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성이름 선생 병실로 데리고 온 것도 다시 봉합 한 것도, 정선생님이 한 거예요.” “어, 어? 왜? 이쌤이 한 거면서..” “신세를 졌다니 뭐니 사과 받는 거 귀찮아서요.” “어, 어..그래 뭐.” “그럼.” 이젠 눈을 떴어도 쪼팔려서 일어날 수가 없다. 무슨 연속으로 두 번을 쓰러져. 약해 빠진 모습만 엄청 보여주는 구나,, 할머니도 잠시 잊기로 했다. 아니 잊기 보다는 예상하고 있었던 현실이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나갈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입고 있는 옷은 가운이 아닌 환자복이다. 나름 의사로 이 자리에 있어야 할 내가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게 뭐랄까 몸 관리도 못 하는 의사 나부랭이가 된 느낌이랄까. “하,, 밖에 좀 나가볼까... 아! 오늘 금요일인데, 얼마나 바빠. 내가 여기 있는 건 같은 의사로서도 예의가 아니지! 아니야!” “들어가시죠.” “...엄마야..!” “그 손으로 무슨 환자를 보겠다고,,” “환자 체크하고 오더 내리는 정도는..” “선생님들로는 모자릅니까?” “네?” “피해주는 거, 그만 하라고.” “...” “환자들한테 피해주는 건 더 최악이니까.” 재욱이가 아니다.. 근데 이건 분명 내가 만든 재욱이다. 아버지가 손 대기 전 내가 건들인 게 맞고, 내가 하는 건 아버지보다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이 향했다. 내 눈은 재욱이를 바라보고 있었고 함께 있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그런데 점점 그 마음은 미안함과 섞여 못되게 변해 갔고 결국 우린 남 보다 못 한 사이가 됐다. 하루하루 함께 할수록, 내가 재욱이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질수록 처음엔 나에겐 그저 수단이었던 재욱이었다. 그게 너무 미안해서 그래서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미안해지는 마음은 재욱에게 뽀죡하게 나가기 시작했고 그런 날들이 많아질수록 상처를 받는 건 재욱이었다. “어이! 성이름! 좀 괜찮아?” “어, 정쌤! 네- 괜찮죠. 오늘 많이 바쁘셨죠..” “바쁜 게 문제냐!!” “..헤헤” “이름아.” “네..?” “환자 살리는 거 좋아. 그래, 손목 찢어져라 CPR하는 거 의사로서의 자질 굿이야. 근데,” “...” “적어도 자기 하나쯤은 지킬 수 있어야.. 그래야 환자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쵸..” “그래, 너 똑똑하니까 어떤 의미인지 알았을 거라 믿어.” “죄송합니다, 선배님..” “나한테 미안할 게 뭐 있어. 두 번이나 너 엎고 달린 거 이재욱 선생인ㄷ.. 아!” “..? 이번엔 정쌤이 저 옮기셨다고.. 들었는데,” “아, 그게 말이다..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말하지 말라고 해요?” “그건,, 그냥! 어, 나중에 직접 들어..! 둘이 뭐 때문에 그러는지 난 잘 모르겠지만.. 잘 풀어봐.” “...눈치 빠르네요, 역시.” “눈치 하나로 이 바닥 몇 년인데.” 지루하기 짝이 없고 복잡하기 짝이 없었던 2주였다. 물론 1주일도 못 버텨 퇴원을 하긴 했지만 응급실 주변은 서성이지도 않았다. 또 다시 재욱이의 말을 들을 자신이 없었고 나 또한 내가 잘 한게 없었기에 응급실은 가지 않는 게 맞았다. 그래도 응급실 대신 병실 회진 돌면서 나름 정신적으로 마음이 풀어졌다 해야 하나.. 그냥 마음이 편했다. 많이 호전되고 있는 환자들, 그리고 나 또한 나름 환자였기에 동질감.. 뭐 그런 거였나. 아무튼, 수다도 많이 떨고 힘도 많이 얻었던 시간이었다. 당연히 손목 또한 상태가 좋았다. 너브 (신경)엔 손상이 없었어서 따로 재활을 할 필요도 없었고 그저 잘 아무는 거, 그것만 하면 됐기에 그거 하난 엄청 신경 썼었다. “후...” “2주만에 응급실이라 떨리냐?” “아, 정쌤!” “오늘 금요일인 거 알지?” “2주나 쉬었는데 금요일? 아무리 바빠도 거뜬하죠. 저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오겠습니다~“ “이따보자-“ 사실 난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본과 때 공부를 할 때면 항상 커피를 사들고 오는 재욱이었고 처음엔 내 목적이 있었기에 억지로 먹은 커피였고 그 다음은 재욱이가 주는 커피가 그저 좋아서 먹는 커피였다. 그렇게 나는 커피에 익숙해졌다. “요즘 자꾸 옛날 생각을 하네, 성이름..” 혼잣말을 하며 휴게실로 들어갔을 때 보인 건 쇼파에 기대어 자고 있는 재욱이었다. 처음엔 조용히 나갈까 했는데 어느순간 홀린듯 옆에 앉아 있었다. “본과 때 많이 본 얼굴이네.. 우리 맨날 A관에서 공부하다 잠들고 그랬는데.” 또 홀린듯 미간부터 콧등까지 살살 건들이기 시작했고 그때 내가 미쳤는지 깰 거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다. “뭐하냐.” “히이이익!!!”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튕겨나가듯 뒷걸음질 치다 선반에 발이 걸려 뒤로 자빠지려던 순간 재욱은 날 잡아 끌었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었는데 내 앞에 보인 건 바로 이재욱의 얼굴이었다. ... 이재욱의 얼굴이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게.” “아.. 아! 어, 어어.” 황급히 떨어진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커피를 타며 눈치보기 바빴고 아무렇지 않은듯 가운을 챙기며 나갈 준비를 하는 재욱을 모른 척 했다. 사실 못 본 거다. 쪼팔려서. 한참을 눈치보며 커피를 타는 시늉을 하다 들린 음성은, “C관이야.” “...어, 어?” “공부하다 잠든 도서관, C관이라고. A관은 네가 쓰러진 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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