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 만개하지 못한 꽃
세계의 꽃 지음.
“그냥 안내 받을걸 그랬나.”
누구보다 눈에 안 띄기로 약속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나는 모르는 남자의 눈에 띄었다. 심지어 부잣집 도련님. 나는 차마 종업원의 말을 듣지도 못 한 채 돈만 쥐어주고 가게를 도망치듯 나왔다. 그는 나를 쫒아오려다 사장님의 부름에 따라오진 못한 것 같았다.
아무튼 그 남자와의 만남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굴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처럼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어디를~ 가야하나~
한국인들의 특징인 혼잣말 할 때 노래 부르는 것처럼 나도 혼자 흥얼거리듯 혼잣말을 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내가 나온 옷가게에서 조금만 벗어나니 시장이 펼쳐져 있었다. 시장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팔고 있었다. 장신구 집에선 옥 비녀와 형형색의 나비 노리개, 옷감 파는 곳에선 비단, 목화, 천을 팔고 있었고 저 멀리에는 엿 장수가 왔는지 아이들이 모여 엿가락을 빨고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나 보던 일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벌어지니 너무 신기했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정신을 잃은 채 장터 구경을 하고 있었다.
“비키시오!”
“엄마야!”
갑자기 뒤에서 큰 소리가 일어나 뒤를 돌아보는데 누군가 나를 밀치고 도망갔다.
덕분에 나는 발을 헛딯어 바닥에 쿵 하고 넘어지게 되었다.
도망간 사람의 뒤로 순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우르르하고 지나갔다.주변에서는 “또 시작이네, 시작이야”를 연신외치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 시장에서 제일 당황하고 불청객 같은 사람은 나였다.
‘이씨... 새 옷인데...’산 지 얼마 안 된 옷에 흙이 묻어 짜증이 올라오려는데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손의 출처를 알기 위해 고개를 위로 젖혔다.
“괜찮으십니까?”
훤칠해 보이는 한복입은 남자가 허리를 구부려 나에게 물어봤다.
어.. 한국어를 해야 하나, 일본어를 해야 하나, 영어를 해야 하나...
여기서 영어하면 더 이상하겠지...? 일본어를 쓰기엔 한복을 입었고... 그렇다고 한국어를 하기엔 내 옷이 너무 최신이잖아! 너무나 댄디한 그 남자와 달리 내 머릿속에선 여러 명의 자아가 싸우고 있었다. 결국 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허리를 숙여 감사의 표시를 전하고 흙이 묻은 엉덩이부분을 털어냈다.
털어내도 여전히 지저분한 옷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옷이 많이 더러워지셨습니다.”
그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여전히 서 있었다. 나는 그 남자에게 최대한으로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빨리 사라져줬으면 좋겠다고 일종의 눈빛 시그널을 보냈다.
“혹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 시그널은 아쉽지만 받아드려지지 못했나보다.
나는 그 남자를 떨궈내기 위해 힘차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절대 가지 않겠다는 강력한 나의 의지를 표현를 한 것이다.
“역시 조선인이시군요.”
아뿔사.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한국어를 듣고 이해하고 아니라고 비언어적행동까지 해버렸다.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다.
“어디가려고....”
“옷이 많이 더러워지지 않았습니까?”
그는 몸을 돌려 길을 나서더니 나에게 따라오라 손짓했다. 어차피 걸린 거 옷이나 받아내자 라는 양아치같은 생각으로 그를 따라나섰다.
“엄마”
“네?”
“사실 아까 전 장터에서 엄마야 하고 외친거 들었습니다. 처음엔 행색이 이 거리와 맞지 않은 듯하여 눈에 띄었는데 아가씨께서 외친 소리를 듣고 알았습니다. 같은 동포였구나 하고요”
“아...그래서 아셨구나..”
“단지 고운 옷이 더러워졌으니 새 옷을 사드리러 가는 겁니다. 다른 걱정은 하지마세요”
“왜 굳이 제게 호의를 배푸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잘 아는 사람이거든요.”
“네?”
“자 다 도착했습니다. 들어갈까요?”
그는 대화를 더 하고 싶지 않은듯 먼저 가게에 들어갔다. 나도 그를 놓칠세라 빠르게 따라 들어갔다.
개화 : 만개하지 못한 꽃
옷 가게 안에는 천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아까 구경했던 옷감가게와 규모 자체가 달랐다.
역시 저 남자도 얼굴에 귀티가 나더니 부자였나보다.
“도련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저 분의 옷을 지으러 왔네”
“도련님이 존대를 하실 분이면 얼마나 귀하신 분이길래...”
“나 덕분에 옷이 저리 되었네, 잘 좀 부탁드리네”
“하지만 저희 가게에선 서양식 의복은...”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뭔가 잘 안 되고 있나보다.
크흠 내가 한 번 나서볼까
“ 한복도 괜찮습니다.”
옷이 내 눈까지 왔다 사라질까 조급한 마음에 내가 먼저 선수쳤다.
덕분에 덩달아 커진건 그의 놀란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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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시 돌아온 세계의 꽃 입니다.
다행히도 글에 맞는 음악을 찾아서 이렇게 같이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박수박수)
1화에도 추가할 예정이니 2화부터 보신 분들, 이미 보신 분들 다시 한 번 1화 정주행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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