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철] 쟤 17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결혼했대
w.1억
친구 결혼식에 왔다. 그냥 고등학생 때 몇 번 놀 정도로 친한 사이?
예쁘게 화장하고, 드레스를 입고있는 친구 녀석이 날 보고 미친듯이 반겼고..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저렇게 반길 정도로 우리가 친했나. 괜히 왔나..
"연아 ㅠㅠㅠ 너도 결혼 할 때 드레스 입기 일주일 전부터 굶었어?? 난 일주일 굶었는데도 살이 안 빠지는 거 있지.. 망했어.."
"아.. 나도 한 일주일 굶었었나.. 빠지긴 했어도.. 다시 엄청 찌던데."
내 말에 결혼식 끝나면 무조건 먹어야겠다며 웃어주는데 나도 따라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이 친구는 결혼 하는 이유가 애를 가져서란다. 별 재미없는 얘기들을 나눈 뒤에 다른 친구들이 보러 왔기에 나는 자리를 비켜준다.
밥 먹고 결혼식 봐달라는 말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나왔고...
"야 쟤 걔 아니야? 도연??"
"몰라 누구지.."
"쟤 17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결혼 했다잖아."
"레알??? 왜??남자가 돈이 많나?? 야 근데 돈이 많아도 그렇지 그 남자는 뭐냐? 도둑놈 아니냐.. 어린 애를 ㅋㅋㅋ 아닌가? 꽃뱀 그런 건가...
그럼 도연 걔도 임신해서 결혼한 거야? 아 근데 누구더라 도대체.... 얼굴이 기억 안 나.. 페북 쳐볼까. 이름이 뭐라고?"
저런 얘기 들리는 게 싫어서. 아는 애들 결혼식이나, 동창회는 절대 오기 싫었는데..
그 애들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고서 호러영화 마냥 속삭였다.
"이름 쳐도 안 나올 걸.. 나 페북 안 하거든."
"깜짝이야!ㅇ나ㅓ럼ㄴ라ㅣㄹ멈ㄴ러ㅏㅣ!!!!!!!!!!!!!"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허흑ㅎㄱㅎ긓ㄱㅎ겋ㄱ 꽃뱀이래ㅠㅠㅠㅠ 임신해서 결혼 했녜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놓고, 집에 오면 나는 졸라 난리다. 존나 난리.
쎈척이 심한 나는 집에 오면 운다 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러면 내 8년 친구 젖친구는 말한다.
"야 꽃뱀 아니고, 사고 안 친 거면 됐지이.. 어차피 걔네는 다시는 안 볼 사이잖아. 네가 모르는 애들이라며.."
"그래도 그렇게 소문 나는 게 졸라 속상하잖아."
"에이 지들끼리 얘기 한 거지.. 소문 안 났을 거야. 걔네 얼굴 기억 해? 이름 모르지? 내가 가서 욕 존나 해야겠다.
왜 남 일 가지고 그렇게 얘기 하고 다니냐 미친놈들이."
"년."
"년들이."
"아무튼... 너 안 가면.. 나도 가지 말 걸. 괜히 혼자 갔어."
"야아 그래도.. 진윤지도 네 결혼식 와줬으니까 너도 가는 게 맞지이이.."
"허흡...!!"
"그만 울어라아.. 너 울어서 눈 퉁퉁 부으면 아저씨가 엄청 놀라시겠다!"
"알겠쪄 안 움. 너 얼른 남친 만나러 가."
"남친 아니라니까 ㅡㅡ 썸남이라고."
"그래 썸남. 너 지금 한달 사이에 썸남이 몇명이냐?'
"세명."
"너의 스킬 존경한다."
"ㅋ 간다."
"ㅋㅋ 가라."
"카톡해~ 마중 나오지 마."
"웅 잘가."
"ㅃㅃ."
예은이가 나가기 전에 거실 벽에 붙여져있는 결혼사진을 보고선 웃는다. 저거 웃는 게 보기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ㅅㅂ 왜 웃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억지 웃음 개웃겨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
"……"
집 안에 불이란 불은 다 끄고 숨어서 웃고있는데. 딱 봐도 아저씨가 당황한 것 같았다.
결혼식 갔다온다던 애가 연락도 없고 집에도 없으니.
"……?"
벽 뒤에 숨어서 큭큭 웃다가 들키기 전에 쨘!! 하고 샤워 가운을 걸친 채로 아저씨 앞에 나타나니,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럼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서는 가운을 들춰 안에 속옷을 보여준다.
"오늘 예은이랑 속옷 쇼핑 하고 와쪄요 뿌."
"와.. 나 진짜 ㅋㅋㅋㅋ 바바리맨이야??"
"뿌우?"
"뭔 뿌야. 뿌는.."
하는 수 없이 하는 사람처럼 겉옷을 벗고, 벨트를 풀어 바닥에 내던져놓고서 갑자기 나를 확 끌어안아 방으로 끌고가는 아저씨 때문에 미친듯이 웃는다.
아, 아저씨랑 나랑은 겨우 1년 연애하고 결혼을 했다. 사실 1년도 아니다. 301일 만나고 결혼.
어떻게 결혼하게 됐냐면..
"ㅋㅋㅋㅋㅋㅋ아 간지러워요 진짴ㅋㅋㅋ 엌.. 하게요? 지금??"
