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로서의 하루
허구입니다. 100%는 아닐지도…
W.순백
지코 (우지호)
가수, 음악PD
출생 1992년 9월 14일 (서울특별시)
신체 182cm, 65kg
소속그룹 블락비
소속사 세븐시즌스
가족 형_우태운
학력 동아방송예술대학 연극과
사이트 공식사이트, 트위터
기상 시간 다섯 시 반. 아침에 눈을 깨서 가장 먼저 하는 일, 간단한 스트레칭 및 세면. 눈이 좀 뜨이기 시작하면 작업대 책상에 앉아 손에 쥐는 펜. 어제 작업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졸음에 멈춰졌던 곡 작업을 다시 시작. 책상 언저리에 굴러다니는 구겨져 뭉친 종잇장들과 너무 많이 지우고 쓰기를 반복해 가루가 일어난 가사가 꼬질꼬질한 글씨로 쓰인 종이. 책상 위에 넘쳐나는 지우개 가루와 흑연의 잔해들. 한껏 하품을 하고 글을 적고 눈을 비비고 도 글을 쓰고의 반복. 고작 네시간 간당하게 수면에 취해있던 지라 더욱 심하게 몰려오는 아침 잠은 새 앨범에 대한 걱정에 밀려 한 구석으로 묵혀둔다. 코 중간까지 내려온 다크써클과의 사투. 사 일 가량 감지 못한 떡진 머리에서 나는 거지코 시절보다 심한 악취.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앨범을 구성하고, 만들고, 검토하고, 고치고, 새로 시작하고, 재구성하고, 다시 만들고.
네다섯 시간을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드문드문 멤버들이 작업실을 방문한다. 경은 미리 알려줬던 비밀번호를 직접 쳐서 들어와선 우지호를 타박한다. 니 새O는 밥 몇 끼 걸렀냐. 얼굴 새하얗게 질렸어. 한 끼라도 제대로 먹고 해. 그에 우지호는 대꾸도 않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해야 더 나은 앨범이 완성되고, 그게 곧 블락비의 미래이고, 제 몫이다. 앨범 발표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밥이 넘어갈 리가 있나. 힘줄이 드러나도록 펜을 꾹 쥐곤 경의 나무람을 무시하지만 경은 끈질겼다. 포기한 듯 나가나 싶더니 가져온 죽 한 그릇. 이거면 씹지 않아도 잘 넘어가니까 시간 줄일 수 있어. 이거라도 먹어. 우지호는 단호하다. 죽 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손을 뻗어 먹다 남은 초콜렛을 집어들어 우적우적 씹는다. 죽조차 거부한다는 제 의사를 암묵적으로 경에게 전하듯.
몇몇 군것질로 대강 때운 아침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시작되는 운동 시간.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을 음악에 대한 작업이 중요한 만큼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을 외모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러닝머신을 높은 속도로 미친듯이 달리고, 끝나자마자 쉬는 시간도 없이 윗몸 일으키기 시작. 먹지도 못하고 태울 열량도 없어 힘든 몸은 지시에 따라주지 못한다. 적정량을 채우지 못한 윗몸 일으키기를 윗사람들은 절대 봐주지 않는다. 윗몸 일으키기조차 하지 못할 만큼 지칠대로 지친 몸은 또다시 지시에 따라 팔굽혀펴기를 한다.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려도 억지로 끝을 내야만 운동은 끝난다. 고생한 블락비에게 주어진 보상은 구운 계란 두 개와 사과 한 개. 너희 점심이야. 더 먹으면 다 살로 간다. 그럼 다시 운동해야 돼. 날카롭게 귀로 꽂히는 말은 잔인하기만 하다.
힘들고 지쳐도 남은 작업은 산더미. 또다시 펜을 잡아보지만 온갖 시련에 지치고 피곤한 신체는 따라주지 않는다. 잠시 침대로 기어가 눈을 붙인다.
삼십 분이 채 됐을까 싶은 짧은 시간만에 우지호는 눈을 번쩍 뜬다. 앨범 작업에 대한 압박감과 부담감은 졸려 쓰러지는 것보다 더 두렵다. 내가 부지런해야, 내가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해야,
블락비가, …….
우지호는 원체 고민을 털어놓지 않고 꼭꼭 숨겨두는 타입이다. 곪고 곪아 도저히 숨기지 못할 정도로 아파져야만 조금이라도 티가 난다. 숙소는 하나지만 작업을 한다며 작업실로 훌쩍 떠나버린 우지호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멤버들은 잘 알지 못한다. 우지호는 심각하게 바보같은 성격의 소유자이다. 머리는 좋으면서 저 자신에 대한 점엔 영리하지 못하다.
