장터, 요재지이 (聊齋志異), 월묘전설 (月猫傳說) 뭐 그런 거. 갓파쿠도 같은 거예요. 내가 그 새끼 때문에 하여간 물놀이를 못가요." 

  

  

  

  

  

  

  

오늘 낮에 물속에서 잠기다시피 놀던 게 누구더라... 원식이는 우물 밑으로 내려가는 나를 끝까지 바라본다.  

  

가지마. 가지마. 

  

 귓가에 계속 소리가 들린다. 사다리를 쥔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서늘하다. 어느 정도 내려갔을까, 한참을 내려와도 땅에 발이 닿지 않는다. 

 혹시 하고 뻗은 다리는 갈 곳을 잃고 허공에 붕붕 떠다닌다. 자칫 떨어질까 다시 사다리를 꼭 붙잡고 내려갔다. 어둡다.  

귀신같은 거 딱히 믿진 않지만 이쯤 되면 슬슬 무서워진다. 

  

  

  

  

  

  

  

  

  

"원식아!" 

  

  

  

"...." 

  

  

  

"원식아...?" 

  

  

  

  

  

  

  

  

  

원식아- 내 목소리를 따라 끝도 없이 메아리가 울린다. 더 이상은 못 내려가겠다. 다시 손에 힘을 쥐고 올라가려 손을 뻗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사다리를 놓쳐버렸다. 이대로 캄캄한 어둠속에 빠지는구나,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떴다. 

 

 

 

 

 

 

 

 

 

 

 

 

 

 

 

 

바닥이 바로 밑에 있었다. 에이 뭐야, 괜히 긴장했네. 먼지 묻은 옷을 탈탈 털고 다시 올라갔다. 바람이 분다. 선선한 바람. 

 내려올 때와는 달리 올라오는 길은 짧았다. 커다란 보름달이 우물 밖으로 보인다. 거의 다 올라와 우물 밖으로 손을 뻗었다.  

 

 

 

 

 

 

 

 

누군가가 나의 손을 잡는다.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사람이라기엔 너무 찬 손. 그 손은 원식이가 아니란 것을. 손톱이 길어 손목을 파고들었다. 쓰라리다. 

 내 손을 잡은 남자는 나를 한손으로 들어 올린 뒤 다른 한손으로 내 목을 쥐었다. 숨이 턱 막혀와 숨 쉬기 힘들었다.  

내 목을 쥐는 남자의 악력이 세 진다. 눈물이 나왔다. 눈이 충혈 되간다. 간신히 눈을 떠 남자를 보았다.  

회색 머리를 가진 어두운 남자. 할머니가 그린 그림과 비슷하게 생긴 남자가 사나운 이를 드러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눈을 질끈 감았다.  

  

  

  

  

  

  

  

  

  

  

  

  

  

  

  

  

  

  

  

[VIXX/학연홍빈] 월묘전설 月猫傳說 01 | 인스티즈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누....." 

  

  

숨통이 조여와 말하기가 힘들어 눈물만 흘렸다. 

  

  

  

  

  

  

  

  

  

  

"입 열면."  

  

  

  

  

  

  

  

  

  

  

  

  

  

남자의 등 뒤로 달빛이 비춰졌다. 남자의 손톱이 목을 파고든다. 땅에 발이 닿지 않아 허덕이던 몸짓도 이젠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이곳은 내가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 남자는, 남자는.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죽여 버릴 거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생각해둔지도 한참 전 써둔것도 한참 전.... 저는 글쏨씨가 없어서 사진 고르는 쏨씨도 쥐약이라 사진을 많이 안 넣어요.

다칠 준비가 돼있어 차학연 사진 한장을 딱 보고 '오! 저런 학연이가 이썼으면 'ㅅ' ' 하다가 이제서야 꾸무..ㄹ..꾸물...

다른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사진 고르는 솜씨가 좋을까... 그리고 우물 들어가는건 이누야샤가 맞아요. 옛날에 몇번 봤었는데 완결은 났나? 학연이 흑발이 몬가비슷..

근데 이누야샤가 그렇게 똥차라구하던데  사찰 사진이 제가 생각하는것과는 많이 달라요.. 더 크고 웅장웅장해야하는뎈ㅋㅋㅋㅋㅋ찾기의 한계라.. 아마 저때 애들은 다준돼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177.208
와...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 분위기 너무 좋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다음편 기대하갰습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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