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 자유형은 은메달로 끝이 났다.
만족할만한 성적이였지만, 내게 힘을 실어준 그들을 생각하니 더 잘해볼껄 하는 마음이 들어 아쉽기도 했다.
이틀전 400m 자유형에서 실격 판정을 받고 초조하게 번복을 기다리고 있을수 밖에 없었던 그 시간. 손 잡아주며 잘될거라며 같이 기다려준 동료들과 가족, 국민들.
...그리고 그.
실격 철회 판정을 받고 결승에서 은메달을 따왔을때 다른 동료들은 얼싸안고 축하한다 해주었지만 정작 내게 가장 큰 힘이 된 그는 보이지 않았었다.
"Tae-hwan Park!"
이름이 호명되자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고 단상 위로 천천히 올라섰다. 그가 살짝 미소짓는거 같기도 했다.
"Sun Yang!"
그가 단상에 오르고 은메달 시상이 시작됬다.
손에 쥐어진 꽃다발과 목에 걸려있는 메달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누군가 옆구리를 툭툭, 치는게 느껴졌다.
[내 우상이 은메달이라니.. 좀 실망이야.]
평소 그의 모습이였다. 장난스럽게 '우상' 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말하는 모습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당신도 은메달이면서.. 피차일반 아니야?]
[오, 그렇게 말하면 섭하지.]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물끄러미 보는 그.
같은 단상에 서있어서 그런지 키차이 때문에 목이 뻐근하긴 했지만 저멀리에서 코치님이 부를때까지 따라 마주보았던거 같다.
금새 눈앞에 다가와 수고 했다며 다음 경기도 있으니 어서 쉬라고 이끄는 코치님 때문에 미안, 가볼께 하며 따라 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뒤에서 들리는 어눌한 한국말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수고 했어, 태환."
..정말 미워할수가 없다니까 이 사람.
입가에 저절로 번지는 미소와 함께 그를 향해 뒤돌아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응, 수고했어. 쑨양. 그리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