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내가 어릴 때 크게 기울어질 뻔한 적이 있어. 마법부와 관련돼서 누명을 썼다고만 알고 자세한 건 모르는데, 너희 부모님께서 도와주셨다더라고.
볼드모트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우리에게도 적이었어. 너희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네가 사라진 뒤부터 너를 찾기 위해 추적했고, 그 과정에서 나도 부모님을 잃었어. 나한테 남은 건 낡은 연구 자료들과 볼드모트의 추적 흔적들, 그리고 너였어. 그래서 그래. 난 가업을 물려받은 것뿐만 아니라 은혜를 끝까지 갚으려는 거야.
정말 그뿐인지는 윤기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제 앞에서 혼란스러운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희완을 보면서, 그토록 원하던 신을 만난 종교인이 된 기분이었기에. 제게 희완이란 무엇일까.
“나는……”
그리고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그 언젠가 시완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널 뒤에서 도우고 있던 거야.”
희완 너는 나의 모든 것을 쥐고 있노라고.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54.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해달라는 말. 누군가에게 할 수 있는 말인 줄 몰랐다. 그래서 아직도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서 민윤기 선배와 단 둘이 앉아 있는 게 꿈만 같았다. 내가 듣게 될 말들이 무엇인지 두려워하기엔 너무 일렀다. 이미 알게 된 것들만 해도 결코 가볍지 않았으니. 무거울수록 깊게 파고드는 것은 물에서나 뭍에서나 같은 원리였다.
선배는 얼마 전 밤에 나를 만났던 때를 이야기했다.
“그러고 그곳에서 널 만난 거야.”
“그럼 선배도 그걸 본 거예요? 10층에……”
“응. 하지만 정호석이 그곳에 누구와 있었는지는 못 봤어. 짐작 가는 사람은 있는데……”
“누군데요?”
“김태형.”
“…….”
“지금은 다른 이름이겠지만.”
그의 이름을 듣자 나는 무언가 내리치는 느낌을 받았다. 또. 또 그다.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촘촘하게 그의 이름이 이어져 있다.
“하지만, 그 선배가 왜 그랑 있겠어요.”
“나도 그것까진 모르겠어서 만난 사람이 ‘그’라는 걸 확신하지 못하겠어. 하지만 정호석 같은 1가문 출신이 슬리데린이 아니라 후플푸프에 있다는 건 분명 이상한 점이야.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봤을 때, 김태형과 같은 수법을 썼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같은 수법이라니요?”
“분류모자를 속이는 거.”
“난 알고 있어. 네가 어떻게 래번클로로 오게 됐는지.”
“Je ne regrette rien.”
“어?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에 놀라 손을 내저었다. 머릿속에 맴돌던 장면들이 대사가 되어 목소리로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김태형이 분류모자를 속인 최초의 인물이야. 그의 기록에는 없지만 분류모자의 역사에 쓰여 있어.”
“그럼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는 거네요.”
나는 가문 이야기를 하던 정호석 선배를 떠올렸다. 김도연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선배를 쳐다봤던 걸 생각하면 아주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네가 살아 있는 걸 확인했을 때, 나는 그가 너를 살린 게 실수가 아닐 거라 생각했어. 그가 왜 너를 살렸을까 고민했고. 그래서 일기장을 보낸 거야. 그와 관련 있는 사람의 것이라는 게 내용에서 보였거든. 그 일기장은 마법이 걸려 있어서 나는 몇 장 못 봤는데, 너는 거의 다 읽은 걸 보니 그가 널 고의로 살려 둔 거라는 가설에 더 힘이 실린 셈이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거였고…… 정확하지 않아서 섣불리 알릴 수가 없었어.”
“이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요?”
“호그와트에서는 교장선생님이랑 나밖에 몰라.”
“호그와트 밖에서는요.”
“마법부에 그를 쫓는 팀이 있는데, 호크룩스를 찾아 파괴하는 일을 해. 아직 거기서도 이 사실은 모르고.”
“선배도 그 팀에 속해있는 거예요?”
“어느 정도는.”
“가업 때문에요.”
“…….”
“그리고 저 때문에요.”
“김희완.”
“네.”
나는 내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올곧게 선배를 본 건 거의 처음이었다. 까만 눈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너 때문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어떻게 안 그래요. 호크룩스 파괴하는 거, 그거 위험한 거잖아요.”
“그래서 나는 찾는 일만 하고 있어. 파괴하는 건 마법부에서 따로……”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
“선배는, 아직 학생이잖아요.”
나는 고개를 떨구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 무엇도 읽을 수 없는 눈을 꿋꿋이 응시했다.
“부회장 자리도 사퇴하고, 수업도 제대로 안 나온다면서요.”
“…….”
“이거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요.”
“아니라는 말은 못 하겠네.”
“하.”
숨을 참았지만 한숨은 거친 소리를 내며 비집고 나왔다. 그 틈에 담긴 것은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복잡한 것들 투성이였다.
“내가 더 알아야 하는 건 없어요? 전부 말해줘요. 숨기지 말고.”
“희완아.”
