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남자의 시점(1)
W.지화자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었다. 예민한 상태였다고 할 수도 있겠다. 회사로 가는 차 안,같은 스케줄을 마친 호석이는 많이 지치고 피곤해보였다. 왠만하면 오늘 가서 쉬지 그러냐. 내 말에 호석이는 그냥 웃기만 할 뿐이었다. 선 잠이 든 호석이를 바라보다 창 밖을 바라봤는데 회사 앞에 왠 여자애가 하나 기웃거리고 있었다. 모자와 마스크를 푹 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맣던 그 아이는 음침해보였다.
"하,씨발."
차가 멈추자마자 문을 박차 열고 튀어나갔다. 사생.또 사생인가. 최근 정국이가 사생의 접근으로 얼굴에 생채기를 입었었다. 그 상처가 크던 작던 굉장히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한 그들에게 너그러운 태도를 하며 관용적으로 굴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기웃거리고 있는 그 아이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큰 옷을 입고 있어 몰랐는데 쥐고나니 너무 마른 그 어깨에 조금은 놀라 쥐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사생이냐 다그쳐 묻는 내 말에 어떠한 대답을 하지 못한 아이는 불안한 태도를 보이며 떨었다. 차에서 조금 늦게 내린 호석이도 다가왔다. 그때 바닥에 떨어진 그 애의 휴대폰이 울렸고 내 손을 쳐 낸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통화내용을 들은 내 얼굴은 난감함으로 물들었다. 아.. 사생따위가 아니라 같은 회사 직원이었구나...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말을 먼저 건넸다.
"직원분이신가봐요?"
"몰랐네요.제가...사생인줄알고..죄송-"
그녀에게서 어떠한 대답도 없었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중나온 회사분이 보이자 고개만 꾸벅여 인사를 하고는 빠른걸음으로 사라졌다.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빴나.입 밖으로 바람 빠진 소리가 터졌다.
"형,뭐에요? 사생아니었어요?"
"한솥밥 먹는 식군가봐.참나."
이상하고 또 이상한 여자. 이게 너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먼저 돌아왔다. 피곤은 한데 잠은 오지 않고 덜 마른 머리를 털다 거실에 퍼져있는중 호석이가 그제서야 귀가했다. 혼자 연습 좀 더 하다가 오겠다더니.
"이제 오냐? 안 피곤해?"
"조금요.형은 왜 안자요."
"몰라, 잠이 안와."
엎어진 채 무기력한 나의 모습에 호석이는 웃었다. 외투를 벗으며 방으로 들어가려던 호석이가 별안간 발걸음을 멈췄다. 왜?
"맞다, 형. 아까 회사 앞에서 마주친 그 사람이요."
"아-그 여자?"
새로 들어온 작곡가인가봐요. 우리 연습실 대각선에 있던,오래 비워져 있던 그 공실. 그 분이 쓰시더라구요. 말을 마친 호석이는 제 방으로 들어갔다. 작곡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이내 풀었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의외라 생각했다.그런 사람에게서 나오는 음악은 과연 어떤 음악일까. 왜 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든 궁금증에 잠시 고개를 기울이다가 복잡한게 싫어 이내 눈을 감았다. 알게 뭐야. 마주칠 일도 잘 없을텐데.
그러고 다음 날 팀장님에게서 전해 들은 말은 콘서트를 위해 유닛을 준비해라 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각 분야 디렉들을 회사내 신예들로 구성을 해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다나. 나와 함께 하게 된 유닛은 남준이와 호석이 그리고 지민이었다. 누구였어도 그랬겠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멤버들이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의 곡을 담당할 '신예 작곡가'가 누구일지. 팀장님은 이탄소라는 사람이 비트 작업을 맡게 되었다고 해줬다. 이탄소? 처음 듣는 낯선 이름에 한번이라도 들어 본적이 있던가 싶어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처음 듣는 이름이다.
비트메이커라면 작업물이 당연히 있겠지 사운드 클라우드며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이탄소의 이름으로 뜨는 곡은 하나도 없었다. 난감하네. 뒷머리를 긁적이다 작업실로 향했다.
연습실에는 정국이가 있었다. 왠일이야? 묻는 나의 말에 배웠던 안무가 몸에 잘 안 익는다며 답답하댄다.수고하란 말과 함께 정국이를 지나쳐 작업실로 들어왔다. 마무리 되어가던 곡을 좀 더 다듬고 다듬고 집요하게 집중하다 보니 눈이 아파왔다. 좀 나갔다 올까. 시간을 확인 하던 나는 문을 열고 나왔다. 한시간 전 쯤 먼저 간다며 정국이가 인사를 하고 갔다. 작업실 밖 연습실에는 미처 끄지 못한 조명 하나가 밝히고 있었다. 너무 어둡지 말라고 해놓은 정국이의 배려겠지.
