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사람의 숨겨진 매력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어,그치?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우리얘기부터 시작하자. 이 글 주인공은 나랑 김성규야. 뭐 물론 김성규의 사심을 백퍼센트 반영해서 김우혁도 반 이상 등장. 김성규가 김우혁없음 시체거든. 아무튼 우리얘기부터 시작할게 잘 들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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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반에는 헛소문이 나돌기 일쑤였다. 뭐 그런 소문은 대개는 만들어진지 길면 한달, 짧으면 삼사일안에도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두달 넘짓하는 시간동안 반을 흉흉하게 만든 소문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김성규한테 아들이 하나 있다는것이다. 근데 더 웃긴사실은 김성규가 게이라는 소문과 김성규에게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같이 나돈다는거였다. 그러니까 애들의 병신논리로는, 둘 중 하나는 사실이라는 거였다. 그리고 머저리 같은 나는 이걸 듣고 퍼트리기에만 급급했었다. 아무튼 나한테 김성규는, 게이이거나 아들이 있는 애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나름대로 그 소문에는 증거라고 할 법한 증거들도 몇몇개 있었다. 뭐 김성규가 게이라는 소문은 뚜렷한 증거는 없는데 애가 하도 여자한테 관심이 없고, 친구가 야동을 보여줬는데 표정이 썩창이 되서는 이런걸 왜 봐? 더럽다,고 한 게 시초가 된 모양이였다. 이게 증거가 이렇게 구질구질하다보니까 김성규가 아들이 있다는게 거의 기정사실화 된 것 이였다. 사실, 우리학교에서 김성규가 우리학교 건너편의 유치원으로 들어간것을 못 본 사람은 얼마 없을것이다. 늘 남자애하나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건 나도 몇번 목격했다. 처음에는 늦둥이가 있나보다 생각했는데, 얼마후에 마트에서 보니까 그 남자애랑 김성규랑 한 여자애랑 같이 있었다. 여자는 나이가 좀 더 있어보였다. 한 스물하나?스물 둘? 아무튼 나도 그 모습을 보고나서 김성규가 아들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김성규의 이런 모습을 본 사람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는것이 중요했다.
무튼 나는 졸업때까지 그렇게 믿고 살 줄 알았다. 사실은 김성규랑 친해지고 싶단 맘이 안들었던 이유를 그 소문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람에게 약한점과 빈틈을 봤을때 그 사람을 나도 모르게 사랑하게 되고, 매력을 느끼게 된다. 왜,라고 물으면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한거야!하는 확답을 주진 못해도 늘 그랬다. 나도, 김성규의 약한 모습에서 매력을 느낀건 사실이니까. 하도 김성규가 빈틈없고 철저한 느낌이라 정이 안 갔었어서 그 매력을 못 느낀건가. 아무튼 김성규가 나한테 빈틈을 보인건 어느 하굣길에서 였다.
그 날 나는 방과후를 하느라 늦었고, 김성규는 웬일인지 그 남자애를 달고있지 않은 상태였다. 둘 다 같은 버스에 탔고, 같은 정거장에서 내렸다. 우리 학교 애들중의 반 이상이 살고있는 아파트였다. 그다지 신기할것도 없었다. 굳이 신기한걸 꼽으라면 김성규랑 굉장히 가까운 이웃이란거. 나도 김성규도 715동에 살았는데, 층수가 멀어서 자주 못 본듯 했다. 아무튼 아파트로 들어서는데,김성규가 사색이 되어 뛰쳐나왔다. 뭐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 도중에 김성규가 나를 불렀다.
"야!"
"ㅡ"
"야,미친!남우현!"
"?나?"
"그래 시발!"
나는 김성규가 그렇게 빨개진얼굴을 하는건 처음봐서 당황했었다, 아 물론 욕하는것도 처음. 아무튼 당황해서 나?나?만 반복하는데 김성규가,
"..그!입구에 고양이 좀 어떻게..나,고양이,무ㅅ,싫..어해서."
