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Love
W.이요르
이삿짐을 옮기고 나서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경비실 옆에 있는 재활용수거함에 쓰레기를 구분해서 버리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우리 집이 있는 12층에 도착하기 전, 5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고 문이 열렸다.
"뽀뽀해주면 갈게~"
"으휴, 그냥 빨리 가~!"
'쪽'
"푸흐. 갔다 올....게."
위로 올라가는 중이라는 말을 전하려 열린 문틈으로 입을 여는데, 문앞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입을 맞추고 있었다. 순간.얼어버린 나는 그 장면을 그대로 바라봐야 했고, 입을 맞추던 두 남자도 나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두 사람과 나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이내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방금 남자 둘이 입 맞추고 있던 거 맞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혼란에 빠졌다. 혹시 내가 내리는 층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지? 문득 든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생겨났다. 금방이라도 두사람이 내가 사는 층으로 올라올 것만 같았다. 12층 버튼이 눌러진 것을 보다가 그 위아래로 있는 나머지 층수의 버튼마저 모두 눌렀다. 이렇게 하면 몇 층에서 내리는 지 알 수 없겠지. 매층에서 문이 열릴 때마다 그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을 것 같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그들과의 마주침 없이 무사히 12층까지 올라와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문을 걸어잠그곤 소파에 누워 아까의 상황을 떠올렸다. 나와 같은 아파트에 게이가 산다. ..더러워. 더럽다. 동성 간의 사랑이라니, 그런 게 정말 존재하는 거야? 하필 이사 온 첫날. 내일 학교도 가야 하는데. ..머리 아파.
***
으으, 몇 시야. 어제 소파에서 그대로 잠들었는지 아파오는 허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찾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핸드폰의 전원을 켜자 경수에게 세 통의 문자와 한 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 일단 전학 첫날부터 지각을 할 수는 없어 씻은 후에 확인하려고 책상 위에 핸드폰을 던져두고 욕실로 들어갔다.
'♬♩♪♩♪'
다 씻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나오는데 방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야! 서울에 도착했으면 전화를 해야지!"
"아, 정신없어서 잊고 있었다."
"깜빡할 게 따로 있지!"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를 빽 지르는 도경수 때문에 핸드폰을 잠시 귀에서 멀리 떨어트렸다 소리가 잠잠해 질 때쯤 다시 가까이해 대답했다. 미안해. 아무튼, 빨리와. 너 우리 반 찾아와야 하잖아. 몇 년 전 부모님께서 직장을 서울로 옮기는 바람에 전학을 가버린 경수와 우연히 같은 학교, 같은 반이 되었다. 사람을 사귀는 것에 굉장히 서툴러서 친구를 다시 사귀어야 하는 것이 막막했었는데.경수 덕분에 다행히 걱정을 덜어놓을 수 있었다. 친구는 도경수 한 명이면 충분했다.
"알겠어.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새로 산 교복과 가방을 메고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어제의 일이 또 생각나 기분이 안 좋아졌다. 미친놈들. 부모님은 자신의 아들들이 그러고 있는 것을 알까? 모르겠지. 띵. 소리와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타서 1층을 누르고 문을 닫았다. 중간에 서려나? 5층에서 살던데. 만약 마주치면 뭐라고 할까?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도중에 서지 않고 무사히 1층까지 도착했다. 분명히 지각하면 경수가 뭐라뭐라 잔소리를 해댈 게 당연하기에 학교로 가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
"전주에서 전학 왔는데요. 3학년 4반이요."
제시간에 학교에 도착해 교무실로 찾아가 앞에 지나가는 선생님을 붙잡아 말했다. 그 선생님은 아, 전학생? 3학년 4반이면.. 박찬열 선생님 반이네. 저기 세 번째 줄에서 맨 끝에 앉아계신 선생님께서 담임선생님이셔. 선생님께 가면 될 거야. 라고 말한 뒤 교무실을 나가셨다. 이왕이면 데려다 주시지. 혼자 뻘쭘하게 여러 선생님의 시선을 받아가며 담임선생님 옆에 서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내 쪽으로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 둘 다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저 남자가 여기 왜 있어? 설마 진짜로 교사야? 그 남자는 어제 5층에서 뽀뽀를 하던 두 명의 남자 중 한 명이었다. 그 남자도 놀랐는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겨우 입을 뗐다.
"저,전학생 이라고? 일단 상담실로 가서 얘기하자."
낮디낮은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제의 기억이 떠올라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남자는 교사수첩을 들고 일어나 따라오라는 말을 한 채 앞장서서 교무실을 나갔다. 아무말없이 뒤에서 몇 발자국 안 따라가니 곧 상담실이라고 써져있는 푯말이 보였다. 남자는 문을 열고 내게 먼저 들어가라는 눈빛을 준 뒤 내가 들어가자 따라 들어와 문을 잠궜다.
