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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Apple Pie

 

Apple Pie 上

 

 

 

" 좋아해."

 

너무 놀라 입에 물고있던 사과맛 사탕을 떨어뜨린 동우였다. 떨어진 노란빛의 사탕은 바닥에 부숴져 반짝였다.
으.. 내 사탕 아깝다 . 쩝..

그리고는 냉큼 대문을 열려던 손을 거두고는 담장으로 몸을 숨겼다. 고개만 빼꼼 내민 동우가 고개를 돌리자 옆집에 살고있는 꼬맹이가 보였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호원이 여고생이 내민 편지와 선물을 무표정하게 보고있었다.

오... 이호원 인기쩌네!! 저 세라복은 ** 여고 아니야?! 이열~

동우가 뿌듯뿌듯 아빠미소를 지으며 다시 호원과 여고생을 지켜보는데 호원이 한숨을 쉬었다.

 

" 미안. "

 

" 아.. 저기.. "

 

"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

 

여고생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서서 도망쳐 자신의 친구들에게로 갔다. 그 모습에 동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헐.. "

 

동우가 대문을 박차고 나갔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호원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동우를 보았다.

 

" 호야 너무해!!! 가련한 소녀를 울렸어!! "

 

" 아. 깜짝이야. 왜 그런데서 나와? "

 

" 우리집 대문에서 나왔는데? "

 

" 그런걸 몰래 보고있었어?? "

 

" 그럼 그때 나가면 뭐가 되냐? 너도 뻘쭘, 나도 뻘쭘, 소녀도 뻘줌. "

 

" 근데.. 형은 이시간에 어딜가? "

 

호원이 컴컴해진 밤하늘을 보고 차려입은 동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스키니한 바지에 라이더 자켓까지 쫙 빼입거를 보니 의심할 여지가 없긴 했지만..

동우가 좋아하는 애가 누군데 응?응? 이 형아에게 털어놔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호원의 말에 어느새 까먹고는 환하게 웃으며 라이더 자켓의 깃을 손을 잡으며 폼을 잡았다.

 

" 형아 멋있냐? 멋있징? "

 

호원이 피식 웃었다.

 

" 웃어? 웃어? "

 

동우가 주먹을 쥐고는 호원에게 뻗자 호원이 웃으면서 한 손으로 막았다.

 

" 아 그래서 어디가냐고."

 

" 놀러가지 당근!"

 

동우가 주먹으로 호원에게 장난치던것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보았다.

 

" 빨리오라고 성화네. "

 

" 이 밤에? 형 때문에 대학생에 대한 환상이 다 깨졌어. "

 

"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 호야는 왜 이렇게 늦게 다녀? 어린이는 얼릉얼릉 집에 드가 "

 

동우가 우쭈쭈하며 호원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 아 하지마!"

 

호원이 정색하며 동우의 손을 치워냈고, 동우는 그저 그런 호원이 귀여워 하핳핳학학하하 웃을 뿐이였다.

 

" 형이나 일찍 다녀"

 

" 일찍다녀 임마. 형아는 엄청 이른 새벽에 집에 들어가니까! "

 

어이없어 하는 호원의 머리를 쓰다듬은 동우가 미소를 지었다.

 

" 공부도 쉬엄쉬엄해. 호야~ .  그럼 형아 갔다 올께"

 

동우가 마지막으로 호원의 볼을 꼬집고는 룰루랄라라 발걸음도 가벼웁게 큰길로 나갔다.
호원이 동우가 헝클어뜨린 머리를 정리하고, 동우가 아프지 않게 꼬집은 볼도 손등으로 쓱쓱 문질렀다.
동우의 손이 닿았던 곳마다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아파야 하는 곳은 꼬집힌 볼인데 가슴이 더 아픈것 같아서 슥슥 손으로 가슴도 문질렀다.

 

" 형은... 무슨.. "

 

그 벽은 이토록 크고 단단한 걸까?

호원은 저 멀리서 붕붕 손을 흔드는 동우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Apple Pie

 

 


동우가  잘나가던 고딩일때 (그렇다고 지금 못나간다는건 아니다) 옆집에 누가 이사를 왔는데 그게 초딩인 호원이였다.
안경을 쓰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시루떡을 들고 자신의 집 대문앞에 쭈그려 앉아 자신을 보고있었다.

이미 넥타이는 실종된지 오래이고, 교복단추도 2개나 풀었고, 밝은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가진 동우는 누가봐도 노는형아같았다.
동우의 주장에 따르면 노는 형아는 아니고, 그냥 강한 개성을 드러낸거라고 했다.

입에문 막대사탕의 하얀부분마저 담배같이 보일정도로 껄렁했다. 그건 장동우도 인정한다했다.
앞에 지는 그림자에 깜짝 놀라서 올려다보니 무서운 형아가 내려다 보고있어서 움찔한 호원이였다.
동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에 문 사탕을 빼내었다.

 

" 뭐야?.."

 

" ....아.."

 

" 뭔데 남의 집앞에 있어?"

 

" 이거.. 시루떡.. 돌리려고..집에 아무도 없어서.."

 

" 당근 아무도 없지. 없으면 돌아가지. 왜 이러고 있어?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덥나? 하고 고개를 갸웃한 호원이였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때라 좀 따뜻하긴 했지만 한여름같이 덥진 않았다. 단추도 두어개 풀어놓은 이유가 더워서 인가보다 하고
어린 호원이 납득을 했다.

 

" 주고 싶어서. 이거 맛있어..이웃끼린 서로 나눠먹어야된댔어."

 

동우가 '아 그래?' 하고는 교복바지를 뒤져서 나온 막대사탕을 호원에게 주었다.

