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12시가 지난 시각, 새벽 두시.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 남자가 죽은채로 발견되는 기이한 사건이 발생됐다. 다른 곳에 있었던 김형사는 급하게 앞전 사건을 마무리 짓고 현장에 투입되었고, 때 마침 현장 증거물을 회수하고 있던 시기에 그가 나타나 고르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김형사님, 오셨습니까? 김형사의 등장에 미리 현장에 투입되었던 동료 이형사의 얼굴에 곧 화색이 돌았다. 김형사는 이형사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인사를 맞았고, 곧바로 몸을 굽혀 죽은 이진성의 모습을 살피었다. 팔을 고르게 뻗어있으며, 주위에는 약통이 즐비했다. 이 남자, 자살한건가? 남자의 눈은 감겨 있었다. 마치 이 약을 먹고 자살을 한 듯, 김형사는 비어져 있는 약통을 들어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폈다. 대충 둘러보니 신경안정제 같은데. 그는 벌떡 일어나, 옆에 있던 감식원들에게 소리쳤다. 혹시 이 약. 정신병원에서 진단받은 약인지 알 수 있습니까? 감식원 중 한명이 그의 말을 듣고는 일어나 약통을 건네 받았다. 증거 1. 약통. 그리고 … 그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그때 드는 의문. 누가 경찰에 신고한거지?
"형사님. 자살입니까?"
"……!"
그때, 그 의문점을 말끔히 풀리게 해줄 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는 뒤를 돌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큰 키의 미남자들이었다. 저 남자들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 그는 자신의 턱을 제 손으로 매만지며 그 세사람을 유심히 살폈다. 구릿빛 피부의 한 남자를 제외하곤, 저 두 남자.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다. 그리고 지금 죽은채로 발견된 이 남자 역시. 아 - 저 실례지만, 저희쪽에 신고를 하신 분이십니까? 최초 목격자이시구요? 형사가 세훈에게 말했다. 세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뒤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찬열이 불쑥 그들의 앞에 튀어나와 말했다. 저… 최초 목격자는 저 분이 아니라 접니다.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형사가 제 어깨를 움찔 거렸다. 하지만 그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헛기침을 해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죽은 자의 모습을 살폈다. 육안 상으로 보기에는 '자살'. 저 약이 정신병원에서 정식으로 진단을 받은 약이라면 … 답은 나온다. 김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은 하루이틀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비일비재한 일이기에, 그는 대수롭지 않게 이 사건을 넘기려고 했다. 물론, 남자가 자살을 했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 의한 타살인지는 정확한 부검결과가 나와야하는 것이겠지만. 일단은 그의 형사 생활 10년된 촉으론 '자살'. 사건 현장에 김형사가 투입된지 10분이 된 시각. 그는 벌떡 일어나 현장에 있던 경찰들에게 철수하라 명했다.
"일단 증거는 이쯤 하고. 내가보기엔 자살이다.자살이야."
"자살요? 근데 왜 하필 오늘…. 참, 김형사님. 그거 아십니까?"
"뭐?"
글쎄…사망한 이모군이 진성그룹의 둘째 아들이랍니다. 더군다나 저 뒤에 있는 세 사람 보이시죠? 한 사람은 기록이 나와있지는 않은데, 남은 두사람이 대박입니다. 한쪽은 그룹씨와이 박태준 회장의 둘째 아들이고, 남은 한 사람은 제이디스아시죠, 거기 아들이랍니다! 이거 진짜 대박아닙니까? 가십 좋아하는 이 형사가 또 다시 한건 해냈다는 듯 김형사의 귓가에 속삭였다. 야 인마, 너는 꼭 여기서 그런 걸 말해야겠냐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김형사는 그런 그를 꾸지르며 타박했다. 듣고보니, 대박이긴 하네.
"근데."
"정말 이상하네."
"네? 뭐가 말입니까?"
"…그 대단하신 분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기도 쉽지는 않은데."
"…듣고보니 그렇네요."