"앉아."
상담실로 오는 길에 생각을 다 정리했는지 남자는 아까 보단 안정적인 말투로 내게 말하곤 의자에 앉았다. 남자에 말에 나는 맞은편에 앉아 아무말없이 남자를 바라봤다. 정적. 둘 다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남자는 남자나름대로, 나는 나 나름대로. 남자는 결심을 했는지 정적을 깨고 내게 말했다.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거라뇨."
"어제 일. 대가로 뭘 원하냐고."
"아- 원하는 걸 들어줄테니, 비밀로 해 달라. 뭐 이런 거예요?"
내 말이 상당히 거슬렸는지,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봤다. 짜증나. 게이랑 단 둘이 상담실에 있는 것도 짜증나고, 이 남자랑 말을 섞어야 하는 것도 짜증난다. 난 짜증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선생님이셨어요? 아까 여기 오면서 애들보니까 꽤 인기가 있나봐요?"
"..."
"자기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게이라는 걸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정말 궁금하네요."
"..."
"게이면, 모든 남자들만 보면 꼴려요? 지금 나랑 단둘이 있는게 흥분되고, 그래요?"
"..."
내 말이 기분나쁠 법도 한데 남자는 표정 변화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저 어린애의 투정으로 듣는 것 같아 짜증이 더 커졌다. 뭐가 저렇게 당당해. 지금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거야? 그런 더러운 짓을 해놓고?
"옆에 있던 남자, 곱상하게 생겼던데. 그런 남자랑 하룻밤 자려면 얼마정도 주면돼요? 10만원? 잘 대줘요? 아니면 의외로 선생님이 대주는건가?"
"야 이 새끼야! 아무리그래도 내가 선생이야! 예의는 지켜야 할 것 아니야!"
곱상하게 생긴 남자가 이 남자의 약점인지 어떠한 말을 해도 휘둘리자 않았던 남자가 버럭 화를 냈다. 꼴에 자기 욕은 들어도 애인 욕은 못참나보네. 근데 그거 알아요? 지금 그 쪽 실수한거예요.
"누가 그래요. 선생님이면 게이라도 인정해줘야한다고 누가 그래요."
"뭐?"
"더럽네, 정말. 이봐요, 선생님. 저는 게이인 선생님을 존중해줄 생각도 마음도 없어요."
"이 새끼가 진짜!"
"제가 입 열면 당신이고, 당신 애인이고. 생매장당하는건 순식간 이예요.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한 건데?"
남자는 내 말에 아차 싶었는지 인상을 쓰며 입을 닫았다.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빨리 끝나지 않자, 남자는 머리를 한 번 쓸어 올리곤 한층 더 낮아진 목서리로 내게 물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 돈? 학교내신점수? 기말고사 시험지?"
이 남자. 아직도 내 말의 요점을 파악 못했네. 남자는 빨리 끝내자라는 심산으로 아무말이나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 인정한거잖아, 당신이 게이라고. 차라리 오해였다고 말하지 그랬어. 장난치고 있었는데 이상한 타이밍에 내가 본 거라고 변명을 하지 그랬어요. 이렇게 머리가 안굴러가서야, 험한 세상 살아갈 수 있겠어?
"그딴 거 필요없어요. 그냥 절 모를 척 하세요. 말 시키지도 마시고요, 눈도 마주치지 마세요. 아파트에서도 마주치지 않게 숨어다니세요. 그게 싫으면 선생질을 떼려 치던가."
"..알았어. 대신 그 일은 모른척해줘."
"선생님 하는거 봐서요."
그 말을 끝으로 남자를 남겨둔 채 답답하고 지긋지긋한 상담실을 나왔다.
감춰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 안녕하세요 이요르 입니다 *제가 많이 늦었죠ㅜㅜ 어제 올리는 거였는데 내용을 수정하느라 오늘 올리게됐어요. *글수정 도와주신 이혜진님, 헬로님 고맙습니다. *찬종이니 ㄸ..ㅓ..ㄱ..을 썰겠죠? 하고 읽으시는 분들! 이 글을 절대, 네버, 떡 내용이 없습니다. *종인이가 네가지없다구요? ㅜㅜ종인이는 호모포비아예요ㅜㅜ 그럴 수 밖에요ㅜㅜ *기다려주신 분둘 죄송합니다ㅜㅜ *암호닉은 다음편에서 함께 정리해드릴게요! *암호닉, 댓글, 신알신 다 받고 있어요! 아, 추천수도요! * 사랑합니다♥ 이요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