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60.
교장실에 모인 네 명은 꽤나 생소한 조합이었다. 임시완, 민윤기, 전정국, 그리고 나. 이름마저도 닮은꼴이 없는 우리가 한데 모인 이유는 지난 밤, 내가 마법부를 설득했단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왜 웃어요?”
“그냥, 대단하다 싶어서.”
선배는 전에 없던 웃음을 터뜨리며 찻잔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배도 내가 정말 마법부를 설득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터였다. 나마저도 반신반의했었으니까.
“먼저 모여 있었군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교장선생님이 들어오고, 선배는 웃음기를 풀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본격적인 트리위저드 게임의 판을 짜야 했다.
“우선 우리는 이곳에서 회의한 것을 토대로 마법부의 승인을 받을 겁니다. 희완 학생이 마법부를 설득한 것도 있지만, 그건 완전한 설득이 아니라 자극에 가까웠다는 걸 본인도 잘 알죠?”
“……네.”
“때문에 위험요소가 큰 경우에는 마법부에서 승인해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학생의 목숨을 담보로 게임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러니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시완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 중 이 계획에서 빠지고 싶은 사람은 지금 말하세요. 회의가 시작되고 각자 맡은 바가 생긴다면 더 이상 저도 학생이라는 신분을 적극 보호해가며 계획을 진행하지 못 할 수 있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게임. 이것은 지금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총 4회의 회의와 보바통이 미로를 열었을 때, 게임은 이미 시작돼 있었다.
그 누구도 그때의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 이 자리에서, 나는 잔상을 더듬으며 인상을 썼다. 기억이 끊기는 현상은 줄었지만 나도 모르게 전생의 기억을 내 기억으로 착각하고 말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것을 깨달은 건 박지민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봐 왔기에 내 변화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럴 때마다 절망했다. 내가 로운이었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는 것은 이 모든 것의 발단이 나라는 죄책감을 온정신을 다해 느끼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가끔은 알 수 없는 감정에 동화되곤 했다. 내가 마법부에서 했던 생각이 필히 그것의 일종이었다. 나는 이를 박지민에게 말 할 수 없었다. 홀로 그것을 곱씹고, 감정의 길을 거슬러 올라가 출처를 찾았다. 그것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수많은 사실들 중 하나.
“……아무도 없나보군요.”
내가 그의 호크룩스이기 때문에 ‘그’의 감정을 느끼는 것.
“그럼, ‘이번 트리위저드 게임에서 어떻게 그를 잡을 것인가’ 하는 안건으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점점 그에게 동화되어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트리위저드 게임까지 남은 시간은 2주. 그동안 우리는 회의에 회의를 거쳐 학교와 마법부에 계획안을 넘겼다. 그 사이 많은 계획이 파기되고 수정되었으며, 승인이 취소되기도 했다가 취소된 계획이 다시 승인되기도 했다. 밥 먹고 하는 일이 공부가 아니라는 것에 낯설어 할 시간조차 없었다. 교장실에서 자리를 옮겨 따로 회의실이 생겼고, 온 벽에 자료들을 덕지덕지 붙여놓고 이리저리 수정된 글자들 사이를 넘나들었다. 그리고 세부내용이 어쨌거나 확정된 뼈대는 둘이었다.
‘불의 잔이 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마지막 게임까지 살아남는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그가 테라스에 찾아온다면 나는 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다. 찾아오지 않더라도 괜찮았다. 정호석 선배가 그에게 전해줄 테니까. 그렇다면 그는 반드시 마지막 게임, 미로에 등장할 것이다. 로운이 죽었던 게임에 내가 참가하는데 안 올 리가 없다. 그리고 그가 등장하면 포트키로 그를 유인해 아즈카반에 데려간다. 따라서 지금부터 나는 그에게 호크룩스에 대한 정보를 빼내야 하고, 마법부에서는 호크룩스 파괴에 박차를 가헤야 한다. 그래야 아즈카반에서 그가 탈출하는 한이 있더라도 영원히 죽음으로 메어놓을 수 있으니까. 이것이 플랜A다. 플랜B, C, D, 그리고 E까지 무궁무진했지만 나는 모두 시행되지 못 할 것을 알았다.
마지막 호크룩스가 뭔지 나는 아니까.
내가 그에게서 나머지 호크룩스가 무엇인지 모두 알아내고 마법부에서 그것을 모두 파괴한다 하더라도 그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 이곳에서 짠 모든 플랜은 결국 마지막을 향한 도약일 뿐이었다. 나는 홀로 다수의 플랜을 짜야 했다.