“선배가 나를 평생 알아왔으니, 나는 그 평생을 알아야겠어요. 이제 바보 같이 내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의심만 할 때는 지났다고요.”
한숨보다 더 깊은 곳에서 튀어 나오려는 걸 참느라 배에 힘이 들어갔다. 덜 아문 상처가 신경을 찔러왔다. 선배의 눈은 여전히 까맣다. 까만 눈에 잿빛 머리.
“……그날. 나도 10층에 다녀오던 길이었어.”
“나랑 마주쳤던 날이요?”
“그래. 확인할 게 있어서 갔다가. 내려오고 나서 널 본 거야.”
“뭘…… 확인하려 했는데요?”
선배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같이, 확인해볼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까만 밤하늘에 내려앉은 한 줌의 재. 이제 나는 그 밤에서 뭐든 읽어내야 했다.
선배는 입술을 축이며 설명했다. 교장선생님께도 보고하지 않은 가설이랬다. 볼드모트 뷔가 나를 실수로 살린 게 아니라면 분명 뜻이 있을 터였고, 그와 나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다니던 중 발견한 것은 그 측근의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장이었다.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그에게 유일하게 호의적인 인물.
“일기장을 토대로 꿈을 꾼다고 했지.”
“일기장에 없던 부분들까지요.”
그리고 자꾸 T와 비슷한 사람을 본다고. 나는 말 할 수 없었다.
“내가 일기장을 들고 있을 땐 안 그랬어.”
“그럼 그건 꼭. 저한테만 일어난 일인 거네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선배는 자물쇠에 손을 올리면서도 멈칫거렸다.
“정확한 가설이 아니라 괜히 너한테 상처만 줄 것 같아서.”
“선배가 주는 게 아니에요. ……굳이 주고 있다면 이 모든 것의 시초에 있는 그 사람이 주는 거겠죠.”
나는 선배 손 위에 내 손을 겹쳤다. 조용히 열린 10층 도서관은 늘 그랬듯 먼지가 날렸고 낡은 바닥재가 삐걱거렸다. 선배는 천천히 졸업앨범 쪽으로 갔다. 그 언젠가 내가 시선을 두었던 곳.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 본 거야.”
613회 졸업앨범.
“‘그’의 졸업앨범이요.”
선배는 앨범을 뽑아든 손길만큼이나 천천히 첫 장을 펼쳤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바랜 사진들이 쩍쩍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 안에 박혀 있는 눈동자들이 꼭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가 트리위저드 게임에 참가했을 때, 호그와트 학생이 아쿠룹스에 의해 죽었어.”
“…….”
“그 학생은 졸업 칸엔 사진이 남지 않았지만, 일전에 찍어둔 단체사진에는 남아 있었고.”
그리고 마침내, 나는 거기서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건……나잖아요.”
닮았다기에는 너무나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정확히는……”
“전생의 내가 되겠네요.”
나는 펜시브에서 봤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이 사람은…… 누군데요?”
“아, 너는 처음 보겠구나.”
“이 사람이…… 김태형이에요?”
나는 페이지를 넘겨 졸업 사진을 보았다. 앳된 증명사진 중에서는 애써 의심의 싹을 잘라냈던 그 얼굴이 있었고, 아래에 적힌 이름은 김태형이었다.
“이 사람이 정말…… 볼드모트 뷔예요?”
나는 입에 담아선 안 되는 말인 것도 잊고 나는 물었다. 이제야 모든 퍼즐이 끼워 맞춰졌다. 왜 T가 나를 로운이라 불렀는지, 왜 일기장의 주인을 잘 안다고 했는지, 왜 내가 일기장을 토대로 꿈을 꾸었는지, 일기장을 받기 전에도, 자꾸만, 저릿한, 꿈을.
“나. 이 여자 이름 뭔지 알 것 같아요.”
“로운. 맞지?”
로운. 내가 꾸는 모든 꿈들을 일생으로 살았던 사람. 일기장의 주인. 김태형의, T의, 그러니까, 나는, 볼드모트의……
(발신 보고서)
1. 일기장에서 볼드모트 뷔에게 호의적인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그 측근의 것으로 예상되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2. 일기장의 뒷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주인 확인이 어려우나, 아쿠룹스에 의해 죽은 학생과 그 아쿠룹스를 그가 죽였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3. 일기장의 주인이 그 학생으로 추정돼 일기장 주인의 물건 위주로 호크룩스 탐사 예정입니다.
(미발신 보고서)
4. 후플푸프 2학년 정호석이 볼드모트로 추정되는 자와 밤마다 본관 10층에서 만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수사 부탁드립니다.
5. 볼드모트와 김희완이의 연관성을 연구하던 중, 613회 졸업앨범에서 김희완과 닮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펜시브에서 본 환생 관련 질문과 연관 지을 수 있으며……(중략)……환생을 염두 해 진위여부 판단을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뭔가 짧은 느낌이네요.. 다음 전개를 위한 도약 느낌.. 이해 안 가는 부분 있으면 얼마든지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김태형 생일 축하해!!!!!!!!!!!!!!!!!!!!!!!!!!!!!!!!!!!!!!!!!!!!!!!!!!!!!!!!!!!!!!!!!!!!!!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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