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마지막 시즌입니다. 아직 시즌 1을 안보셨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시즌 1을 먼저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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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 첫 화는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Marshmello(마시멜로), Anne-Marie(앤 마리)-FRIENDS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후회로 남았다.
그때 그 아이를 못 본 체 했더라면.
그때 그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때 삶을 포기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텐데..
#66 갔다...
냄새를 숨기는 물약은 까다롭다. 적어도 일주일은 불 조절을 해가며 신경 써야 하는 아주 귀찮은 물약이었다. 꺼질듯 애처로운 불꽃에 순영이에게 화로에 장작 좀 넣어 달라 말하니 군말 없이 동이 난 장작을 가지러 나갔다. 이건 해결했으니까 우리 아가를 돌아보았다. 어제 사온 세탁기로 세탁한 자신의 옷을 입은 채 나를 뚫어지게 본다. 내 거 입어도 된다니까 곧 죽어도 싫대... 흠, 그나저나 우리 아가가 눈도 안 깜빡이고 나를 보네. 아, 눈싸움인가 보다. 이건 아가를 빠짐없이 눈에 담을 수 있는 기회였다. 나 못 이길 텐데... 귀엽네. 져줄까 싶은 그때 아가가 눈을 깜빡였다. 히히 놀려야지.
"아싸, 이겼다!"
입술을 삐죽인 아가가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아... 져 줄 걸. 이 멍청이가. 자책을 하고 있는데 아가가 물었다.
"진짜 궁금한 거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아가 나이면 한창 호기심이 왕성할 때지. 뭔데? 다 물어봐!"
"뭘 끓이고 있는 거예요? 5일 내내. 계속."
"음, 비밀의 레시피!"
"...다 물어보라고 하셨으면서 대답 너무 애매모호하네요."
"마녀들의 비법 약물이란다. 맛 집 비결을 물어보는데 누가 대답을 해 주겠니~"
"아.. 그럼 이해할게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하는데 어느새 들어와 있던 순영이가 움찔한다. 응? 왜지? 나의 물음에 아가가 되물었으나 순영이의 표정이 구겨지는 것을 보아하니 확실했다. 왔나 보네. 아니나 다를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왔다."
재수 없는 최승철은 등장도 재수 없었다. 문짝 발로 부시고 들어오는 것 좀 봐. 저거 일부러 저러는 거야. 부서지듯 열린 문으로 들어온 최승철은 꽤나 수척해보였다. 또 그가 말했던 처참하게 저무는 하루의 연속이었나 보다. 나랑 눈이 마주쳤음에도 어떠한 반응도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가 찾는 거겠지. 줄곧 소파에 앉아있던 아가였기에 그쪽을 바라보니 어느새 일어나 있었다.
"늦었어. 미안.."
최승철의 잔뜩 매어 갈라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에 대해 아가도 많이 걱정되는 것 같았다. 눈썹이 아래로 축 쳐졌다.
"왜,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 이렇게 아픈 건데요.. 난 여기서 정말 너무 잘 지냈는데, 그쪽은 왜 그렇게 못 지낸 얼굴로 나와 마주하는 건데.."
"미안.."
"미안하다는 말 하려고 온 거예요..? 어..?"
"보고 싶었어..."
최승철의 말에 아가가 달려가 안겼다. 아... 마음 아프다. 왜 항상 이런 식이어야 하는 걸까. 왜 항상 나는, 이렇게 뒤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걸까..? 나의 물음은 차게 식어 가라앉았다. 어차피 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으니 또 마음 깊숙한 곳에 쌓일 뿐이었다. 폭 안겨서 기대있던 아가가 고개만 들고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그대가, 무서워지지 말라 했는데, 지키지 못했어.."
"......"
"그런 내가 그대의 곁에 있어도 되는 건가 고민했어.."
"......"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인 이유를 핑계로 변명으로 이렇게 와서, 그대 얼굴을 보니까, 확신이 서."
"......"