죄책감은 두려움을 좀먹었고 두려움은 나를 잠식했다. 또한 그 두려움의 종류는 다양했다. 비밀리에 진행되는 회의로 바쁜 와중에 예림이를 만나면서도 이는 계속됐다. 전정국이 모든 걸 뱉어낼 수 있는 상대로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했던 것처럼 예림이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봐. 그럼에도 이걸 모두 말했을 때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상상도 못 하겠어서. 예림이가 내게 보여준 진심이 어떤 건지 알면서도 그 결이 다르단 이유로 고민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했다. 어쩌면 욕심이었다.
“트리위저드 게임이 열린대.”
“아, 들었어.”
이런 걸 모른 척해야 하지만.
“혹시 너 나갈 거야? 이번에 전 학년 대상으로 바뀌었다던데.”
“나는 안 나가려고. 아마 1학년들은 나가는 사람 거의 없지 않을까. 너는? 고민 중?”
“으응.”
모든 걸 말하지 못하지만.
“웬만하면 나가지 마. 거기 이름 넣는 사람은 다들 날고 기는 실력에다 고학년이라서 상대하기 힘들 거야. 물론 네 실력도 견줄 만하긴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친구였으면 좋겠다는 욕심.
트리위저드 게임까지 1주. 눈을 떴음에도 감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알면서도 시간을 보려 하는 것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 또한 그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시간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알량한 안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12시 30분. 시곗바늘은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고, 초침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이곳이 꿈임을 알았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이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걸을 때마다 낡은 소리가 나고 그을린 벽에서 재가 묻어나오는 것이었는데 시간을 돌린 것처럼 멀쩡했다. 하지만 나는 이곳이 분명 전정국 집임을 알았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은 꼼짝도 않았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옷장 틈 사이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심장이 저 끝까지 내려갔고 곧 일정한 박자로 뛰었다. 이 진동이 누구의 것인지 가늠할 수는 없었다. 이어 내 입이 마음대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아아, 나도 딱 너 만한 호크룩스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야.”
오늘이 그 애의 열네 번째 생일이란다.
“로운의 이름으로, 오늘은 네게 자비를 베풀어주지.”
그리고 연기처럼 사라진 시야에 나는 눈을 감았음에도 뜬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실감각이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쁜 숨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시계를 볼 생각도 못 했다. 내게는 한없이 다정했던 눈이 네게는 공포와 같았겠구나.
나는 예림이뿐만 아니라 전정국에게 갖는 마음까지도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트리위저드 게임까지 이틀. 이제는 마지막이 될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민윤기 선배는 나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그 방과 비슷하다 했다. 어디를 찾아도 없던 나를 머글세계에서 발견한 건 그의 어머니였고, 그 이유를 찾고 있는 건 선배였다. 나는 플랜A가 적힌 종이를 집었다. 날린 글씨체가 꼭 잿빛 머리칼을 떠올리게 해 웃음이 나왔다. 종이를 한 데 모으고, 날리지 않도록 위에 필기구를 올려놓았다. 곧 있으면 트리위저드 게임을 위해 두 학교가 호그와트에 올 것이다. 어떤 플랜이 실행될지 아무도 몰랐고, 이런 플랜이 진행되고 있음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또한.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조차도.
호크룩스는 총 네 개가 파괴됐다. 남은 건 그의 지팡이와, 알려지지 않은 마지막 호크룩스 하나였다. 항상 마지막 호크룩스를 찾지 못 해 그가 돌아왔다 했으니, 마법부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을 것이다. 그의 지팡이를 찾을 때까지, 마지막 호크룩스가 나라는 게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는 지팡이를 두 개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내 것과 같다 했으니 나머지 하나가 호크룩스일 터였다. 한 가지 문제는 아직까지 뷔를 만나지 못 한 것이었다.
“무섭지 않아?”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자 언제 들어온 건지 회장이 서 있었다.
“그를 상대해야 하는 거 말이야.”
“‘그’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았으니까, 그때 감정으로 보면 돼요.”
그때의 난 오히려 그에게 애틋함과 왠지 모를 반가움까지 서려 있었으니.
“민윤기가 호크룩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건 나도 안 지 얼마 안 됐어.”
“…….”
“걜 뒤에서 도와주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뭘 도와주는지는 몰랐지.”
회장은 내가 모아놓은 종이 앞에 의자를 빼 앉았다. 필기구를 내리고 플랜들이 적힌 종이를 한 장씩 훑는 모습이 어쩐지 처연해보였다.
“그게 너와 관련돼 있고, 민윤기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필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숙명 같은 거. 그래서 나는 부모님의 짐을 스스로 지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이번 일로 아닌 걸 알았어.”