 

" 먹어. 이것도 맛있어. 꼬맹이. 시루떡 잘 먹을께. 더운데 집에 가라."

 

동우는 호원의 손에 든 떡접시와 막대사탕을 교환하고 열쇠로 대문을 열었다. 호원은 멍하니 막대사탕을 보고있었고, 그게 꽤나 모양새가 귀여워 동우가 손을 뻗어 호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그래. 그땐 귀여웠지..

동우가 500cc의 맥주로 목을 축이며 피식피식 웃었다.

 

" 짱또오옹!! 청승부리지 말고 어서와! "

 

" 아 알았어!! "

 

그냥 옆집꼬맹이려니 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옆집이 이렇게 자주 부딪히나 했다. 고딩인 주제에 땡땡이치는 걸 밥먹듯이 하는 동우이기에 초딩이 마치는 시간마다 보는 거 일수도 몰랐다.
그때 꼬맹이는 체구도 작았고, 약했고, 퍼득하면 엄마를 찾아대는 마마보이였다.
고학년 애들에게 잡혀서 삥뜯기고 있는걸 지나가다가 봤고, 귀여운 꼬맹이가 벌벌 떨고있는게 좀 안쓰러워서 지나치지 못한 동우가 되려 삥을 뜯었다.
이 사나운 얼굴과 노는 형아같은 자태도 쓸모가 있었다. 따지고보면 코묻은 돈을 삥뜯은 동우는 그게 좀 쪽팔리긴 했지만 다시는 꼬맹이를 못건들이기게 손도 좀 봐주고 엄포도 놔주었다.
동우에게는 동생이 없어서 동생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꼬맹이가 채워주었다.

삥뜯은 돈(...)으로 사이좋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 고마워."

 

꼬맹이는 존댓말을 사용할 줄 몰랐지만 동우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건 그것나름 귀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 꼬맹이 이름이 뭐야? "

 

" 이호원."

 

" 형아는 장동우야."

 

동우가 씨익 웃자 아이스크림을 먹던 호원도 따라 방긋 웃었다.

아.. 그 귀여웠던 꼬맹이가 군대갔다온 사이에 훈훈한 고딩이 되어있었다. 여자애한테 고백도 받다니!!
키가 자신 보다 쪼오오오금! 그래 쪼금!! 큰거는 마음에 안들지만 말이다.

 

 

 

 

Apple Pie

 

 


호원이 학교에 가기위해 대문을 나와 동우의 집을 스쳐가며 습관처럼 동우의 집을 보았다.

이른 새벽에 돌아올꺼라더니...
대문앞에 주그려 앉아 자고있는 동우가 보였다.

추운 겨울이였다면 동사였을 꺼다. 하긴 이 형은 겨울에 감기를 친구처럼 달고다녔었다.

호원이 동우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다리를 접고 마주 앉았다.

 

" 형.. 동우형.일어나봐."

 

동우가 부스스 눈을 뜨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 웅?..."

 

" 왜 여기서 거지같이 이러고 있어. 집에가서 자."

 

" 웅..."

 

하고 다시 고개를 푹 수그리는 동우였다.

...말만 잘해요 진짜.

호원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손을 뻗어 동우의 볼을 쓰다듬었다.

무슨 술을 얼마나 마셨길레..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이러고 있었는지 알수가 없다.
각종 향수냄새에 동우의 냄새가 사라져있었다.

쓰다듬는 볼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다.

자신이 그 간밤에 얼마나 불안해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동우는 새근새근 잠에 빠져있었다.
호원이 깊은 곳에서 우러러 나오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내 마음의 반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꼬맹이 취급할려나..
나 아직도 더 자라야해? 그런데 그 사이에 누가 채가면 어떻게 해.

 

" 히.....이호워언.."

 

동우가 호원의 손을 밀어내며 웅얼웅얼 잠꼬대를 했다.
순간 동우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에 덜컥 하고 심장이 삐그덕 거리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는데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걸 보니 아직은 견딜만 한것 같았다. 

 

 

 


Apple Pie

 

 


" 으잉? 이호원~ 호야~ 호꼬맹이! "

 

마지막 중간고사도 끝났고, 점수고 뭐고 잠이 자고 싶은 호원이 느린 걸음으로 동우의 집을 지나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자기를 불러세웠다.
지금 이 시간에 들려와서는 안될 목소리에 호원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몸을 틀었다.
자신의 집 대문앞에 두 다리 쭉 펴고 앉아 있는 동우의 모습에 호원이 걸음을 옮겨 동우의 앞에 섰다.
손을 흔들던 동우가 자신의 앞에 선 호원을 올려보며 웃었다.

 

" 너 땡땡이 쳤냐? "

 

동우의 말에 호원이 피식 웃으며 자신을 올려다보며 웃고있는 동우를 내려다보았다.

 

" 내가 형인줄 알아?. 중간고사쳤어. 땡땡이는 형이 친거아니야?"

 

" 헐. 아니거등? 휴강됐어! "

 

이제는 놀던 생활을 접고 착실하게 살꺼라던 동우의 머리카락이 새카맣다. 그렇게 염색을 자주한 머리인데도 새카만 머리로 바뀐 동우의 머리카락은 결이 더 좋아보였다.
손을 뻗어서 머리를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 휴강하면 뭐해?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데."

 

놀던 생활을 청산한다 해서 제 버릇 남주는 것 아님으로 동우는 겉모습만 놀던 아이에서 탈피했지 여전히 노는걸 좋아했다.
휴강이라고 하면 그 날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게 동우였다. 그런데 집 대문 앞에 두 다리 쭉 펴고 앉아있으니 호원이 궁금할 만도 했다.

동우가 환하게 웃었다.

