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양세종씨이이~~~! 내가 치킨 사왔는뒙쇼~~~"
자연스레 비니가 세종의 집으로 들어섰을까, 세종은 씻고 나왔는지 젖은 머리칼을 한 채로 비니를 반긴다.
비니는 갑자기 섹시해보이는 세종의 모습에 헙- 하고 입을 틀어막는다.
그러다 비니는 비키라며 세종을 밀어내고서 식탁에 앉아 치킨을 놓는다.
"맥주는 당연히 있겠지?"
"머리 좀 말리고 올게. 냉장고에서 맥주 꺼내 마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 세종에 비니는 '알겠어..'시무룩하게 대답하고서 냉장고에서 맥주 두캔을 꺼낸다.
먼저 맥주를 마시며 치킨을 먹던 비니는 세종이 나오자, 자신의 맞은편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한다.
"아니 세종씌 오늘 뭐 이렇게 기분이 따운이야?? 아니다.. 며칠 동안 카톡도 다 씹고.. 전화도 씹고."
"……."
"왜 그렇게 봐?'
"……."
"아니이.. 내 말은.. 평소에 그렇게 착하고,긍정적일 것 같은 사람이 며칠동안 우울모드에.. 오늘은 차도남 컨셉이라 놀라워서 그래."
"착한 사람이 아니면?"
"…에?"
"내가 착한 사람이 아니면, 나 떠날 거야?"
"…그게 뭔 이상한 소ㄹ.."
"착하다고 하지 마. 네가 생각하는 것 처 좋은 사람 아니야, 나."
"……."
"속이 안 좋아서 치킨은 못 먹겠고, 맥주만 마실게."
"아니..! 야.. 속이 안 좋은데 맥주를 왜 마ㅅ.."
세종이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맥주를 한모금 마시자, 비니는 말릴 수도 없는지 한숨을 내쉬며 묻는다.
"왜 그러는데."
"……."
"말 안 해줄 거야?"
"……."
"아니 양세종씨. 말 안해줄 거냐니까?? 궁금해서 죽을 것 같단 말ㅇ.."
"내가 왜 너한테 다 말해줘야 되는데."
"……."
"네가 신경쓸 건 없잖아."
세종의 차가운 목소리에 비니는 당황한 듯 한참 세종을 바라보다가 곧 이 상황이, 자신이 너무 쪽팔린지 그냥 일어나 세종의 집에서 나온다.
신경질적으로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른 비니는 왜인지 모르게 속상한지 눈물을 닦으며 한숨을 내쉰다.
비니가 나가고 덩그리니 부엌 한가운데 남아있는 세종은 무언가 고민에 빠진 듯 한참을 허공을 바라본다.
"……."
"놀러가요! 놀러가! 오늘 밤에 출발합시다! 즉흥 여행 ㅎㅎㅎㅎ!~"
"그래. 놀러가자."
"한살 더 먹는 김에! 놀러가고 얼마나 좋아요. 이제 도환님도 스물아홉이네!!!"
"늙기싫다."
"그래도 얼굴은 아직 우리 또래같아요."
"ㅋㅋㅋ."
"왜 웃어요!!"
"너 도대체 언제 말 놓을래."
"…음 그냥 뭔가 말 놓으면 너무 편하게 대할 것 같아서. 안 놓으려고 한 건데.."
"너무 편하면 안 돼?'
"……."
"사귀는 사인데. 불편하게 있는 게 더 이상하잖아."
"아으으으 도환님 왜 그래요오오오오!"
"??"
반이가 돼도않는 애교를 부리면, 도환은 정색하고 반이를 본다.
카페에 앉아 얘기하는 둘을 본 알바생은 저 커플 예쁘다며 다른 알바생에게 말을 하고, 알바생끼리 부럽다며 한숨을 내쉰다.
"아, 그럼 집 가서 준비 하고 있을래? 잠깐 들릴 곳이 있어서."
"들려요? 어딜 들.."
"……."
"알겠어요! 그러죠 뭐.. 지금 갈까요 그럼?'
"그리고."
"네?"
"세종이랑 둘이서 밥 먹지 마. 이제."
"…에?"
"…나도 사람이라 질투나네."
"…어?"
"가자."
도환이 먼저 일어서서 카페에서 나가려고 하자 반이가 아직도 벙쪄서 한참 앉아있다가 '같이 가요!'하며 도환을 따라나간다.
