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윤X태현
강아지
한 겨울의 이른새벽, 아직 한밤중이라고 해도 믿을정도의 어둠속에서 누군가는 따뜻한집안에서 곤히 잠들어있을 시간에 또 다른 누군가는 쌀쌀맞기 짝이없는 현실에서 살아남기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 어휴, 춥다. 〃
먹고살기바빠서 그 흔한 패딩하나 마련하지못한 나는 후줄근하게 늘어난 후드집업하나를 걸치고선 밖을 나섰다.
아마 나보다 나이를 더 먹을만큼 먹었을 오래된 자전거가 안전장치를 굳이 잠궈놓지 않아도 대문앞에 얌전히 기대어 있었다. 신발밑창이 닳을대로 닳아버린 캔버스화 끈을 단단히 매듭짓고선 익숙하게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듣기싫은 자전거 체인소리가 조용한 새벽거리에 울려퍼졌다.
내가 살고있는 동네에서 한 언덕만 내려가면 서울에서 내놓으라하는 부자들이 즐비하고있는 동네가 있었고, 나는 이 동네에 우유를 돌리는 우유배달원이다. 고작 한 언덕차이로 음침하기 짝이없는 자신의 동네와, 곳곳에 방범카메라와 으리한 주택이 줄지어져있는 이 동네를 보면 형용할 수 없는 자괴감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자신은 그럴 생각을할 여유조차 사치였기때문에 바삐움직여야했다.
이 동네는 아침일찍 운동하는 몇몇사람들 외엔 길거리가 매우 조용했다. 그게 오히려 배달하기 수월했기에 그점에선 이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한집, 두집 우유를 배달하고선 늘 마지막으로 배달을 가는 집이있었다. 이 동네에서도 가장 예쁜건물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집이였다. 나는 자전거에서 몸을 일으켜, 우유를 챙기고 휘청거리는 자전거를 벽에 기대어놓았다. 다른 집에비해 낮게 지어져있는 대문에 우유를 넣고선 버릇처럼 대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작은존재가 잔디밭을 가르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 안녕, 오늘 많이 춥지 ― ? 〃
작은존재의 정체는 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였다. 대문의 좁은틈사이로 손을 밀어넣고선 강아지의 머릴 쓰다듬어주었다. 나는 전날, 편의점 알바를 마치고서 몰래 챙겨온 강아지용 간식을 강아지에게 먹여주었다. 강아지는 기분이 좋은듯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 오늘도 내가 왔던건 비밀로 해줘 ― 〃
내 말을 이해한것마냥 강아지가 가만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나는 재빠르게 대문틈새에 뻗었던 손을 거두고선 벽으로 몸을 숨겼다.
〃이히야, 잘잤어? 〃
다정한 음성이 그와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나는 눈만 빼꼼히 내밀어서 그를 바라보았다. 결좋은 갈색머리에 새하얀 니트를 입고서 다정한 눈빛으로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는 그는 27년 내인생에 있어서 봐온 사람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이렇게 그를 몰래 지켜봐온지도 세달째 접어들었다. 바쁜 아침마다 유일하게 시간을 허비할 만큼 나는 그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가 남자라는건 상관이없었다. 어차피 내가 이렇게 몰래 그를 연모하고있단것도 그는 모를일일테니깐.
오늘따라 부시시하게 일어난 그의 갈색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싶었지만 그럴 수 없기에 나는 애꿎은 주먹만 꽉 쥐어보였다. 그가 잠시 이히를 내려놓았다. 우유를 챙길참인거같아서 나는 기대어 놓았던 자전거를 일으켜 급히 언덕을 올라갔다.
* * *
〃 어라, 왜 안나오지 … 〃
우유를 대문앞에 넣고 오분정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는 강아지에 아픈건가 싶어서 걱정이되었다. 일분정도만 더 기다리다가 떠날 생각이였다. 더 지체하기에 시간이 너무 없었다. 오늘따라 뼈가 사릴정도의 강력한 추위에 벽에 몸을 기대어 후드집업 모자를 더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 저기요. 〃
으아 ― !
난대없는 목소리에 깜짝놀란 내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자, 그도 놀란듯 눈을 크게 떠보였다. 잠시 둘간의 정적이 흐르고 눈치없는 강아지만 날 반기는듯 꼬리를 살랑거렸다. 이른아침부터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를 보자 나의 늘어난 후드집업과 바지가 창피해져서 몸이 괜히 움츠러들었다.
실례할게요, 하고서 갑자기 내 손을 잡은 그를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가 수줍게 웃어보였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건 처음이라 심장이 주책맞게 뛰었다. 혹여나 그 소리가 이 고요한 거리에 울려퍼질까 쓸대없는 걱정도 했다. 그가 자유로운 나머지 한손으로 자신이 입고있던 코트 주머니속에서 무언갈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걸 내손에 쥐어주었다.차갑게 얼어붙었던 손이 따뜻해졌다.