"난 이기적이야."
"어허♡"
아가의 목덜미로 향하는 최승철이 또 내 묵은 감정을 자극한다. 어딜 내 앞에서, 또 그딴 짓을 하려고... 여차하면 칼로 찔러버릴 생각이었는데 전원우가 막았다. 멀리 달아난 최승철의 표정을 보니 화가 치민다. 400년 전 아가를 죽이고 난 뒤 지었던 표정이랑 같은 표정이라 참을 수가 없을 만큼 화가 난다. 같은 짓을 반복하려는 저 괴물 자식에게 난 무조건 복수를 할 것이다. 속으로 화를 삭이고 있는데 옆에서 명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녀님, 괜찮으니까 손에 힘 푸세요."
아. 주먹을 너무 꽉 쥐고 있었나보다. 후... 참아야 돼. 괜히 소동 일으키지 말자. 간신히 화를 다스리니 어느새 아가와 눈을 맞춘 채 말을 하고 있는 전원우가 보였다.
"찍찍이랑 먼저 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던 아가가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그런 아가에게 웃으며 인사를 해주었다. 지금 화가 난다고 해서 아가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 해주면 또 후회할 거니까. 나의 인사에 아가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다 고개를 들더니 나와 똑같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그거에 또 마음이 풀린다. 그 작은 아가의 행동에 마음이 풀린다. 나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아가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최승철과 나가버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더 크게 와 닿았다. 아... 진짜, 갔네... 근데 전원우 얘는 여기서 뭐해.
"너는 왜 안 가니?"
"할 말 있다고 했잖아."
"그래, 말하고 가렴."
"딜 하자. 나랑 거래해."
"나 돈 무지 좋아하는데, 돈은 있니? 최승철에게 빌붙어서 먹고 사는 백수잖아."
"여우구슬."
호오, 세게 나오네. 천 개의 간을 먹어야 나온다는 그 여우구슬을 가지고 나랑 거래를 하자는 거지? 되게 솔깃한데.
"일단, 좋아. 난 무엇을 걸까?"
"최승철이랑 인간 사이에 끼지 마."
"오... 흠... 너 혹시 최승철에게 뭐 들은 거 없니?"
"뭘 들어야 하나?"
"그 이기적인 놈은 끝까지 그런 식이구나."
"함부로 말하지 말지? 네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냐."
"웃기지, 악역을 자처한 마당에 해명을 하고 싶은 거 보면. 거래는 없던 걸로 하자. 난 너희의 끝을 볼 생각이야."
"......"
"발버둥 쳐봐. 400년간 이어온 우리의 운명이 달라질 리 없으니까."
전원우의 눈이 푸르게 변했다. 저 모습도 오랜만이네. 그의 뒤로 펼쳐진 꼬리가 살랑대는 와중에 순영이가 내 앞에 섰다.
"염치도 버릇도 없이 건방진 새끼가 누군지 그 새끼 입으로 직접 들어."
"뭔 헛소리지?"
"정확한 사실도 모른 채 항간에서 떠도는 헛소리를 믿고 여기다 화풀이 하는 여우새끼가 가여워서 해주는 말이야."
"......"
"가여운 여우새끼야, 넌 야옹이한테 잘 보이는 게 좋을 거야. 야옹이 한 마디에 네 목숨이 달려 있으니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 것 같더니만 처음 아가가 우리 집에 온 날 전원우가 나한테 했던 말과 비슷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전원우가 화를 참는 듯 숨을 크게 내쉬었다. 곧 눈 색이 돌아오고 꼬리가 사라졌다. 꽤 쉽게 물러나네. 그러나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어디 한 번 해 봐. 이번엔 나도 최승철도 죽기 살기로 덤빌 거니까."
너희도 이번엔 목숨을 걸었다. 결국 마지막엔 누구 하나 죽고 끝나겠구나. 정말, 마지막이겠어.
