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 상사와 연애하기 프로젝트
w.1억
출장을 갔어도 우리팀에 인턴이 들어왔다는 건 알고 있긴 했다.
근데 딱히 마주칠 일도 없었고, 나는 점심시간에야 인턴을 몇 번 볼 수 있었다. 어찌나 보기 힘들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턴을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있었다.
이대리는 인턴이 중요한 계약서를 갈아버렸다고 했고, 설마 중요한 계약서인데 한장만 있겠냐며 괜찮다 했다.
"인턴이 계약서를 붙이고 있겠다고 해서요.."
그 말에 웃겼다. 갈기갈기 찢어진 종이를 퍼즐 맞추 듯 붙이고 있겠다고? 그럼 나는 또 고개를 젓는다. 괜찮아요.
퇴근 하지도 못 하고 남은 일들을 처리하고 엘레베이터을 탔다. 야근하는 직원이 있을까 궁금해서 사무실 문을 열었을까.
인턴이 울면서 종이를 붙이고 있었다. 아니 저걸 왜 붙이고 앉아있지. 그냥 어이가 없었고, 조금은 이상해 보였다.
"그걸 진짜로 붙이고 있어요?"
"……."
"지금까지?"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나를 올려다보는데 화장이 조금 번진 게 웃겼다.
"…네?"
바보같은 목소리로 네? 란다. 그래도 인턴은 진지한데 웃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로 정신을 잡고 인턴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이걸 붙이고 있는 인턴이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조금은 인상을 써버린다. 진짜 바보같아.
"언제부터 붙이고 있었던 거예요."
"…두시였나.."
"하지 마요."
"…네?"
"뭘 진짜 붙이고 있어요. 하지 말라고 했는데.. 퇴근도 안 하고."
"…이거 이대리님이.. 다 만들고 부장님 드리라고 했는데."
"…됐어요. 퇴근해요."
"…이대리님이."
"제가 부장이고, 이거 붙이라고 한 적 없어요. 그러니까 퇴근해요."
"……."
바보같은 게 아니라. 바보가 맞는 것 같다. 어이도 없고 짜증이 났다.
이대리는 왜 인턴한테 쓸데없는 거짓말을 한 거야..
귀찮게 하는 건 딱 질색인데.놈의 홍보팀 직원들은 나를 귀찮게 하는데 뭐 있는 게 분명하다.
"급한 거면 지금 팩스 보내줄게."
지인한테 팩스 보낼 게 있어서 팩스실 문을 열었을까. 웬 내 어깨만큼 오는 조그만 한 여자가 핸드폰을 보면서 나오다가 나랑 부딪힌다.
여자의 손에 들린 핸드폰과, 내 손에 있던 핸드폰이 두개 다 바닥에 떨어졌고.
여자는 인턴이었다. 인턴이 고갤 들고 나를 보더니 눈을 토끼 처럼 크게 뜨더니 곧 입을 틀어막고 작게 말한다.
"…어, 죄송..!"
허리 숙여서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 두개를 들고서 인턴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자, 인턴은 여전히 놀란 눈을 하고 있다.
내가 좀 보고 들어갔어야 했는데. 너무 문을 확 열었나. 그래도 뭐.. 인턴 핸드폰은 멀쩡해서 다행이네.
"…안 깨진 것 같던데. 혹시라도 깨졌으면 찾아와요."
"…아뇨! 제가.. 잘못.."
인턴의 말은 끝까지 듣지 않았다. 아직 끊기지 않은 핸드폰을 귀에 대고 '여보세요'하며 인턴을 지나치자.
인턴은 곧 내 눈치를 보다가 팩스실에서 나간다. 내가 잘못한 건데 왜 저렇게 죄송해 하나 싶기도 했다. 역시 이상해.
지인과 통화를 끝내고 나서야 나는 내 핸드폰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아주 박살 났네... 그래도 뭐 소리 들리면 됐지.
퇴근하고 편의점에 들러서 담배를 샀다. 담배를 사갖고 나와서 차에 탔다. 시동을 틀어놓고서 출발 하려는데.
회사에서 급히 나온 인턴이 내쪽으로 뛰어오다가 발목을 삐끗하고 넘어진다.
왜 저럴까.. 역시 자기 몸 하나 간수 못 하는 이상한 사람이 분명했다.
민망하지도 않은지 바로 일어나서 '부장님!' 하고 내 차 옆에 서기에, 나는 창문을 열며 생각했다.
나한테 뭔 할 말이 있길래 그렇게 넘어져가면서 까지 해서 오는 거야. 별 거 아닐 것 같긴 하다만..
"저.. 부장님..! 아, 저 그 인턴입니다...."
"……."
