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담배 좀."
담배를 피지 않는 양세종은 내게 말한다. '그놈에 담배' 대충 어색하게 웃고선 밖에 나가 담배를 입에 문다.
그러다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에 꺼내어 화면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누굴까 싶어 한참 화면을 보다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 우도환 이 나쁜새끼야.
"……."
- 그렇게 사랑해주는 게 어려웠냐. 좋아한다면서 그게 다 거짓말이잖아. 어떻게 좋아한다는 사람이 그렇게 무뚝뚝하고, 무심해.
그냥 나 갖고놀려고 만난 거잖아. 아니야? 이 미친새끼야. 너는 그렇게 헤어지고도 편히 잘 수 있냐? 어? 너는 차단만 하면 끝이야? 좋겠다. 그렇게 간단해서.
"……."
- 좋아한다면 표현을 해야될 거 아니야. 근데 그렇게 무심해서 어느 여자가 널 사랑해? 어느 여자가 네 옆에 붙어있어. 난 못 버텨. 난 아직도 힘들어.
이 못 된 새끼야. 너는 진짜 제일 최악이야.
"말 다 끝났지."
- 뭐? 너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구나.
"술 취해서 전화 건 것 같은데. 너야말로 정신 차려. 우리 이미 오래 전에 끝났어."
- 나쁜새끼.. 시발새끼. 넌 평생 여자도 못 만날 거야.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나한테 그렇게 대해?? 어떻게... 어떻게 그래.
"네가 좋다했잖아. 표현 못 하고, 무심한 내가 좋다며."
- 그게 시간이 지날 수록 좋은 감정이 사라진단 말이야. 나도 지쳐.
"그래서 헤어졌잖아."
- …….
"그럼 끝이잖아."
- …….
"이제 그만 전화 해. 이 번호도 차단 할 거니까. 아니다.. 그냥 내가 번호를 바꿀게."
그냥 전화를 끊었다. 헤어진지 5개월은 더 지났는데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걸까.
결국엔 모든 게 다 나 때문인데 나는 누구를 탓하는 걸까. 제대로 피지도 못 했던 담배를 하나 더 입에 물었다.
술집 안으로 들어서자 테이블에 웬 여자 두명이 앉아있었고.. 그 옆에 세종이가 들어오는 나를 보고 말한다.
"뭘 그렇게 오래 있다 오냐? 아, 내 아는 동생인데. 같이 마시자고 해서. 괜찮지?"
그 말과 동시에 내게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던 여자애가 뒤돌아 나를 힐끔 본다.
눈이 마주쳤고, 여자가 내 눈을 피해 급히 다른 곳을 본다.
"아, 아는 형한테 전화가 와서 받고 오느라고.. 그래. 난 상관없어."
이럴 땐 여자랑 남자랑 섞어 앉는 거라며 세종이의 아는 동생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어색한 이 상황에 짠으르 하자는 말에 모두가 술을 한잔씩 마시고, 내 맞은편에 앉은 여자를 보았다.
상황이 어색해서 어찌할 바 모르는 저 표정. 조금은 귀엽다 생각했다.
나와 세종이를 보며 둘다 조용한데 뭐하러 만나냐며 웃는 세종이의 아는 동생에 세종이가 바로 입을 열었다.
"얘가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웃겼는지 아냐. 나한테도 낯을 가려서 대답도 안 하고 고개만 끄덕이는데.. 나 싫어하는 줄 알았잖아."
"…내가 그랬었나."
"어. 그것도 엄청 띠꺼웠어. 너."
물컵을 내려놓고서 내 맞은편에 앉은 여자를 보았다. 뭐가 그리 혼자 좋은지. 베시시 웃는 걸까. 설마 저거 한잔 마시고 취한 건 아니겠지.
"오빠 친구분 이름이 어떻게 돼요??"
세종이 아는 동생이 내게 물었고, 나는 대답한다. '우도환이요.'
내 말에 갑자기 흠칫 떨며 입을 가린 채 웃는 내 맞은편 여자에 뭔가 싶었다.
내 이름이 웃긴가.. 아니면 진짜 취한 건가.
"……."
하필 그 여자를 관찰하는데 눈이 마주쳐버린다. 혼자 계속 바보처럼 웃는 게 웃겨서 나도 모르게 작게 웃어버렸다.
