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너 기성용 알지? 축구선수 말이야 "
" 이 자식이,내가 아무리 배드민턴 하기에 바쁘다고 해도 누가 국가대표인지는 구별할 수 있거든 "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금메달을 따고 한국에 돌아온뒤에 내 귀중한 휴식시간을 빼고
좀 놀자고 앙탈부리던 친구가 불쌍해 만나줬더니…. 친구라는놈 입에서 나오는 기성용이라는 남자의 얘기는 정확히 2시간 30분 23초를 향해 가고있다.
역시 세상에 믿을 사람 한명없다 .아니 그 사람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건데…! 짜증나서 간다고 자리를 박차니깐 나한테 질질 매달려서 애원하길래
이젠 안하겠지, 체념하고 앉으니까 고작한단 말이 뭐 ? 친해지고 싶다고?
" 야, 이자식아. 너 나 만나러 온거야 ? 아님 나한테 정보 캐물으려고 만나자고 한거야 ? 아, 나 모른다니까 나 갈래 . "
" 이용대 ! 야 인마, 너 지금 가면 친구도 아니야. 친구끝이라고 ! 디엔드 ! 어? "
" 진짜 너 나한테 왜그러는데 ! 나 진짜 기성용이라는 남자 몰라. 배드민턴이랑 축구랑 무슨 관계가 있겠어 . 그리고 내가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
" 너 이번에 올림픽했을때 기성용도 출전했다며 ! 그럼 한번쯤은 마주쳤지 않을까 ? 좀 잘생각해봐 "
" 무슨 올림픽 같이 하면 숙소도 같이 쓰고, 밥도 맨날 같이 먹고 그러다보면 친해지고 다 그러겠냐 ? 연습하기도 바쁜데 그럴시간이 어딨어.
너 그렇게 친해지고 싶으면 다음에 그 기성용인가 뭔가 그 사람 경기 찾아가서 친해지자고 매달려봐. 나 간다 "
*
야, 야 이용대 ……! 하며 날 부르는 친구놈의 목소리를 모른척하고 서둘러 가게를 나왔다.
친구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질때쯤, 나는 평소엔 하지도 않는 욕을 내뱉었다. 뭐, 욕 조금한다고 이미지 안좋아지진 않겠지.
에이씨 짜증나 -
금메달따서 한국왔더니 친구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얘기나 하고있고, 친구가 금메달을 따건 말건 관심도 없나, 무슨 지가 게이야 ?
괜히 더 열받는거 같아 화를 풀겸 앞에 있던 캉통을 발로 있는 힘껏 확 찼다. 찼는데 꽤 멀리 떨어지는 깡통을 보고 괜히 흡족해하고 있는데.
금메달 따느라 운을 다 쓴건지 깡통은 정확히 키가 멀대같이 큰 남자의 머리로 정확히 떨어지고 있었다.
" 아씨, 누구야 "
어떻게해야 되지, 아, 괜히 깡통은 왜 차서, 이용대 진짜 왜이러고 사니 …….
원망스럽게 발을 쳐다보고 있는데 깡통을 맞은 멀대같은 남자는 인상을 힘껏 찌푸린체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자기가 무슨 축구선수야, 축구 유니폼은 왜 입고있어. 어쭈, 손엔 공까지. 누구한테 잘보이려고 ? 그 짧은 순간에도 사람을 흝어보던
나는 점점 가까워지는 남자의 모습을 보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래,이용대.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잖아.
좀 위험하긴 하지만 그냥 튀자. 저 큰손에 맞아서 신문1면에 '금메달의 영광 이용대,괴한으로 인해 부상 " 나오는것보단 났잖아 …….
드디어 판단을 내린 나는 있는 힘껏 뛰었다. 분명 열심히 뛰고 있는데,최선을 다해서 뛰고있는데 왜 불길한 느낌이…
" 앜 ! 뭐야, 다, 당신 누구야 … "
" 누구긴 누구야, 니가 내머리에 깡통 던졌잖아. 니 누군데 ? "
옆에 봤더니 한 남자, 그니까 내가 찬 깡통을 맞은 남자가 살벌하게 웃으며 서있었다.
근데 이자식, 나는 왜 열심히 뛰었는데 성큼성큼 걷고 난리야. 자기 다리길다고 자랑하는건가?
그리고 왜 반말이야. 내가 아무리 깡통을 던진건 잘못이지만 …. 그래그래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잖아 .
순간 열받아 그 남자를 째려보니 어이없다는듯이 웃는 남자가 보인다. 야
" 저기요, 제가 물론 깡통을 던진건 잘못이지만…."
"그래,니 잘못이지. 그니까 얼른 사과해 . "
" 좀 ! 말좀 들어봐…보세요.. 아니, 잘못한건 맞는데 왜 반말이세요 ? 몇살이신데요 "
" 89. 다 필요없고 너도 지금 사과할마음 없어보이는데, 나도 반말하는건 정당행위 아닌가. 나만 당할순 없잖아 "
어이없지만 뭔가 논리적인 남자말에 나는 입을 앙 다물었다. 이용대…. 한 나라의 자랑스러운 국가대표가 이런꼴을….
나를 알아볼수도 있단 생각에 대충 사과를 하고 가려는데 어라…. 뭔가 익숙한 얼굴인데.
축구선수 기성용 닮았네. 기분 더럽게 왜 여기서 이런 얼굴을 보고 난리야.
진짜 오늘 운세 더럽게 안좋네, 이런 얼굴이 흔한가….
" 야, 너 사과할거야 ? 안할거야. 안 할거면 …. "
" 기성용 !"
" 어? 나 아네 "
" 그...그게 아니라 "
기성용 닮은꼴은 개뿔…. 진짜 기성용이잖아.
친구가 그렇게 입이 닳도록 친해지고 싶다고, 싸인받아달라고 말하던 사람. 기성용….
내 친구 말로는 은근 성격있고 남자다워서 멋있다고 하던데. 멋있긴 그냥 깡패구만…. 그리고, 날 몰라? 어이없는 새끼네.
아니,그게 문제가 아니라 …. 지금 내 표정을 보며 인상을 구기고 나를 쳐다보는 기성용.
아.......지금 기분을 세글자로 표현하자면
새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뭐지. 이거 뒷편이 더 있긴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지금 일어나는 일이 하니라 둘의 첫만남입니닼ㅋㅋㅋㅋㅋㅋ 첫만남을 회상하는 그런 씬 ㅋㅋ
더 써야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