부족한 수면은 집중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담감이 비교치 못할 정도로 더 컸으므로. 그러나 뇌는 굴러가려면 탄수화물이 필요했다. 며칠 째 군것질과 몇몇 야채로 버티고 있는 우지호가 아이디어를 내기란 절대 쉽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피로와 피곤함과 부담감에 우지호는 제정신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웠다. 그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작업은 우지호를 더욱 스트레스 더미에 눌러앉게 했다. 입술을 곱씹고 머리채를 쥐어당겨도 잘 나오지 않는 번뜩이는 가사. 죽을 맛의 우지호는 몇 시간을 끙끙 앓았다.
책상 앞에 눌러앉은 우지호를 저녁 즈음 찾아온 멤버는 김유권이었다. 우지호. 먹을 것 사왔어. 좀 먹어. 두고 나가서 연습해. 유권은 지호의 부족한 열량을 채워줄 음식을 사왔지만 우지호가 그 날에 이들을 먹을 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전에도 종종 음식을 사다 주었지만 며칠 째 토씨하나 바뀌지 않은 모습으로 저를 맞이하는 제 음식들을 이미 몇 번 보았으므로. 그래도 김유권은 꿋꿋히 무언가를 사들고 왔다. 상당 기간이 지나면 우지호는 적어도 이를 먹기는 했으니까. 꼭 먹어야 돼, 우지호. 또 실려가면 어쩌려 그래. 그럼에도 유권은 지호에 대한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렇게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도 우지호는 나날이 말라갔으니. 심지어 며칠 전엔 쓰러져 병원에 입원도 했다. 원래도 커다란 키에 비해 지나치게 호리호리한 몸이었는데 작업을 한답시고 작업실에 틀어박혀선 밥을 먹기는 하는 건지 요즘은 더욱 말라 마치 뼈에 가죽만 붙어있는 것마냥 가냘파진 우지호가 안쓰러웠다. 유권은 걱정어린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우지호는 오이를 입에 물었다. 박경을 닮았다는 딱히 유쾌하진 않은 농을 생각하며. 며칠을 쉬지 않고 작업하여 드디어 완성된 한 곡이 우지호는 피로를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뿌듯했다. 물론 다크써클은 점점 짙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에 넣을 곡도 이제 거의 완성했지만 아직 타이틀 곡도 정하지 못했고 수많은 시간의 안무 연습과 곡 연습, 녹음 작업이 남아 있었다. 한 달 반이 채 남지 못한 컴백 날짜를 손가락으로 세어보며 우지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작업의 길은 아직도 멀고 험난했다.
이른 밤이 되면 또다시 운동 시간. 밤공기가 몸에 좋다며 땀복을 입고 뛰게 시켰다. 먹는 게 없는데 근육으로 갈 수가 있나. 다른 멤버들에 비해 지나치게 뒤처지는 우지호를 걱정하는 것은 같은 멤버들밖에 없다. 가끔 뒤쳐지는 지호를 기다려 같이 달리기도 하지만 금새 격차는 벌어지고 만다. 피곤함을 얼굴 가득 담고 비실비실 달리는 우지호에게 윗사람들이 전해주는 것은 고구마 반 개. 이거 먹고 다시 달려. 세뇌시키는 목소리에 이를 악물고 다리를 움직였다.
귀를 닫고, 눈을 닫았다.
휘말리지 말자. 선동되지 말자.
내가 지금 잠에 들면 다른 가수들은 우리를 이기려 바득바득 이를 갈며 연습하고 연구할 거야.
꿈조차도 우지호는 타인들의 기대감에 억눌린 악몽을 꿨다. 꿈에서의 우지호는 현실에서의 우지호와 같았다. 열심히 하고, 열심히 했고, 또 열심히 했다. 드디어 발표된 블락비의 앨범은 우지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쳤다. 대중들의 반응은 사납기 그지없었다. 이걸 노래라고 냈어? 노래가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독성도 없는데. 이번 앨범 망했네. 이 노래 이상해, 다른 거 틀자. 준비 기간이 짧았던 거 아니야? 조금만 더 잘 만들지. 사람들의 비수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제 몸을 파고들어 피를 냈다. 점점 더 많은 가시가 몸을 뒤덮었고, 피가 전부 빠져나갈 때 쯤, 우지호는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세 시.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났지만 다시 잘 생각은 없었다.
조금만 버티면 돼. 잠깐만 더 힘들면 돼.
블락비는, 내가,
우지호는 또다시 펜을 잡았다.
으 우지호가 너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