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지화자
오빠에게 명함을 받고 별 생각 없이 지냈던 것 같아. 중요한 프로젝트 때문에 이것 저것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았고 그만큼 야근 하는 날도 많아졌거든.. 매일 아침 잠에 허덕이다 출근하기 바빴고 야근이 끝나면 집에 와서 뻗기 바빴지. 카페를 들릴 여유가 없었어. 그러다 찾아 온 금요일 오랜만에 회식을 하자며 과장님이 우리 모두를 끌고 갔어. 미친... 집 가서 쉬고 싶은데. 맞은편에 앉은 입사동기 김남준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우리 둘의 눈동자는 미친듯이 흔들렸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내 체념.. 우리 같은 말단이 거부할 권리 따윈 없었기에^^!
회식자리, 자극적인 냄새와 소리를 가지고 뜨겁게 익어가는 삼겹살과 함께 내 얼굴도 뜨겁게 익어갔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엄청 쌓였었나봐. 분명 귀찮던 회식자리였는데 막상 착석하고 나니 술이 미친듯이 들어갔거든..
"야, 너 괜찮냐?"
"남준아. 마셔마셔!!!"
"너 많이 취했어. 지금."
어짜피 내일 주말이잖아-! 술이 만땅으로 취해 부리는 추태에 남준이는 난감해했어. 내가 술 엎지르면 닦아주고 마신 술이 써서 인상을 찌푸리면 물잔을 건네주고.. 남준인 입사때부터 나를 참 알뜰히 챙겼었거든. 동갑인데 여동생같대. 아, 오해하진 마. 남준이랑 나는 정말로 친한 직장동료이자 친구일뿐이니까.
회식자리가 슬슬 파토 나는 분위기였고 나는 내 몸 가누기가 조금 버거운 상태였어. 신발을 신고 휘청휘청 걸어 나가는데 남준이가 기겁을 하며 따라 붙어서 부축해줬지. 정신나갔냐고 진짜 자기 동생이 밖에서 이러고 있었으면 바로 등짝 날아가는 각일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인 혀로 괜찮다고 갈 수 있다고 그렇게 떼를 썼는데 남준이는 기어코 집까지 데려다 주겠대. 그래야 자기 마음이 편하겠다며. 얼른 집 가고 싶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어.
택시를 타고 가던 중 동네 근처에 다다랐을때 속이 갑자기 엄청 안좋은거야. 토할 것 같고. 남준아,남준아, 나 올라올 것 같아. 죽어가듯 남준이를 부여잡고 말했더니 황급히 택시를 세우고 내렸어. 토하고 싶어? 토할래? 남준이가 등을 두드려 주며 물었지만 고개를 저었어. 찬 바람 쐐며 걸어가면 좀 나아질 것 같았거든. 여전히 조금 휘청이는 나를 붙잡고 남준이는 내 발걸음에 맞춰 걸어줬어. 술 깨면 밥부터 사라는 투덜거림은 덤^^. 시원한 바람 맞으니까 정신이 돌아 오는 것 같으면서 머리가 핵 아픈거야.
"야..남준아.."
"왜,또 뭐야."
"나 시원한거 마시고 싶어..."
후....분노의 한숨을 쉰 남준이는 잠깐 나를 어느 가게 앞 벤치에 앉혀두더니 기다리라며 사라졌어. 여기 어디지.. 오락가락하는 정신탓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 온 남준이가 내 볼에 차가운 무언가를 가져다 댔어. 뭐야.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 바라봤더니 카페 다녀 온 모양이더라구.
"너 바나나주스 좋아하잖아. 술마셨는데 커피는 좀 그렇고 이걸로 샀어. 괜찮지?"