몇몇은 너무 많이 수정해 너덜너덜해졌고 몇몇은 정자로 적힌 새 종이였으며 몇몇은 각기 다른 글씨체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놓은 종이들이 또다시 한 데 차곡차곡 쌓였다. 일정한 속도로 종이를 옮기는 손이 희었다.
“걔가 일하는 걸 직접 보고서야 걔가 한 말을 이해한 거야.”
“…….”
“이 일에 진심이더라고. 부모님의 짐이나 숙명, 필연, 운명 등 어쩔 수 없는 어떤 단어들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 모든 것의 합은 결국 너야, 김희완.”
나는 회장이 나를 데리러 왔던 날을 떠올렸다. 비가 몰아치던 밤. 폭풍이 올 거라며 결정을 재촉하던 목소리. 지팡이를 휘두르던 손길과 거침없던 운전까지. 이제 조금은 아득해져 버린 기억들이 종이에 수놓아졌다.
“직접적으로 가담하지도 않는 내가 이런 말 하면 조금 웃기려나.”
“무슨 말을 하시려고요.”
“민윤기 만큼이나 너도 이 일에 진심이면 어쩌나 생각이 든다, 나는.”
“네?”
“모든 일에 네가 중심이잖아. 내가 너였으면 좀, 힘들었을 것 같아서.”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내 말에 회장은 픽 웃더니 종이에서 손을 떼고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시냇물 같이 흐르는 목소리와는 달리 꽤나 강단 있는 눈빛에 나도 모르게 허리에 힘을 주고 섰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좀 두서없긴 했지만. 내가 하려던 말은 이거야.”
“…….”
“무서워해도 된다고. 망설이고 주춤대다 일을 그르치는 한이 있어도 네 감정에 솔직해져.”
이어 회장은 일어나더니 한 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바스라지지만 말아라.”
꼭 누군가는 바스라졌단 것처럼.
트리위저드 게임까지 하루. 내일이면 개막식이 열리고 플랜이 시작될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감감무소식이던 마법부에서는 뷔와의 접촉이 있었는지 물어왔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정호석 선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것은 플랜에는 없는 나만의 계획이었다. 내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선배를 불러낼 수 있으니. 정보를 흘린다면 어떻게 해서든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네.”
마법부의 최종 승인을 받은 플랜을 훑은 뒤 회의실을 정리하고 오던 길. 테라스 커튼 너머로 비치는 인영에 나는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문은 방주인이 왔다는 것을 알리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천천히 테라스로 다가가 커튼을 걷어냈다. 달빛에 비친 머리칼은 언제나 그랬듯 붉은 색이었으나 전보다 옅어진 채였다.
“매번 오랜만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내가 벤치에 앉자 그는 난간에 앉았던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내 맞은편에 앉는 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달빛 때문이라기엔 머리색이 확연히 달라졌다. 호크룩스 마법을 쓴 자는 그 대가로 신체의 일부가 변형된다. 뷔는 아마 그것이 머리칼이었던 듯싶다. 졸업앨범에서 본 머리색은 분명 진한 갈색에 가까웠으니까. 벌써 네 개째 호크룩스가 파괴되었으니 색이 옅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또 내게는 당연하지 않은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근데 또 아닌 것 같아.”
호크룩스가 파괴되면서 같이 파괴된 영혼은. 아프지 않았을까.
“가끔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별로 안 오랜만인 것 같아. 생각을 하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이거든요. 창가에서 책을 읽는다든지, 분수대 주위를 거닌다든지, 호수를 헤치며 약초를 찾는다든지……”
아무리 여러 개라지만 결국 하나를 조각낸 것인데, 온전치 않은 영혼으로 살아가면서 고통스럽지는 않았을까.
“……수풀이 가득한 곳에서 뭔가를 외친다든지.”
“…….”
그런 당연하지 않은 감정들에 나는 또 다시 죄책감으로 물들었다. 지금을 살고 있는 건 난데 자꾸만 옛날이 떠오르면서 혼란스러워진다. 이게 다 호크룩스 마법 때문이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돌아오는 것은 따뜻했던 옛 기억들이었다.
“곧 트리위저드 게임이 열려요.”
“트리위저드 게임?”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지금껏 닫았던 입을 열었다.
“꼭 체육대회 하는 느낌이라 좀 기대 돼요.”
“이름을 넣을 건가?”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넣지 마.”
“왜요?”
“위험하니까.”
“하지만 T도 위험을 무릅 쓰고 저를 찾아오잖아요.”
“그거랑은 달라.”
“뭐가요? 뭐가 다른지 설명해줘요. 항상 말하다 말잖아요. 나도 제대로 알고 싶은데.”
