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피가 싫어요? 인상 팍- 쓰고 말이야."
"아플까봐 그래."
"아프기보단 쪽팔려서 좀 그랬어요. 나이 먹고 넘어졌다니 흐어.."
"그러게 왜 뛰어."
"도환님 빨리 볼라고 막 뛰어오다가~~"
"…에휴."
에휴.. 하며 반이의 까진 손바닥에 약을 발라주던 도환이 입을 모아 바람을 불어준다.
반이는 그저 도환이 좋은지 베시시 웃으며 도환을 한참 바라본다. 어쩜 이렇게 잘생겼어.
너무 잘생겨서 다른 손으로 도환님의 볼을 꼬집자, 도환님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그럼 나는 쫄아서 볼을 놓아주고서 말한다.
"근데 질투 안 해요??"
"어떤 거."
"세종오빠랑 둘이서 밥 먹으러 가는 거요. 나 같으면 질투 심해서 절대 안 보내.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비니랑 도환님이랑 같이 간다고 해도 안 돼요 절대."
"세종이는 괜찮아."
"왜요?"
"양세종이니까."
"…왜애?"
"믿을만한 애야. 감히 의심도 함부로 못 할 애. 꽤 특별해."
"…아? 엥? 왜요오? 막 세종오빠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나 말도 없이 혼자 다닐 떄. 계속 웃어주면서 다가왔던 애야. 근데 그게 8년 동안 지속 되는 게 참 신기하더라."
"……."
"나한테 뭘 바라고 접근하는 착한 척 하는 녀석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2년 전에 엄마 돌아가시고 너무 슬퍼서 아무것도 못 했었는데. 회사 멋대로 관두고 이틀 내내 장례식장 지켜줬어."
"…아."
"그래서 무슨 미운 짓을 해도. 다 좋게 보이더라 걘."
"그럴 수도 있겠다. 믿으니까.. 하긴.. 나도 비니랑 도환님이랑 같이 차 한잔 까지는 괜찮아요!!!"
"갑자기 말을 바꾸네."
"뭔가 쪼잔해 보이잖아요. 생각해보니까.....흠...."
"……"
"……."
"아니이.. 여태까지 나 먹는 모습 복스럽다고, 좋다고!! 사주고 싶다고 데리고 다닐 떈 언제고. 이제와서 살 쪘다면서 놀리지??"
"난 안 찌는데. 어떡해 그럼."
"어유 얄미워라. 증말...."
"케이크 세조각이나 먹고 또 고깃집 가서 얼마나 먹으려나 ㅎㅎ?"
"아직 배 안 부른데. 나 엄청 많이 먹을 건데!!"
"ㅋㅋㅋ 먹어 먹어."
"아주 먹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하기만 해봐."
"먹는 거 가지고 뭐라 안 했는데. 살 보고 뭐라했지."
"아 ㄱ-."
"ㅋㅋㅋㅋㅋ."
고깃집에 와서 고기를 먹으면서 술도 마신다. 뭐 둘이 몰래 마시는 건 아니고..
도환이 집안 일 때문에 조금 늦는다기에 둘이서 먼저 마시는 거긴 한데...
"도환님은요...웃을 때 짱 귀여워요. 막 안 웃을 것 같으면서도 가끔 씨익 웃는데... 으아 완전.."
"……."
"섹시한 고양이 같달까??? 아아 도환님은요.. 피가 싫대요. 제가 아까 넘어져서 손바닥이 까졌는데.. 약 발라주면서 되게 힘들어했어요."
"……"
"보기 싫으면서 굳이 꼭 해주겠다고 하는데.. 크으....스윗남 아닌가요."
"왜 다쳤어."
"그냥 도환님 보려고 뛰어가다가 넘어졌어여.."
술이 안 들어갈 수가 없었다. 너무 술이 많이 들어가서 큰일이다.
반이는 도환 얘기를 하느라 신나서 술을 많이 마시고. 세종은 도환 얘기만 하는 반이에 힘들어 술을 마시고..
아마 이 둘을 누군가 지켜본다면.. 왜 저렇게 쫒기듯이 술을 마시나.. 생각할 것이다.
"그거 아나? 도환이 힘도 엄청 센데."
"오 진짜여!?!?!?!?"
"웬만한 남자애들 사이에서도 힘 엄청 쎄. 악력 70 나와."
"오오오오 애에에에에 지짜요!?!?!?!?!"
둘은 이미 조금씩 취해가기 시작했다. 도환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둘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대학생 때 도환이 인기 엄청 많았지. 도환이랑 나 보려고 과 앞에 여자들 서있고 그랬었다?"
"오빠도 되게 인기 많을 것 같아! 잘생겼잖어!!!"
"나도 잘생겼으면, 너. 나 좋아했었어? 도환이도 잘생겨서 반했다며."
"…어?'
"ㅎㅎ농담이야."
농담이라며 짠- 하고 잔을 위로 올리자 반이도 아 뭐야아아- 하며 짠- 하고선 술을 마신다.
1시간도 안 됐을까. 반이가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듯 눈을 계속 감았고.. 세종도 눈이 풀려서는 반이를 보다가도 도환에게 카톡을 남긴다.
[반이가 좀 많이 취해서. 술 좀 깰 겸 공원에 앉아있을게. 얼른 와. 계속 너만 찾는다.]
비틀 거리며 걷는 반이를 부축해서 술집에서 나왔을까. 반이는 세종의 볼을 마구 잡아당기며 계속 술주정을 한다.
세종은 그만 하지- 하며 반이를 끌고 겨우겨우 공원에 도착해 벤치에 앉힌다.
"무울..무울..."
물을 찾는 반이에 세종은 자신이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고 움직여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선 바로 옆에있는 편의점에 들러 물을 사온다.
물을 사 편의점에서 나와 벤치로 왔을까.. 반이가 없는 걸 보고 놀랐는지 주위를 둘러본다.
술 때문에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부여잡고 공원을 돌고선.. 반이가 없자 심란한 듯 인상을 쓴 채로 결국엔 화장실 안에도 둘러본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반이야' 불러도 대답이 없자, 혹시나 싶어서 남자 화장실로 들어서자.....
"하.. 진짜..."
일어서서 벽에 기대어서는 눈을 감고있는 반이에 세종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반이에게 말한다.
"왜 여기있어. 그것도 남자화장실에."
"…취해써오..."
"……."
눈을 감고 한참 가만히 있는 반이에 세종은 반이의 앞에 다가가 반이를 내려다본다.
제일 먼저 보인 곳은 눈이었고.. 그 다음은 입술이었다.
뭔가 생각을 하는 듯 한참 서서 반이를 내려다보던 세종은 천천히 반이에게 다가간다.
"……."
반이도 눈을 살짝 뜬 채로 세종을 올려다보았고, 세종은 그렇게 반이에게 입을 맞춘다.
"……"
짧게 입을 맞추고서 떼었을까.. 멍하니 있는 반이는 곧 베시시 웃는다.
역시.. 취한 사람이었다. 취해서 다음 날 아무 기억도 나지 않을 그런.
반이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는 주저 앉아서 졸린지 눈을 감았고, 세종은 도환에게서 오는 전화를 받는다.
"응."
- 어디야? 벤치 왔는데.
"화장실."
- 화장실??
"뭐하냐..? 그것도 남자화장실에서 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