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녀는 필경 조국에 재앙을 몰고 오리라.
그것은 내 어릴 적부터 뼈에 아로새긴 숙명이었다. 아, 숙명이라기엔 저주에 좀 더 가까운가. 그래도 나는 나름 잘 지냈다. 주변에서 나를 도와주는 참으로 고마운 이들이 있었으니 애써 외면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발버둥을 그 괘씸한 저주가 제지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허나 모든 것이 나의 지독한 오만함이었다.
하늘이 내린 천명을 피할 길은 없다.
결국 나는 떨쳐내지 못했던 것이리라. 이겨냈다 생각했으나 실은 단 한시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리라.
나는 내 양친과 내 백성과 내 나라를 죽인 자의 나라에서 가장 높은 여인이 되었다. 찢어발겨 시원찮은 그곳의 국모가 되기를 내 스스로 자처했다.
나는 황후였다. 원수의 나라에서.
... 그리고 지금, 그 황후 자리마저 빼앗기고 있는 나는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
유독 날이 시리다. 찬 바람이 황상의 마음까지도 삼켰는지 눈빛이 매섭기만 하다. 다정함이라고는 꽃잎 하나만큼도 배이지 않은 눈을 마주하기 두려워 고개를 떨구었다.
제가 그런 것이 아니에요, 황상. 진정 신첩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 그 여자만의 아이가 아닌데 제가 어찌 그럴 수 있었겠어요.
머리는 좀 더 애절하게 빌어 보라 한다. 지금 입속에 굴린 말들을 내뱉으라 한다. 그러나 막상 입은 떨어 지지가 않았다. 애꿎은 손과 곱게 꿇은 무릎만 바들바들 흔들릴 뿐이었다.
단순히 황상이 무서워서인가, 아니면 이 간절한 비굴함마저 그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을 때 닥칠 비참함이 두려워서인가.
“황후.”
“예.”
“황후가 지금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
“황상...”
“처벌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만 알아뒀으면 좋겠군.”
“...”
“천자의 여인을 해한 죄가 가벼운 것은 아니니까.”
아아.
새된 음성이 옅게 흘러나왔다. 아이보다도 그 여자가 다친 것이 더 중요했구나, 황상은.
나는 지금 이 순간에서마저 당신을 이다지도 모른다.
“지민.”
“예, 폐하.”
“황후를,”
“북쪽 냉궁으로 데려가거라.”
당신은 기어이 나를 버릴 것이라는 걸, 사랑하기 전에 알았어야 했는데.
敵國의 皇后 00
"분명 말했을 텐데. 내게 더 이상 어떤 것도 바라지 말라고. 총명한 줄 알았는데 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구석이 있군, 황후는.”
탐하는 자, 전정국
“저는 마마를 지키라고 있는 자이지, 보호받는 자가 아닙니다. 다시는 저 때문에 위험해지지 마십시오.”
지키려는 자, 정호석
“소신은 단 한 번도, 마마 곁에 지냈던 모든 순간들을 내 것이 아니다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리워하는 자, 김석진
“저와 황궁 밖을 한 번 나가보지 않으시렵니까. 아주 예쁜 곳을 아는데.”
자유로운 자, 김태형
“울지 마십시오. 저번에 부은 것 보니 소박맞을만 하더이다.”
유혹하는 자, 민윤기
“황후께서 제 주군이셨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충성했겠구나, 그런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지켜보는 자, 김남준
“우리 폐하께서는 참, 속을 모르겠다가도 또 너무 잘 보인다니까.”
충성하는 자, 박지민
+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가워여 ㅅㅁㅅ
이 글은 제가 다른 곳에서 잠깐 연재한 적이 있는 글인데 완결을 내지도 않았었고 보신 분들도 적었어서 아마 아시는 분이 거의 없으실 거예요.
(전에 올린 글에서 중간중간 수정도 많이 할 예정이구요!)
아무래도 사극물이다 보니 클리셰 가득한 뻔한 글이 될 것 같은데다 글잡은 다들 수준 높은 글들만 있다길래 지금 좀 무섭기는 한데 올리고 싶어서 무턱대고 올려 버렸습니다...허헣
글을 제대로 쓴 게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미숙할 텐데 그냥 가벼운 느낌으로 재밌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용어나 이런 걸 제가 제대로 조사하고 쓴 게 아니고 진짜 제 마음대로 쓴 글이라서....
아, 그리고 제가 인스티즈도ㅠㅠ회원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라요ㅠㅠㅠ 혹시 제가 뭔가 잘못했거나, 글잡 쓰면서 이건 꼭 알아야 한다! 하는 게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 외 글에 대한 피드백들도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 글과 흡사한 부분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 하실 때도 댓글로 알려주세요... 제가 다른 사극물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겹치는 줄도 모르고 있을 거예요...
알려주시면 제 힘 닿는 대로 수정해 보도록 할게요!
생각보다 사담이 길어졌네요 이번 편은 프롤로그라서(이미 다 스포하고 들어가는..ㅎ) 짧고 이해도 잘 안 되실 것 같아서 걱정이에여ㅠㅠ
느리게 연재될 것 같지만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