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철] 쟤 17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결혼했대
w.1억
장난기 많고, 마이웨이 쩔 것 같은 우리한테도 수근거리는 사람은 꽤 많다. 특히나.
"이거 이거 먹고싶어요. 사도 돼요?
"사요. 사면 되죠."
"그럼 이건요!"
"사세요."
"이것도!! 이거도!!"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사시죠. 그때 처럼 막 사서 곰팡이 지게 하지 말구."
"다 먹을 수 있는데! 오늘 다 먹을 건데."
"와... 이걸 다 먹겠다구?"
"불만!?"
"나 표정 불만있어보였어?"
"조금?"
"아닌데 이상하네.."
"ㅋㅋㅋㅋㅋㅋ엉오ㅗ오오!! 이거 과자도 살래요!!"
"사~~"
'저 여자는 좀 어려보이네.. 남자도 꽤 나이 있어보이지?'
'남자가 잘생겼네. 어린 애 만날만 해.'
아줌마들이 많은 마트에선 특.히.나
남 결혼 생활 뭐가 그렇게 신경 쓸 게 많다고. 마트 올 때마다 힐끔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대놓고 저렇게 얘기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그 말을 듣고도 그냥 무시하는 공지철씨가 있는가하면은..
"저희 17살 차이 나는 신혼부부예요."
"네....?"
"제가 결혼해달라고 따라다녔어요. 어찌나 튕기던지.. 잘생기지 않았어요? 제 남편??"
당당하게 17살 차이 난다고 말하고, 공지철씨 자존감 높여주는 건 내 몫이다.
아줌마들을 처치하고선 뒤돌아보고
"헤헷."
하면 공지철씨는.
"……."
뿌듯한 얼굴로, 예뻐 죽겠다는 얼굴로 날 보다가 자연스럽게 뒤 돌아 빠른 걸음으로 저 멀리 가는 걸 보니.
내가 쪽팔린가보다..^^
"공쥐철쒸!!!"
내가 부르면 카트를 밀고 더 빨리 뛰어가는 아저씨에 나도 모르게 반말을 한다.
"야아아!!! 공지처어얼!!!"
"뭘 이렇게 많이 산 거야."
"먹는 거에만 십오만원 쓴 거 같은데. 오오오."
"내가 너 만나면서 신기록이란, 신기록은 다 세워본다. 다른 거 안 사고 먹을 거로만 15만원은 또 처음이네."
"좋죠."
"아니라고 하면 삐져서 갈 것 같으니까. 좋다고 해줄게."
"ㅡㅡ."
"농담이야. 삐졌네 벌써."
"제가 언제 삐졌어요."
"여봐, 여. 입술 삐죽 튀어나왔네."
먹을 것만 잔뜩 담긴 박스를 끌어 안은 채 차로 향하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트렁크를 열어준다.
박스를 트렁크에 넣고, 트렁크 문을 닫은 아저씨가 갑자기 날 내려다보고 한참 쳐다보길래.
왜- 하니, 아저씨가 기가 찬 목소리로 말한다.
"왜???"
"왜요."
"아주 그냥."
"왜요오. 언제는 말 놓으라더니.. 놓으니까 뭐라하고."
"방금 그 '왜'는 좀 싸가지가 없었잖어."
"그건 인정."
"으이구."
"어이- 지철씨 내가 운전하지."
"면허도 없는 여편네가 운전은."
"예의상."
"예의 없던데."
"이잉."
같이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몇 번이고 아저씨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길래 받으라고 해도 안 받는댄다.
결국엔 엘레베이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도 전화가 오길래 나는 궁금해서 묻기로 한다.
"누군데 전화 안 받아요?"
"아, 그냥 아는 친구인데. 나중에 전화 걸어도 돼."
"엄청 급한가본데.. 지금 4번 정도 전화 왔잖아요."
"집 가서 걸지 뭐."
궁금하네.. 왜 저렇게 전화하는지. 집에 도착해서 박스를 뜯어 먹을 것들은 냉장고 안에 정리를 해둔다.
소파에 앉아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아저씨를 힐끔 보았다.
"그래,그래. 그럼 다시 연락 줘."
드디어 전화를 끊은 아저씨에 나는 아직 먹을 거 정리를 다 하지도 못 한 채 아저씨 옆에 털썩 앉아서 묻는다.
"누구???누구누구?"
"아, 대학 동창인데. 자기 사업한다고 궁금한 거 있다고 해서."
"여자!?"
"여자면 질투하려고?"
"당연하죠 ㅡㅡ."