 

" 놀자. "

 

.................하.. 이런 동네바보백수건달같은 형아한테 심장이 떨리다니.. 암만 생각해봐도 미친게 분명해. 이호원 미쳤지. 미쳤어.

 

" 있어봐. 옷갈아 입고 나올께."

 

놀자는 동우의 말에 몰려오는 잠도 달아난 호원이였다.
동우가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집으로 들어가는 호원을 보곤 헤실헤실 웃었다.

 


 


Apple Pie

 

 

" 우리 진짜 오랜만에 놀러나온다."

 

동우가 이것저것 두리번 구경을 하며 말했고, 호원은 혹여 저리 앞을 보고 걸을 줄 모르는 동우가 넘어질까 온신경을 집중하며 응답했다.

 

" 형이 제대하고 나서 바빴잖아. 그리고 지금은 내가 고삼이고.."

 

" 아. 맞다 너 고3이였지?? "

 

동우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손벽을 쳤다.
호원이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이렇게 관심이 없을 수가 있나.... 해도해도 너무하네.

호원이 한숨을 쉬었다.

 

" 시험은 잘쳤어?"

 

" 뭐 그럭저럭."

 

호원이 동우의 팔을 잡아 끌어 행인을 피하게 해주자 동우가 호원을 보았다. 문득 제 팔에 닿은 호원이 손이 뜨겁고 크다고 느꼈다.
항상 잡아왔던 손의 느낌이랑 달랐다. 하긴 키가 컸는데 손도 컸겠지..

 

" 왜? "

 

" 으응?.. 아. 아니. "

 

" 앞 좀 보고 다녀 형. "

 

" 오키오키."

 

동우가 호원의 손에서 떨어지며 엄지와 검지를 붙여 오케이 표시를 만들고는 방긋방긋 웃었다.

하여간.. 말만 잘하지.


배가고픈 둘은 배부터 채우자며 둘이 오붓하게 점심을 먹고는 딱히 할일이 없어 영화관에 도착했다.


 

 

" 이럴수가!!! 이호원!!! 넌 왜 성인이 아닌거야?!!!! "

 

교복을 안입었다해도 민증에 잉크도 안마른게 호원이였다. 동우가 멱살을 잡고 흔드는 대로 흔들리는 호원이였다.

그걸 낸들 아나.나도 그게 제일 답답해 미치겠고만..

아직 19세가 되지 않은, 민증은 나왔지만 볼 수는 없는 19세미만 잔혹한 앣션스릴러물 영화에서 짤린 호원이였다.
그럼 다른걸 보자니까 자기는 꼭 19세이상 관람가의 잔혹한 액션슬릴러 물이 보고 싶다고 찡찡거린 동우였다.

 

" 그런건 형 친구들이랑 보러가."

 

동우가 호원의 멱살을 잡은 티셔츠에 주름이 지지 않도록 탁탁 펴주었다.

 

" 별 수 없지. 어딜가든 호꼬맹이구만. "

 

호원의 입꼬리를 한쪽만 올려 피식 웃었다. 웃고있는 호원의 이마에 빠직표가 하나 생겼다.
자꾸 건든다. 건들면 안되는 걸 자꾸 건든다. 형아고 자시고간에...

 

" 그럼 DVD방 가자! "

 

동우가 언제 찡찡거렸냐는 듯이 떵떵거리며 떠있는 텔레토비동산의 햇님보다 더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그 떵떵거리며 해맑은 동우햇님이 떠있는 텔레토비동산에 서있는 보라색 옷을 입은 보라돌이 호원은 차게 식어갔다.

 

 

 


Apple Pie

 

 

 

 

"..............."

 

" 우오오!! 우와우와!! 호야!! 여기가 극장보다 배는 좋다야!!! 여기 의자봐 의자봐!! 뒤로 넘어간다!"

 

호원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두 손을 꽉 잡아서 억눌렀다.
동우가 뭘 눌렀는지 뒤로 넘어가는 2인용 넓은 의자를 보며 박수를 쳤다.
호원도 박수를 치고 싶었다. 넋 나간 사람처럼 웃고 박수를 친다 크랩크랩!!

 친구들이 자랑스레 떠들고 다니던 풍문들이 왜 지금 제 귀에 들리고 있으며, 머리속에서 재생이 되고 있는가..

모텔같은데 좀 비싸잖아. 하고 싶을땐 디브이디방이 좋다니까? 어두컴컴하고 괜찮아. 괜히 흥분되고 그런것도 있고.. 여친도 은근좋아해.

샷더마우스!! 샷업샷업!!! 모두다 비콰이어트!!!!!!! 난 하고 싶지않아!!!!!!!

 

" 이호원. 거기서서 뭐해. 빨리와빨리. "

 

동우가 손을 팔랑팔랑 흔든다. 그것도 누워서.

조금 어둡다 싶은 방에 동우의 하얀 손이 나비마냥 팔랑팔랑 거린다. 토톰한 입술이 미소를 짓는다.
목선 아래로 보이는 쇄골에 호원이 갑자기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하...하...하..하고..싶....

이 형은 지금 날씨도 별로 안 더운데 왠 나시에 남방이야. 호원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붉어진 얼굴을 가라앉혔다.
여기가 좀 덥네... 아씨..
 
그리고는 터벅터벅 동우가 누워있는 옆에 털썩 앉았다.
등을 보이는 호원의 모습에 동우가 갸웃하고는 호원의 어깨를 잡았다. 흠칫하는게 많이 놀랐나 싶어 동우가 슬금슬금피어오르는 장난끼에 두 손을 호원의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는 뒤로 확 당기자 으악 하며 호원이 동우의 옆에 눕혀졌다. 동우가 발까지 차며 으하하핳하하하 웃었다.