"하자고 속옷 자랑 한 거 아니야?"
"그냥 자랑한 건데."
"그런 게 어딨어. 자랑했으면 해야지."
내 생에 이런 사람은 또 없을 것 같아서.
내가 결혼하자고 졸랐다.
ㅇㅇ.
그리고 우리는 신혼부부다. 무려 3개월 차.
근데 뭐 결혼..
별 거 없다.
"오늘 점심도 못 먹었어. 너무 바빠가지고.. 넌 안 먹어?"
"그렇게 바빴어요? 아아 오늘부터 다이어트입니다."
"뭐래 왜 또 다이어트를 해."
"살이 찐 것 같아서리..."
"안 쪘어."
"쪘어요 ㅡㅡ."
"안 쪘어."
"쪘어."
"안 쪘어."
"쪘어."
"안 쪘."
"쪘."
"안."
"아 좀 져주지."
"얼른 먹어. 혼자 먹기 싫어서 그래."
"뉘예 뉘예 앉겠습니다!"
"결혼식은 잘 갔다왔어?"
"네에..."
"잘 못 갔다왔네."
"어떻게 알았어요?"
"결혼식 얘기 하자마자 바로 풀 죽어서는 티가 안 날 수가 없는데? ㅋㅋㅋ."
"그냥.. 이상한 애들 있어서 기분이 잡쳤었었었었죠."
"우리 도연이 화나면 무서운데. 누가 건드려."
"가끔 지철이가 건드려."
"지철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철이옵하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왜 웃어요."
"맨날 아저씨~ 지철씨이~ 하다가 오빠라고 하니까 좀 그래. 그냥 아저씨라 해주라."
"여보~~"
"여보는 괜찮아."
"이건 제가 싫습니다."
"그럼 나중에 애 낳아서도 아저씨 하던가. 그냥 평생 아저씨 하지 뭐ㅋㅋㅋ."
"제가 알아서 합니다~~"
"넌 알아서 좀 그만해!"
"왜 소리질러요 ㅡㅡ!!"
"한마디도 안 져. 하여튼간에.."
"이잉."
"어휴우."
그냥 아저씨랑 나는 친구같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연애할 때도 이랬으니까.
근데 솔직히 결혼했다고 해서 많이 달라진 건 없다.
가끔 보다가 결혼하고 나서는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더 편해졌다는 것?
"아, 참... 예은이 이번 썸남이랑 잘 될 것 같던데."
"예은이 걘 썸타는 남자랑 연애 못 하잖아."
"맞아요. 한 번에 사귀던가, 썸만 타던가.. 알바 못 구해서 힘들어하던데.."
"카페에서 알바 하라고 해. 피시방도 있는데 왜."
아, 우리 지철씨는 사업한다. 두개의 사업. 카페랑, 피시방.
나랑 만났을 때는 카페 사업만 하다가.. 결혼 하기 전에 피시방까지 차렸다. 돈도 충분히 있는데 사업 욕심을 부리는 이유는..
심심해서다. 나보곤 돈도 많으니까 하고 싶은 일 생기기 전 까지는 집에서 놀으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그러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선 아저씨를 바라보니, 아저씨가 날 따라 물을 한모금 마시고서 '왜?'하고 묻는다.
"곧 있으면 설날인데.. 떨려요."
"왜 떨려."
"그냥.."
"너무 긴장 하지 마. 우리 어머니랑 아부지가 널 예뻐하면 더 예뻐했지 잔소리는 안 해."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처음이니까요. 말실수 하고, 행동 잘못 할까봐."
"아니야. 넌 잘 하잖아. 벌써부터 긴장해서 입술 삐죽 튀어나오고.. 아주 그냥."
"……."
"귀여워 죽겠어."
"허흥.."
"왜 그렇게 웃어?"
"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 말 하면 오글오글 하잖아여."
"너 무슨 내 친구야? 맨날 예쁘다, 귀엽다 하면 우웩 하고 헛구역질이나 하고.. 으유.."
"응~ 우웩~~"
"니 얼굴이 더 우웩~"
"아니야~ 아저씨 얼굴이 더~"
"응. 이거 먹지 마."
"아 왜애. 내가 저녁 차렸는데!"
"내가 샀어, 내 돈으로. 살 뺀다며."
"…안 먹어."
"그래그래 잘 생각했어."
우린 매일 이렇게 유치하다. 나랑 만나면서 지철씨가 유치해진 게 아니라.
원래 사람이 이렇게 유치하다.
에피소드
아마 아저씨랑 별 거 아닌 걸로 싸우고 나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을 것이다.
만나자마자 갑자기 내게 주먹을 쥐어 보여주길래 '뭐예요?'하면 아저씨가 말한다.
"먹어."
"뭔데요, 뭔데! 먹을래요!"
주먹을 펼치는 순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셔(젤리) 빈껍데기를 주길래 정색하고 쳐다보면, 눈치 없이 계속 웃다가 가방 안에서 아이셔 박스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네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요...?"
"ㅋㅋㅋ읔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좋다고 혼자 헤어질 때까지 웃던 게 생각나서 지금 생각해도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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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철이 나타났다. 다들 소리 질러 !!!!!!!!!!!!!!!!!!!
앤드!!! 공지철과 결혼!! 상황추천 받는다!! 소리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