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a Cake
下 - 中 화장실에서 돌아온 성규가 묵묵히 거품을 내고 있는 우현의 모습에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현이가 인상을 쓰며 성규에게 머리에서 손 떼라고 한마디 하려던 순간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오븐에서 불이 꺼졌다. 성규가 행복한 얼굴로 오븐 문을 열었다. 여는 순간 빵 특유의 냄새가 물밀듯이 열고 빵을 꺼냈다. 고운 봄빛 같다고 여겼던 빵은 어느새 노릇노릇 구워져 갈색 빛으로 변해있었다. 흐음. 성규가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빵 냄새를 흠뻑 들이마셨다.
“시럽 다 됐어?”
빵 냄새에 흠뻑 젖어있던 성규가 얼굴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우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성규가 느꼈던 대로 우현이 넋 놓은 듯 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어? 응.”
우현이가 화들짝 놀라며 냄비 안의 상태를 확인하며 말했다.
“그러면 이거랑 이거랑 조금씩 부어가면서 단단해질 때 까지 거품을 만들어줘요!”
성규의 손끝을 따라 우현이 시선을 옮겼다. 방금 막 만들어낸 시럽, 그리고 아주 약간의 성규의 도움이 들어간 달걀흰자의 거품. 성규가 우현의 손을 강제로 벌리더니 휘저어 거품을 낼 기구를 쥐어주었다.
“거품기…없어?”
우현의 물음에 성규가 조용히 시선을 회피했다.
“하아.”
우현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휘젓기 시작했다. 성규는 새로운 냄비를 꺼내어 딸기와 설탕 그리고 레몬즙 조금을 넣었다.
“너, 불,”
우현이 성규를 말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성규가 우현의 어깨를 눌러 다시 의자에 앉혔다. 우현이 불안한 눈을 하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놓은 부모의 심정, 지금 우현의 심정이 딱 그러했다. 성규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불을 켜고 젓는다. 조마조마하던 우현의 눈이 별 문제 없이 잘 저어가는 성규의 모습에 조금씩 평온을 되찾았다. 성규는 불의 세기를 강으로 맞추었고 우현이는 젓는 속도를 높였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완성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그 전에는 느리게 해도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끝냈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빠르게 하려고 해도 빠르게 되지 않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성규는 불을 끌 수 있었다. 딸기들이 몽글몽글하게 변했다. 자신이 스스로 딸기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게 뿌듯한지 소리 없는 웃음을 흘리며 체를 사용해 덜 몽글몽글한 부분들을 걸러내기 시작했다. 거르는 것을 끝낸 성규는 빵칼을 집었다. 빵칼이라고는 하나 꽤나 날카로운 날에 성규가 움찔거렸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고 빵으로 칼을 가져갔다. 여기를 잘라야 하나, 저기를 잘라야 하나. 빵을 최소 삼등분을 하기 위해 빵 이곳저곳에 칼을 가져다대며 자를 위치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위치를 쉽게 잡을 수 없었다. 그에, 이따 우현이한테 봐달라고 그래야지, 라고 생각한 성규는 빵칼을 내려놓고 우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때마침 우현이도 성규를 향해 시선을 돌렸던 터라 둘의 시선은 허공에서 마주했다. 찰나의 정적이 흐르고 성규가 고운 눈웃음을 지었다.
“힘들어?”
성규가 손을 뻗어 우현이의 이마를 쓱, 훑었다. 우현의 얼굴이 조금 붉게 변했다.
“응, 힘들어.”
성규가 총총거리며 부엌 서랍을 뒤져 행주를 꺼냈다. 그리고 우현의 땀을 닦아준다며 부산하게 움직였다.
“많이 힘들어?”
우현이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성규가 걱정스럽다는 눈빛으로 우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이내 성규는 다시 생긋, 고운 눈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나는 우리 우현이가 끝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눈을 빛내며 말하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는 알 수 없는 한기를 느꼈다.