 

" 아 형!!! "
 
호원이 벌떡 일어날 기세로 저를 부르자 벌떡 상체를 일으킨 동우가 허리를 틀어 호원의 어깨를 눌렀다.

 

" 아 왜. 풉..."

 

" 하.. 말을 말자 말을. "

 

위에서 저를 내려다보는 동우덕에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하는 호원이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다.
뭔가 경직되어있는 것 같긴한데 어째든 그런 호원이 동우의 눈에는 귀여운 호꼬맹이가 따로없어서 볼을 살짝 꼬집었다.

 

" 귀엽기는. "

 

누워서 보는게 얼마나 편한데.. 짜식..

호원의 불타는 몸을 알리 없는 동우다.

 

 

Apple Pie

 


눈 앞에는 잔혹한 액션스릴러공포가 펼쳐지고 있었지만 어째서 호원의 귀에는 옆방의 신음소리가 더 잘들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 옆에 동우는 그런 소음따위는 전혀 신경도 안쓰고 반짝반짝 거리는 눈으로 피 튀기는 살육의 현장을 보고 있었다.

이 형 취향도 이해할 수 없고, 옆방의 신음소리도 이해할수 없어. DVD방은 그런곳이 아니야.

이상한 나라의 호리스가 되어버린 호원이였다. 모든 상황이 스트레스로 다가온 호원은 문든 자신이 시험공부에 잠도 얼마자지 못했음을 상기했다.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 하고 눈을 감아버린것이 그냥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 호원이였다.

빵빵하게 나오는 에어컨 때문에 조금 쌀쌀하다 싶어 눈을 뜨니 영화는 이제 마지막장면인듯 했다. 문득 제 어깨쭉지가 무겁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린 호원이 숨을 죽였다.
제 어깨에 기대어서 자고 있는 동우덕분이였다.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살육의 장면을 보더니 언제 잠이 들었는지 눈을 꼬옥 감고는 제게 붙어있었다.
저도 쌀쌀하다 느껴서 깼는데 동우도 추웠는지 제게 바짝 붙어서 체온을 높이고 있었다. 떨어지려하면 제 체온을 가져가려 꼬물꼬물 붙어대는 통에 호원만 죽어갔다.

차라리....... 피 튀기는 살육의 현장이 나을것 같다.

제게 닿아오는 머리카락의 부드러움과 정체불명의 좋은 향기, 제 팔에 닿아있는 동우의 손까지.
호원은 불이 타오르는 화염지옥에 있는 듯했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이제 자신의 귀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심장이 뛰는 소리만이 들렸다. 

호원이 크게 숨을 들이마쉬고는 쉬었다. 조금은 안정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호원이 고개를 돌려 잠이 든 동우를 보았다.
누구보고 꼬맹이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어째서 군대 갔다와서 복학생 아저씨라고 찡찡 거리는 것도 귀여워보이는지 모르겠다.
지금 제 옆에 꼬옥 붙어서 자고 있는 모습도 그저 귀엽고 예뻤다.

항상 저를 놀리면서도 잘 데리고 다니며 놀아주던 동우가 군대가던날 누구보다 많이 운건 호원이였다.
으하핳하하하하핳핳 잘갔다오께에 으하하하하핳 하고 바보같이 웃던 동우가 괜히 더 얄미워 주먹으로 등을 퍽퍽 친것도 호원이였다.
저는 속이 타 죽겠는데 웃음이 나오는가 말이다. 하긴 그 덕분에 이 바보같은 마음도 깨달아버렸다.

너무도 보고싶었다. 껄렁껄렁한 동우의 모습도,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는 동우도,매일 꼬맹꼬맹꼬맹이하며 놀려대는 동우도, 형이면서 아무것도 없는 길바닥에 넘어지는 동우도,
그냥 장동우가 너무 보고싶었다.
휴가를 나온 동우는 호원의 집 대문앞에 두 다리를 쭉펴고 앉아서 호원을 불렀다.
' 놀자~ ' 하고 말하는게 항상 곁에 있었던 사람같아서 호원은 울컥 나오려는 울음 삼켰다.
그리고 심장이 쾅! 소리를 내며 터졌던 것 같았다. 너무도 보고 싶었던 이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 깨달아버렸다.

동우는 집에 편지를 쓰면서도 제게도 꼬박꼬박 편지를 보냈고, 호원은 그 암호같은 편지를 해석하느라 고생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견딜수가 있었다.
물론 호원도 답장은 꼬박꼬박했다. 몰래몰래 용돈도 모아서 모든 군인장병들이 좋아한다는 초코정도 보냈었다.
다들 웃으면서 하는 비누이야기가 그렇게 신경쓰일수가 없고, 그 멍청한 형아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호원이 걱정하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동우가 제대하던 날은 제대하는 동우보다 호원이 더 기뻐했었다. 이제 매일 매일 볼수 있었다. 매일매일.
그것만으로도 너무도 행복해서 호원은 더이상은 바라는게 생길 게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라게 만족을 못한다고..

동우의 옆자리에 있고싶었다. 항상 장동우의 옆에 있고 싶었다. 자신의 심장이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다는 왼쪽자리에 두고 싶었다.
빨리 자라서. 빨리 어른이 되어서. 키도 쑥쑥 크고, 몸도 쑥쑥 자라서, 멋진 남자가 되어 동우의 옆에 있고 싶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호원이 동우의 얼굴에 제 손을 가져다되었다.

빨리 어른이 되면 뭐하나... 장동우한테는 아직도 어린꼬맹이일 뿐이다.