반이의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들키지 않으려고 볼을 가리고 있다. 그러다 도환이 뒤돌아 손을 뻗으면, 반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손을 잡는다.
"……."
"추운데 안으로 들어오지 왜 나오라고 해?'
"답답해서."
"……."
대충 눈치는 챈 것 같았다. 자기도 불편했으니까 도환에게 며칠동안 연락 안 한 거니까.
대충 둘은 서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도환은 믿고 있었다. 세종에게서 나는 술냄새에 인상을 쓴 채로 세종을 보다가 곧 표정을 풀고선 말한다.
"양세종."
"응."
세종은 도환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서 도환을 바라보았고, 도환은 담배를 바닥에 버려 발로 짓밟아 끄고선 말한다.
"반이랑 너랑 단 둘이서 술 마시던 날."
"……."
"혹시 반이한테 실수 한 거 없어?"
제발 반이가 취해서 잘못 생각하는 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환은 세종을 빤히 바라보았다.
제발 너라도 아니라고 말해. 네가 반이한테 키스를 했어도, 안 했다고 하라고.
"했어, 실수."
"……."
"너무 큰 실수라서 너한테 말도 못 하고 피하기만 했어."
"……."
"아니. 실수가 아니라.. 내 진심이라서 그게 너무 화가 나서 널 피했어."
"…그게 무슨 뜻이야."
"나도 반이 좋아해. 그래서 키스했어."
"뭐라고?"
"처음 반이 본 순간부터 반이 좋아했어. 그래서 같이 밥 먹자고 먼저 들이댔어. 근데.."
"……."
"어느 순간 너랑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알고난 후로 부터 내 솔직한 감정을 보일까봐 무서워서 너한테 연락을 못 했었어."
"……."
"근데 내가 먼저 좋아했단 이유로 이러는 것도 너무 찌질해서 내 스스로 자책하면서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너랑 아무렇지않게 지냈어."
"그만해."
"……."
"구구절절 떠들어서 어쩔 건데."
"……."
"내가 먼저 좋아했지만 너랑 사귀는 걸 보고 화났다가 참았어. 그러다 단 둘이서 술을 마시다가 술김에.. 아니, 진심을 담아서 키스를 했는데.
내가 먼저 좋아했으니까 이것쯤은 봐줘라.. 이거야?"
"…그 뜻이 아니잖아."
"너 지금도 취한 거 알아. 그래서 더 좆같은데. 난 너를 아직도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들어주고 있는 거야."
"……."
"네가 먼저 좋아했는데. 내가 가로채 사귀어서 미안하다. 이 소리가 듣고 싶은 거야?"
"그런 뜻으로 얘기한 게 아니야. 나도 내 상황 설명을 해줘야, 네가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ㅅ.."
"가끔은."
"……."
"상황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어. 가끔은 거짓말을 해야 될 때도 있다고.
그냥 실수다. 기억이 안 난다.. 하면 되는 걸."
"……."
"…사과 까지는 안 바란다. 너도 일부러 그랬을 거라고 생각 안 하니까."
"……"
"찌질하다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해도 돼. 나는 내 여자친구한테 키스한 친구한테 너그러운 마음 가질만큼 착한 놈이 아니라서."
"……."
" 너랑 친구는 못 하겠다."
"……."
"반이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마. 그 때 일 기억 못 하니까."
도환이 말을 끝내고서 뒤돌아 놀이터에서 빠져나가면, 세종은 눈물이 고인 채로 한참 가만히 서있는다.
겨울바다는의 바람은 꽤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서 볼이 찢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추워하자, 도환님이 내 손을 꽉 잡아 자신의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는다.
뭔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도환님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먼저 말해주기를 바라니까.
"추우면 들어갈까?"
"좋아요! 추워서 죽을 것 같은데에. 모텔 말구! 민박집 어때요??"
"좋지."
"좋아 좋아! 가즈아!!! 제가 끌고 다닐 거니까. 저만 따라와요!"
도환님을 이끌고 딱 봐도 사람이 안 갈 것 같은데 민박집 앞에 도착했다.
마침 주인집 할머니가 서있기에 '방 있어요?'물으니 할머니가 있다며 고갤 끄덕이며 먼저 대문을 열고 들어가신다.
