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굉장히 개성이 있는 것들인데..
"준면이 귀 만지지 말라고! 하지 말라면 좀!!"
"경수한테 손 올리지 말라고 했지! 그만 싸워 좀!!!"
"백현아 장난치지마.. 칼 내려놔. 민석이 놀라잖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 애완동물들은 사람이다.
애완사람이라고 아시나요?
일광욕
아침에 종인이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왔다.
옥상은 종인이만의 공간인지라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아마 이사오고 나서는 처음인 것 같다.
이사오고 얼마 안있어서 애들이 사람으로 변해서..
"왠일이야 주인이 여길 다 오고."
"예전에는 자주 이랬잖아."
"하긴. 예전에는 주인이 내 등껍질에 뽀뽀도 자주 해줬는데.
이제는 아프지 말라고."
아련하게 말하는 종인이는 이미 추억에 잠겨있는 듯 보였다.
가만보면 종인이가 사고도 잘 안치고 얌전한데.
애들이 하도 지랄맞아서 개성이 넘쳐서 신경을 안써줬었네.
"미안."
"주인답지 않게 왜이래. 소름 돋으니까 하지마."
"오구 우리 조니니. 벌써 이렇게 어른스러워진거야?ㅎㅎ"
"그야 주인이 아프니까. 그만 아파. 나 아직 97년 남았어."
....난 97년 후면 117살인데?ㅎㅎ
그건 조금 보류하도록 하자. 원래 거북이는 주인보다 오래산데.ㅎㅎ
더구나 닌 육지거북이잖아.ㅎㅎ
"그래도 주인 전보다 많이 나아진 거 같아. 전에는 계속 기침했는데."
"그치? 요즘 아주 튼튼해졌어."
"그렇다고 무리하지 말고. 추우니까 들어가. 감기걸릴라."
몸에 손대는 것을 싫어하는 종인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 내 손을 잡아주는 종인이. 우리 종인이. 많이 괜찮아졌나보다.
"너도 조금만 더하고 들어와. 알았지?"
"응. 밥 먼저 먹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놓고 일어났다.
괜히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동물일때는 몰랐는데 아이들이 나를
이만큼 위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문득문득 가슴이 아려온다. 물론 좋은쪽으로.
오해
옥상에서 내려오니 황급히 올라오는 민석이를 마주할 수 있었다.
"개새끼 미쳤어. 돌았다고. 붕어새끼 회 뜰려고 지랄하나봐. 가서 말려."
아예 옥상으로 올라가는 민석이와 상황파악중인 나.
그러나 그보다 먼저 내 발이 움직이고 있었다.
1층에 딱 다다른 순간 종대가 나에게 달려왔고
칼을 든채 종대를 쫒아오던 백현이가 황급히 멈춰섰다.
"백현이 이리와. 칼 넣어놓고 와."
"아아, 주인.. 아 정말.. 이거는.."
"빨리 안와?!"
어지간해서는 백현이에게 화를 잘 안내는 편인데
안그래도 종인이랑 추억팔이를 하고 오는 길에
이렇게 하고 있으니 화가 안날 수가 없었다.
부엌에 칼을 꽂아놓고 밍기적밍기적 오는 백현이.
종대는 그런 내 뒤에서 백현이에게 혀를 내밀고 있었다.
"종대도 여기 딱 서."
"히잉..."
맨날 애들 혼낼때 쓰는 자리가 있다. TV가 있는 벽 구석.
둘을 나란히 세워놓고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정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백현이가 말했다.
"주인 난 억울해!"
"백현아. 나 진짜 화났어. 그럼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까?"
".....그치만..!"
흔히 엄마들이 사고를 친 자식이 자기 잘못 인정 못하고
계속 말대답을 하면 지금 나같은 상황이지 않을까 싶었다.
"종대는 가."
"네..."
잔뜩 우울해져서 나를 지나쳐 가는 종대.
백현이는 그런 종대를 눈으로 쫒다가 나를 보았다.
"반성 다 하면 나한테 와. 알았어?"
계속 나를 보기만 하는 백현이.
나는 그런 백현이를 두고 아침을 먹기 위해 부엌으로 갔다.
아.. 머리아파.. 자식같은 아이들 혼내는 것도 스트레스가 극심하구나.
고개를 돌려 거실을 보았다.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종대와 고개를 숙인채 서 있는 백현이.
그 앞에서 놀리는 세훈이까지. 이 새새끼를 그냥.
"세훈!!!!! 너도 옆에 서있어!!"
소리를 지르고 나니까 온 몸에 힘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아침 할 기력도 안나네. 냄비로 가던 손을 내리는데 그 손을 잡아서 냄비를 잡게 만드는 누군가.
고개를 돌려보니 찬열이다.
"아침먹어."
"싫어. 입맛없다."
"먹으라 했어."