역시 남준이는 나를 너무 잘 알아. 주스 한 잔에 기분이 업 된 나는 벌떡 일어나 고맙다고 남준이를 껴안고 오구오구 해줬어. 물론 남준이는 질색하며 떨어져나갔지. 손에 쥐어진 주스를 마시는데 순간 생각나는거야. 그 카페 사장님이 해준 바나나주스도 맛있었는데 하면서. 그렇게 주스를 다 마셔갈 때 쯤 집에 드디어 도착 할 수 있었어. 남준인 집 앞까지 나를 데려다줬고 들어가는걸 보고나서야 택시를 타고 갔지. 얘들아, 나 말하고 보니까 진짜.. 내가 남준이였으면 나 한대 팼을 듯 ㅎㅎ......ㅎㅋㅎㅋㅎㅋㅎㅎㅎㅎ 남준아 미안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에 오자마자 반 정신 나간 상태로 씻고 뻗었어.주말이니 엄청 늘어지게 잠만 자다가 몰려오는 숙취와 함께 오후 느즈막히 잠에서 깼지. 시계를 확인하고는 해장을 위해 오랜만에 장이라도 좀 봐야겠다 싶어 후줄근하게 차려입고 나오던 길이었어.
"어? 누나!"
정국이었어. 맞다, 이 친구도 여기 살지....하필 이렇게 추한 모습을 보이다니^^........후드를 푹 뒤집어 쓴 나를 용케도 알아 본 정국이가 무척이나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어. 어어-안녕...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 나는 빨리 지나치려 했거든. 몰골이 창피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마트를 향하는 길이 정국이가 가는 방향과 같았어. 의도치 않은 동행을 하게 됐지.
"놀러가?"
"네! 저 데이트요!"
오랜만의 데이트라며 들뜬 정국이는 카페에서 입던 셔츠와 앞치마 차림과는 다르게 캐쥬얼한 복장이었어. 짜식 역시 젊음이 좋구나. 훈훈하게 차려입은 정국이 모습에 내가 다 뿌듯하고 막 그러더라.. 예전부터 느낀건데 정국이 참 잘생겼거든..ㅎㅎ;;;;
"근데, 누나 어디 아파요?"
"응? 아니, 왜?"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요.다크써클 곧 바닥에 끌고 다닐 것 같은데."
정국아 그건 내가 쌩얼이라서 그런게 아닐까..차마 하려던 말을 하지 못하고 머쓱하게 웃어보였어. 요즘 일이 바쁘고 야근도 바쁘다고. 내 말에 정국인 아-하고 고개를 끄덕였어.
"그래서 그간 못 오셨던 거구나."
"응?"
"아뇨아뇨, 누나 근데 남자친구 있어요?"
"아니? 남자친구 없는데?"
"이상하다..."
"왜?"
"아뇨, 우리 사장님이..아니다. 누나 저 그럼 이쪽으로 가볼게요! 조만간 카페 놀러와요!"
응,잘가- 정국이는 뒷말을 마저 맺지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틀어 사라졌어.고개를 갸웃 거리던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장을 봤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양 손 가득 장을 봐 온 나는 도착하자마자 콩나물 국을 끓였고 풀린 속과 함께 배를 두드리다 후식으로 시원한 커피 한잔 땡기면 딱인데 생각하던 중 카페 사장님이 떠올랐지. 오랜만에 들러볼까. 식탁에서 어기적 일어나 씻고 가볍게 피부화장을 끝낸 다음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왔어.카페가는데 화장을 왜 하냐고? 잘생긴 사장님이 내 민낯보고 놀랄까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서오!세요...?"
이 남자는 왜 내가 오기만 하면 저렇게 놀라는건지. 휴대폰을 바라보며 멍 때리던 사장님은 내가 들어서니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어. 격한 그의 반응에 내가 머쓱하게 웃자 사장님도 뻘줌해졌는지 뒷 머리를 긁적이더라.
"오랜만이네요."