 

 

 

 

Apple Pie

 

 

 

DVD방에서 잘 자자고 나온 ( 잠을 아주 푹 잘잠) 동우가 기지개를 폈고, 호원은 긴장했던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었다.

뿅뿅뿅 거리는 기계음에 바로 옆에 오락실임을 깨달은 동우가 몸을 풀고있는 호원을 보았다.

 

" 몸도 풀었으면 한판 콜? "

 

" 으? 뭐? "

 

" 빵야빵야."

 

손가락으로 총모양을 만들어 호원에게 빵야빵야하며 겨누고는 씨익 웃었다.
이미 큐피트의 화살이 꽃혀있는 호원의 심장에 동우가 쏜 총알이 또 박혔다.

 

" 오락실!!! "

 

동우가 호원의 손목을 잡아 끌고는 옆에 있는 오락실로 향했다.


돈이 떨어질때까지 빵야빵야 총쏘는 게임을 하던 둘이 지쳐서 나왔고, 어둑어둑 해가 지자 엄마밥이 먹고싶다는 생각에 둘은 더 놀 생각도 없이 집으로 향했다.
잘 놀아서 목이 마른 둘의 손에는 시원한 생과일 쥬스가 들려있었다.

 

" 아~ 잘놀았다. "

 

동우의 말에 호원이 키위쥬스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왠종일은 아니지만 동우와 붙어있었던 시간이 많아서 대만족한 호원이였다.

 

" 꼭 데이트한것 같다! "

 

" 쿨럭.. 켁. "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던 키위주스가 동우의 말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호원이 콜록콜록 기침을 했고, 동우가 으이구 하고 쯧쯧혀를 차며 호원의 등을 두드렸다.

 

" 이게 그렇게 맛디쪄? 형아가 돈 많이 벌면 많이 사주께~ "

 

허리를 숙여 기침을 하던 호원이 고개를 들어 저를 애기취급하며 우쭈쭈하고 있는 동우를 노려보았다.
동우는 오랜만에 호원을 놀려먹어서 신나서는 웃음을 터트렸다.

 

 

 

" 잘가."

 

" 응. 들어가."

 

서로의 집 대문앞에 서서 손을 빠빠이 흔들었다.  하지만 서로 들어가지는 않고 그자리에 서서 서로를 보고있었다.
동우가 으하하핳 웃고는 손짓을 했다.

 

" 에이 먼저 들어가아."

 

" 형이 먼저 들어가."

 

" 그럼 쓰리 투 원! 하면 서로 들어가기. "

 

" 유치하게 진짜."

 

" 늦게 들어간 사람이 나중에 아이스크림 쏘기! "

 

" 쓰리 투 원!!"

 

" 이호원 치사한놈아!!! "

 

호원이 삼초를 제빠르게 세아리고는 대문의 문을 박차고 먼저 들어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동우가 손가락질을 했고 낮은 대문으로 동우를 보던 호원이 웃음을 터트렸다.

 

" 다음에 형이 아이스크림 쏘는거야."

 

" 헐.. 어이가 없네."

 

" 나 베스킨아니면 안먹어."

 

" 그냥 아무거나 먹어!"

 

" 아 싫어!! "

 

" 아우.. 저 꼬맹이. 알았어. 나중에 봐. "

 

동우가 졌다는 듯이 손을 팔랑팔랑 흔들고는 자신의 집 대문으로 들어갔다. 호원이 웃다가 대문에 머리를 박았다.

........ 또 꼬맹이 소리 들었어. ..나도 참 학습능력 제로다.

호원이 한 숨을 쉬었다.

 

 

 

 


Apple Pie

 

 

 


신나는 토요일 불타는 이 밤 하고 달린 동우가 쓰린 속을 부여잡고 방에서 나왔다.
아..속쓰려...하고 비척비척 나온 동우가 엄마가 건내주는 꿀물에 환하게 웃었다.
김여사 쎈스쟁이!하고 외친 동우가 꿀물을 입안에 머금었다.

 

" 호원이 과외좀 해라."

 

입안에 머금었던 꿀물은 동우의 안으로 들어가 쓰린 속을 달래지 못하고 그대로 입밖으로 튀어나갔다.
바닥에 뿌려지는 꿀물들을 동우가 안타까워할 새도 없이 고개를 들어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 김여사를 보았다.

 

" 컥.. 뭐라고?!"

 

" 아.. 너 좀.. 더럽다. 내 아들이지만.."

 

" 먹고있는데 엄마가 이상한 애기했잖아!"

 

동우가 동동동 발을 구르며 말하자 그런 동우의 등을 찰싹 때린 김여사였다.

 

" 아아니이,..억..아프당.."

 

동우가 김여사의 등짝스매쉬가 지나간 자리가 손이 닿지 않은 자리라 끙끙 거렸다.

 

" 호원이 과외하란 말이 그렇게 이상한 말이니? "

 

" 헐.. 엄마. 지금 나보고 과외하라고 했어??과외??누가 내가?? 누구를?? 꼬맹이를? "

 

" 꼬맹이는 무슨. 너 방학이라고 지금 놀고있잖아. 알바도 안하면서."

 

" 아 찾을꺼야. 알바."

 

" 퍽이나 니가 하겠다. 호원이 엄마랑 애기 해놨으니까 해. "

 

" 어..엄엄마. 내..내..내가..여..여..영어영문이긴 한데. 내가 지금 수능친지가 오래전이고오.. 또.."

 

" 넌 호원이 가르쳐주는게 그렇게 싫어? "

 

" 아니이.. 차원이 다르다니까?"

 

" 잔말말고 해! "

 

" 어.엄마!! "

 

" 외박금지. 통금시간 6시로 정해볼까? 아들?"