연습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을 때 대각선 방향에서 낯선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까지 누가 있나? 저 방은 비어있을텐데...싶다가 불현듯 호석이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 맞다, 그 여자.회사 앞에서 마주쳤던. 새 작곡가로 들어왔다는 그 여자. 죄 짓는게 아닌데 괜히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그녀의 작업실 근처로 갔다. 처음 듣는 느낌의 묘한 비트, 그리고 거기에 깔린 그녀의 목소리.
'I'm Your Seiren BLUE-'
왜지. 왜일까 순간 숨이 헉 하고 멎은건. 뚜렷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흐리게나마 새어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충분히 홀려오는 목소린데도 뭐가 마음에 안드는건지 몇 번이고 몇 십번이고 같은 구절을 반복하더라. 같은 부분, 같은 문장이라 질릴법도 한데 진득히 그 자리에 서서 듣다가 돌아 온 것 같다. 처음 보고 느낀 그녀의 모습과 달라 조그마한 호기심이 피어났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지 이틀째였나. 어쩜 한 번을 마주치는 법이 없었다. 내심 마주치기를 기대했는데. 숙소에 있다가도 작업 핑계로 회사를 향했고 괜히 복도를 왔다갔다 기웃거려 보기도 했다. 작업실에 들어올때나 나갈때 복도를 왔다갔다 할때도 그녀의 방에서는 끊임없이 비트가 흘러 나왔었다. 뭐야 설마, 이 여자 이틀동안 여기 있었던거야? 나와 상관없는 일에는 무관심 하던 내가 뭐에 꽂혔는지 그녀의 작업실 앞에 섰다.
'I'm Your Seiren BLUE-'
방금껀 진짜 위험했다. 처음 들었을때도 생경한 느낌이 치명적으로 다가왔는데 방금 그녀의 목소리는 더 묘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불쾌한건 아니었는데..무튼 그냥 이상했다. 문을 두드려 볼까,두드려서 뭐라 하지 짧게 고민을 하던 찰나 음악 소리가 끊겼고 이렇다 할 순간 없이 꽉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첫 날의 푹 눌러쓴 모자는 없고 마스크만 낀 채 또렷한 눈을 드러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전부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움찔하기에 충분했다. 당황스러움과 의아함이 공존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 그녀에 뻘줌히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넸다.
"아, 일부러 들어려 한 건 아닌데-연습실에서 연습하다가.."
행여나 그녀가 불쾌할까봐 횡설수설 말하는 나의 핑계에도 그녀는 차분하게 들어주었다.
"여기 꽤나 오랫동안 공실이었는데 그 쪽 작업실이 됐을 줄은 몰랐네요. 우리 연습실은 저기거든요."
내 말에 차분하던 그녀는 조그맣게 반응을 보였다. 그러더니 한숨을 폭 쉬더라.근심이 스쳐지나간 그녀의 얼굴에는 스트레스가 많아 보였다. 그제서야 생각났다. 며칠째 같은 부분만 반복하여 뱉어내던 너의 목소리가. 무안한 침묵이 견딜 수 없을 때 쯤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를 취했다.
"난 인트로 오늘 녹음한 마지막 버전이 제일 좋던데-그거 그대로 가지?"
뭐라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내 입 밖으로는 이미 목소리가 튀어 나간 후 였다. 쪽팔린다.며칠째 계속 작업하는 걸 귀기울여 듣고 있었다고 광고한 꼴이 되어버린게. 귀 끝으로 열이 차는게 느껴졌다. 그녀가 뭐라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렇게 뒤돌아 도망치듯 나온 것 같다.
잠을 설쳤다. 그런 만남이 있었던 후 제대로 잘 수 있을리가 없다. 지난 밤 왠일로 뒤척이던 내 모습에 석진이 형은 의아함을 표했다.왠일로 잠을 못자냐고. 그냥 저냥 대답을 얼버무린 나는 억지로 잠드는것에도 실패 했고 뻑뻑하게 건조한 눈을 눌러가며 회사로 향했다. 오늘 첫 미팅이랬다. 콘서트 유닛을 위한. 깨지 않는 정신 탓에 회사 옆 카페를 들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랑-
"핫초코 하나요."
그냥. 혹시나 그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곱던 얼굴과 달리 피곤에 지쳐 시달린 눈이 신경쓰여서.그녀가 퇴근하고 없어도 좋다. 없으면..지민이 주지 뭐.