#67 걱정이 거친 편
내 방에서 아가가 문을 열며 나올 것 같고, 소파엔 아가가 하품을 하며 늘어져 있을 것 같다. 부엌에선 찬이와 설거지를 하며 깔깔 거릴 것 같고, 재료선반 앞에선 눈을 빛내며 요정가루를 보고 있을 것만 같다. 집안 곳곳에 아가가 스며있는데 어찌 이리도 공허할 수 있을까. 다, 허상 같다. 내 방으로 들어가 옷장 문을 열었다. 지난 날 머핀을 맛있게 먹다가 소매에 잔뜩 묻혀 놨던 옷이 걸려있다. 손빨래를 해도 채 다 지워지지 않은 얼룩이 남아있었다. 실직적인 아가의 흔적은 이 옷 한 벌이 다였다. 그래서, 버리지 못하겠다. 아... 찌르르 심장이 저민다. 아이들이 있는 집 안에선 울 수 없었다. 걱정시키기 싫으니까.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아내고 있는데 누가 내 어깨를 잡았다. 놀라서 돌아보니 준휘가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서 있었다.
"어, 미안. 또 못 들었나보다. 왜?"
"쇼핑할래?"
"어? 웬일이야~ 준휘가 쇼핑 얘기를 다 하고~"
"거슬려. 텅 빈 눈으로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거슬려. 그니까 차라리 나갔다오라고."
"그래! 나를 애정 하는 준휘가 걱정하는 모습을 볼 순 없지!"
"어, 될대로 생각해."
잔뜩 질린다는 표정을 짓는 준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주곤 거실장에 있는 차키를 챙기며 말했다.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고. 순영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췄고 명호가 한 마디 하려 했지만 준휘가 막았다.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고 집을 나섰다. 여전히도 예쁜 붕붕이에 올라타 뒷좌석을 확인해보니 가방이 아주 잘 있었다. 돈을 탕진해도 이 공허한 마음이 채워지진 않을 것 같지만 일단은 이곳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니까 시동 먼저 걸고 운전대를 잡았다. 다소 거칠게 핸들을 꺾으며 집을 빠져나왔다. 어디를 갈까... 딱히 목적이 없었다. 그저 집에서 먼 곳. 아, 자주 가던 공원이나 가야겠다.
#68 몰랐으면 해
집에선 멀고 주차할 공간도 있고 사람도 없는 이 공원은 내가 울고 싶을 때 자주 왔던 곳이었다. 때문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자마자 무슨 훈련된 것처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핸들에 머리를 대고 눈물만 흘렸다. 듣는 사람도 없으면서 습관처럼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그게 지금의 나였다. 그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하찮은 인간 나부랭이. 복수는 하고 싶은데 미움을 받기 싫은 이기적인 애. 꼴이 같잖기 그지없다. 이렇게 내 욕을 하다보면 어느새 눈물은 쏙 들어가고 모든 얽매임에서 벗어난다. 흔히들 해탈했다고 말하지. 결국은 내 잘못이기에 끝조차 딱하다.
차에서 내렸다. 바람이라도 맞으면 처연한 내 삶의 일부가 날아갈까 조금의 기대가 됐으니까. 시원한 바람을 얼굴로 맞고 있는데 나무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사람이 잘 안 오는 공원인데, 인기척이 들리는 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커다란 나무 뒤에서 나온 것은 뜻밖에도 민규였다.
"민규야...? 너, 여기서 뭐하니?"
"......"
맛이... 간 거 같은데...? 눈은 또 왜 이렇게 부었어? 운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나...? 설마,
"아가, 우리 아가 무사해? 그 새끼가, 기어이 사단을 낸 거야?"
"마녀님, 제 반려... 찾아주신다면서요..."
"......"
"그렇게, 가까운 곳에 숨겨두고, 찾는 척, 재밌으셨어요?"
"......."
"저는, 그리움을 넘어서 간절했는데... 걔한테,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왜, 왜 저를 보고..."
"...일단 민규야, 진정해."