2차 가자는 얘기와, 주량이 어떻게 되냐는 얘기가 나왔다. 대충 애들 얘기 하는 걸 듣다가 내 맞은편 여자가 세종이에게 말한다.
"아, 편하게 그냥 말 놔주세요! 어차피 저는 비니랑 친구니까.. 하하.."
"아, 그럴까 ㅎㅎ?"
"친구님도!!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왜 이렇게 내 눈을 못 보는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아직도 떨리는 눈으로 날 보기에 나는 대충 대답을 한다.
"편해지면요."
주사가 어떻게 되냐는 말을 서로 나눈다. 나는 역시 할 말이 없어서 애들 얘기하는 걸 듣는데. 맞은편 여자가 나를 힐끔 보다가 눈치보며 말한다.
"오.... 정말이요..............? 언제 헤롱해지세요...........? 막.. 말 헛나오고 그러고 그러고 그런가..!"
술 취하면 정신 줄 놓는다는 세종이의 말에 여자는 신기한 듯 나를 보았고, 나는 굳이 인정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거짓말을 한다.
"아니요."
"근데 정말 잘생기셨어요."
"아니에요."
"정말인데."
"……."
"아, 웃긴 거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 별명 바니바니바니바니당근 입니다."
"…아."
"…ㅎㅎ."
"……."
솔직히 웃겼다. 저 드립이 웃긴 게 아니라. 혼자 드립 치고 뻘쭘해서 정색하는 저 여자가.
"세종이 옵하! 나랑 2차 가즈아!!!!!!!"
세종이랑 비니가 빠져나가며 나보고 반이라는 여자애를 챙겨달라고 했을 때 대충 눈치 챘다.
저렇게 티나게 엮어주려고 하다니. 세상 모르게 벽에 기대어 잠들어있는 김반이 때문에 어이없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
"뭐 어쩌라고.. 나더러."
김반이를 끌고 처음엔 우리 집으로 가려고 했었다. 그치만 처음 보는 애를 우리 집에 재울 수는 없으니.
집을 찾아주려고 했지만.. 핸드폰은 열 수가 없지.. 정신도 못 차리지.
그래도 이 동네에서 제일 최근에 지은 모텔에 데려가 너를 재우기로 한다.
술 취한 여자를 업고서 움직이는 나를 본 사장님은 이상하게 보았지만, 나는 얼른 키를 받고 방으로 향한다.
침대에 눕히고서 신발도 벗겨주었다. 자기가 어디에 누워있는지도 모르고 잘 자고있는 김반이에 어이가 없어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다음 날 세종이가 가게로 날 불렀고, 가게엔 비니와 김반이가 있었다.
어색하지만, 티내지 않고 잘 상황을 넘겼다.
카페에 가자며 밖에 나오긴 했는데..
"아이구.. 세종오빠 뒤에 뭔 짐이 이렇게 많아? 반이가 도환오빠랑 차 같이 타!오케이???"
"뒤에 자리 넓은ㄷ.."
뒤에 자리 넓은 건 나도 안다. 사람이니까. 바보가 아니니까.
정말 부자연스럽게 둘이 차에 탄다. 양세종 쟤는 눈치 없는 건 여전하다.
쪼그만 게 나를 보는 게 느껴져서 고갤 틀어 김반이를 내려다보니 이번엔 피하지 않고, 내게 묻는다.
"타도 돼요...?'
그럼 타도 되지. 설마 두고 가겠어.
"…네. 타세요."
"…뒤에 앉을까요? 옆에 앉을까요..?"
"편하신대로."
"뭔가..음.. 뒤에 타면.. 그러니까. 옆에 앉을까요! 아 그럼 좀 부담스러우실라나..."
"……."
"…하하."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그냥 타이밍을 놓쳐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차를 타고 카페로 향하는데. 비니랑 통화를 한 반이가 말한다.
"잠깐 주유소 들린다고 기다리래요..! 차 세우고..."
고개글 끄덕이고선 갓길에 차를 세웠다. 뭔 말이 하고싶은지 자꾸만 입술을 뗏다 붙였다 하는 게 느껴져 그냥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
"아, 차 냄새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디퓨저.. 인가.."
"아,네."
그러다 어제 죄송하다며 울상을 짓는데.. 솔직히.