"여잔데. 남편도 있어. 애도 있다. 걱정 말지??"
"그래도.. 결혼한지 얼마 안 된 사람한테 물어보냐..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이 읎나 ㅡㅡ."
"내 주변에 너보다 예쁜 애 없어. 걱정 하지 마."
"ㅡㅡ."
"진짜."
"그래요. 뭐. 그런 문제는 제가 이해를 해드리죠."
"아유 감사합니다."
"아아 맞아요. 근데 저도 집에서 할 것도 없는데. 가끔 카페나 피시방 나가서 일하면 안 돼요?"
"그러고싶으면 그래도 돼. 너 좀 쉬라고 집에 있으라고 한 건데."
"아저씨 나가면 집에 혼자 있는 게 더 괴롭거든여..."
"집순이가 웬일로??"
"결혼 하니까 집순이가 힘들어지네."
"예은이 불러서 알바 시키면서 옆에 있어. 부담스럽대?"
"그런가봐요. 아는 사람 가게에서 일 하기 싫다구..막.."
"다른 곳 가면 더 힘들지.."
"한 번 말해볼게요. 알바 때문에 힘들어했으니까..."
"그래. 물어봐."
아저씨를 꼭 끌어안고 입술을 내미니, 아저씨가 내 입술에 입을 맞춘다.
내가 피하지않고 입술을 맞대고 허리를 매만지자, 나보다 덩치도, 키도 훨씬 큰 아저씨가 나를 어깨에 들춰 매고선 방으로 또 데려간다.
신혼부부들은 눈만 맞으면 한다더니 진짜인가보네.
"……"
아저씨 팔베개를 하고서 자고있는데 뒤척이며 나를 끌어안는 바람에 숨도 제대로 못 쉬게 되었다.
그래도 잠꼬대 하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게 너무 귀엽고 웃겨서 고갤 들고 아저씨를 본다.
"무슨 다 큰 어른이 자다가 이런 소릴 다 내."
괜히 괴롭히고 싶어서 손가락으로 목젖을 꾹- 누르면 아저씨가 인상을 쓴 채로 고갤 돌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워 죽겄네.
이 공지철씨를 누가 마흔둘로 보냐구요.
우리 엄마보다 8살 어린 공지철씨가 내 눈엔 그저 그냥 귀엽게만 보이는 게 신기해서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한다.
잘 때 만큼은 소리 질러도 깨지않는 공지철씨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미칠 것 같다.
자는 와중에도 나를 꼭 끌어안는 사람이.
그렇게 결혼 하자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몇달을 버티다가 거절했던 사람이라니. 믿겨지지가 않는다.
6개월 전_
몇 번이고 결혼하자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내 말을 그저 장난으로만 받아들였다.
그럼 나는 방금 막 담배를 피고 카페로 들어 온 아저씨에게 진지한 표정을 하고 말을 건다.
"할 말 있어요."'
"할 말? 어떤 할 말."
손님들은 없었다. 마감을 하고 손님들을 막 다 보냈으니까.
정말 너무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그냥 눈 한 번 꾹 감고 말하기로 한다.
"저 진짜 진심인데. 결혼 하면 안 돼요?"
"……."
"아저씨만한 사람을 본 적도 없구요, 볼리도 없구요. 아저씨랑 같이 살고싶어요. 정말 진심인데. 아저씨는 제가 하는 말이 다 장난인 줄 아니까.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아니면 알아 들으셨는데 저랑 결혼 하는 게 싫어서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연아."
"……."
"너 아직 고작 스물네살인데. 사람들 많이 만나보지도 못 했잖아. 나 네가 네 또래랑 같이 결혼했으면 좋겠는데.
나 겨우 1년도 안 만나보고서 이 사람이다 싶어서 결혼하고 싶다고 결혼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진짜 왜 그래요. 전 용기 내서 말 하는 건데. 17살이나 어린 여친이 결혼 하자고 하면 빈말이라도 싫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는 거잖아요.
좋아서 당장 알겠다고 해야 되는 거잖아요."
안다. 나도 너무 자존심 상하고 속상해서 막말 한 거.
"그래 네 말대로 17살이나 어린 네가 나한테 결혼 하자고 하면 얼씨구나 좋다 하는 게 정상이지.
근데 난 생각이 좀 많이 달라. 우리가 지금 연애 하면서도 서로 안 맞는 것들이 하나씩 나오는 마당에 결혼한다고 안 맞는 게, 맞아질까.
나는 너랑 살아 온 환경이 너무 달라서. 연애보다 결혼하는 게 더 너한테 신경 못 써줄 것 같기도 해서.."