"네.뭐..그간 일이 좀 많이 바빴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내 주문에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뒤를 돌아 커피를 내렸어. 볼때마다 느끼는건데 뒷태...끝장난다..정말..... 남 몰래 훔쳐보는 변태가 된 것 마냥 테이블에 앉아 사장님을 보는데 커피가 나왔어. 당연히 가지고 가려 자리에 일어서는데 사장님이 커피를 들고 테이블로 오는게 아니겠어? 어어 그러실 필요 없는데. 사장님은 웃으며 커피를 내어주고 맞은편에 앉았어.
"속은 괜찮아요?"
"네?"
"많이 취하신 것 같던데 어제."
"어떻게 아셨어요?"
"저기 벤치에 앉아 있었잖아요."
아아...벤치.. 내가 앉아 있던 가게 앞 벤치가 카페 앞 벤치였구나..내가 마셨던 바나나주스가 여기꺼였구나... 만땅 취한채로 땅만 보고 있었으니 알아 챌 턱이 있나. 나 어제 굉장히 추했을텐데.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의도치 않게 들켜버린 것 같아 창피함이 몰려왔어. 고개를 숙이고 민망함에 커피만 빨아들이는데 사장님이 나를 빤히 보는거야.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더니 숨 멎을 뻔. 그런 얼굴,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면 오예입니다... 눈을 마주쳤는데 사장님이 입술을 달싹이며 뭔가를 말하려다 말았어. 머뭇거리더라구. 의아함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눈을 땡그랗게 떴더니.
"어제..그 분은 남자친구?"
"뭐라구요?누구?"
"그 어제 바나나주스 사가셨던 남자분이요."
"아-김남준이요?"
김남준이 내 남자친구라고? 소름이 끼쳐 질색팔색을 하니 사뭇 진지하게 묻던 사장님의 표정이 풀어지는거야.남자친구 아니에요? 되물어 오는 그의 물음에 손 까지 흔들었지. 그런 끔찍한 소리 마세요. 남자친구 없어요 저. 환멸스런 내 표정과 단호한 말투 대체 어떤 포인트에서 터졌는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은 크게 소리까지 내며 웃었어.
"다행이다.탄소씨 남자친구 있는 줄 알았는데."
"끔찍한 소리 마세요. 김남준이랑 저랑? 하..그냥 입사동기에요.친구.근데.."
"네?"
"제 이름 어떻게 아셨어요?"
자연스레 내 이름을 부르던 사장님은 당황한 듯 보였어. 양 귀가 빨갛게 물들더니 우물쭈물 하는거야. 정국이 한테.. 수줍게 말하는 사장님 모습에 이번엔 내가 웃어버렸어. 덩치는 이따시만한데 하는 행동 가만히 보면 귀엽다니까. 어? 귀 빨개졌다. 나는 사장님을 놀리고 사장님은 웃어주고 그렇게 주고 받으며 꽤나 오래 수다를 떤 것 같아.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건데 공통된 관심사도 많았고 좋아하는 것도 비슷했어. 예를 들면 맛집 탐방 같은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간 중간 손님이 오셔서 사장님이 자리를 비운 잠깐을 제외하고 어색하다거나 지루하지 않았어.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해가 져 있더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지.
"가려구요?"
"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네요. 괜히 제가 방해한 것 같아서.."
"아니에요. 저도 즐거웠어요."
"저두요. 그럼 저 가 볼게요-"
등을 돌려 문을 열려던 나를 사장님이 부르는거야. 탄소씨-하고. 아무도 없는 카페에 퍼지는 내 이름이 묘했어. 목소리가 너무 좋았거든.
"나는 탄소씨가 더 자주 왔으면 좋겠는데.."
