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한꺼번에 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5년 전
화원이 떠나간지,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밖에선 벌써 장마가 시작되었는지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한빈은 오늘도 말없이 방 안을 지켰다. 초 하나 켜지 않은 채로 한빈은 내리는 빗물과 함께 눈물만 흘렸다. 울다가, 잠들다가, 또 울다가. 하루일과는 며칠째 이러기를 반복했다. 화원이 죽은 후, 한빈은 한번도 시강원에 가지도, 문호를 올리지도 않았다. 하얀 상복만을 입은 채로, 어머니를 그리다, 화원을 그리다를 반복했을 뿐이다. 하루 아침에 모든 일들이 엎어졌다. 가례만을 앞둔 채로 죽어버린 신부는 이제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매번 자기를 따뜻하게 맞아주던 어머니는 이제 어디서도 볼 수가 없었다.
바깥의 상황따위는 눈에 담지도, 귀에 듣고 싶지도 않았다. 텅텅 빈 방 안은 무거운 공기만 흐를 뿐이다.
"강씨를 중전자리에 앉히셔야 하옵니다."
내전에선 벌써 중전자리에 앉힐 처자를 말하고 있었다. 강씨는 이전에도 여러번 후궁자리에 거론되던 처자였다. 그녀의 빼어난 미모와 글솜씨는 세상 모든 남자들을 홀리고 남았을 실력이였다. 그런 그녀를 보면 항상 마음이 편해지고 또 즐거웠지만 그녀를 비로 맞이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언제나 자신의 옆에서 자기만을 바라보며 국모로써의 소임을 다하는 중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이제 그런 중전은 자리에 있지 않았다. 하루 아침에, 그녀는 이 세상을 떠났다. 바로 지금, 자신의 앞에서 새로 중전을 들여야한다 호소하고 있는 이 자들에게, 자신의 아내는 무참이 살해당했다. 임금은 그런 그들을 대적할 힘이 없었다. 그들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자신도 그들에게 죽음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한참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던 임금은 오늘은 이만 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하늘에선 하염없이 비만 내렸다.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선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곧 입을 열었다.
"...... 그곳은 어떠합니까, ... 좀 편하십니까?"
대답없는 하늘은 무심히 비만 내렸다. 가득 낀 먹구름은 임금의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눈 앞이 캄캄했다.
"... 그대를 내 정비로 맞이할 것이오."
"전, 전하. 허나...!"
"대신들이 두려워 그대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오. 난 그저, ... 그대를 믿기에 이리 말하는 것이오."
"... 전하.."
강씨는 얘기를 듣자마자 어쩔 줄 몰라했다. 아마도 감격한듯 보였다. 곧 임금의 품으로 쏙 안긴 그녀는 행복한듯 말을 이었다.
"이 나라의 국모로써, 제 소임을 다할 것이옵니다. 꼭, 꼭 그러할 것입니다."
임금은 그녀를 믿었다. 매번 자신을 즐겁고, 또 편하게 해주던 그녀기에 한빈의 생모를 대신하여 이 나라의 훌륭한 국모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중전의 빈자리를 그녀는 메워줄 수 있을거라, 그렇게 믿던 임금이였다.
"저하, 주상전하께서 드셨습니다."
"......."
아버지가 왔다는 소식에도 한빈은 말이 없었다. 그저 하얀 상복을 입은 채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곧 문이 열리고, 임금은 자신의 아들이 있는 어두컴컴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신하들은 재빨리 방 안에 촛불을 켰고, 얼마 안있어 방 안은 온기로 가득찼다. 한빈은 아버지가 들어왔음에도 여전히 시선을 바닥으로 향한 채, 힘 없는 모습이였다.
"... 세자."
"......."
"..... 날 보지 않을 생각이냐."
"...... 왜."
"......"
"......... 이곳엔 왜, 오신 것입니까."
한빈이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손짓 하나, 눈짓 하나도 힘겨운 듯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다시 또 눈물이 글썽이는 열다섯의, 세자였다.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던 임금은 손을 뻗어 한빈의 손을 잡았다. 못 본 사이에 더 야윈 것이 임금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 너를 보고자 온 것이지, 다른 연유는 없다."
"... ... 어찌하여, 어찌하여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으신 것입니까."
"......"