그러다 갑자기 섹드립이 치고싶어진 나는 도환님에게 말한다.
"저 오늘 속옷 완전 섹시한 거 입고 왔는데에."
"……."
"헤."
"아..."
"…응?"
"콘돔 사올까."
"…네?"
"이런 곳은 콘돔 안 주니까."
"…치. 콘돔 안 주는지, 주는지 어떻게 안대요? 전여친들이랑 꽤 많이 왔나봐요? 몰라요. 들어갈래요."
"……."
말실수 한 걸 알고 입술을 무는 도환님을 뒤로한 채 나는 웃으며 먼저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 도환님 저런 반응은 또 처음이라 놀리는 재미가 있네.
"여짝 방으로 들어가유."
할머니의 말에 내가 먼저 문을 열고 빈방으로 들어가자 도환님이 날 따라 총총 뛰어 달려온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방 바닥이 너무 따듯해서 오오오! 하며 가방을 구석에다 놓자, 도환님도 가방을 놓고선 내게 말한다.
"…혹시."
"……."
"화났어?"
"…에??"
"……."
정말 순수하게 화났냐고 물어보길래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려는 걸 꾹 참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네. 화나요."
"……"
"아니.. 나는 민박집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그런데. 도환님은 많이 와봤어서 익숙하겠네요.네?"
"…미안. 내가 말실수를 했네. 그리고.."
"……."
"여자랑 온 적 없는데. 민박집."
"ㅍ_ㅍ."
"……."
"푸흐..."
"??"
"푸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장난이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도환님 놀리는 거 은근 꿀잼이네에에에에.... 아 진짜 도환님이 다른 여자랑 왔다고 해도 안 삐져요!!!
아니 무슨 어린 애도 아니구우ㅜ!!!"
"…ㅡㅡ."
"설마 화났어요??? 아니죠????"
내 말에 대꾸도 안 하고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는 도환님에 계속 웃음이 나왔다. 아 재밌어라.
이불 펴고 눕기 전에 도환님과 나는 앉아서 몸을 녹인다.
"아, 이번년도에는 계획이 있어요. 살 뺄 거예요."
"살?"
"네. 요즘 좀 쪘더니.. 엄마도 막 자꾸 살 가지고 놀리고.."
"…아."
"치."
"……?"
"원래 남자친구라면 다들 뺄 살이 어딨냐고 그러는데. 도환님은 왜 그런 말도 안 해줘요. 몰라 나 여기서 확 10키로 넘게 빼서!!! 뼈만 보이게끔 만들 거야!"
장난 반, 진심 반이었다. 내 말에 도환님이 너무 훅 들어오는 행동을 해서 나는 심장이 또 마구 뛰기 시작한다.
"더 찌워도 돼."
"왜요!"
"섹스할 때 마른 거 별로야."
"…꺄!!"
"ㅋㅋㅋ."
"아 뭐야아앙 >〈!--!!!!!! 아 징쨔아앙!!!!"
"코맹맹 소리를 이렇게 잘 내."
"아 설레자나요 야해 >〈!--! 흐이흐흑흥ㅎㄱㅇㄱ..."
"이상해 얘."
"아 맞아요오.. 뭔가 느낌이란 게 왔는데요. 비니가 세종오빠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세종이?"
"네! 세종오빠 요즘 우울해보인다고 엄청 걱정하더니 어제는 치킨 사들고 오빠네 집 갔대요.
근데 막 울면서 전화하는데.. 뭔 소린지 알아 들을 수가 없어서.. 뭐 들은 거 없어요? 세종오빠한테??"
"…응."
"세종오빠가 은근 나쁜남자인가?? 흐음....."
갑자기 도환님이 내 어깨에 기대었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놀라서 힐끔 도환님을 보면 도환님이 눈을 감고있다.
피곤해서 그런가 싶어서 가만히 있으면, 도환님이 내게 말한다.
"내가 아직도 나쁜새끼 같아?"
"…에?"
"네가 나 처음 봤을 때 나쁜 놈 같았다고 헀잖아."
"…아니요? 도환님 첫인상이랑.. 생긴 게 그렇지 안 그런데. "
"……"
"무슨 일 있었어요?"
"……."
타이밍도 구려라.. 갑자기 픽- 하고 꺼져버리는 형광등에 어쩌지.. 그냥 앉아서 입을 하던 대화나 이어가기로 한다.
