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대에서 내려와 옷들을 다 입고서 도환은 모텔 방에서 나오면서 반이에게 카톡을 보낸다.
눈을 뜨자마자 옆을 조심히 확인했다. 도환님은 없었다. 마치 어제 일이 그냥 꿈인 듯이.. 사라져버렸다.
일어나자마자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제일 먼저 도환님에게서 와있는 카톡에 나는 이불킥을 하고 만다.
[나가있을게요. 나올 때 카톡 줘요.] - 우도환-
[야 내가 양세종 데리고 먼저 집 갔음 ㅋㅋ 뜨밤 보냄???????????] -배유빈/비니/-
"이런 시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바ㅠㅠㅠㅠㅠㅠㅠ"
분명해ㅠㅠ분명히ㅠㅠㅠ내가 어색해서 그런 거야ㅠㅜㅜㅜㅜㅜ어제 취해서.. 그래서 그런 걸 거야ㅠㅠㅠ
진짜 엄마.. 나 어떡하냐 진짜.. 어?
대충 마구마구 씻고서 화장도 나름 잘 돼서 거울을 보고있다가 또 좌절을 한다. 아 어떻게 얼굴 봐? 진짜....
- 지금 나가요!..
카톡을 보내고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혹시라도 문 옆에 서있나 싶어서 두리번 거려도 없기에..
모텔 건물 밖으로 나오자 건물 옆에서 담배를 피고있던 도환님이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엇."
"……."
"그...."
"버스타고 가야겠는데. 애들 먼저 갔다고 해서."
"아.., 들었어요! 비니한테.."
"……"
너무 어색하다. 어색했던 때보다 더 어색하다. 그래서 미치겠다.
그리고 조금은 마음이 이상했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아무 말 없는 도환님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택시를 잡는 도환님의 옆에 섰다. 뒷문을 열고 타려고 하는데.. 도환님은 앞 조수석 자리에 앉았고 나는 또 그게 서럽다.
같이 앉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냥 내가 어제 그 일 이후로 싫어진 건가.
"……."
[잤다고 ㄹㅇ??????(이모티콘)]
- 자긴 잤는데.
[근데]
- 잤는데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서.
[엥??????]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도환님과 나는 정말 서로 모르는 사람 마냥 걸어가 시외터미널 안에 도착한다.
"ㅇㅇ 가는 버스 두장 주세요."
"선착순이에요."
"네."
배도 고픈데.. 밥 먹자는 소리도 없이 바로 버스를 타다니..
버스를 타기 전에 배가 고파서 '잠깐만요..!'하고 그를 붙잡자, 그가 나를 바라본다.
"배고파서 그런데.. 편의점에서 초콜렛이라도 사와도 돼요?"
"배고파?"
"네.. 좀..."
"…밥 먹고 탈래? 그럼."
"표 뽑았잖아요!.."
"선착순인데."
"…아 그래요!? 그럼.. 밥을..먹을까요..."
고갤 끄덕이는 도환님에 나는 다시 뻘쭘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밥.. 먹을 곳이 어디가 있나 ㅠㅠㅠㅠ 제발.. 아무곳이나 나와라.. 찾는 것도 눈치 보이니까.
마침 주변에 있는 분식집에 저기 어때요! 하고 검지손가락으로 분식집을 가리키니 도환님이 고개를 무심하게 끄덕인다.
"……."
왜 나만 열심히 먹는 걸까... 도환님 눈치 보면서 먹는데 도환님이랑 눈이 마주쳤고.. 어제 밤이 떠올라 헛기침을 했는데. 그대로 그냥 사레 들러버렸다.
컥컥.. 하고 기침을 하니, 도환님이 정말 또 무심하게 내 물컵을 내 앞으로 밀어낸다.
감삼닭... 하고 물을 마시고선 다른 곳을 보았다. 아, 왜 이렇게 이상한 거야. 분위기가.. 진짜 미치겠네.. 어색하고... 하....
"근데.. 왜 이렇게 안 드세요? 떡볶이 안 좋아해요?"
"아니."
"헣.. 저는 해장을 떡볶이로 하는데....."
"……?"
네.. 그래요.. 말 안 걸겠습니다. 어젠 그렇게 취해서 섹시한 목소리로 야한 소리까지 해줘놓고선... 지금은 다시 돌아왔다는 거잖아.
아니면 설마 내가 새벽에 자다가 방귀 뀌었나? 아님 왜 저래.. 나한테 키스하고 그랬던 것도 나한테 마음 있으니까 한 짓 아니야?
"오늘 근데 결혼식 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랬지."
"못 가요 그럼?"
"1시니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하...."
"……."
"이거 안 드시면.. 제가 다 먹어요!"
"…먹어."
"…에?"
장난으로 한 소리였는데. 먹으라며 젓가락을 내려놓는데 또 졌다. 또 졌어.... 진짜.. 당신 때문에 내가 미쳐요.