"아들인 저는 말하는 지금도, 숨쉬는 지금도 이 가슴이 아파 미칠 지경이온데,"
"어찌하여, ... 한 나라의 군주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한빈은 울부짖었다. 그런 아들의 눈물섞인 발악을 임금은 아무 말없이 바라만보아야했다. 자신의 손을 잡은 아버지를 뿌리치며 일어난 한빈은 그대로 먼저 처소를 나서버렸다. 뒤따르는 나인들이 짜증이 났는지 그들을 피해 뛰어가버린다. 하늘에선 계속 비만 내렸다. 오늘 내로 그치지 않을 것 같았다. 차라리 비가 더 퍼부어서 홍수가 일어 내 목숨도 앗아가버렸으면하고 내심 바라던 한빈이다.
뒤이어 한빈을 찾으러 나오는 나인들이 보이자 급히 큰화원 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 곳에 오지 않는 것을 보곤 안심하며 그대로 돌담에 기대 주저앉아버렸다. 화원에 핀 꽃들이며 나무들은 내리는 비가 좋은지 촉촉히 잎사귀를 적셨다. 그 와중에 붉게 피어있는 장미는 한빈의 심장을 찔러왔다. 그녀가 너무나도 좋아하던 꽃이다. 항상 그녀에게서 나던 향이었다. 천천히 그 쪽으로 걸어가 그대로 장미꽃을 향해 코를 대었다. 향이 나지 않았다. 맡아보려 숨을 들이쉬어도 그 향은, 나질 않았다. 빗물에 씻겨내려가버린걸까. 아니면, 그녀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장미꽃 향을 다 앗아가 하늘로 올라가버린걸까. 차라리 후자로 생각하는 편이 나은 듯 했다. 다시 내가 그 향을 맡을 일이 없는 것이 그녀를 덜 그리워할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 ... 모란, 이구나."
장미꽃을 놓고 은은한 향이 퍼져오는 것에 뒤를 돌으니 모란꽃이 피어있었다. 매번 장미꽃에 휩싸여 다른 꽃들은 볼 새도 없었는데. 이렇게 세차게 내리는 빗물에도 모란향만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그 향이 좋아, 모란꽃을 꺾으려 하자 언젠가 내게 화원이 말하던 것이 또 떠올랐다.
'저 또한, 다음 생에 무엇으로 태어나더라도 저하를 곧바로 알아볼 것입니다.
그러니, 저하께서는 만물에 항상 감사드려야하는 것입니다. 그 안에 제가 있을지 모르는 것이 아닙니까.'
그 말을 떠올리고 나자, 잡고 있던 모란꽃을 손에서 놓아버렸다. 놓은 모란꽃을 한참 바라보던 한빈은 또 다시 눈물을 보였다. 그녀를 선택한 댓가는 너무나도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 너무도 어렸다. 열넷, 열다섯. 누군가를 멀리 떠나보내기엔 마음을 추스리기 힘들었다.
"... 그래, 이 꽃에 너가 있을 지도 모르겠구나. 이렇게 내게 향을 풍기는 것이, 정말 너일지도 모르겠구나."
하염없이 내리는 빗물을, 열다섯의 세자는 그저 맞고만 서있었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늦은 저녁, 한빈은 석강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교태전으로 향했다. 중전에겐 어느 기별도 넣지 않은 채로 곧장 발걸음을 움직였다. 5년 전 그녀가 중전 자리에 오른 이후부턴 한번도 교태전에 드나든 적이 없었는데, 이런 일로 그녀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생각만으로도 화가 치미는 사람, 생각만으로도 주먹을 쥐게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현재 교태전의 주인, 중전이다.
'... 설마 화원이 죽었을거라, .. 생각하시는겁니까.'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혹... 세자의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말을 가벼이 여기지 않으려 했었거늘. 누구보다 먼저 그 아이를 내가 직접 찾았어야 했는데.
발걸음은 점점 교태전에 가까워졌다. 그곳에 다다르니 익숙한 얼굴들이 마당에 서있었다. 조상궁, 그리고 그 옆엔 화원. 이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 나와있다는 건, 교태전 안에 빈궁이 있다는 것임을 알려주는 것인데. ... 왜, 왜.
"... 조상궁이 왜 여기에 있는가."
"... ... 마마께서 중전마마를 직접 찾으셨사옵니다."