"제가 진정을 하게 생겼냐고요!!!!"
민규의 주먹 쥔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일단 다칠까봐 그 손부터 잡았다. 그러나 민규는 내 손을 세게 쳐냈다. 아... 이건, 예상에 없었는데. 이곳은 나에게 감수성을 자극하는 공간이었다. 민규는 개중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최승철의 집에서 살고 있는 아이였다. 하여 난 절대 눈물을 보여선 안 됐다.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민규는 그런 나에게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변명이라도 해보라며 으르렁거렸다. 변명... 난 잔뜩 흥분해 나에게 윽박지르는 이 아이에게 사실을 말해줘야 했다.
"우선, 내가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진 않았어. 순전히 그 아이의 선택이었단다."
"...그럴 리가, 없어요. 걔도 같을 거예요. 얼마나, 행복했는데... 깨어나자마자 날 찾아왔을 거라고요!"
"우리는 망각이 없기에 환생이 없어, 민규야. 죽었다 깨어나면 이미 벌어진 일이 없던 일이 되지 않아."
"......"
"100년 전, 그 아수라장 속에서 너도 상처 받았던 만큼, 그 아이도 상처를 많이 받았어."
"...많이... 아팠겠죠...? 내가, 지켜줬어야 하는데... 내가...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아예 기억을 못하는 구나. 네가 죽인 건데...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넌 무너져 내리겠지. 그러니까 계속 이렇게 몰랐으면 해. 네가 감당해야 할 게 늘어날수록 내 죄책감이 나를 짓누를 테니까.
#69 내 생각만 해.
집에 돌아왔다. 차키 또 두고 내렸냐며 잔소리를 하던 준휘가 멈춰 섰다. 곧 나를 뚫어지게 본다. 나도 그를 보았다. 어느 하나 입을 열지 않으니 그 무거운 공기를 견디지 못한 찬이가 슬쩍 사이에 끼며 말했다.
"뭐 사오셨어요? 트렁크에 있어요?? 가져올까요???"
"아니. 없어. 괜찮아. 쉬어."
"쇼핑하라 보냈더니 혹 달고 왔네. 뭐하다 왔는데?"
"민규가, 알더라. 반려가 정한이네 집에 있단 거."
오는 내내 생각을 해보았다. 민규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누가 싼 입을 놀렸거나, 정한이가 각별히 조심하지 않았거나. 걱정이 되는 건 오히려 아기늑대 쪽이었다. 민규는 그럼에도 잘 버텼던 아이였고 아기늑대는 버티지 못해 약을 먹는 아이였으니까. 하... 버틸 수 있을까, 아기늑대가... 그 여린 아이가 버티지 못하면... 어떡하지...?
"야옹아, 야옹아."
"어?"
"넌 너 생각만 해. 너 지금 남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
"세월은 흘렀고 그만큼 그 새끼늑대들은 자랐어. 더 이상 애도 아니고 사리분별 못하지 않아. 각자 식구가 있고 알아서 잘 달래줄 거야."
"......"
"그러니까 야옹이는, 야옹이 생각만 해.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너일 거야."
"그래, 고마워. 좋은 위로였어."
순영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아, 이러지 말라고 했는데. 급하게 손을 치우니 순영이가 그냥 웃는다.
"미안, 하지 말라고 했는데..."
"괜찮아. 오늘은 심란할 테니까 봐주는 거야. 다음엔 국물도 없어."
금방 또 얄궂게 째려본다. 됐다, 그래. 그래도 덕분에 웃음이 좀 난다.
#70 성장기
꼭두새벽. 염치없는 종족이 현관문이 부서져라 두들긴다. 안 그래도 어제 최승철이 발로 차서 달랑달랑 거리던데... 하... 계속 두들기는 통에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었다. 순영이도 막 잠에서 깨 화가 났는지 머리를 털며 걸어가 문을 열어주었다. 욕이라도 뱉을 줄 알았던 순영이가 무색하게도 들어온 아이는 지훈이였다. 볼일은 나한테 있는지 나를 보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왔다. 물론 그 전에 순영이에게 막혔다.