〃 그전부터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항상 일찍 가셔서요. 〃
〃 예 ‥ ? 〃
〃 아침마다 저희 이히랑 놀아주시잖아요. 〃
그가 쥐어준것은 귀여운 캐리커처가 들어간 핫팩이였다. 것보다 일단, 나는 그가 다 알고있었다는 사실에 괜히 부끄러워졌다.
〃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합 ‥ 〃
〃 아뇨!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 〃
내말에 눈썹이 잔뜩쳐지고 울상인 표정을 한 그가 제법 큰목소리로 대답했다. 한없이 쳐진 그 눈썹이 그의 나이름 짐작할 수없을 정도로 귀엽게 느껴졌다.
〃 앞으로도 저희 이히랑 놀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 아 ‥ 네. 〃
〃 그리고 제가 오면 그렇게 도망가듯 급히 안가셔도되요. 〃
아씨, 다 알고 있었구나. 젠장!
얼굴에 열이 올라옴을 느낀나는 고갤 푹 숙였다. 대답대신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그러자 그게 듣기좋은 소리로 작게 웃었다.
저 때문에 바쁘신데 붙잡혀있던거 아니에요? 죄송해요 - 하고 말하는 그에게 괜찮다는듯 고갤 저었다.
시간은 이미 지체할대로 지체했지만, 오늘 그를 가까이에서 본 것만으로도 이 힘든 하루를 괜찮게 보낼 수 있을것 같았다.
* * *
〃 오늘은 늦으셨네요 ― 〃
〃 아, 늦잠을 자버려서 ‥ 〃
별로 웃길요소도 없는 내말에 그는 뭐가그렇게 웃긴지 환하게 웃어보였다. 이제 적응할만도 한 내심장은 여전히 주책맞게 뛰었다.
그와 그렇게 마주친지 어느덧 3주가 흘렀으며, 그 3주동안 그는 강아지와 함께 아침 일찍부터 나를 반겨주었다. 그것때문에 요즘 평소보다 더 일찍일어나서 우유를 돌려 그와 한마디라도 더하기위해 시간을 벌였고, 밤늦게 편의점알바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 대화내용을 곱씹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당연스레 내 손을 잡아들어서 핫팩을 쥐어주었다. 이것도 벌써 3주째 챙겨주는것이였다.
〃 저, 저기 이제 이거 안챙겨주셔도 괜찮아요. 〃
〃 저기말구요. 〃
〃 … 〃
〃 남태현이에요. 〃
〃 아 … 〃
그리고, 제가 챙겨드리고 싶어서 그러는건데 필요없으시면 버려도 상관없어요.
그가 살짝 뾰로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말은 그게 아닌데!
〃 아,저, 아니 그러니깐 태,태현씨 ! 그게 아니라 너무 감사해서, 아 그러니깐 이걸 뭐라고 해야하지 ! 〃
〃 하하 … 〃
아, 정말 그 쪽 너무 귀여워요.
그가 눈에 눈물까지 맺힌채로 웃자 품에안겨있던 강아지도 같이 방정맞게 꼬릴 흔들어보였다.
〃 그, 그쪽말구요. 〃
나는 왜 아직도 그 앞에서 말을 안 더듬을 수가 없는지, 그가 날 덜떨어진 사람이라 생각하지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 강승윤이요. 그러니깐 저도 그쪽이아니라 강승윤 … 〃
〃 승윤씨. 〃
그의 입에서 나온 내이름이 성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 승윤씨는 참 좋은사람 같아요. 〃
〃 네? 아, 아뇨. 뭐 ‥ 〃
〃 이히한테 고마워해야겠다. 승윤씨도 이히한테 고마워하세요. 〃
〃 예? 〃
〃 저 처럼 좋은사람 만나서 고맙다고. 히 - 〃
아이처럼 웃어보이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모르게 같이 웃어버렸다.
어, 승윤씨 웃는거 처음봐요 ! 자주 웃어요, 좀 - 훨씬 보기좋네 !
부러 오버하는 그 모습에 나는 주체할 수 없이 웃어보였다.
* * *
〃 승윤씨! 〃
남태현은 25살이며 나보다 2살 어리다는것.
〃 이히가 어제부터 병원에 입원했어요. 〃
키는 나랑 비슷했고, 디자이너 지망생으로 현재 H대학에 재학중이며 군대도 전역했다는것.
〃 이히없다고, 일찍 가버리고 그럴건 아니죠? 〃
잔정이 많고 여린편이지만, 첫 인상이 날카로워서 오해를 많이받고, 이 넓은 집안에서 혼자 살고있다는것, 부모님과의 사이가 딱히 좋지않다는 것.