 

김여사가 빙그레 웃었다. 그 모습이 꼭 악마같은 미소였다. 그리고 나이가 지금 몇갠데 외박금지에 통금시간 6시가 말이되나!!!!! 자고로 노는건 밤에 놀아야 더 신나는 법인데!!

 

" 하..하겠습니다. "

 

동우가 훌쩍훌쩍 울며 바닥에 흘린 꿀물을 걸레로 닦았다. 먹지 못한 꿀물탓에 속이 쓰린지 갑자기 닥친 상황에 속이 쓰린지 알수 없는 동우였다.

 

 

 

 


Apple Pie

 

 

 

동우는 과거에 놀았다. 아주 신나게. 공부하는 것보다 노느게 좋아서 놀았다. 하지만 놀기위해서 제약이 따르곤 했는데 그게 공부였다.
동우는 놀기위해서 공부를 했고, 놀기위해서 수능시험을 쳤으며 자유롭게 놀기위해 대학교에 들어갔다. 적절한 커트라인에 적절한 성적을 믹스매치해서 남에게 욕 듣지 않을 만큼의 학교와 학과에 입학을 했다.

옆집에 호원이가 형아형아하는데 널 보고 뭘 배우겠냐는 가족들의 말에 투지를 불태웠다는건 잠시 접어두자.

그 말에 생일케익의 촛불처럼 활활 불타올라 어느순간 노는 것을 잠시(...) 접어둔 동우는 아주 열심히 공부를 했다.
머리는 좋았던 모양이였다. 하지만 그 수준이 남을 가르치는 수준은 못되었다.

장동우와 친한 모든 친구들에게 말하면 그 학생이 불쌍하다며 대성통곡을 하며 김여사에게 왕비마마 통촉하여 주십시오!!하고 외칠 것이다.
그런데 그 불쌍한 학생이 옆집에 사는 귀여운 꼬맹이 이호원이 되었다.

아......통재라..
동우가 찔끔 짜낸 닭똥같은 눈물을 검지손가락으로 훑었다.  그리고 호원이 건낸 성적표를 보았다.

 

"......과외 왜 하는데?.."

 

너 지금 나랑 장난치냐? 너 나랑 갈등을 빚어볼래? 너 염라대왕 면상을 보고오고싶냐?
등급이랑 백분위를 보니 이건 공부를 안해도 될것 같았다. 야.. 이정도면 됐지. 임마.. 더 하지마. 양심도 없네..이새끼..

호원이 손가락으로 성적표의 외국어영역의 등급을 가르켰다.

그래 1등급만 자리하고 있는 성적표에 딱하나 오점같은 숫자가 있는 것도 같았다.
너....이 나라를 많이 사랑하는 애국자구나. 임마. 너 흥선대원군이랑 친구먹었냐?
아오!! 그래서 영어영문에 후보후보로 들어간 나를 과외로 쓰는거냐?!!

동우의 눈이 외국어 영역의 등급으로 향하자 호원은 변명이라는 걸 하고 싶었다.

오밤중에 베스킨아스크림을 사준다며 불러내서는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찡찡거려서 그 새벽에 놀이터에서 불꽃놀이를 하며 놀지 않았던가.
물론 장동우가 부른다고 냉큼 나와서 그 다음날이 모의고사 날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같이 논 호원도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언어 수리까지는 정신이 말짱했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가 문제였다. 배가 부르니 몸에 피곤이 몰려왔다. 듣기를 하고 있는 제 귀에 장동우가 샬롸샬롸 거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종이 치기 십분전이였다. 식겁한 호원이 안절부절 못하며 이제라도 문제를 풀려는데 어차피 모의고산데 하며 한숨을 쉬었다.
모의고사때 답안지에 물고기 모양을 그렸다며 자랑하던 동우가 떠오른 호원이였다. 시험은 99%의 찍기와 1%의 노력이라며 떵떵 거리던 동우도 생각났다.
좋은 거 가르쳐 준다.. 형아야..

그래서 호원도 답안지에 평소에 하고 싶었던 행위예술을 좀 했다. 그리고 나온 등급이 그거였다. 호원의 담임도 호원의 부모님도 경악을 했지만 호원은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다시 푼 외국어 영역은 만점이였으니까. 동우가 영어영문과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호원은 누구보다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다.
영어를 못해서 동우가 자신을 또 꼬맹이 취급할까봐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우에게는 여전히 호원은 꼬맹이였다.

그 성적표에 어머니가 적잖히 충격을 먹었는지 과외를 붙이겠다면서 데려온게 동우였다.

호원은 믿지도 않는 하느님과 부처님, 알라신,천지신명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좋은거 가르쳐준거 맞네 .. 형아야..

동우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결좋은 머리카락이 스르륵 내려와 동우의 얼굴을 가렸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있던 호원이 손을 뻗어 머리를 뒤로 넘겨주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 야 근데 나 한번도 과외같은거 해본적 없는데?"

 

" 알아서 공부할께.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볼께."

 

" 이 성적봐서는 첫장부터 모를것 같다."

 

동우가 고개를 들고 호원을 보았고, 호원은  자신을 얍잡아 보는 동우를 밉지않게 노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파벳 A부터 Z까지 다시 가르쳐줘봐 선생님."

 

다른걸 A부터 ZZZ 까지 가르쳐줘도 괜찮아. 라는 속마음을 꼭꼭 씹어 삼킨 호원이 방긋 웃었다.