그들의 만남에는 '모순' 이 존재했다. 그 대단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 호텔에 그것도 사망사건의 목격자로 만날 수가 있는 것일까. 이형사의 의외의 힌트에 김형사는 촉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부족한 현장의 증거로는, 그 어떠한 가설도 나오지 않는 노릇이었다. 그는 곧 답답한듯 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고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렸다.
"저, 죄송하지만. 처음 목격한 시간이 언제셨죠?"
"아 저 … 잘은 기억안나지만, 2시 30분 정도 됐던거 같아요."
"아 … 2시 30분…."
이 사건이 만일, 단순한 자살이 아닌 어떤 흥미로운 무언가에 의한 '타살' 이라면? 김형사는 찬열의 대답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근데, 저희가 신고를 접수받았을땐 3시 … 정도였던걸로 아는데."
이야기는 달라진다. 적어도, 시체의 흐름은 달라지고 사건 수사의 흐름은 뒤집어진다. 김형사의 허를 찌르는 말에 굳어 있던 세사람의 표정에는 한껏 당황함이 일렁거렸다.
"30분동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그 사건의 용의자들을 간추렸다.
용의자 김종인 박찬열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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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들 의 놀 이 터
Royal Family
CHAPTER3. 초대받지 않은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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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놔. 놓으라니까!"
"따라와!"
"…박찬열."
"형."
갑작스레 문을 열고 들어와 내 손을 잡곤 어디론가 끌고가려는 박찬열의 무자비한 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때, 또 다른 손이 내 손을 덮었다. 김준면이었다. 나를 잡고 가려던 박찬열은 누군가의 제지에 멈추곤 뒤를 돌았고, 김준면은 그런 놈의 이름을 부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하는 실례야. 이게. 그는 화가 나 있었다.
"형, 미안. 지금 이 여자랑 급하게 갈 곳이 있어."
"너 지금, 이거 신뢰깎는 짓인거 알지."
"…어, 알아. 하지만 지금 시간이 없어. 지금 … 큰일났어, 형."
"경매에 합당한 돈을 지불하고 나는 이 여자를 샀어. 네가 데리고 갈 의무는 없다는 거 너도 잘 않잖냐."
경매에 합당한 돈을 지불했다라… 짜증나지만, 맞는 말이라 반박은 못하겠고 근데 큰일이라니?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와중에 들린 말들. 박찬열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장난은 아닌거 같고 김준면이 말을 이어갈수록 나를 잡은 놈의 손의 힘은 더더욱 들어가기만 했다. 그럴 수록 나는 욱씬거려오는 손에 골치아팠다. …알았어, 일단.
"눈 풀어. 형, 나 형이랑 싸울생각없어."
"……."
"돈은 내가 두배로 지불할테니까."
"……."
"데리고 간다."
"박찬열!"
"그리고, 형."
박찬열은 그 말을 끝으로 나를 다시 끌고 가려는 걸음을 옮겼고, 다시금 뒤를 돌아 화나 있는 표정의 김준면에게 말했다. 그 모습은 진심이었다.
"이진성."
"……."
"죽었어."
"……."
박찬열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김준면의 표정은 힘이 풀린 듯 서서히 미간이 좁혀졌고, 내가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을땐 그는 이미 절망에 빠져있는 듯 했다. 이진성. 그 남자가 … 죽었다고? 나는 고개를 돌려 나를 끌고가는 박찬열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날 어디로 끌고가려는 거야. 거친 그의 발걸음이 한번 움직일때 나는 거의 뛰다 시피 걸어야만 했다. 숨은 턱턱 막혀오고 숨을 쉴 틈도 주지 않았던 그 걸음을 옮기던 박찬열은 호텔 주차장으로 향하더니 이내 자신의 차의 앞에 멈춰서선 나를 자신의 옆 자리에 우악스럽게 밀어버린다. …뭐하는 거야, 진짜! 내가 결국 제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지만 놈은 여전히 침묵이었다.
"뭐하는 거냐니까!"
