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질질 끌고 데려온다는 곳이, 내가 연습하는 수영센터다.
여기 데려다놓으면 그래도 가만히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사실, 오늘 연습이 없는 날인데 좀 허전해서 우리 코치님 얼굴이나 볼까 하고.
"코치님!! 나 왔어요!"
"어, 박ㅌ, 허어억!!!"
이럴줄 알았다.
뒤집어지시는군요.
역시 이런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우리 엄만 영...
"아, 아니.. 태환아!! 이런인재를 왜 지금.. 자네, 자네 체형은 수영을 위해 난 몸일세!!"
"........"
"수영으로 남은 생을 불태워볼 생각 없나??"
"어으..?"
"으, 음?!"
흠칫하신 코치님.
한숨을 쉬었다. 이제 누군지 아시겠어요?
코치님이 슬슬 다가와 속삭인다.
"태환아.. 이 친구 좀 모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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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그냥 장난 친거지. 내가 너때문에 쑨양 영상을 몇번이나 돌려봤는데!! 그걸 몰라보겠어!!"
"............."
코치님을 향해 불신의 시선을 쏴대는 동안, 저녀석은 아주 애처럼 신나서 물을 찰박거린다.
"태환, 태환!! 이거 물, 태환이 쓰는물?"
얼굴도 시뻘게져가지곤 뭐가 그렇게 좋다고 웃어.
너임마 너 수영선수라고 수영장 온게 그렇게 좋냐?
"엉. 거기 그 라인."
"흐아으엉억......."
뭔 소리여.
정체불명의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쭈그려 앉은 채 양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고는 손바닥으로 물을 팡팡 친다.
저건 우리 네살짜리 조카가 뽀로로보고 좋아 죽을때 잡는 포즈잖아?
너임마 우리 상희랑 아는 사이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버럭 소리를 지른다.
"나도! 내일부터 여기서 연습!!!"
"뭐어?!"
코치님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태환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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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체 왜그랬을까.
왜 거기를 데려갔지.
끊임없이 수영센터 관장님에게 되도 않는 한국어로 회원권을 끊으려던 녀석을 간신히 끌어냈다.
'몇달 회원으로 해줘?'
'며딸..?며.."
'먼쓰. 먼쓰. 원먼쓰?'
'어, 어, 원 이어!!!!!!!'
'야이 미친놈아!!!!!!!!!'
불굴의 의지로 1년권을 노리던 녀석의 눈을 불타올랐다.
결국 수영장 물살을 가를때나 쓰던 내 손바닥으로 강력한 등짝 스매싱을 맞은 녀석이 질질 끌려왔다.
그 와중에 빨개진 내 손을 덥썩 부여잡고 헤헤 거리는데...
너 정말 어디 모잘르니.
더 있어봤자 정말 나 몰래 회원권을 끊는 일이 생겨났으면 났지, 좋은 일은 없을거란 생각에 수영센터를 나왔다.
근데, 너..
"손에 그거 뭐야?"
"어? 어어..."
슬그머니 등 뒤로 숨겨지는 양손.
뭔데 임마.
뭔데 숨기는..
"킥판...?"
초딩들이나 쓰는 킥판이다.
"이걸 왜 가져왔어? 아으 이건 또 왜 이렇게 드러워."
"...그..그, 코치님이."
"어?"
"태환 어릴때, 쓰던거."
부비적 부비적.
땟꼬장물이 흐를듯한 분홍색 킥판 모서리에 볼을 부비며 웃는다.
그..그.. 기념품?
알듯말듯 생각나는 단어를 간신히 꺼내 말한다.
기념푸우움~?
"너임마 그걸 왜 가져가!!!!!"
"어! 왜!! 왜!!"
"내놔! 안내놔? 볼을 왜 부벼, 변태냐?!"
"왜!! 왜!!!이거, 내꺼!!!"
"내가 쓰던게 왜 니꺼야, 얘가 진짜??"
"산거야!!!!!!!!"
"................"
코치님........
모잘란 애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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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졸려 내일 또 쓸게여
바보 쑨양은 진리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