"거기까지야. 너라고 봐주진 않아."
"제가, 제가 그 아이에게 김민규 이야기를 했습니다."
"...뭐?"
"저번에 죽고 싶으면 오해를 하라고 하셨잖습니까.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아니, 지훈아. 하나씩 말해봐. 나 이해력이 그렇게 좋지 못해."
"이왕 붙을 거면 남자답게 붙고 싶어서... 김민규에 대한 오해를 풀 생각으로 말했는데..."
지훈이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부끄러운 지난날이 떠올랐는지 얼굴까지 붉혔다. 으이구. 사랑에 관해 무지한 우리의 저승사자 덕에 피곤한 건 우리 아기늑대겠어. 아참, 민규를 보았다고 했지? 애는 무사한가..?
"그래서, 아기늑대 반응은? 너 설마 애 힘든데 기름 부었어?!"
"생각보다 의연합니다. 그게 불안해서... 또 참고 있는 걸까봐..."
"아냐. 그러면 괜찮은 거야. 순영이 말이 맞았네. 더 이상 그 아이도 어린 아이가 아닌가보다. 많이 성장했네."
"괜찮은 겁니까...?"
"응. 괜찮아. 늙은이의 노파심이었나 봐. 우리 아기 늑대는 성장하고 있었는데 약에 의존하게 만들었네. 이참에 약도 끊어버려. 솔직히 정한이 벌어서 나한테 다 쓰는 거 같더라."
의사 월급이라 봤자 내 약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데... 그 돈으로 애들 맛있는 거나 더 사 먹여라 그래야겠다. 그러고 보면 난 정한이를 이렇게나 아끼는데 걘 나에 대해 너무 소홀해. 이건 좀 섭섭하다. 하기야 이 섭섭함도 나중엔 다 풀리겠지. 어차피 영생을 사는 우리고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까. 살짝 심란해지는 마음에 정신이라도 차릴 겸 앞을 보니 지훈이가 다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얘도 정한이의 생계를 걱정하나..? 그러나 우리 지훈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었다.
"...정한이 형이 보통 싸고도는 게 아닙니다. 어제도 저 붙잡고 그런 말은 왜 하냐는 둥 3시간을 떠들어댔습니다."
"그렇겠지~ 나 같아도 그러겠다~ 내 새끼가 아프다면 콩팥이고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거야."
"야옹아!"
"아 뭐! 이건 양보 못해!"
"씨이, 너어..!"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뭐야, 진짜 그거 물으러 여기까지 온 거야?"
"네."
"그, 그래... 그... 아기 늑대 인간들 음식 안 먹은 지 꽤 됐지? 뭐라도 사 가. 좋아하는 걸로 사가서 점수 따."
"네."
뭐야, 지훈이가 저런 웃음도 지을 줄 알아? 우리 지훈이도 많이 컸네. 맨날 죽고 싶다며 우울하던 아이였는데... 나 빼고 모두가 성장하는 구나.
***
[시즌1 15 #74 오빠왔다], [시즌2 14 #68 오지마]를 보시면 이해가 잘 되실 거예요!
시간이 참 빠르게 가네요...
이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세월이 야속해...
뭔 헛소리냐고 물으신다면... 방금 잠에서 깼다고 대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8ㅁ8
건전지의 무시무시한 화질을 뚫고도 미모로 열일해준 세봉이들 상 받은 거 너무 축하해!!
*암호닉입니다*
(가장 최근 편에 신청해주시면 추가해드리겠습니다^0^/)
성장통, 유한성, 유레이드, 호시탐탐, 0917, 후아유, 봄유, 루미너스, 아몬드봉봉, 뿌랑둥이,
쿠조, 도도, 뿜뿜이, 11230, 전주댁, 하늘빛, 나나, 오링, 한콩, 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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