 

 

 

 


Apple Pie

 

 

 

동우는 노력파였다. 호원의 과외를 위해 노는 것도 잠시(...) 접고 수능출제경향이며, 과외하는 친구들에게 정보수집을 하며, 호원의 과외를 준비했다.
누가보면 동우가 재수를 하는 줄 알 정도로 피땀어린 노력을 호원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아무리 제 밑에 배우는 학생이 불쌍하여도, 옆집사는 귀여운 꼬맹이를 불쌍하게 만들수 없는 동우였다.
기필고 1등급을 만들리!!

 

" 형..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야? "

 

과외시간만 손꼽아 기다리는 호원이 방에서 마주한건 바닥에 대자로 널부러진 동우였다. 호원의 인기척에 눈을 번쩍 뜬 동우의 모습에 호원은 그것이 흡사 좀비같다고 생각했다.

 

" 느 뜨므니자나."

 

너 때문이라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애기하는 동우의 말에 호원이 귀를 파며 가방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 ....뭐래? 잘라면 침대에 누워서 자."

 

" 자도돼???  "

 

" 자습하고 있을께. 형 그래서 나 제대로 가르칠 수나 있겠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다다닥 기어서 호원의 보라색 침대위로 올라간 동우였다.
호원이 팔짱을 끼고는 제 침대위에 누워있는 동우를 보았다. 동우가 으하핳핳하핳 웃었다.

 

" 니 침대 완전 좋다!!! 푹신푹신하네!!  열공하고이써 이호원. "

 

으하핳하 웃고는 정색하며 호원을 보고는 눈을 꼭 감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형은 언제어디서든 가리지 않고 잘잔다고 생각하며 호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침대에 다가가 동우의 눈앞에 손을 붕붕 흔들어도 이미 꽃나라별나라꿈나라로 떠난 동우였다.

이 형은 얼마나 위험한 곳에 잠이 들었는지 알기는 알까?

편하게 자신의 침대에서 잠을 자는 동우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손에 닿는 감촉이 너무도 부드러워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자신은 이렇게 바라만 봐도 미칠 것 같은데... 아무 생각없이 속만 편한 동우가 미워져왔다. 자신은 이제 이 침대위에서 잘 수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호원이 허리를 숙여 침대에 손을 짚었다. 도톰한 분홍색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 짧은 순간이 너무도 달콤해서 이대로 심장이 터져 죽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더 이상 기다릴 자신도, 참을 자신도 없었다.

 

 

 


Apple Pie

 

 


터지는 폭죽에 호원이 한쪽 눈을 살짝 찡그렸다.

 

" 오예!! 디데이 백일을 축하함!!! "

 

.......수능 백일 남았는게 그렇게 축하할 일인가 하고 찌끈 거리는 머리를 꾹 누른 호원이였다.
호원이 심란해 하던 말던 동우는 뿌뿌 하고 장난감을 불고있었다. 정신사나워 죽겠네.

호원이 정신 사나운 동우를 잡아서 똑바로 세웠다. 동우가 방긋방긋 웃으며 호원을 보았다.

 

" 백일선물로 뭘 줄까??"

 

애인에게 백일인 된 기념으로 받고 싶은 선물이 뭐냐고 물어오는 듯한 산뜻하기 그지없는 질문에 호원은 멘탈이 붕괴될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신은 오늘 얼마나 큰 결심을 하고 집에 왔는데..

 

" 말해봐. 소개팅갔다와서 사줄게!!! "

 

.....뭐?!

 

 호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장동우 입에서 나온 말이 소개팅이였다. 제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아주 정확하게 들은것 같았다.
소오오오개에에에 팅?!! 소와 개가 만난다는 팅은 아니겠지? 뭐라고?!!!
지금 제가 얼마나 벼르고 벼르고 왔는데 소개팅을 간다고?!!!! 그래도 조금은 더 참고 기다리려고, 대학교 합격하면 고백하려고, 참았는데.

동우의 옆에 다른 사람이 서있다면 그건 다 부질없는 짓이였다.
이대로 다른 사람에게 동우를 뺏겨버리는 것이였다.

절대 안돼.

 

" 동우형. 잘 들어. "

 

진지한 호원의 말에 동우가 여전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나 형 좋아해. "

 

동우는 제 머리위에 큰 쟁반이 떨어짐과 귀 양쪽에서 폭죽이 아닌 폭탄이 터지는 공격을 받았다.
동우의 방긋방긋 웃던 얼굴이 점점 굳어지더니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 핳하하핳하하하.나도 꼬맹이 조..조...조...조....조..."

 

" 그런 뜻아니야. 그리고 나 꼬맹이 아니야."

 

......그럼 무슨뜻인데? 꼬맹이가 꼬맹이지 어디서!

 

" 형 사랑해. "

 

동우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무슨 디데이백일몰카라도 찍나. 오늘 이호원이 내 배를 찢으려고 그러나....

 

" 형 놀리면 재미있니? "

 

동우가 웃음을 참고는 호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 근데 호원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건 정말 한번도 본적이 없는 이호원 빡친 표정이였다. 제 어깨를 잡아온 손에 힘이 들어가 어깨가 아파오는 동우였다.
그리고 눈 깜박할새에 뒤로 밀려나 벽과 등을 마주한 동우였다.

동우가 눈을 깜박깜박하고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머리를 굴렸다.
세상에 지금 이게 무슨 일이야.

짧은 시간에 머리를 데굴데굴 폭풍같이 굴려보았지만 머리속은 백지상태였다. 백지상태에서 뭘 굴려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호원이 날 좋아한다고?
꼬맹이가 날 사..사..사.. 아 그 거시기한다고?

헐...................................헐.

 

" 호..호..호원아. "

 

" 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렇게 사나웠던 적은 없었다. 그래 항상 보던 꼬맹꼬맹꼬맹이같은 호원만 동우는 알고 있을 뿐이였다.
그러니까 아주 간혹 느껴졌던 숫컷짐승의 같은 느낌은 정말 아주 간혹이였다.