귀엽넹.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내 등을 꾹꾹 눌러대며 가야됀단말야,빨리 가라고. 하고 재촉하는 김성규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건물입구가 제 집인마냥 떡하니 자리잡은 고양이를 안아다가 주차장쪽에 내리고 우현이 손짓으로 성규를 불었다.
"고양이,갔어?"
"응."
"ㅡ진짜?"
"이런걸로 거짓말할만큼 못 미더운 이미지였나,내가."
"못 믿겠는데"
그래서 내가 김성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손목을 턱 잡고 질잘 끌고왔다. 어,어어,안 돼,안 돼. 하며 몸에 힘을 바싹주던 김성규도 입구에 고양이가 없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제 두 다리로 걷기 시작했다.
"할 말 없어?"
"없는데."
"나 너네집가도 돼?"
굉장히 충동적인 제안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김성규는 덤덤하게 그러던가,했다. 그러더니 이내.
"근데 집에 애가 있어서. 신경써라,좀. 애가 너 얼굴보면 심장 떨어질듯."
"여자애냐?그럼 좀 위험한데. 나한테 반할까봐."
"미친새끼, 남자애다. 가까이 가지마. 왕자병은 약도 없어."
툭툭 말을 뱉어내는데 그 모습이 은근히 귀여웠다. 일부러 더 말을 시키려는데 김성규가 순간 가시돋힌 표정으로 아 좀. 하는 바람에 더 이상 말을 이어갈수가 없었다. 혼자서 뭘 계산하는듯 입을 연신 오물오물거리는데 그게 그렇게 귀여울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 때, 김성규한테 처음으로 반했다.
"야,근데 오늘은 왜 애기랑 따로왔냐."
"?애기?우리집 애기 없는데?"
"아니,요만한애. 유치원다니고.."
"우혁이?우혁이가 뭘 애기야.걔 먼저갔어. 나래가 데려갔어. ..아니,너 우혁이 어떻게 알아?"
"우리학교에 너 애기 데리고 집에 가는거 못 본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 정돈가. 김성규의 입이 비죽거렸다. 제 입에서 뱉어진 나래라는 존재에 내가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 그래도 좀 숨겼는데..하는 개소리를 하는 김성규에게 내가 먼저 나래의 존재를 물었다. 나,나래가 누군데. 그 말에 김성규가 약간 고민하는것 같았다. 소문의 진실을 직접 듣는건가 두근두근했는데 순간 김성규가 냉큼 한다는말이.
"..우리누나 애인."
"?어.아,어..여,여자이름 같네."
어떤 엄마인진 몰랐지만 간절히 딸을 원했나,하는 생각을 하며 합리화를 시키는데 김성규가 어깨를 들썩했다. 여자니까.우리누나 여자좋아하거든.
"ㅡ...."
"놀랍냐."
"..어,좀.."
"그런가."
오히려 말을 한 김성규는 덤덤해보였다. 그럼 그 때 마트에서,하고 말을 트는데 김성규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마트에서 나 봤냐,내가 나래랑 우혁이랑 자주 다녀서,누나랑 나래가 많이 싸우거든. 이것들이 사귀려면 좀 얌전히 사귀던가. 매일 싸워,아주. 김성규때문에 아주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막상 말하는 본인은 굉장히 무덤덤하고 듣는 내가 혼란스러웠다.
일단은 김성규 누나는 여자를 좋아하고, 김성규의 아내라고 속히 칭해지던 여자는 누나의 애인이였다. 아니, 그럼 그 애기는? 내 물음에 김성규가 우리 막내동생.늦둥이, 하고 대답했다. 헐. 미친.
"야 너 지금 되게 혼란스럽겠다."
"어 ...어.어.."
"있잖아,동성애있잖아?"
"..?"
"유전인가봐."
"..??????"
"무슨뜻인지 알겠어?"
어..어?대충은...하며 말을 얼버무리는 나에게 김성규가 실없이 웃어보였다. 나 게이라고. 정확히 못을박는 김성규에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생각해보니까, 그 때 좀 많이 호구같았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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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입ㄴㅣ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