"……."
풀이 죽어서 입술만 내밀고 가만히 있는 나를 보고 아저씨는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장난을 친다. 아주 유치하게.
"어머님이랑 나랑 8살 차이라며."
"ㅡㅡ."
"결국엔 이렇게 싸우게 될 것 같아서. 네가 결혼하자고 얘기 할 때마다 장난처럼 넘긴 거였어.
표정 좀 풀지 도연?"
"진짜 결혼 안 할 거예요, 저랑?"
"못하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죠?"
"응."
"그럼 가능성은 있는 거잖아요. 못하는 걸 하게 만들 수 있으면."
"그렇게 나랑 결혼하고싶어?"
"그걸 말이라고."
"나같은 아저씨가 뭐가 좋냐. 주변에 네 또래중에 멋진 애들 많은데."
"좋아서요. 그러는 아저씨는 나같은 애가 왜 좋아요. 주변에 성숙하고 섹시한 사람들 많은데."
"좋아서."
"치."
"알바 안 한다더니 왜 왔대."
"아저씨가 오라고~ 오라고~ 사정했다길래 온 건데요. 연이가 그랬어요."
"내가 사정했어??"
아저씨가 사정했냐고 물어보기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웃자, 아저씨가 날 보고 마구 웃는다.
헿.. 예은이 알바 시키고 싶어서 내가 막 거짓말 쳐서 데려오긴 했는데..
"그래. 그래서 넌 뭘 잘해. 어떤 걸 하고 싶어."
"저 그냥 카운터요. 주문 받고 그런 거. 서빙? 얼굴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너 안 예뻐."
"엄마가 예쁘댔는데요ㅡㅡ."
"자기 자식 보고 안 예쁘다고 하는 부모가 어딨어."
"아, 안 할래요. ㅡㅡ."
"아주 친구 둘이서 성격은 똑같아가지고... 우리는 서빙 없고, 그냥 카운터만 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3시부터 11시 마감까지."
"헤?????????????"
"못하겠어??"
"아니 못하겠는 건 아닌데. 너무 길어요..ㄱ-."
"그럼 다른 일 찾아보시게."
크흠- 하며 웃는 아저씨에 나도 쿡- 하고 몰래 웃자, 예은이가 돌았냐며 내 목덜미를 잡는다.
애가 좀 자뻑이 심해서 그렇지.. 괜찮은 앤데.. 흠...
사장님과 그 아내가 자리에 앉아있으니 눈치가 보이는지 알바생이 우리를 힐끔 보길래 또 웃었더니.
아저씨가 왜 웃냐는 듯 나를 바라보다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럼 예은이는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다른 곳을 본다.
"내일부터 출근 해. 연이가 포스기 알려줄 거야."
"넹."
아싸 신예은이랑 자주 볼 수 있다.그렇게도 좋냐며 나를 보고 웃는 아저씨를 보니 더 웃음이 나와서 헤헷- 하고 웃으면
헤헷은 무슨.. 하고 고개를 젓는다.
"……."
내 대처에 아저씨가 저 멀리 도망가는 여자를 보더니, 곧 나를 보고 말한다.
"결혼은 했는데. 애는 언제부터 있었어 우리?"
"…뭐요 ㅡ.ㅡ"
"애 갖고 싶어?"
"아니??"
"가질까??"
"아니요????????????????"
"왜. 가지자."
"아아아니이이이!!!!!!!!!!"
"그럼 왜 애 있다고 했어 ㅋㅋㅋㅋ."
"그냥 퇴치 하려고!!!!!!"
"거짓말 한 거에 죄책감 느껴지지 않아?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애 낳고 죄책감 가지지 말자~~"
"몰라요오!!!!!!!"
왜 애 가지자는 말이 저렇게 두근거리고 떨리는 건지.
겨우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는데 엉덩이가 따듯한 거 보니. 열선 틀어줬네..
진짜.. 추위 잘 타는 건 꼭 기억하고 항상 차에 타면 내 열선 먼저 틀어주는 게 또 감동이다.
똑똑-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힐끔 쳐다보면 공지철씨가 입모양으로 말한다.
'애 가지자'
에피소드
어두컴컴하고 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조용하던 둘은 연이 덕분에 시끄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안에 하지 마요."
"왜애-"
"하지 마요오. 하지 말라면...!"
"애 갖고 싶다며."
"내가 언제요!!!"
"아~까."
"아까 그건.. 아 진짜.. 아무튼 안 돼요."
둘은 잠자리를 하면서도 싸운다. 유치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