"가만히 있어. 지금 물어볼 처지 아니야."
"…자꾸 이러면, 진짜 경찰에 신고할 줄 알아."
"경찰?"
"……."
내 말에 반응도 안하고 있던 놈이 내 입에서 경찰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애가 경찰에 신고를 해? 나는 완전히 놈에게 책잡혔다. 알겠어. 닥치고 갈테니까 그냥 여기서 내려줘.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짜증 짜증 온갖 짜증이 물밑듯이 밀려와 박찬열에게 외치자, 그는 거칠게 제 핸들을 돌려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도로로 향했다. 사람 말을 무시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그냥. 그때 차라리 그 칼로 자결을 했어야만 했다. 이런 더러운 꼴 더이상 안볼 수 있게. 그의 자동차가 도로에 빠져나오자 호텔의 앞에 있는 경찰차 여러대가 이목을 끌었다. …경찰차가 호텔의 앞에 있는 걸보니, 거짓말을 아니었나 보네.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이진성, 네가 죽였어? 네가 죽였지."
"…뭐요?"
"말해. 나한테만. 네가 죽였지."
"……."
결국 이런 거였나. 나를 끌고 온 것도 그렇게 아무말 하지 않고 무자비한 힘으로 나를 제 차에 태운 것도. 놈은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성격도 모르는 사람을 내가 죽였다고 놈은 꽤나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냥 말해. 나 용의자로 몰릴 처지니까. 네가 가서 자수해. 놈은 이미 의심을 넘어선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
"……."
"미쳤어요?"
"뭐?"
"나는 이진성이라는 사람 얼굴도 성격도 몰라요."
"거짓말 마. 넌 …!"
"그러니까!"
"……"
"난…그 사람 몰라요."
"나도 널 몰라. 오늘 처음 봤어."
"근데요?"
"왜 날 죽이려 하는 거냐고."
나는 그런 놈의 물음에 입을 다물었다. 내 아버지가 죽었으니까, 내 아버지가 당신들 같은 사람때문에 자살 했으니까. 그래서 그 무거운 마음에 복수를 결심했고 어떻게서든 죽이려고 했으니까. 물론 일이 꼬여버렸지만. 나는 고개를 돌려 운전을 하고 있는 박찬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 아버지는 죽었어도 너희들은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내 마음을 욱씬 거리게 만들었다. 부르르 떨리는 주먹을 다시금 쥐고,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박찬열을 바라보며, 나는 입을 달싹였다. 당신은 날 몰라도 나는 당신들을 알아요. 하지만 결국 나는 제일 중요한 마디를 빼먹고 그의 물음에 답했다. 차마, 그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기에. 박찬열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이없는 실소로 물들였다.
골때리는 여자네. 그 말과 동시에, 잘 달리고 있던 그의 차는 끼이이이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도로 외곽으로 빠져버렸다. 갑작스러운 급정거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러버렸다.
"내가 어떻게 할까."
"……."
그의 모습은 짐짓 화가나 있었다. 굳은 표정의 뒤로 입을 연 그의 말 한마디한마디가 쎄한 기운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경찰서 갈래? 아님 우리집으로 갈래."
"둘다 싫어."
"그럼 경찰서 가야지. 살인미수죄로 널 잡아쳐넣어야하니까."
"넌 못가."
"뭐?"
"네가 가는 순간, 당신들이 지키려고 했던 로열패밀리 내가 다 까발릴거야. 그렇게 해."
"너…."
"원하면 경찰서 가도 좋고."
하 - 박찬열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리며, 살기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잘못 걸려도 한참이나 잘못걸렸다는 그 생각을 하고 있겠지. 나는 놈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놈의 눈을 응시했다. 이 눈을 피하면, 나는 이 곳에서 진다. 아니 살아남지 못한다. 적어도 저 사람들을 협박한 죄는 상당히 무거우니까. 그때 놈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의 표시였다. 머리가 아픈 듯 한쪽 손으로 제 머리를 짚은 채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