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철] 유부남 아니고 애 아빠
W.1억
졸업하고 할 일 없이 알바나 하고 있는 내 인생은 참 불쌍하다. 내 나이대 애들은 다 취업하고 난리인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
됐으니까 빨리 시집이나 가라는 엄마 말이 생각나서 울컥하고 만다.
그래 그냥 알바 먼저 구하자... 하고 구한 곳이...
"카페다. 카페...카페...카페..."
알바 구하냐는 문자를 남기자 얼마 안 돼서 답장이 온다 '네'라고....
대충 면접 시간을 물어보고서 안심하듯 웃는데... 근데 내가 커피를 탈 줄이나 아나.. 뭐 조건 같은 건 없으니까 면접이나 보자 생각하고 면접 시간만 기다린다.
근데 날 방해하는 찌끄레기 하나.
"야 조건이 안 써져있다고 그냥 가냐? 뭐라도 딴 게 있어야 가야지이."
"그러니까 일단 가본다잖아 ㅡㅡ!!"
"분명 가서 퇴짜맞고 온다."
"왜 또 우리집에 와서 그래? 참나."
엄마가 '진구 왔니~~?'하면 진구 녀석이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다.
"네. 아, 참.. 아줌마 귤 좋아하세요? 저희집에 귤 박스만 세박스가 있어서요. 엄마가 갖다주라고 해서 갖고왔는데."
"아, 정말?? 너무 좋지~~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ㅎㅎ."
"네에!"
"쟨 어디 간대니?? 뭘 저렇게 꾸미고 있어?"
"알바 면접 보러 간다나봐요."
"알바? 취업은 안 하고.. 으이구."
"에이.. 요즘 졸업해도 취업 못 하는 사람들 많대요. 너무 급하게 생각 하면 재연이도 부담 스러울 거예요."
"어이구 우리 진구가 내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헠...ㅋㅋ.."
둘이 좋댄다. 여진구랑 나랑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다. 우리집에서 자주 놀고, 자고 하다보니까 나보다 우리 엄마랑 더 친해. 어휴...
그래도 여진구 쟤는 나쁜 놈은 아니다. 확실히 뭔가 진정한 친구같달까?? 고민들 다 들어주고, 항상 내 편인?
"뭘본대? 기분나쁘게. 근데 무슨 너 모델 면접 보러 가냐? 대충 입고 가지.. 뭘 그렇게 꾸며?"
저럴 땐 좀 빡치긴 하다. 개새끼.
개인 카페였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고 문이 닫혀있길래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는 급히 사장님께 전화를 건다.
문자 보내려다가.. 너무 급해서..^^ 히힛....
"아.. 여보세요!? 저 그... 면접 보러 온 사람인데요.. 문이 닫혀있는데요.."
- 그냥 들어오면 돼요.
"아, 넵.."
- 짐 좀 정리하느라요.. 잠깐 앉아 계세요.
"네."
목소리...는 뭐 무섭진않네.. 근데 남자였구나...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카페는 꽤 깔끔했다.
아직 꾸며야 할 곳도 있는 것 같구... 아무 의자에 앉아서 다리 달달 떨며 사장님 기다리는데 왜 이렇게 안 나오는지... 슬슬 짜증나려고 했을까.
"아, 죄송해요. 오래 기다렸죠."
"ㅡㅡ."
ㅡㅡ. 하고 고개 딱 들었는데.. 진짜 웬 모델이 걸어 나오길래 허흡.. 하고 입 틀어막고 사장님을 보았다.
사장님이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사장님을 본다.
"나이가 어떻게 돼요?"
"스물셋입니다!"
"오래 일 할 수 있어요??"
"어... 네."
"그럼.. 카운터 보고, 청소 하고.. 두가지만 하면 돼요. 할 수 있죠?"
"네..."
"내일부터 나올 수 있으면 나와요. 포스기 어떻게 보는 건지 알려줄게요. 오늘은."
"이렇게 쉽게요...?'
"커피야 내가 만들면 되고, 이름이..?"
"김재연이요!"
"재연씨가 주문 받고, 청소만 하면 딱이잖아."
"…아."
"왜요? 싫어요? 커피 만들고 싶어서 왔어요?"
"아니요? 저 커피 못 만들어요!"
"거봐."
"……."
"어제 오픈했거든요. 근데 혼자 하기 너무 벅차서.."
"엇.."
나는 참 단순하다. 나이가 꽤 있는 게 보이는데도.. 첫눈에 반해서 얼굴이 붉어져서는 제일 먼저 왼쪽 손을 본다.