"무슨 연유로."
"... 그것은 소신도 잘은 모르..."
조상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을 지나쳐 처소로 들어가버리는 한빈이다. 자신을 보곤 곧바로 중전에게 아뢰려는 것을 고개를 저으며 관두게 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다.
'진정, 그 자리에서 폐출이 되어도 좋다는 것입니까.'
'... 예, 제가 그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힐 것입니다. 제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그리할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빈궁에게 좋은 것 아닙니까. 나는 그저, 세자 하나만 노리고 있는 것이지, 그대까지 노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얘기들을 듣고 있으려니 온몸의 피들이 역류하는 것만 같았다. 순간 머리가 어질하는 것을 간신히 붙잡곤 문을 지키는 나인에게 한빈이 물었다.
"... 빈궁은 언제 온 것이냐."
"... ... 묘시부터 이 곳에 계셨습니다."
*묘시: 오후 5시~ 오후 7시
오래도 있었네. 그 말과 함께 씁쓸하게 피식 웃던 한빈은 곧 표정을 굳히고 다시 말문을 열었다.
"... 아뢰지말고, 문을 열거라."
그 말과 함께 조심스레, 교태전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고요했다. 열림과 동시에 방 안엔 적막이 흘렀고, 앉아있던 중전은 한빈을 보며 헛웃음을 쳤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빈궁의 모습은 아마도 이곳에서 눈물을 보였던 것인지 눈가가 젖어있었다. 다시 문이 닫히자, 빈궁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떨고 있는 손을 애써 숨기는 것에 괜히 화가 치밀었다.
"... 이 곳에서... 무얼 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 그, 그것이.."
"... ... 이 곳에서... 저 인간과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으신겝니까."
"..저, 저하."
모르길 바랬다. 그녀만은 모르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내 귀에 들려오고 내 눈으로 바라본 이 모든 것들은, 내 바램을 다 무너뜨려버렸다. 언제, 어떻게 이 사실들을 알게 된 것이며, 도대체 이 곳에와 저 사람에게 무슨 부탁을 한 것이며. 왜 나는 항상 내 사람들을 지키려거든 한 발짝 느리게 도착하는 것이며. 그 생각에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저 인간과, 라는 말을 내뱉었을 땐 중전은 가소로운듯 미소짓고 있었다. 인간이란 말을 붙이고 싶지도 않다. 짐승보다 못했으면 못했지, 어찌 저 모습이 국모의 모습이란 말인가.
"세자는, 이 곳에 어인 일이십니까. 이렇게 교태전에 세자 부부가 오니 내 마음이 아주 기쁩니다."
"... ... 그 입 다물지 못하십니까."
기쁘다. 하마터면 옆에 있던 꽃병을 그녀에게 던질 뻔했다. 애써 화를 삭혀가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답하자, 옆에서 날 보던 빈궁이 내 손을 잡아왔다. 그만, 그만하세요. 내게 말하며 손을 더 꼭 잡아온다. 차갑기만 하던 손이, 오늘따라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손 끝으로 그녀가 끼고있던 반지가 느껴진다.
빈궁과 내 모습을 보며 그저 미소짓고있는 중전을 보니 또 속에서 무언가 울컥 터지는 것만 같다. 감성이 아니다. 이성으로 대해야한다. 저런 하찮은 것에 내 감정을 쏟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빈궁은 먼저 나가세요. 내 마저 중전에게 할 말이 있어 그럽니다."
"같이 계세요. 어차피, 두 사람 다 내게 같은 말을 하고자 찾은 것 아닙니까."
이성, 이성으로 대해야한다.
한빈은 곧 빈궁의 손을 스르륵 풀곤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답했다.
"... 그럼 이대로 강녕전에 드시지요."
"... 지금 뭐라..."
"어차피 똑같은 말을 할 것인데, 장소만 바뀐다고 달라지겠습니까."
"세자!!!"
"이래봬도 가족 모두가 이 곳에 있는데, 아바마마만 빠지셔야 되겠습니까."
"......."
"아바마마도 같이, 그 곳에서. ... 5년 전의 일을 말해보자는 말입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합니까!!!"
"당신이 저지른 일 아닙니까. 당신이, 당신 가문이.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냔 말입니다!!!"
한빈은 점점 중전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귓가 쪽으로 몸을 숙였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녀만 들을 수 있게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속삭였다.