"모텡비..! 갚겠습니다! 계좌 번호 주시면..."
"네."
"네.."
모텔비 준다는 것도 조금 웃겼는데. 바로 알겠다고 하는 내 반응에 풀이 죽어서 네.. 하는 것도 웃겨서 웃음이 나올 뻔 했다.
키도 물어보고, 혈액형도 물어보는 김반이에 대충 또 눈치를 채게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티를 많이 내는 편이구나.
"내일도 태권도 가르쳐요??"
"네."
"오오.. 책 읽는 거 좋아하신다면서요! 저도 도서관 가는 거 좋아해요. 내일도 가려구요!! 오전에 마침.. 강의가 없어서!!!!!"
"…만화책 재밌죠."
"맞아요! 핳."
"……."
"흠흠..."
할 말이 너무 없긴 했다. 열심히 말을 걸려고 하는 김반이와. 그 반응이 재밌는 나.
아, 그나저나.. 내일 도서관 간다고 했지.
"넌 아침부터 무슨 일이냐..? 늦잠 자주 자는 애가."
"일찍 깼어."
"아하. 뭐 먹을래?"
"아니. 도서관 가려고."
"아, 도서관? 반이도 도서관 가는 중이라고 하던데."
"도서관 어디?"
"백강공원 앞에 도서관."
"…아."
대충 둘이 연락할 것 같아서 찔러봤는데. 진짜였네.
그 도서관 잘 알지. 그럼 나 가볼게- 내 말에 세종이가 야아! 뭐라도 먹고 가! 하며 소리지른다.
도서관에 도착해 안을 둘러보았다. 김반이를 찾는데 안 보이길래 뭔 일이 생겨서 안 오나 싶었다.
고갤 숙인 채 핸드폰을 하며 날 스쳐지나가는 모자쓴 여자에 나는 뒤돌아 그 여자를 보았다.
익숙한 냄새가 난다. 김반이에게서 나던 그 좋은 냄새. 머리 안 감았나보네, 모자 쓰고 나온 거 보니.
김반이가 까치발을 들고 위에 있는 책을 꺼내려고 하기에 나는 한참 너를 지켜보다가 옆에 다가가 손을 뻗어 네가 집으려고 했던 만화책을 꺼내주려한다.
"……."
"!?!?"
너무 놀라는 널 보며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또 웃음이 나오려다 말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떨려왔다. 날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네가 날 좋아한다는 게 너무 크게 느껴져서.
"…흠흠. 아니면! 모텔비 5만원 정도 하니까!!! 제가 오늘도 밥을 사고! 남은 동은 계좌로 쏘는 걸로..!?"
"다음에 사요."
"…아,넵."
표정이 좋지않았다. 난 다음에 또 보고싶은 생각에 다음에 사라고 한 거였는데.
근데 오늘은 이상하게 더 표현을 하는 네가 신기했다.
"도환님 뭐랄까.. 되게 뭔가 너무 잘생기셨어요. 너무 제 이상형과 가까우신!"
"……."
자기가 말하고도 민망했는지 허허허 웃는데 그게 또 웃기다. 뭐 저렇게 웃어.
"아, 그리고 말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제가 불편한데.. 제가 4살이나 어린데요!"
"네. 편해지면 할게요."
"저희 지금 세번 째 만남인데.. 아직 안 편하시구나.. 오! 오 뭐예요. 손 되게 크시다!!! 한 번 봐봐요!!"
손바닥을 펼쳐 내게 보여주기에 나는 멀뚱히 너를 보았다.
그럼 너는 답답한지 내 손목을 잡아 자신의 손바닥과, 내 손바닥을 맞춘다. 손 되게 작네. 하면서도 마음이 이상했다.
뭔가 쿨한 척 하는 것 같아도 너무 순수한 네가 신기했다.
꼬르륵- 배에서 소리가 나길래 웃음을 꾹 참고 말했다.
"뭐 좋아해요."
"도환님이요."
"……?"
"핫 농담인데... 저! 노래 듣는 거 좋아해요!"
"아니, 그거 말고."
"……."
"먹는 거."
"저 순대국밥이요. 왜요???"
'먹으러 가요."
"둘이서요????????????!!!!"
"배고픈 거 아니에요?"
"네! 헐 근데 분명히 다음에 사라고.."