찬열이랑 서로를 마주보다가 결국엔 요리를 시작했다.
바퀴벌레새끼. 끈질겨 아주.
식탁에 반찬들을 하나씩 꺼내고 있는데 백현이가 다가왔다.
그런 백현이를 보니 잔뜩 붉어진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떨군 백현이가 말했다.
"너무해 주인.. 내 말은 들어주지도 않고.."
"뭐?"
"우리 집엔 고양이형 때문에 커터칼이 없잖아!!! 흐어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백현이.
당황스러워서 말이 안나왔다. 왜 집에 커터칼이 없다고 우는 건데..?
안아서 달래주지도 못하고 그냥 어깨를 다독이고 있는데
아예 주저앉아서 운다.
"백현아..? 왜 우는데? 응? 뚝 그쳐봐. 내가 잘못했어.
들어줄게. 말해봐."
큰 소리에 내려온 민석이와 종인이가 상황을 물었고
나도 영문을 몰라 어깨를 들썩였다.
"개새끼야 닥쳐!!! 나 자잖아!!!"
"니나 닥쳐!! 니가 뭘 알아!!!!!"
"저게 미쳤나."
"야야 참아. 백현이 지금 많이 이상해."
백현이 울음소리에 잠에서 깬 경수가 짜증이었고
그런 경수를 말린 건 준면이었다.
이게 뭔 개판이야..
백현이 어깨를 다독인지 어언 30분.
백현이도 힘이 딸리는지 슬슬 울음이 멎어가고 있었다.
"주인 진짜.. 흐끅.. 너무해.."
30분만에 나온 첫마디가 내가 너무하단다..
일단 애는 달래야 하니 맞장구 쳐 주었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왜 그러는건데.."
계속 숨을 몰아쉬던 백현이가 종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붕어새끼 옷에..! 옷에 실밥 튀어나와서 그거 자르려 한건데..."
"가위 있잖아."
"....내 머리속엔 칼 뿐이었다고..아무튼 주인 너무해. 주인이랑 안놀거야!!!"
쿵쾅쿵쾅 2층으로 올라가는 백현이와 스리슬쩍 내곁으로 오는 세훈이.
"야 나 반성 끝났어. 난 충분히 잘못한 거 같으니까
울보새끼 놀리러 가도 돼?"
"넌 더 서있어."
"더 서있쒀. 헹. 너무해."
다시 터덜터덜 생각하는 벽으로 가는 세훈이.
"쟤는 일단 놔두고 주인은 밥부터 먹어."
찬열이가 날 억지로 식탁에 앉혔다.
2층을 바라보는 내 시야까지 지 몸으로 막아서서는 먹으라 강요다.
결국 억지로 몇 숟가락 뜨고 눈치를 보고 있는데 종대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굳이 의자도 좁은데 끼어 앉더니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대며 말한다.
"주인.. 미안.. 나 때문 같아.. 난 그냥 백현이가 칼들고 쫒아와서 숨은 건데.."
계단쪽에서 삐그덕 소리가 났다.
2층에 있던 것은 백현이 하나니까 백현이 소리겠지?
고개를 빼고 내려오는 백현이를 보았다. 터덜터덜 내 앞으로 걸어오는 백현이.
아직도 붉은 눈을 하고는 말했다.
"...주인."
"응?"
"내가.. 내가 막 땡깡부려서.. 주인 아파..?"
"...어?"
"생각해보니까.. 주인은 아프잖아. 내가 미안해 주인..
내가 더 잘할게.."
백현이 머리를 손으로 쓸어주었다.
쿵쾅대며 2층으로 올라가서 생각해보니까 좀 아닌것 같았어?
귀여워라.ㅎㅎㅎ
그러나 바로 내 옆에 있던 종대의 팔뚝을 손으로 잡아 치워버리더니
내 옆에 앉는다. 어휴.. 그놈의 질투심..
오늘의 건강 일기
날짜 : 2015년 2월 27일 금요일
날씨 : 따뜻함
날씨가 따뜻해서 일광욕도 하고 왔다.
햇빛을 많이 볼수록 우울증이 감소한다는 레이선생님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랬다.
애들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은 적게 해야겠다.
백현이 |
자주 울리고 싶다.. 겁나 귀엽잖아...? 참고로 애들은 성인남자모습입니다ㅎㅎㅎ 거북이 종인이는 많이 어른스럽네요. 느긋하게 사는 만큼 깨우친게 많은 건가..?
암호닉입니다!! 치노/엑소영/쉬림프/뭉이/쌍수/구금/코끼리/모카/규야/게이쳐/나호/죽지마 정동이/양양/캐서린/우리니니/빵/체리/안녕/밍블리와오덜트/메리미/니니랑 꾸르렁/바람둥이/매매/종대덕후/여리/나도동물/테라피/차니/부농/luci/알콩 새벽/꽯뚧쐛뢟/바닐라라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