"혹 압니까. 아직도 아바마마께서 당신을 사랑하여, 그 죄를 눈감아줄지. ... 모르는 것 아닙니까."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밤도 깊었는데, 다들 어인 일로 이 곳을 찾은 것이냐."
"아바마마께 긴히 드릴 말이 있어 이렇게 왔습니다."
"그럼 세자 너만 오면 될 것을, 중전과 빈궁은 왜 같이 온 것이냐."
한빈을 포함한 세자빈, 중전 모두 임금의 말에 그저 입을 다물 뿐이었다. 그 정적을 깨고 먼저 입을 떼려는 빈궁을 보자마자 한빈이 말문을 열었다. 5년 전의 어렸던 세자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두려움에 그저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내뱉던 어린 한빈이 아니었다.
"5년 전의 일들을, 이제는 알려야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찾은 것입니다. 물론, 지금 조정의 대신들은 다 그 일에 연루되어있으니 침묵을 지키겠지요. 허나, 이제 아버지께서 나서셔도 되는 일이옵니다."
한빈의 첫마디에 임금은 놀란 듯 보였다. 그 옆에 앉아있던 중전은 그저 눈을 감은 채 말이 없었다. 임금은 모르고 있었을 세자빈을 바라보았다. 세자빈 역시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체념해 있었다. 다시 한빈에게 시선을 거두자, 다시 말을 잇는 한빈이다.
"제가 언젠가 아바마마께, ... 그 사건의 범인에 대해 고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 세자."
"아바마마께선... 그것을 무시하셨지요."
"... ..."
"이제 더는 눈감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보위에 오르기 전까진, 이 모든 암흑을 걷어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옆에 잠자코 있던 세자빈이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무서울 것이 없었다. 한빈은 간절했고, 자신 또한 그랬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길 원했다.
"... 아바마마, 신첩 또한 간절히 바라는 청이옵니다. ... 그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치셔야 하옵니다."
"빈궁, 빈궁은 그런 말을...!"
"예,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겠지요. 그 사건엔... 제 가문이 걸려 있으니까요. 허나,"
"....."
"...... 제 주변에 고통을 호소하는 자들을 보고 있자니, ... 마음이 아파 차마 눈 감을 수 없었습니다."
세자빈은 절을 하듯 엎드려 임금에게 호소했다. 간절하고, 또 간절했다.
"부디, 부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으셔야합니다."
"... ... 제가 폐출이 되어도 좋으니, 부디... 모든 것을 제자리를 찾도록 하셔야하옵니다."
세자빈의 입에서 나온 폐출 이라는 단어에, 한빈과 임금모두 놀란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특히 한빈은 더더욱 그녀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녀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 일에 대해 알고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 그건 그닥 중요한 것도 아니였다. 지금 그녀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엎드린 손 위로 한빈이 사준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 지금, 폐출이라 하였느냐."
"... ... 예. 그것이 제가 받을 죗값이라면, 마땅히 치룰 것입니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꼭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셔야합니다."
그렇게 나오는 세자빈의 태도에 임금은 그저 묵묵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임금 옆에 앉아있던 중전은 감았던 눈을 느리게 떴다. 임금은 고개를 돌려 중전을 바라보았다. 엎드린 빈궁을 바라보는 중전의 시선이 맘에 들지 않았다.
"... 내일, 이 건을 들고 내전에 들 것이다."
"전하!!!"
"당신은 그저, 교태전에 머물러나 계세요."
"전하, 이미 5년이나 지난 일을...!!"
"5년이나 지난 것이 아니라 5년 밖에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중전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가뜩이나 자신을 못마땅히 여기고 있던 임금이였기에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었다. 엎드려 호소하던 세자빈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임금의 표정은 어두웠다. 여전히 자신의 왕권에 대해 불안한 듯 보였다. 그것을 본 한빈은 곧 입을 떼었다.
"... 내일 내전에, 저도 함께 들 것입니다."
"...... 세자."
"...... 저하."
"진작에 이랬어야 하는 일입니다. ... 염려치 마세요. 성균관 유생들을 데려와 이 일에 대해 논의할 것입니다. 그들이라면, 현명한 판단을 할테니까요."