그쪽 배가 그렇게 요동치는데 어떻게 다음에 먹어.
"그럼 다음에 사요."
"어! 아니에요! 이번에도 사고, 다음에도 또 살래요!!!!!!!!!>〈!--!"
"그래요."
"어! 그럼 메뉴는 제가 정하는 건가요?? 사주는 사람이 정하는 건가!! 그럼 순대국밥 말고……."
혼자 뭐가 그리 신나는지 끊이지않고 쉴새없이 말하는 네가 귀여워서 몰래 뒤돌아 걸으며 웃었다.
"……."
"계좌로 보내드릴테니까!! 핸드폰 번호 주세요!"
"……"
"토스로 쏴드리겠습니다."
"아."
"……."
"나중에 줘요."
"아, 제가 주고싶어서 그런데 그냥 주시면."
"번호를 어제 바꿨더니 번호가 기억이 안 나서요."
진짜 어제 핸드폰을 바꿔서 기억이 안 났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치만..
"아, 그럼 제가 찍어드릴게요! 핸드폰 줘봐요!"
"놓고왔어요."
"?"
이건 거짓말이다.
풀이 죽어서 안녕히 계세요.... 하고 차에서 내리는 너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
태권도장에 나와서 걷는데 갑자기 어!!!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김반이가 있었고.
나는 당황스러웠다. 왜 얘가 태권도장 앞에 있지.
"어어어어? 왜 거기서 나오세요?"
내가 물을 말이었다. 왜 네가 여기있는 거야.
"…태권도장이 여기니까요."
"오... 아!!! 그렇구나!!"
뭘 그렇게 고민하는지 한참 뜸을 들이는 네 모습이 나는 몸을 바로 세워 너를 보았다.
"그쪽은 왜 여기 있어요?"
내 말에 너는 뭐가 그렇게 놀라운지 눈이 커져서는 나를 본다.
"어어.. 저 옆에 골목길에 만화책방 있잖아요. 거기에서 만화책 보다가! 집에 가는 길에.. 오오 여기가 도환님 태권도장이구나!! 오오! 쩐다."
"골목길이요?"
"네!!! 골목길에 있잖아요."
"거기 사라진지 꽤 됐는데."
"…아?"
"……."
"그~~ 옆에 하나 더 있는..데."
"아, 서점."
"네! 서점!!에서.. 그냥.. 어.. 만화책.. 그! 그리스로마신화..."
웃겼다 솔직히. 사실 이 동네엔 서점이 없다. 없는데 맞다며 바로 웃어버리는 네가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분명히 세종이한테 물어보고 날 찾아온 것 같은데.
"집 가는 길이면, 데려다줄게요."
나도 널 조금은 더 오래 보고싶으니까. 시간을 더 끌고싶었다.
"정말요???????????????????????????"
"타요."
근데 하필이면, 친구놈이 차에 놓고 간 보드카를 마신 너 때문에. 일이 꼬였다.
꼬였다가 아닌가. 좋은 일인가. 아, 모르겠다.
"……"
아침이 되어서 눈을 떴다. 일어나서 당황스러워 할 널 위해 먼저 일어나서 나가있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날 확 끌어안고 놔주지 않는 너 떄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팔을 베고 누운 채로 잠꼬대도 하는 네가 귀여웠다.
일을 저질렀다. 너와 잠을 잤다.
정말 나는 쓰레기다. 사람이면 사람답게. 책임을 져야 했는데. 결국 너를 피하고 만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나중에 되서는 이런 내 모습들을 단점으로 생각하고 힘들어할 너를 떠올리니 너무 힘들었다.
다른 애들처럼 너도 똑같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좀 달랐다. 떡볶이로 해장하는 사람도 처음이었고, 그런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하지 않게 먼저 입을 여는 모습도 특이했다.
처음엔 그냥 사과를 하고 끝내고 싶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해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엔 내 모습 때문에 헤어질 게 뻔하니까.
"저 바보 아니에요. 바보라서 가만히 있는 거 아니고. 연락 줄 때까지 그냥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오래는 안 기다릴래요. 짝사랑만 몇 번 해봐서 그런지 잘 참을 순 있는데. 이번엔 좀 힘들어요."
하지만, 내겐 너무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는 네가 너무 신기하고.. 더 알고싶었다.