"진짜 무슨 일 있나보네."
"……."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당황한 눈으로 도환님을 보았다. 어두워도 창가에 비치는 가로등 빛 때문에 도환님의 얼굴이 보였다.
너무 슬퍼보였다. 처음 보는 도환님의 다른 표정. 나는 그냥 도환님을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돼요. 다 괜찮을 거에요. 새해부터 나랑 같이 있었으니까. 이번년도는 다 잘 풀릴 거야."
그렇게 나는 알 수 없는 이유를 꼭 끌어안고 한참을 있었다.
자신의 속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 내게 안겨있다. 나는 그저 안아줄 수밖에 없는 게. 조금은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한결 괜찮아지는 도환님을 보면 나도 조금은 뿌듯해지고 있다.
"좀 가지? 영업하는데 거슬리는데."
"거슬린다는 말은 좀 상처인데. 양세종씨..?"
"손님들 많아서 정신 없어."
"알겠다. 이거 주려고 왔다!!!"
"……."
"어떻게 사람이 1월1일에 생일이냐?? 자! 이거 가져라!!!"
비니가 세종의 코 앞으로 작은 박스를 건네주었고, 세종은 무덤덤하게 박스를 받는다.
"집가서 확인하셔."
"……."
"카톡 좀 읽고! 집착 하기 전에."
비니가 가게에서 나가면, 세종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다. 요즘 왜 저래 쟤...
저녁 8시가 되어서 마감을 치고 손님들이 다 나갔을까. 직원들도 다 보내고 혼자 남은 세종이 한숨을 내쉰다.
주방 정리를 다 하고 가게에서 나온 세종은 가게 앞에 놓여진 케이크를 보고 인상을 쓴 채로 케이크를 들어 확인한다.
케이크 위에 써져있는 포스트잇을 본 세종이 곧 작게 웃는다.
- 당분간 친구 못 하겠단 소리였어.
생일 축하한다, 양세종.
"……"
"진짜 다른 여자보고 귀엽다고 할 수가 있어요? 진짜 완전 별로예요 도환님."
"…숏컷한 여자일 줄 몰랐지. 그냥 가방이 귀엽다고 한 건데."
"몰라요!"
먼저 버스에서 내린 반이에 도환도 같이 버스에서 내리며 반이의 눈치를 보면서도 웃긴지 웃는다.
"……."
"잘못한 거 알아요! 몰라요!!"
갑자기 휙- 뒤돌아 말하는 반이에 도환은 놀라서 멈춰서는 말한다.
"그렇게 생얼 본 게 싫었어?"
"……."
오늘 아침 _(민박집)
자고 일어났더니 반이가 없자, 도환은 화장실 갔나 싶어서 기다리다가 너무 안 와서 방에서 나와 화장실 문 앞에 섰을까.
타이밍 좋게 반이가 나왔다.
'…….'
완전 생얼로 도환을 본 게 처음인지라 반이가 얼굴을 가린 채로 방까지 뛰어갔고, 도환은 괜히 자기가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계속 눈치를 보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쭈욱....
"싫은 게 아니라! 부끄러워서 그런다니까요!!..."
"이제 짜증도 내네."
"…짜증 아니거든요."
"예뻐."
"……"
"화장 하나, 안 하나.. 똑같이 예뻐."
"……."
"진짜 예뻐."
에피소드
"아홉수 축하합니다. 우도환씨?"
"그쪽도 반오십 축하합니다."
"늙었어.. 난 아줌마야.."
"그럼 난 할아버진가."
"…치. 나 아줌마여도 사랑해줄 건가."
"나이는 아줌마고, 얼굴은 지금 그대로면 사랑해줄 수 있는데."
"말이에요 방구예요 ㅡㅡ."
"말이지."
"어휴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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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준 제가 쓴 글 시리즈 중에 제일 단편같은 느낌..?
왜냐묜.. 다른 글들 처럼.. 막 편마다 길지 않았옸잔하요???
헤헤헤 그치만 우리에겐 또 다른 작퓸이 있으니까 워워 진정하라구요!!
복 많이 받으세요 헿!! 안녕 !! 우도환이랑 반이 사랑해줘서 감사했답니다!!!!!!!
(예고도 없이 마지막편 나와서 당황한 독자님들의 절규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