목을 긁적이며 말을 하던 사장님의 귀는 다시 붉어져있었어. 소리내어 웃은 나는 꼭 자주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서 집으로 왔어. 그때..음... 진짜 설렜던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까지 거의 방방 뛰다싶이 갔으니까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랄까. 이거 지금 썸 타는건가 싶다가도 사장님 같이 잘생기고 스윗한 남자가 그럴리 없다며 부정하다가도... 괜히 또 미친년처럼 웃다가.. 사장님이 건네 준 명함이 생각났어. 연락 한번 해볼까.. 그래 별 뜻 있는게 아니라 오늘 즐거웠다고 인사 차원에서 연락드리는 거다! 하며 지갑 한 켠 꽂힌 명함을 뽑았지.
[사장님!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ㅎㅎㅎ]
막상 문자를 보내놓고, 알지? 괜히 막 후회되기도 하고 몸이 근질근질한 느낌. 금방 올 줄 알았던 답장은 몇 십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어. 초조함에 혼자 오두방정 떨고 있는데 이런 상황과 다르게 경쾌한 문자 소리가 들리더라.
[나도 너무 즐거웠어요 탄소씨. 번호 저장할게요.]
미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문자 말투에서도 스윗함이 느껴지지 않니? 이것도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내가 너무 깜빡이 없이 연락하는 바람에 오빠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라 답장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정국이한테 어떡하냐 연락하고 난리 부리는 통에 답장이 늦어진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쩜 ㅠㅠㅠ 행동 하나하나가 이보다 더 귀여울수가...
그 뒤로 사장님이랑 나는 자연스레 연락을 주고 받았어. 꾸준히. 계속 되는 업무의 연장에 비록 카페는 자주 못 갔지만 우리 사이는 더 발전했어. 왜냐고? 카페가 아닌 사석에서 만나기 시작했거든! 내가 사장님 호칭에서 오빠라고 부르게 된건 사석에서의 두번째 만남이었던 것 같아. 아니다, 세번짼가? 아,오빠한테 물어보니까 두번째 맞대 ㅋㅋㅋㅋㅋㅋ...
아까도 말했듯 우린 좋아하는 취미가 참 닮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맛집 탐방이었어. 난 스트레스를 먹는걸로 풀고, 사장님은 즐거움을 먹는거에서 찾는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 그런데도 살은 왜 나만 찌는 기분이지.. 그 날 닭갈비가 땡겨서 먹으러 가쟀더니 사장님도 마침 땡긴다고 좋다는거야. 본인이 아는 맛집이 있다며 같이 갔지. 닭갈비 3인분에 소주 한병을 시켰어. 술 주문에 사장님은 조금 당황 한 듯 했지만 맛있는 음식에 술은 국룰이라며 애교아닌 애교를 좀 부렸거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장님은 웃으며 말했어. 대신 한병만 마시자고. 아마 내가 취한 모습을 봐서 그런가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곧 이모님이 닭갈비를 올려주셨고 뜨거운 석쇠 위에서 닭갈비는 아주 맛있게 익어갔어. 와..냄새 미쳤다.... 익어가는 닭갈비를 바라보는 내 눈빛이 엄청 전투적이었나봐. 사장님이 엄청 웃는거야. 지금 모습 사진 찍고 싶다면서. 놀리지 말라고 장난스레 화내니까 귀여워서 그런거랬어^^! 얘들아 미안해..ㅎ...하지만 진짜로 저렇게 말했었는걸...ㅎㅎ...;;;
사장님의 말대로 여긴 되게 맛집인가봐.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했어. 그만큼 나의 기대치도 높아졌지. 닭갈비를 한 번 더 손질하러 와주신 이모님은 잘라서 한 번 휘저어 주더니 이제 먹으면 된다셨어. 적당한 크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이건... 이건 소주다... 행복한 미소와 함께 소주 한잔을 그냥 바로 털어넣었지. 이 모습에 사장님은 한번 더 웃고.
"맛있어요?"
"네!완전!"
"다행이다."
"사장님도 한잔?"
"아,좋죠."
