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PANDORA)
삶과 죽음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곳에는 별이 없다. 나를 위해 빛나주던 네가 없었다.
며칠 뒤, 열은 내렸고 나는 퇴원할 수 있었다.
몸은 회복되었지만 며칠은 안정을 취하는게 좋겠다는 의사선생님의 권유에 나는 길고 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은 지루했지만 마냥 어둡고 캄캄하지는 않았다.
나는 가끔, 밤에도 켜지 않던 불을 대낮에도 환하게 켜곤 했다.
똑똑.
" 공주님, 문 좀 열어줘. "
" 그 공주님이란 말은 대체 언제까지 할거야? "
내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진짜, 매일 들어도 김지원의 공주님 소리는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 내가 이렇게 불러주지 않으면 니가 공주님이란 사실을 까먹을까봐 그래. "
" 넌 그런 능글맞은 소릴 잘도 하더라. "
지원이가 웃는다. 아이같은 얼굴로.
정말이지 보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게 하는 그런-
" 어? "
" 왜? "
" 너 방금 웃었지? "
" 아닌데? "
" 다시 웃어봐 "
" 안웃었다니까 "
분명 봤는데, 하고 투덜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 너 웃는거, "
" 응? "
" 내 상상보다 훨씬 더 예쁘다. "
지원이의 말이 진심처럼 들려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 내가, 니가 모를만한 얘기 하나 해줄까 "
" 뭔데? "
" 사실 종종 너를 보려고 너네 집 앞을 찾아왔었어. "
" ...나를? "
" 말했잖아. 난 니 생각 많이 했다고. 근데 도통 볼 수가 없더라. "
그럴만도 했다.
나는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어도 보통 나보단 다른 사람들이 움직였으니까.
" 가끔은 스스로도 의문이 들었어. 못 본지 몇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니가 궁금한지. 왜 신경쓰이는지. "
지원이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넨다.
낡고 오래된 종이에는
10년 전, 7살 소녀의 일기가 적혀있었다.
오늘은 그 별이 없다.
엄마가 없다.
어릴 때, 밤이 되면 나는 하늘을 보고 별을 세곤 했다.
사람이 죽으면 하늘의 별이 된다는 이야기를 믿었다.
나는 밤하늘에서 제일 빛나는 별이 엄마라고 믿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별은 하늘에 나타나지 않았다.
" 요즘 하늘에는 별이 안보이잖아. 그래서 니가 매일매일 슬퍼하면 어쩌나 걱정했어. "
" 언젠가부터는.. 별 보는 걸 관뒀어. 별이 없어지는 것보다 슬픈 일이 더 많아졌거든. "
나는 말을 마치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 별이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별이 사라진게 아니야. 별은 그 자리에 있어. "
" ... "
" 그러니까, 슬퍼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
" 저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나한테는 이제 니가 있잖아. "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이내 나를 안아주는 지원이의 품 안이 따뜻하다. 나는 너를 만나고, 비로소 웃는 법을 배운 것 같아.
내 어둠을 비춰주는 별은 하나뿐이지만, 내게는 그 별이 태양보다 밝았다.
" 내 세상에선, 니가 제일 빛나는 별이야. "
지원이는 안고있는 팔을 풀고 나를 내려다봤다. 웃고있는 지원이의 눈이 예뻤다.
지원이는 내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나는 왠지모를 눈부심을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
' 판도라, '
신은 나지막히 그 이름을 불렀다.
삶의 시작부터 위태로워보였던 소녀는 17년을 버텼다.
길고 긴 어둠을 지나고나서 이제야, 소녀는 행복을 알아가고 있었다.
희망, 그것은 때때로 더 큰 고통이었지만
가장 있음직한 기적이었다.
17년 전의 약속대로, 신은 검은 방과의 작별을 준비했다.
신은 검은 방 벽에 손을 얹고 천천히 걸었다.
그 손이 훑고 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
판도라가 끝났어요!!!!!
5편 정도로 생각했는데, 정말 5편으로 끝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ㅎ_ㅎ
5편에서 담아야 할 내용이 많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다보니 그렇진 않더라구요!
계절 단편은 매일 일기에 적어온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덧붙여서 쓴 글이었고
판도라는 노래 한곡에 꽂혀 급하게 쓴 글이었는데
글을 쓰면서 생각을 했던게, 제가 다음에 또 단편으로 올지 장편으로 올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온다면 스토리를 상세하게 다 짜놓고, 매일 조금씩 살을 덧붙이는 느낌으로 쓰고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글은 아직 큰 틀밖에 그림을 못그려놔서
아주 일찍은 못올것같아요ㅠㅠ
그래도 한 분이라도 제 글을 기다려주시면 꼭 좋아하실만한 글을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님들 다 너무 감사해요!
암호닉
김지원 님
김밥빈 님
구닝 님
귤 님
그동안 너무너무!!! 감사했어요♥_♥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