당신만 어색한 거 아니라고. 나도 어색해. 당신은 술에 많이 취했었지만.. 나는 덜 취했어서 기억 다 난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먼저 버스에 올라탔고, 창가 자리로 쏙 들어가 앉았다. 솔직히 내 옆에 도환님이 앉을 거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내가 어색하고 싫으니까.. 다른 곳에 앉겠다 싶었는데.
"……."
내 앞에서 잠깐 멈칫 하더니 바로 내 옆에 앉아버리는 도환님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이게 별 거 아닌데. 왜 이렇게 숨을 못 쉴 것 같이 두근거리는지.. 어제 더 심한 일도 있었는데. 왜 이러는 걸까.
제일 먼저 안전벨트를 매는 도환님에 힐끔 보자, 눈이 마주쳤고.. 나는 도환님을 따라 벨트를 맨다.
자신을 보고서 아차- 싶어서 안전벨트를 매는 반이에 도환은 무심하게 고개를 돌리다가도 픽- 웃는다.
이 웃음은 반이는 보지 못 했다. 아마 봤다면 반이는 귀까지 빨개졌겠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까.. 반이가 잠바 주머니에서 초콜렛을 뜯느라 부스럭 거리자, 도환이 힐끔 반이를 본다.
자신을 보는 것 같은지 반이도 고갤 돌려 도환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드실래여...?"
그럼 ##도환은 바로 고개를 젓는다. 반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초콜렛을 한입 먹는다.
떡볶이를 그렇게 많이 먹었으면서 초콜렛이랑, 젤리가 그렇게 넘어가는지 한참 부스럭 거리며 먹던 반이가 갑자기 조용하자..
도환이 고갤 돌려 반이를 본다.
"……."
반이를 보다가 바로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본 도환은.. 갑자기 자신의 어깨에 닿는 무언가에 다시금 눈을 돌린다.
잠에 들어 도환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든 반이에 도환은 한참 반이의 속눈썹을 보다가 또 픽- 웃는다.
"참나.."
"야 그게 말이야 방구야;;;;;; 잤는데 그 뒤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한다고?? 무슨 개똥같은 소리냐. 설마 막 술김에 ㅋㅋ..그랬다고 그 지랄 하디?"
"아니 그런 소리도 없었는데... 그냥 둘다 어제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했어."
"뭐야 그게...................?? 그 오빠가 좋아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럼 자기 좋아하는 거 알면서도 건드렸다는 소리잖아.
근데 그 오빠가 여기서 아무 말도 없이 넘어가는 거면.. 갖고 논 것 밖에 더 되냐."
"……."
"당장 연락해. 뭐하는 거냐고. 어제 왜 키스했냐고."
"술김에 그런 거면 어떡해."
"그럼 더 쓰레기지. 진짜 미쳤다..."
"그래도.. 좀... 그렇지 않아...?"
"뭐가 좀 그래?"
"아 몰라.. 일단 올 때까지 기다려볼래! 오늘 까지만.."
"와 근데 대박이다. 먼저 키스하고... 몇 번 했어......?"
"두..번..?"
"와..................................."
비니가 더 얘기 좀 해보라며 반이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반이가 한숨을 내쉬며 비니를 밀어낸다. 아 몰라 이 자식아.......... 심란해.........
"결혼식 다녀온 거야?"
"응."
"반이랑 같이 버스 타고 왔어??"
"어. 버리고 튀니까 좋았냐."
"비니가 하필 막 배 아프다고 난리를 쳐서.. 응급실 갈라 했더니 또 괜찮아지고.. 집에 큰 일 생겼다고 얼른 가자해서.. 우리끼리 왔지.. 미안하다."
"……."
"둘이 모텔 가서 잔 거야?"
"응. 음료수 하나 꺼내마신다."
"아, 어."
"……."
"방 따로 해서??"
"…어. 근데 야."
"엉?"
"요즘엔 해장을 떡볶이로 해?"
"…?"
"…?"
"누가?"
"아니.. 그냥.."
"그건 도대체 무슨 개소리야... 떡볶이로 해장......?"
세종이 개소리라며 고개를 젓자, 도환이 픽- 웃으며 음료수를 마신다.
"좀 특이한 것 같아."
"누가."
도환이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만 젓자, 세종은 누가아아! 하며 도환에게 붙는다.
도환은 역시 대답않고 있다가 핸드폰을 뒤집어 뒷면을 보았고.. 케이스에 붙여져있는 웬 스티커에 고개를 갸웃한다.
이게 뭐지..
에피소드
"……."
반이는 중간에 깨서는 고갤 들어본다. 자기도 모르게 도환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단 생각에 쪽팔린지 얼굴이 빨개지다가도
곧 도환의 자는 모습을 보다가 좋은 게 생각났다는 듯.. 도환의 손에 헐렁하게 쥐어진 핸드폰을 가져가 젤리 안에 있던 스티커를 핸드폰 뒷면에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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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앙 앙 !!~ 난 네가 정말 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