이내 사장님의 잔에는 내 잔에 든 것과 같은 소주가 채워졌고 쨘-!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둘은 고개를 꺾어 바로 마셨어. 쓰고 화한 향에 인상을 살짝 찌푸린 사장님의 얼굴은.. 어김없이 열일중 ^^ 인상을 써도 잘 생겼냐 싶어 보고있는데 너무 빤히 봤나봐 내가. 사장님이 당황하면서 묻는거야.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뇨, 사장님 너무 잘 생겼다 싶어서요."
푸흡- 물을 마시던 사장님이 작게 내뿜었어. 탄소씨 이런 말 되게 아무렇지 않게 하시네요. 부끄러워 하는 사장님의 말에 대답했지. 사실인걸 어떡해요.
닭갈비 한 입 소주 한 입 보이지 않는 규칙처럼 먹던 내 옆으로는 어느새 소주 두 병이 세워져있었어. 한병만 마시기로 했지만 안주가 맛있으니 술이 너무 잘 넘어가는걸 어떡해! 사장님은 걱정스레 쳐다봤지만 별 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어. 나는 슬슬 취기가 오르는 것 같은데 사장님은 멀쩡하더라구. 순하게 생겨서 주량은 또 쎈가봐.
"사장님 술 잘마셔요?"
"그냥저냥. 보통만큼 마셔요."
"보통마시는 사람치고는 안색 하나 안변하네. 대단한 사장님."
"근데 탄소씨."
"네?"
"언제까지 사장님이라고 부를거에요."
이제 사장님 말고 다르게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턱을 괸채 눈을 마주한 사장님의 발언에 너무 당황했었나봐. 딸꾹질이 순간 나오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빨갛게 달아오른 양볼을 하고 딸꾹질을 하고 있으니 그 모습이 얼마나 웃겼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장님이 찬 물을 한 컵 따라 내게 내밀었어. 그렇게 놀랄 일이냐면서.
"그럼 제가 뭐라고 불렀으면 좋겠어요?"
"음...."
"....."
"음...오빠?"
"네?"
"석진오빠~해봐요."
뭐에요 그게. 오빠라는 단어가 낯간지럽게 느껴져 고개를 숙였어. 그 모습에 사장님은 또 크게 웃더라.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닭갈비 집을 나섰어. 내가 볼멘 소리를 좀 했지. 왜냐면 이날도 사장님이 계산했거든. 내가 사려했는데. 맨날 얻어먹기만 하는 것 같다고 투덜대니까 본인이 사주고 싶어서 사주는거라고. 정 미안하면 카페나 자주 들러서 커피나 팔아달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튼 뼛속까지 장사꾼 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장님은 술도 마셨으니 집 앞까지 나를 데려다 주겠댔어. 물론 거절 안했지. 왜냐면 사장님이랑 더 있고 싶었거든 ^^
평소같으면 길게 느껴지는 귀가길이 왜이리 유독 짧게 느껴지는지.대화 얼마 안한 것 같은데 어느새 집 앞이더라...? 아쉬움이 아주 컸지만 애써 덤덤한척 했어.
"오늘 너무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아니에요.제가 더 즐거웠어요."
"그럼 저 들어갈게요."
"네.연락할게요."
입구 문을 열고 들어 서는 제스쳐를 취하자 사장님은 그제서야 뒤돌아섰어. 술도 마시고 취기가 좀 올라서였나, 사장님을 좀 놀리고 싶어가지고 고개만 내민채 소리내어 불렀지.
"오빠!"
"....?"
"석진오빠!"
"어..."
"잘가요-"
그 날 봤던 오빠의 표정 빨개진 귀 끝 아직도 가끔 기억날 정도로 잊을 수 없는 것 같아.
-주저리- |
2부작으로 끝내려던 석진이 상견례 버전을 3부작으로 끝내게 생겼네요 호호^^;;;;; 김석진..너란 남자... 저런 사람 카페에 진짜 있을것 같지만... 세상은 넓고 석진이는 한 사람이라는거.... 오늘도 모자란 글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