이 나이 먹고도 칠칠 거리며 넘어진 저를 일으켜 주었을때, 절뚝 거리던 저를 엎어주었을 때.
그래.. 이 녀석도 많이 컸구나 했지만.

.........오늘 만큼 이렇게 무거운 중압감을 느낀적은 없었다.

잘 생각해보면 민증에 잉크도 안마른 호원이지만 겉모습은 성인남자와 같았다. 저보다 더 다부진 몸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요새 19살에도 사고를 쳐서 애를 가지는 어린부부도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는 마당에 19살인 호원이 꼬맹이일 순 없었다.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쫄래쫄래 따라왔을 때도 귀여웠고, 폭죽 터트리며 놀때고 귀여웠다.
그래도 아직은 제 눈에 꼬맹이였다.

언제부터 자신을 좋아해왔을까? 그러보니 군대갔을때 펑펑 울던 호원이 생각이 났다. 그때부터 였을까? 제대하던 날 자신보다 더 좋아하던 호원도 떠올랐다.
그때였을까? 대체 언제부터 좋아해왔을까?
하지만 그런것도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녀석은 옆집에 사는 나이 많은 형아를 좋아했다는 걸로도 이미 속이 탈대로 탔을 지도 몰랐다. 이건 성정체성 부터 해서 모든걸 뿌리부터 뒤흔들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호원이 괴로워했을 것 생각하니 또 짠해 오는 동우였다.
그래도...... 아닌것 같다.

 

" 잠깐 이호원. 잘 생각해봐.."

 

" 뭘?.."

 

언제 어색하게 웃었냐는 듯이 진지해진 동우의 모습을 호원이 보았다.

 

" 사랑이 아닐지도 몰라. 그냥 나에 대한 호기심이나 동경일지도 몰라. "

 

호원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호원도 혹시나 이 마음이 호기심이나 동경이 아닐까 하고 고민을 안해본게 아니였다. 그리고 몇번이나 접었는지도 모르는 마음이다.
꾸깃꾸깃 종이를 접듯 접은 마음은 더이상 접어지지가 않았다. 호기심이나 동경이 아니였다.

장동우만 보며 설레이는 이 마음이, 장동우만 보며 주체할 수 없이 뛰는 심장이, 호기심이나 동경일리가 없었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사랑이 아니라고 장동우가 말하고 있었다.

호원이 입을 열었다.

 

" 그럼 같이 자자."

 

" 응? "

 

" 설마.. 나이가 몇갠데 자자란 말을 그냥 같이 잠이나 잔다는 순수한 의미로 받아 들이지 않겠지? "

 

" 무..뭐..?"

 

" 형이랑 자면 내 마음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단순히 이게 형에 대한 호기심인지 동경인지 말이야."

 

" 장난...치지마.."

 

" 그래. 형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생각할 시간을 줄께. 하지만 빠른 시일내로 답을 줘. 나랑 잘지 안잘지."

 

 

 

<Apple Pie 上 >
----------------

답안지에 행위예술을 하는것보다 일직선으로 찍는게 더 많이 맞을듯.ㅋㅋ

 

...... 제목만 상큼돋네....☆★.....

그럼 여러분 안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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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꼬맹ㅇ이 이호원 좋네요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2
........사랑해요
12년 전
독자3
레더라입니다.....아......동우야....세월은 빠른데 아직도 꼬맹이라니.....니가 상상하는 거 그 이상으로 잘자랐을텐데...!!!!
12년 전
독자4
금손이시네요 그대............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5
엄청 좋아요 막막 풋풋하고 둘다 귀엽고ㅜㅜㅜㅜㅜ좋아요ㅜㅜㅜㅜ
12년 전
독자6
아 어떡해 같이 자재 아오 어뜩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느므느므 귀엽네옇ㅎㅎㅎㅎㅎ><
저 팬해도 되여...?하트하트

12년 전
독자8
우왕...역시 그대글은 제스타일이에요ㅜㅠㅠㅜㅜㅠㅠㅠ아이고 붉은달부터 알아봣어우ㅜㅜ ㅠㅠ그대는금손이야요ㅜㅠㅠㅠㅜㅜㅜㅠㅠㅜㅜㅜㅠ완전 달달하다ㅜㅠㅜㅜㅜㅠㅠ나이차이좀나는거같은데 그게더달달해!! 호원이 박력잇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같이자ㅋㄱㅋㅋㅋㅋ자는게 그 자는게아니라 자는거네요^^ 아잌 기대된다..핳 동우는 결국 소개팅을망칠듯싶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가지도못하거나..가서 이상한말만하고온다거나ㅋㅋㅋㅋㅋㅋ그대!! 안되겟어요 암호닉을정해야겟오.... 미트볼로할께요!! 수고하셧어요!!
12년 전
독자9
그,...그대....아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이거정말좋아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막짱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헉헉헉동우야호원아너히너무기엽다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는글루에요....저아세요?그대에게글루라는독자가잇엇나요....?하하하아무튼전글루이니다!기억해주세용
12년 전
독자10
열찌에요! 동우 나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호원이를 꼬맹이로 보면 안돼! 얼마나.....얼마나....으흐흐흐흐흫 좋구나~ 둘이 빨리 꽁냥거리는걸 보고싶어ㅠㅠㅠㅠ 레츠꼬~ 그대♥ 다음편도 얼른 부탁해요♥
12년 전
독자11
안농그대 감성이에요 !!!와우 지조있는남자 이호워니 !!!똥우야 너는무원이를절대루거절해선아니된다!!!그대쥬ㅠ 기다렸어요 흡...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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