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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님은 애정결핍이 있습니다.

 

그는 제 연구대상입니다. 그렇다고 그를 실험체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그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 외엔 하지 않고, 그 연구는 그가 행동하는 양상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할 뿐입니다. 그것은 결론적으로 그에게서 심리적인 병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연구를 하고 많은 심적 병을 치료해준 그가 환자라는 게, 사실 조금 모순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그는 그의 병을 모르니 차라리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심은 그가 오직 애정결핍만 가졌다는 일종의 방심에서 더 큰 병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유영재 환자라고, 김 교수님이 미칠듯이 집착하는 사람이 있어요. 무서운 건, 이 환자는 김 교수님의 집착을 더 고조시키기만 할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런데 어떡합니까. 이 환자는 인지장애가 있는걸요. 교통사고 때문에 한동안 코마상태에 빠져있더니 일어나셨을 땐 지능이 현저하게 저하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정대현 환자한테서요. 그 분은 준홍이가 끔찍히 아끼는 환자분이셨어요. 친절한 사람이었고요. 가끔 병 증세가 나타나 변할 땐 다른 사람 같았지만요. 저더런 형이라고 부르라면서 자긴 종업씨, 종업씨 하며 왠지 간지럽게 부르시던게 기억나네요. 우연히 준홍이에게 김 교수님 이야기를 하다가 들으신건지 제게 김 교수님에 대해 묻기도 하셨어요.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병이 좀 나으셔서 잘 지내고 계실 거라 어림짐작 해봅니다.

 

아무튼, 유영재 환자는 김 교수님한테 몇 번이고 스크래치를 남기신 분이세요. 교수님은 제가 모르실거라고 아마 추측하시고 계시거나, 아니면 아예 신경을 안 쓰시거나 이실테지만, 전 그분과 교수님이 어떤 관계에 얽혀 있는지 알기 싫어도 알게 돼 버렸어요. 왜 미친듯 그 사람의 모든 걸 잃게 만드나, 왜 그 사람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면서 집착하나, 왜 자꾸 그사람을 신경쓰나, 하는 자잘한 것들이 이미 다 설명해 버렸잖아요.

 

"……교수님."
"어?"
"이거요."

 

바랜 폴라로이드 사진에 적힌 못난 글씨체로 스쳐가듯 영재라는 이름을 발견했어요. 날짜도 재작년인걸 보면 그 사람이 적은 게 맞나 싶어요. 신경 안 쓰듯 했지만, 그렇다면 제가 그걸 줄 리는 없잖아요. 이게 도움을 주든 회의감을 주든 전 그걸 드렸지만 사실 그러려던 게 아닌데요.

 

김 교수님은 유영재 환자를 따라 심리학을 전공하셨다고 했어요. 저나 교수님이나 다를 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김 교수님 따라 심리학 전공한 저도 교수님 뭐라 할 자격은 없는 것 같네요. 김 교수님은 아마 인간관계에 미숙하셨을 거예요. 하나뿐인 친구이신 방 교수님은 무뚝뚝한데다 관심도 크게 안 주셨고, 당사자인 그는 천재들 중에서도 최상위급이라 항상 견제 속에서 살아 소통하는 법보다는 경쟁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니까요. 그러다가 막상 여태껏 못 가진 감정을 유영재 환자에게 가졌으니 이해 못하는것도 이상한 건 아니예요. 유영재 환자는 김 교수님한테서 그 감정을 모두 끌어 가져가신 후에 버리셨으니까, 또 교수님이 혼란스러워 하는것도 당연한거고요. 두 분 다 너무 안쓰러운 사람인데, 그걸 당사자들은 서로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차라리 유영재 환자가 말을 안 걸었다면, 아니면 애초에 김 교수님이 천재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그렇다면 저도 이 자리에 없었겠죠.

 

평행우주론이라고, 가능한 모든 가능성에 대해 그만큼에 해당하는 갯수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이 있는데요, 아마 이 이론에 따르면 제가 교수님을 만나지 않았을 우주, 유영재 환자가 말을 걸지 않았을 때의 우주, 유영재 환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우주, 김 교수님이 저를 조교수로 임용하지 않았을 경우 등 무수하게 많은 경우가 만들어 졌을 겁니다. 그리고 김 교수님과 유영재 환자는 지금 최악의 경우로 가고 있으리라고, 또 여겨지고요. 물론 최악의 경우중 유영재 환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경우도 있지만, 그건 김 교수님에게 지금만큼의 후유증을 남기진 않았을 거라 생각하기에 미연에 제외합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지금 두 분은 이 경우까지 오게 된 것이 모두 최악의 경우대로 길을 따른 것이라고 어림짐작하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두 사람은 모르겠죠. 이게 최악의 경우인지, 어떤 의미인지, 그 무엇도요.

 

교수님이 자살기도를 하셨다는 게, 그가 가진 또다른 병인 우울 장애가 원인이지 싶었습니다. 도대체가, 이 사람은…… 안 아픈 곳이 어디일까요. 꽉 잠궈놓고 블라인드까지 꼼꼼히 친 내벽을 허물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지켜보며 진단하는 게 다예요. 그것마저도 제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부분이 생겨 그를 떠나보낼 뻔 했네요. 위 속에서 소화될 수도 있었던 수면제를 토해내는 그를 보면서 그가 살아가는 데에 미련을 두어 발악한다는 것 또한 알아챘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게 당연했습니다. 그렇게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행동이, 어쩌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같아서, 나 좀 놓지 말라고 부탁하는 모습 같아서 그를 못 놓아요. 어느 누가 그 사람의 아픔을 알아채서 건들지 않도록 조심스레 치료해주도록 하겠어요. 속으론 안 될 걸 알면서도, 그렇게 악행을 저지른 사람인데.

 

유영재 환자에게 가진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렀다고, 포장하기도 뭐하지만 그는 그게 맞았습니다. 그 감정을 집착으로 바꾸어버려 유영재 환자의 인생을 망쳐버렸지만, 그도 그걸 알 테니까요. 죄책감은 분명히 느낄 겁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예요. 저한테 그러는 건 아직 못 봤지만요.

 

교수님도, 유영재 환자도, 그렇게 아팠으니 더이상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아픔을 미리 알지 못해 서로 상처만 더 만들기 급급했던 사람들. 서로의 병, 심지어는 본인들의 병마저도 무심했던 사람들, 거기까지면 됐어요. 그 이상은 그들이 견디기 힘들 게 분명해요. 그러니까 거기까지만 해요. 자살도 그 무엇도, 진전되지 않도록, 부디.

 

 

 

 


아마도

다음화가 마지막 화가 되지 않을까...예상하는 중입니다. 확신은 못하겠고요ㅠ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미더 헐ㅜㅜㅠㅠㅠㅜㅜㅜ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ㅜ은근그런줄ㅠㅠㅜㅜㅜㅜㅜㅜㅜ힘챠야ㅠㅠㅠㅠㅠㅠ너무 아프다ㅠㅠㅜㅠㅠㅠ작가님잘보고있어요ㅠㅠㅠㅠㅜㅜㅜ사랑
11년 전
독자2
b;;d....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눙무리....업이가..힘찮아,,,하..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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