네번 째 손가락에 반지가 없는 걸 확인 한 나는 생각한다. 오늘은 안 끼고 나온 건가....? 그래.. 깜빡할 수도 있지. 이렇게 잘생긴 분이 여친이 없을리가...
"어때요 좀 할만하죠?"
"네! 괜찮은데요??"
"아침 10시부터 밤10시까지."
"네???"
"걱정 마요. 나도 바쁜 사람이라 매일 그렇게 오래 못 해. 재연씨는 6시에 칼퇴근 시켜줄게요."
"아...."
"왜 그렇게 봐요?'
"되게 잘생긴 거 본인도 잘 아시죠??"
"저 잘생겼어요?"
"네."
"처음 듣는데."
"????????????"
"ㅋㅋㅋㅋㅋ."
뭐야 저거 지금 장난친 거야?..... 혼자 푸하하 웃는 거 보니 장난인 것 같긴 한데....
진짜 세상 잘생겼는데 목소리까지 좋으니까 너무 당황스럽잖아. 내가 또 궁금한 게 있으면 꼭 물어봐야 돼서.. 사장님이고 뭐고를 떠나서 사장님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사장님."
"네."
"사장님은 몇살이세요??"
"저요?"
"네."
"꽤 많은데."
"에이 많아봤자 30대 중반!"
"에? ㅋㅋㅋ."
"아니에요??"
"마흔한살이요."
"네??????????????????????????????????????"
"너무 놀라시는데."
우리 엄마가.. 마흔아홉인데.. 사장님이 마흔한살...?
잠깐 너무 띵했었지만.. 그래도 난....
"어흡.."
너무 잘생긴 사람이 날 스윗하게 바라보기에 또 얼굴이 붉어진다. 진짜 미친 거 아니야.
"그럼 당연히 결혼 하셨겠네요??"
"예전에 했죠?"
"…아. 저는 또.. 반지가 없길래!.."
"지금은 혼자예요. 이혼했지."
"아... 이혼...."
"애도 있는데."
"애도...."
"5살.. 아들인데. 나랑 똑 닮았거든요."
심지어 애 아빠다.
신께서 나보고 이번년도에도 연애 하지 말라고 또 닿을 수 없는 사람을 보내준 것이 분명하다.
그래 마흔하나면.. 나랑 열여덟살이나 차이 나는데.. 어떻게 사랑을 하겠냔 말이다.
그것도 이혼남에.. 애 아빠인데.... 애 아빠인데.....
"재연씨는요? 애인 있어요?"
너무 또 잘생긴 얼굴로 나보고 애인 있냐고 물어보는데.
이혼남에, 애 아빠에, 나이들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또 설레어버린다. 그럼 난 또 홀린듯이
"없어요!!"
사장님 말 끝나기 무섭게 대답하고 만다.
엄마.. 나 어떡해. 1년만에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 같은ㄷ...
"미쳤어? 이혼하고, 5살 아들 있는 아빠에다가.. 무려 열여덟살이나 차이나는 사람을 왜????"
"아니 누가 좋아한대?? 그냥 잘생겨서 호감이 간다고 했지."
"잘생겼단 이유로 호감 가지지 말라고 했지. 잘생긴 게 다가 아니라니까."
"목소리도 좋아."
"아니.. 야 김재연."
"뭐 또 정색이야. 누가 사귄대??? 야 고백해도 그 사람이 나 차. 애기가 고백하는데 받기나 하겠냐?? 호들갑은."
"네가 왜 차여! 차여도 그 사람이 차여야지!!!!!!! 열여덟살이나 어린 애가 고백하면 넙죽 절이나 할 것이지!!!!!!!!!!"
"미쳤나봐.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 아니! 고백 하지도 않았어! 임마!!! 누가 보면 고백하고 내가 차인 줄 알겠다!!!!!!!!!!"
"야 안 돼. 절!!!!!!!!!!!!!!대 안 돼. 네가 뭐가 아쉬워서.. 절대 안 된다. 좋아하는 것도 하지 마라."
"…참나. 지가 무슨 아빠인 줄 알아."
"너 거기 알바 가지 마! 안 되겠다. 아줌마!!! 김재연이! 오늘 알바 가서!!!"
"아니이이! 아니 아니 아니!! 아니라니까! 야이씨! 아니야!!!"
"그 유부남인지 이혼남인지 그 사람은 절대 안 돼. 진짜. 김재연."
"유부남은 아니고 애 아빤데."
"야."
"ㅇㅋ."
사장님에게 호감 가는 것도 참 큰 문제이겠구나 싶기도 하고.....
"근데 여진구 너 왜 내가 먹으려고 시킨 치킨 니가 쳐먹냐. 뒤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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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뭔가 예전부터 ㅇㅣ런 글 써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써보는 군.. 킬 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