많이 민망하고 부끄러울 텐데. 이런 내가 싫어서 도망치고 싶을 텐데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나를 깨닫게 해주는 네가 부럽고, 멋지고.. 예뻐보였다.
"집 가려면 5번 타면 돼요! 무슨 스물여덟 먹고 버스 뭐 타야 될지도 몰라요? 바보네, 바보."
"……"
"안녕히가세요."
더 알고싶어졌다. 사랑해보고 싶었다. 너를 만나면서 조금은 내가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 반이한테 지갑 갖다줘야되는데.. 손님이 안 끊기네.."
"줘."
"어?"
"내가 갖다줄게."
"아, 그럴래? 근데 너 집 가는 거 아니야? 반대 방향이잖아."
"그쪽에 볼 일이 있어서. 괜찮아."
"그래, 그럼 그렇게 해줘! 고맙다."
그쪽에 볼 일은 없었다. 그저 너를 잠깐 보고싶었을 뿐.
너를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는데 네가 나오자마자 나를 보고 크게 놀란다.
"억.. 억!! 어어어!허어어어어어어억!?!!!?!??!!!! 뭐예요. 뭐예요.. 뭐예요???????왜요? 왜요????"
"세종이가 지갑 갖다주라고 해서."
"지갑 주려고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지나가던 길이라."
아... 하고 멍하니 나를 보는데 귀여웠다. 그냥.
"근데 뭐예요!! 제 친구한테 남자친구라고 하셨어요!?!!?! 뭐야아아아!"
"그냥 불러달라고만 했는데."
"A..ㅏ..?"
웃겼다. 아.. 하고 또 멍때리는 네가. 그런 너를 더 보고싶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야?"
"네!"
"밥 먹을래?"
"네!?!??!?!?!?!?!?!?!?!?!?!?!?!?!??!?왜요!?!?!!!?!??!?!?!?!?!?!?????????????"
"싫음 말구."
"으아니!! 누가 싫다했어요. 당연히 좋죠! 근데 비니ㄷ.."
알아서 눈치있게 선약 있다며 거짓말 치고 사라지는 비니는 참 센스 좋다 생각했다. 눈치 없는 친구 옆엔 눈치 빠른 친구가 있는 법이지.
밥을 다 먹고 너를 학교 앞에 내려주는데. 나는 참 이기적이다.
"크리스마스에 뭐해?"
"크...리스마스에? 방..콕..이요... 왜요????"
"그 때 나랑 만날래?"
"네???????????????"
"싫음 말ㄱ.."
"아니 싫을리가;;;좋죠!!!!"
"……."
"가."
"네."
네가 보고싶어서. 약속을 잡는다.
"도환님."
"……."
"제가 도환님 좋아하는 거 아실 거 아니에요."
"……."
"도환님은 저 어떻게 생각해요? 솔직히 그 일이 있고나서 저는 매일 도환님 생각하느라 너무 힘든데. 도환님을 잘 모르겠어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왜 만나자고 했는데. 도대체 우리가 어떤 사이고, 어떤 사이가 될지도."
"……."
"진짜 맨정신에 이런 말 하기 너무 힘든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거예요."
"……."
나도 알고있다. 내가 너무 답답한 거. 나도 좋아하면서 결정을 하지 못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다.
결국 만나면 또 제자리에 서있을 나를 생각하니 무너지다가도 우는 너를 보면 생각이 또 달라진다.
"……"
네가 상처를 받았다. 나는 너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건."
"……"
"잘해줄 자신이 없어서 그랬던 거야."
"……."
"그 땐 눈치 보는 게 더 힘들었는데."
"……."
"지금은 관심 없는 척 하는 게 더 힘들어."
"……."
다시는 나를 먼저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나였다.
나를 먼저 좋아했던 사람들은 내 겉모습을 보고 좋아한다. 하지만, 사랑을 하면서 나는 부족한 사람이 된다.
표현이 서툴고, 무심하고, 무뚝뚝한 내가 싫다고 한다.
해결책을 찾아 줄 사람은 없었다. 그저 울면서 힘들다며 헤어지자는 사람 뿐이었는데.
너라면 나를 잡아줄 수 있다 생각했다. 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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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 아! 메일링은 12시 안으로 해드립죠 ㅎㅎ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