“이거 젓는 네 모습 되게 멋있어!”
흠, 흠. 우현이가 두 번의 헛기침을 했다. 다시 볼을 저어야 하나, 아니면 그래도 못하겠다고 말하며 그에게 떠넘겨야할까, 고민하는 눈치였다. 성규도 이를 눈치 챈 듯 우현이 다시 젓도록 만들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우현이 최고, 멋져! 열심히 젓는 네 모습에 반할 것 같아요, 꺄!”
우현이가 얼굴을 붉히며 헤, 하고 웃으며 다시 볼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젓기 시작했다. 성규는 그 옆에서 열심히 우현이를 응원했다. 조금 더 힘차게 돌려! 어휴, 우현씨 너무 잘한다. 어쩜 이렇게 잘 돌려? 성규가 한마디 할 때 마다 우현이는 더욱 신이나 열심히 돌렸다. 점점 빠르게. 결국 거품이 단단해질 무렵 우현이는 반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성규가 우현이의 어깨를 통통 두드렸다. 그러나 우현은 그마저도 아픔으로 느끼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성규가 그 전에 우현이가 중탕에서 섞은 설탕과 달걀에 레몬껍질을 갈아 넣었다. 레몬의 상큼한 향이 빵의 고소한 냄새와 어우러져 절묘한 냄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막 우현이가 열심히 저은 하얀 거품을 절반가량 떠 레몬껍질을 넣은 볼에 넣었다. 한참 그것을 골고루 석던 성규는 번뜩 생각이 났다는 듯 냉장고에서 우유를 가져와 새로운 냄비에 부었다. 그리고 지쳐 축 늘어져있는 우현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냄비 앞으로 데려갔다.
“그냥 이거 약불에 데우면 되는 거니까 잘 되나 봐주면 돼.”
또다시 힘든 무언가를 시키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던 우현의 얼굴이 그제야 곱게 펴졌다.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 그거 끓으면 말해줘!”
성규가 잊어버렸다며 덧붙였다. 이제 성규의 손에는 또다시 달걀과 설탕, 그리고 밀가루가 들려있었다.
“케이크…언제 끝나?”
우현이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얼마 안 남았는데, 왜?”
성규가 싱겁다는 표정으로 작은 웃음을 흘렸다. 우현이는 다시 멍하니 냄비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씩 우유가 끓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성규가 하고 있던 반죽은 완성되어갔다.
“우유 끓어.”
성규가 툴툴거리며 손을 더욱 바삐 움직였다. 조금씩 덩어리져있던 밀가루들이 부서져간다. 이내 반죽이 전부 되었는지 성규가 쾌재를 외치며 볼을 들고 우현에게로 다가갔다. 우현이가 한발 뒤로 물러나 성규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성규가 천천히 볼을 기울여 반죽을 냄비 안으로 부었고, 우현이 그 속도에 맞춰 국자로 냄비를 저었다. 하얗던 우유가 노란 반죽을 만나 노란색으로 변해갔다. 반죽을 다 넣고 전부 섞였다는 생각이 들자 성규는 불을 끄고 냄비를 들어 베란다로 향했다. 우현이가 의아한 눈으로 성규의 뒤를 따랐다. 성규는 베란다의 바깥 창문까지 연 후에 냄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삼월의 서늘한 바람이 베란다를 가득 채웠다. 성규가 뒤돌았다.
“우, 우왓!”
그러나 그 때 우현이가 성규의 행동에 의문을 품어 바짝 다가와 있었던 탓에 성규는 우현이와 부딪혔다. 그 반동으로 뒤로 넘어지려는 성규를 우현이가 재빠르게 붙잡았고 성규는 우현이의 팔 안에 갇히게 되었다. 그 전에 열심히 거품을 내던 중에 땀이라도 흘렸는지 우현의 몸에서 알싸한 땀 냄새가 풍겨왔다. 성규의 얼굴에 작은 홍조가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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