그 말을 마친 한빈은 엎드려있는 세자빈을 일으켰다. 화가 난 나머지 가쁜 숨을 내뱉고 있는 중전과 여전히 표정이 어두운 임금에게 인사를 한 뒤, 세자빈을 데리고 강녕전 밖으로 나섰다. 마당에 다다르자, 잡고있던 그녀의 어깨를 슬며시 푸는 한빈이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다, 한빈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 오늘 하루종일 피곤했을텐데, 이만 들어가서 주무세요. 저는 성균관에 들러야겠습니다."
"저하."
"...... 예."
"... 어떠셨습니까."
"..... 무엇을, 말입니까."
"화원이를 보았을 때 말입니다. ... 어떠셨냐구요."
"......"
세자빈의 말에 말을 못잇자, 빈궁은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 ... 기쁘셨습니까."
"... 행복하셨습니까."
한빈은 답하지 못했다. 화원이를 보았을 때 벅찼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그저, 다행스러운 마음이였다. 살아있었구나, 이렇게 살아있었구나. 다행스럽다가도 급 괴로웠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에. 그 아름다웠던 추억을 하나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에. ... 물론 그 추억들이 화원이에겐 악몽일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추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였다.
"... 이만 들어가세요. ... 내일은 바빠 그대를 못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떠오르긴 하셨습니까."
"......"
"...아, 아닙니다.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빈궁."
제가... 떠오르긴 하셨습니까. 그 말을 하면서 끝이 떨려오는 것이 눈물이 고여있는 듯 했다. 말실수를 했다며 급히 돌아서려는 발걸음을 그녀를 불러 멈추게했다. 그에 대한 대답보다도, 그녀에게 꼭 하고픈 말이 있었다.
"... 폐출이라는 단어, 앞으로 내뱉지 마세요."
"간절히 폐출을 원하더라도,"
"자선당을 떠날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 내가, 내가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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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52 입니다! 이제 슬슬 하나씩 해결되가는듯 하죠? 사실 요즘에 참 고민이 많았어요. 이래저래 스트레스도 받다 보니까 미치겠더라구요. 그나마 독자님들 댓글 보며 힘을 얻어요 ㅠㅠ 제가 괜히 답글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를 쓰는게 아니랍니다. 제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전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드릴 뿐이에요. 항상 더 나은 퀄리티로 뵙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않아 속상하기만 하네요. 흑. 혹시 조별내 외에도 제게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뭐 예를 들자면, 자까님 여자에여? 라던가... ㅋㅋㅋ 아무 질문이나 다 좋아여.) 독자님들과의 소통 매우 격하게 환.영 하니까요. 오늘도 조별내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애정합니다 우리 독자님들♡) +) 추가 글 올리고서 얼마 안있다 요렇게 올라와서 깜짝 놀랐네요 ㅠㅠ 늘 감동만 주시는 우리 예쁜 독자님들 제가 많이 사랑합니다ㅠㅠ 언제나 감사드려요 정말루 진짜루. ♡♡♡♡♡♡♡♡♡♡ 감사합니다 (꾸벅) (큰절) 암호닉!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어요!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암호닉은 제가 하나하나 직접 치는거라 중간에 깜빡하고 빼놓을 수가 있어요ㅠㅠ 내 암호닉이 빠졌어!!!!!! 하신다면 댓글로 슉슉 달아주세요! 흙.) 초록프글 님 ♡ 뀰지난 님 ♡ 달빛 님 ♡ 몰랑이 님 ♡ 별 님 ♡ 초코 님 ♡ 김밥빈 님 ♡ 부릉부릉 님 ♡ 설렘 님 ♡ 으앜 님 ♡ 022 님 ♡ 0618 님 ♡ 설렁 님 ♡ 자몽에이드 님 ♡ 구사이다 님 ♡ beeeye 님 ♡ 올라프 님 ♡ 마그마 님 ♡ 한빈이이겨라 님 ♡ 괴물 님 ♡ 꾸주네 님 ♡ 뿌요를 개로피자 님 ♡ 핫초코 님 ♡ 5959 님 ♡ 징징이 님 ♡ 박하사탕 님 ♡ 뽀로로 님 ♡ 부끄럼 님 ♡ 들레 님 ♡ 까까 님 ♡ 룰레룰레룰 님 ♡ 구치명 님 ♡ YG의 공주 님 ♡ 파랑짹짹이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