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Gain - Tinkerbell
"늦었어. 10분." "하…정말……. 아무리 저라지만 엄연히 생활이라는게 존재한다고요. 이렇게 뜬끔없이 부르는건 자제해주시죠." "너는 그 '생활'이라는게 이 '일'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인가?" "……." 덜컥, 말문이 막혔다. 한창 놀고있을 때에 예고도 없이 전화를 한데다가, 앞뒤 가리지도 않고 [앞으로 40분 줄게. 매일 오던 곳으로. 열쇠 잘 가지고있지? 그럼.]이라는 짤막한 말만 남기고 끊어버린 것이다. 대략 한시간정도 되는 거리인데 거기서 20분을 단축하라니 그야말로 죽을맛이었고 도착하자마자 눈 앞에서 보이는건 의자에 앉아 에어컨바람을 쐬며 느긋하게 고가의 초콜릿을 먹고 있던 그였다. 그에 배알이 꼴려 볼멘소리로 불평을 토해냈지만 그는 바로 나에게 어퍼컷을 날렸다. 그런 어퍼컷격인 말조차도 마음에 안들었으나 절대 반박할 여지가 없었고 그래서도 안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지금 맘편히 누리고있는 이 풍요로운 '생활'은 그와 함께하는 이 '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지금 존재하는 화려한 '나'는 바로 '그'로 인해 만들어진 나이다. 그가 없으면 난 가난해지고 초라해진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기 싫어 난 그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이고 그는 자신만을 의지하고 있는 날 보며 미묘한 희열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 그는 내 스폰서다. "그게 문제가 되는건 아닌데 저 지금 뛰어와서 엄청 힘들거든요?" "너, 내가 해외출장 나간사이에 남자들이랑 놀아났던데." 게다가 그는 내 말은 쥐뿔조차도 듣지 않는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랑 저랑 사귀는 것도 아니ㅡ" 그는 이번에도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제 앞에 서있는 내 팔을 잡아당겨 잡아먹을듯이 거칠고 깊은 입맞춤을 선사해주었다. 그때문에 난 그의 무릎에 앉고 약간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의 품에 안겨있는 꼴이 되었다. 아, 짜증나. 항상 그가 주도권을 잡고 날 마구 쥐고 흔드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난 지금도 그의 그런 행동이 싫다. 그리고 그의 그런 태도에 놀아나는 나역시도 싫다. 그의 입에 남아있던 커피맛이 다소 섞인 달콤하고도 씁쓸한 맛이 내 입 안으로 퍼져나갔다. 서서히 녹아가는 초콜릿처럼 나와 그의 키스도 점점 끈적해지고 진해진다. 내가 한박자를 놓쳐 타액이 내 턱 아래로 줄줄 새어나갈 때야 서로 섞일듯이 맞붙여져있던 두 입술은 떼어졌다. 어느새 그는 날 안아올려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초콜릿을 하나 더 가져와 내 입에 물리고 슬며시 턱을 잡았다. 달콤한 초콜릿냄새와 언제부터인가 침대시트에 베여있는 비릿한 냄새가 부조화를 이루고 그 냄새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이런식으로 불쾌함을 느낀다고 해도 어차피 몇분 후면 그딴거 신경쓰지도 못할정도로 정신이 없을 터이니 일부러 숨을 더 깊게 내쉬었다. 내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ㅡ어디서 주워들은 건데, 초콜릿엔 최음효과가 있다더군." "……엘빈." 나는 말없이 초콜릿을 씹어녹이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를 조금 더 끌어당겨 몸을 한껏 밀착시킨 후 내가 평생 입에 달고 살아야 할 이름을 나지막히 부르고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