“…….”
“그럼 제가 본 것들은 당신의 기억이 맞아요?”
나는 대답 않는 그에 다른 선택지를 끌어왔다. 조금 전 내가 늘어놓았던 기억 이야기였다.
“응.”
“왜 그런 거예요?”
“…….”
“내가 왜 이름을 넣으면 안 되는지, 내가 왜 당신의 기억을 보는지, 둘 중 하나는 말해줘요.”
“로운.”
“그럼 나를 왜 로운으로 부르는지는요?”
“…….”
“선택지가 세 개로 불었는데도 말 안 해줄 건가 보네.”
“호크룩스라서.”
“……제가요?”
“네 옆에 항상 붙어 있는 거.”
나는 잠시 말을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박지민.”
“……뭐라고요?”
나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예상외의 것이었다. 호크룩스가, 알려지지 않은 호크룩스가 나 말고 하나 더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호크룩스가 박지민이라고? 박지민에게 물어보면 뻔히 나오는 사실을 그가 거짓말 할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들은 내가 반문할 여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 검이 내 호크룩스라서, 네가 내 기억을 보는 거야. 그 영향을 받아서.”
“지금 그 말, 사실이에요?”
“희완아.”
그는 천천히 내게로 손을 뻗었다. 참으로 부드러운 손길이었고, 또 조심스러운 손짓이었다. 그 느낌이 너무 생경해서 그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똑바로 불렀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 할 뻔했다.
“난 너한테 거짓말 못 해.”
눈물이 흐르는 족족 그의 손을 거쳐 갔다.
“울지 마.”
“…….”
“네가 울면 슬퍼하는 영혼들이 많아.”
“이름 넣을 거예요.”
“…….”
“나, 나 이름 넣을 거예요. 넣을 거야. 몇 장이고 적어서 넣을 거니까 두고 봐요.”
“로운.”
무릎 위에 주먹 쥔 손이 떨고 있었다. 그것은 처음 전정국을 보았을 때의 것과 같았다. 너도, 너도 이런 두려움에 떨었던 거니.
“나 로운 아니야. 왜 자꾸 로운이라고 부르는 건데.”
끝내 나는 손을 뿌리치고 소리쳤다.
“내가 적어서 넣을 이름은! 로운이 아니라! 김희완이라고!”
옅은 붉은 색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고, 악을 쓰는 내 목소리가 테라스로부터 멀리 퍼졌다. 결국 회장의 부탁이 무색하게, 나는 바스라지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멀리 퍼지면서.
안녕하세요 육일삼입니다. 여주에게 거짓말 못 하는 사람이 여럿 있네요. 잘 보시면 태형이가 여주의 말에 부정하지 않아요. 자기가 호크룩스냐는 말에 박지민이 호크룩스라고만 하죠. 혹시나 기억 못 하시는 분들 계실까 봐 덧붙이자면 태형이는 지민이를 성당에서 호크룩스로 만들었습니다. 주인으로 받으라는 말을 거역해서요! 실은 여주의 것이 된 지민이를 약간은 질투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ㅋ ㅋ ㅋ
이번 화에서는 여주의 감정선을 주로 다뤄봤어요. 바스라지지만 말라 했지만 실은 바스라지고 있었음을 표현하고 싶었네요. 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 당했는데 절대적인 존재 같았던 지민이마저 그의 호크룩스가 되었음을 들었고, 여주가 처음으로 태형이의 손을 뿌리칩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태형이도 여주가 뭔가를 알고 있음을 확신하게 될 거예요.
초반에 여주가 뷔에게 동화되어 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악으로 물든다는 뜻이 아니라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이해하게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게 여주에게 감정적으로 혼란을 가중하게 되죠. 이 모든 걸 담으려 하니 스스로 벅차기도 하지만.. 완결까지 열심히 달려보려 합니다ㅠ_ㅠ 벌써 2월도 반이 지나가고 있네요! 환절기가 다가오니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٩(๑•̀o•́๑)و
암호닉 |
다람이덕 김석진잘생김 자몽해 몽9 우주 낑깡 빙구 잠만보 파냥 감귤 뮵 민덩방아 뇸 하루 방람둥이 어덕맹덕 미드나잇 뽀이뽀이 오징어만듀 말랑 노츄껌뜌 5959 뽐슈 샛별0309 푸른하늘 스리 반투명 더 퀸 썬코 둘셋 레브 랄라 쑤기쑤기 녹차나무 두두 파인애플맛젤리 밍늉깅 태탄 지니예 세라 이안_ 포롱이 베이컨 노랑 연꽃 일곱다이아 진이 이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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