한 손에는 내 몫의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는 그녀가 마시게 될 핫초코를 쥐고 잰걸음을 했다. 혹시나 핫초코가 식을까봐. 회사에 도착했을때 보이는건 다행히도 그녀였다. 아니다 다행이라 해야하나, 그녀의 손에 걸려 연기를 내 뿜는건 담배였다. 추운 겨울인데도 따스히 드는 햇볕을 맞는 그녀의 얼굴은 무해함 그 자체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입에서 길게 퍼지는 연기는 유해한 것이었다.
"뭐야, 담배 펴요?"
내 목소리에 그제서야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이내 여태 그랬듯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힘 없는 모습에 조금 짜증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작업실에 계속 있었던 거에요?"
또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이는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담배가 걸려있었고 조용히 태우던 담배를 곧 지져 끄더라. 손에 담배가 사라지자마자 들고 있던 핫초코를 쥐어줬다. 역시 담배보다는 이게 낫네.
"그거 핫초콘데. 잠도 잘 못자고 예민할때 단거 먹으면 좋아요. 그리고 따뜻한거."
"아...감사 합니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듣기 좋아 웃음이 지어질뻔 한 걸 참고 가만히 핫초코를 쥐고 있던 그녀를 지나쳐 회사로 들어갔다. 미쳤네. 미쳤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들에 어이가 없어 결국 실소를 터트렸다.
회의실로 들어 섰을때 호석이와 남준이, 지민이가 먼저 와 있었다. 형 왔어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왜 이렇게 피곤해보여요. 남준이의 말에 그녀가 생각났지만 이내 별 일 아니란 듯 대답했다. 그냥. 잠을 좀 못잤어.
곧이어 한번 더 문이 열리고 들어 온 사람은 태균이 형이었다. 최근에 새로 입사한 태균이 형. 실력도 좋고 친화력도 좋아 성득쌤 말고 가끔 안무를 우리에게 풀어줄 때 마다 만났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형이 안무와 퍼포먼스 디렉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웃는 얼굴을 하고 인사를 주고 받을 때 팀장님이 들어오셨다. 아직 오지 않은 작곡가의 이름을 부르던 팀장님은 곧 오겠지 하며 자리에 앉았고 작곡가의 이름을 듣던 태균이 형이 조금 일그러졌다. 아는 사이인가?
"늦어서-죄송합니다."
문이 열리고 정적 속의 회의실을 들어 온 사람은 너무나 의외였기에 쥐고 있던 커피를 떨어트릴 뻔 했다. 그녀였다. 저 사람이 이탄소였어? 몇 번을 마주쳐도 이름을 주고 받지 않았으니 몰랐구나.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던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았다. 눈길이 계속 갔다. 어디가 아픈건지 좋지 않아 보이는 컨디션에 머리를 꾹꾹 누르던 그녀를 곁눈질로 바라봤다. 팀장님이 잠깐 회의실을 나가셨고 다시 이 공간은 침묵만이 감돌았다.
"뭐야, 하, 그 이원이가 너였냐?"
불편한 침묵을 더 불편하게 깨어버린건 태균이 형이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형의 얼굴은 비아냥과 조소를 한껏 담아내고 있었다. 감지했다. 그녀와 썩 완만한 사이는 아니구나. 태균이 형의 계속되는 시비에도 그녀는 어떠한 대답 한마디 없고 반응 하나 없었다. 정작 당사자인 그녀는 고요한데 내 속은 그러지 못했다. 남준이와 지민이 역시 당혹스러워 하다가도 점점 심해지는 그의 언행에 인상을 찌푸렸다. 호석이는 알 수 없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글쎄.
"주변에서 소문 어마어마하게 났더라? 너 걔네랑 돌아가며-"
미쳤나 저게. 차마 입에 담기도 수치스러울 정도의 말을 기어코 뱉어내던 형에게 한 소리 하고자 입을 뗐을 때 그녀가 드디어 소리를 내었다. 나긋하고 느리게 새어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 조곤조곤하고도 힘 있는 그녀의 말에 형은 분노로 얼굴을 붉히다 팀장님이 들어오고 상황은 종료되었다. 속에 차 있던 알 수 없는 화가 가라 앉지 않았다. 애써 커피를 마시며 타는 목을 축였다.
상황을 알 리가 없는 팀장님은 그녀의 음악을 듣길 원했고 스피커에 흘러 나오는 음악은 이틀 동안 그렇게 작업하던 곡이었다. 인트로에 흘러나오는 너의 목소리에 불쾌한 감정이 씻겨 내려왔다. 남들이 들으면 똑같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수 없이 녹음했을 너의 목소리 중 내가 고른 목소리가 흘러나왔음을. 곡을 끝까지 들었을 때 주변 신경따윈 쓰이지 않았다.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완벽했다. 그녀를 닮아 아름다웠던 곡은 욕심이 날 정도로 좋았다. 우리 모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 곡을 쓰기로 채택이 되었고 미팅은 그렇게 끝이났다.