〃 그리고 이거 승윤씨 생각나서 … 〃
현재 애인이 없다는 것까지.
〃 부담갖지마요, 이것도 제가 드리고싶어서 그런거니깐. 〃
〃 고마워요. 역시 태현씨 안목이 보통이아니네요. 〃
〃 예쁘죠? 흐흐. 〃
버건디색의 머플러는 정말 누가봐도 색감이 고왔다. 앞으로 이거 주구장창 두르고 다녀야겠다.
그와 가까이지낸지 2달정도 흘렀다. 물론 아침에 잠시 이야기를 나눈 사이라지만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되었으며, 훨씬 편한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말을 편하게 놓으라는 그의 말에 내가 편할때쯤 놓겠다고 했다. 아직도 그와 이런사이가 된 것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와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 승윤씨. 〃
〃 네. 〃
〃 저 오늘 소개팅하러가요. 〃
〃 아 … 〃
〃 저 이런거 처음나가봐요. 〃
조금 들뜬 그의 목소리에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거 같았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그가 나를 좋아해주는건 바라지도 않는 일이였지만서도 섭섭한 감정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좋은여자친구 만나라고 마음에도 없는말과 횡설수설 별 조언같지도않은 조언까지 덧붙였다. 그는 내말을 제대로 듣고있는건지 고개를 작게 끄덕일뿐이였다. 상쾌한 아침공기가 텁텁하게 느껴지고, 이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는 어느정도 지난 시간을 확인하고서 벽에 기대어놓은 자전거를 일으켰다.
〃 진짜 제가 좋은여자 만나길 바래요? 〃
잘가라는 인사대신 난대없는 질문에 안장에 올라타려던 몸이 멈추었다. 나는 물론이죠. 하고 대답했다.
〃 정말요? 〃
되묻는 목소리에 왠지 날 원망하는거 같이 느껴졌다.
내가 아무말않고 그를 바라보자 그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보니 눈도 좀 빨갛게 변한거 같았다.
〃 정말 제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승윤씨? 〃
뒤이어 묻는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고갤 끄덕이면 그가 당장이라도 울 것같았다.
〃 전 말이죠. 승윤씨가 좋은여자 안 만나면 좋겠어요. 〃
〃 … 〃
〃 저도 제가 무슨심보로 이러는건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구요. 〃
〃 … 〃
〃 괜히 질투날것같아요, 정말. 〃
이 타이밍에 그래도 되는건진 모르겠지만, 벅찬 마음에 그를 와락 껴안았다. 잠시 움찔하던 그가 내 허리께에 팔을 둘러안았다.
〃 저는 겁이많아요, 태현씨. 말했죠? 〃
〃 네. 〃
〃 배신을 많이당해서 거짓말도 밥먹듯이하고, 사람을 잘 믿지못해요. 〃
〃 … 〃
〃 그러다보니깐, 사람대하는것도 그렇고 감정표현하는것도 많이 서툴어요. 〃
〃 네. 〃
〃 이렇게 해도 되는건진 모르겠는데. 〃
저도 그래요, 태현씨. 태현씨가 좋은 여잘만나면 질투날것 같아요. 솔직히 이히한테도 조금 질투날때도 있었는걸요.
그가 내말에 작게 웃었다. 귓가에 듣기좋게 울려퍼지는 웃음소리에 심장께가 간질거리는 기분이였다. 그가 안겨있던 몸을 떼어내고선
지긋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너무 다정해서, 너무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시선이여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저는 승윤씨랑 반대에요. 제 감정을 너무 솔직하게 표현하는거 말이에요. 〃
쪽하고 수줍게 내볼에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에 나는 멍해질 수 밖에없었다.
〃 좋아해요, 승윤씨. 〃
* * *
첨벙거리는 아스팔트길을 거침없이 뛰었다. 비가오는날은 자전거없이 배달을 해야했기때문에 평소보다 배로 바삐움직여야했다. 바지 밑단이 다 젖은건 상관없었다. 일초라도 더 빨리 그를 보고싶었다.
〃 태현씨 ! 〃
그의 집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의 집근처 가로등 밑에서 우산도 쓰지않은채 비를 맞고있는 그를 발견했다. 나는 허겁지겁 그에게 달려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 우산도 안쓰고 여기서 뭐해요! 〃
혹여나 심한감기라도 걸릴까봐 걱정이 되었다. 근데 오늘따라 그가 이상했다. 내가 곁에다가와도 사랑스럽게 웃으며 인사도 않고, 몸만 바르르 떨고있었다. 얼마동안 비를 맞고있던건지 긴 그의 머리가 얼굴 여기저기에 엉망으로 달라붙어있었다. 그 머리를 조심스럽게 떼어내는데 손위로 따뜻한 물이 흘러내렸다.