그녀에게 무언가의 말을 건네려다가도 피곤에 지친 모습이 역력해 가벼운 인사만 한 채 밖을 나갔다. 이탄소가 BLUE였고 BLUE가 이탄소였구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내내 차 안은 시끄러웠다. 남준이가 그녀의 팬이랬다. 곡 하나하나가 진짜 좋다고. 형도 꼭 들어보라고. 무심한 척 넘겼지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그녀의 곡을 모두 듣는 거였다.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되게 자기 같은 곡 만드네. 중얼거리다 웃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짧게나마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보냈다.
어김없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복도에서 그녀의 작업실이 보였다. 불이 밝혀져 있는 작업실은 그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참 대단하고 독한 사람이다 싶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 근처 편의점을 들렸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녀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아는게 없다. 뭐 아무렴 어때. 그럴땐 다 사가면 되는거지. 초콜렛,사탕, 다양한 우유들을 한가득 종이백에 담아 들고 그녀의 작업실 앞에 섰다. 사실 살짝 떨려서 심호흡을 크게 했었다. 손이 조금 떨렸던 것 같기도 한데. 두어번 노크를 하니 음악소리가 멎고 문이 열렸다.
"작업 중?"
"네."
"들어가도 돼?"
손에 들고 있던 종이백을 무심하게 그녀의 손에 걸어 주었다. 작업실 안은 뿌연 연기로 가득했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매캐한 담배연기 때문이 아니라 이 자욱한 연기를 만들어 냈을 그녀 때문에.
"야, 너구리 굴이냐?"
난데없이 들이닥친 내 모습에, 그리고 본인의 손에 쥐어진 종이백을 어찌할 줄을 몰라 맹하니 들고만 서 있는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장비 좋네. 작업실을 둘러보던 중 모니터 앞 수북히 쌓인 꽁초들을 보고 못마땅한 기분이 또 몰려왔다. 저걸 지금 다 핀거라고?
"너는 무슨,이거 다 오늘 핀거야 설마?"
조금은 다그치듯 묻는 내 말투에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싶어 고민하는 듯 한 너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었다. 그거 너 주는 거야. 그제서야 종이백 안을 확인하던 그녀는 조금 놀란 듯 했다.작업할 때 잘 못 먹는 것 같아 그냥 사왔다는 말에 여전히 종이 백 안을 들여다 보는 그녀였다.조금 쑥스러워져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먹어가며 일해, 담배 같은거나 뻑뻑 피지말고."
한번 더 준 나의 핀잔에 놀랍게도 그녀는,너는 입꼬리를 크게 올려 웃어보였다. 황급히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계속 바라보다가는 진짜 내 행동이 어떻게 나갈지 몰라서.행여나 얼굴이나 귀가 붉어지진 않았는지 딴청을 피우며 고개를 돌린 사이 그녀는 종이백 안에 담긴 우유들을 작은 냉장고에 차곡차곡 채우기 시작했다.
"근데 왜 오셨어요?"
"아니, 니 비트에 응해야 하는 아티스트로써 감시하러 왔다. 잘하고 있나, 좀 들어보게."
사실 보고싶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왔어. 마음속에서 뱉어내고 싶은 말들과는 다르게 장난스러움을 담아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스스로도 혼란스러운데 그녀에게까지 이 혼란스러움을,복잡함을 넘겨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별 반응 없이 수긍을 하며 작업한 곡의 여러 샘플들을 들려줬다. 들으면서도 놀라운 요소들이 많았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섬세히 작업한 그녀가 대단해보였다. 고생 많이 했을텐데.
"근데 되게 자연스럽게 반말하시네요?"
"왜, 불만이야? 너 보니까 나보다 어리더만."
그녀의 나이를 알게 된 것도 팀장님을 통해서였다. 회의가 끝나고 나가는 도중 마주친 팀장님에게 물었었거든. 그녀는 딱히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모니터를 향해 이것 저것 설명을 붙여가며 물어오는 그녀가 조금 사랑스러워 보여 들키지 않게, 조용한 웃음을 지어 보인건 그 날 있었던 나의 비밀이었다.
-주저리- |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처음으로 분량조절 실패라는걸 해보네요^^.... 윤기시점은 아마 두 편으로 나뉠 것 같아요!! 제가 요즘 자주 찾아 오지 못하는데ㅠㅠㅠ 3월 되면 좀 한가해질 것 같아요 헤헤 죄송하고 감사하구 네... 오늘도 모자란 글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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