〃태현씨 ‥ 〃
그가 울고있었다. 왜 진작에 몰랐을까. 그가 입술을 깨물면서 울음소릴 참고있었다는걸 !
나는 바보같은 나를 자책하며 그를 내 품에 안았다. 그러자 그가 참아왔던 울음을 한꺼번에 쏟아내었다. 심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였다.
〃 흐,흐흑,흐, 승윤,승윤씨. 어떡,흡, 해요? 〃
이히가 죽었어요. 이히가 ….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도 시름시름 앓고있다는 이야길 들었었다. 그러다가 결국 어젯밤에 급하게 병원으로 가던도중 죽었다고했다. 어찌보면 그의 유일한 가족이였다. 나는 더 힘껏 그를 껴안아주었다. 조금이나마 그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
한참이나 내품에 안겨서 울던 그가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미안하다며 내 품에서 떨어져나갔다. 퉁퉁 부어버린 두눈이 너무귀여워서 입맞추고싶었지만 힘들게 참아냈다. 그는 아이처럼 울었던게 창피했는지 연신 젖어버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 태현씨 손바닥 펴봐요.〃
착하게도 그는 바로 손바닥을 펴보였다. 나는 그 손위로 내손을 얹었다. 뭐하냐는 듯한 그의 눈빛에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이히가 했던것처럼 혓바닥을 내밀었다. 그제서야 이해한듯 그가 작게 웃어보였다. 뭐에요, 승윤씨.
〃 태현씨, 음, 아니. 태현아. 〃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존칭없이 불렀다. 커다래진 그의 눈을 피하지않고 마주했다.
〃 이히만큼은 아니지만. 〃
〃 … 〃
〃 너의 충실한 강아지가 되어줄게. 〃
〃 승윤씨 … 〃
〃 늦었지만, 나도 너 많이 좋아하고 있어. 〃
〃 정말 … 〃
〃 나랑 사귀어줄래? 〃
대답도 듣기전에 대담하게 키스해오는 그가 정말 남태현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음이 났다. 이제 어느덧 늦겨울로 접어들은 이른 아침,
검은 우산안의 두 사람에겐 오직 그 둘만의 세상이 존재하는것같았다.
* * *
끄응 -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난 태현이 고요한 주위를 둘러보았다. 짜증나!
〃강승윤 ! 〃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에 짜증이 더불어났다. 얼마지나지않아 벌컥열린 침실문 뒤로 빼꼼히 눈만 내밀고있는 승윤에게 있는힘껏
베개를 던졌다. 짜증나게도 승윤은 그 베개를 손으로 잡아냈다.
〃 어제 분명 한번만 한다고했지? 무슨 짐승도 아니고 정말! 〃
〃 짐승이잖아. 〃
난 태현이 강아진데?
괜히 말을 덧붙여서 화를 일으킨 승윤은 침대 옆 협탁에 올려져있던 리모컨으로 머릴 맞았다.
〃 허리아파아 ― 〃
〃 주물러줄게. 〃
승윤은 태현이 울며불며 부탁을 하여 오랫동안 시달렸던 아르바이트를 다 그만두고 태현의 가정부로 고용되어 같이지내게 되었다.
27년 고된삶에 하늘이 선물을 주신게 아닌가 생각이 날정도로 승윤은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지경이였다.
승윤이 침대로 다가오자 다시 침대에 엎드린 태현이 계속 앓는소릴냈다. 그 소리도 승윤의 귓가엔 야하게 들려왔다. 남태현은 전생에 여우였을거야, 그것도 꼬리 아홉개달린 구미호. 하고 승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입밖으로 꺼냈다가는 일주일간 태현이 몸에 손도 못되게 할 것이였다.
〃 승윤아. 〃
〃 응. 〃
〃 우리 오늘 데이트할까? 〃
〃 그러자. 〃
〃 뭐 입고 나갈까 ― 〃
눈썹이 잔뜩쳐지고, 입에 바람까지넣고 고민하는 태현을 바라보던 승윤은 심장이 폭행이라도 당한듯 아프기까지했다. 저 귀여운 생명체를 어떡하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태현은 승윤에게 너는 내가 어떤옷입은게 제일좋아? 하고 물었다.
제일 이상한 옷으로 입어 태현아, 니가 너무 예쁘니까. 아니다, 그냥 ‥
〃 태현아 큰일났어.〃
〃 어, 왜? 〃
〃 니 강아지 요즘. 〃
발정기인가보다. 옷 입지마. 오늘 집에서 못나갈꺼같아.
@@
오예
갑자기 끄적인글, 끝까지 적고싶어서
하이패스마무리네요 ㅎㅎㅎㅎ핳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