"…그 핸드폰이요. 제가 부딪혀서 그렇게 된 건데.. 제가 죄송해요. 액정 깨진 것 같던데.. 제가 물어드릴 수 있으면 물어드릴게요.. 너무 신경이 쓰여서."
역시 별 거 아닌 말이다. 난 정말 괜찮은데. 왜 자기가 더 난리인 건지.
그냥 귀찮기도 하고, 빨리 대화를 끝내고 싶기도 해서 또 난 인턴을 쳐낸다.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요. 안 그래도 바꾸려고 했어요."
"…새로 나온 거잖아요 그 핸드폰."
"다른색으로 바꾸지 뭐.. 가요, 얼른."
"…네? 아,어..아..하.."
"근데 괜찮아요?"
"네?"
"방금."
조금은 걱정이 되긴 했다. 되게 아파 보였는데.. 나한테 미안해서 달려 온 거 생각하니 더 안쓰러워서 물어 본 거였다.
"집 방향 어디예요."
"우체국 쪽이요..!"
"타요. 나도 그쪽 방향이라."
"…어오 아니에요! 가까워서 그냥 버스 타면.."
"타요."
"…아, 그럼.. 실례..."
리액션 하나는 인정.
아니라며 손을 마구 허공에 젓는데 귀여웠다. 그래서 이번엔 참지 않고 살짝 웃었다.
실례 한다며 자연스럽게 뒷좌석에 타려고 손잡이를 잡는 인턴은 나를 참 골때리게 한다.
39년 살면서 이런 애는 또 처음 보네. 진짜.
"내가 택시기사예요?"
"네?????"
"앞에 타요."
아침에 출근하는데 집이랑은 먼 버스 정류장에 비를 다 맞았는지 홀딱 젖은 상태로 서있는 인턴을 보자마자 차를 세웠다.
비 맞은 강아지 꼴이 이럴 때 나오는 말이구나. 진짜 강아지가 비 맞은 것 처럼 서있으니까 웃겨서 혼자 조금 웃었다. 조금.
인턴을 차에 태우고서 잠시 신호가 걸린 뒤에서야 나는 인턴에게 말을 걸었다. 어젠 그렇게 쫑알 쫑알 말도 많더니, 오늘은 어째 말이 없네.
"왜 거기 서있었어요. 집이랑 거리가 좀 멀지 않나."
"아, 운동 삼아서 걸어 가려고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며 정면을 보고 있는데도, 인턴이 나를 힐끔 보는 게 느껴졌다. 일부러 신경 안 쓰는 척 했더니.
이젠 대놓고 보길래 같이 쳐다보려다가 말았다. 더 어색해질 것 같아서.
"근데요.. 핸드폰.. 정말 괜찮으세요? 전 아무래도 너무 신경이 쓰여서.."
"괜찮다니까."
"…네."
괜찮다는데 왜 자꾸 미안하대. 귀찮아서 대추 괜찮다고 말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주눅 들어서 네.. 하고 창밖을 보는 인턴을 살짝 보았다. 진짜 무슨 강아지야? 웃겨.
옥상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데. 내 옆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인턴을 보고 나는 대충 전화를 끊고서 인턴을 보았다.
또 뭘까. 여전히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제는 조금 기대가 됐다.
이번엔 어떤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다고 할지.
"어제 데려다주신 것도 감사하구요, 핸드폰도 너무 죄송스러워서.. 커피 좀 사왔어요..! 정말 감사하고 죄송해요."
"진짜 미안한가보네.. 진짜 괜찮아요. 이럼 내가 부담스러운데."
"ㅎ..ㅓ... 부담스러우셨어요? 죄송해요 진짜.... 그럼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커피..."
"일단 잘 마실게요. 그리고 진짜 신경 안 써도 돼요. 전화 받는 거 외엔 핸드폰 볼 일도 없어서. 불편하지도 않고."
"…감사합니다."
"뭘 감사해요. 내가 괜찮다는데."
"그래도 ㅠㅠㅠㅠ 역시 잘생기신 분은 인심도 좋다고.. 다 부장님 얘기인 것 같아요."
"에..?"
"부장님 진짜 잘생기셨어요! 진짜 진짜.. 진짜........."
"아, 아니에요."
"진짠데.. 정말 정말 연예인 같구요.. 전 처음에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어요. 너무 배우 같으셔서."
주눅 들어서 눈치 보며 미안하다고 했던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오늘은 또 다른 컨셉인가보다.
갑자기 부담스럽게 나한테 칭찬을 하는데 솔직히 웃기기도 했고, 왜 저러나 싶고.
"…너무 오버 하시는 것 같은데.아무튼.. 어제도 오늘도 가는 방향이 같아서 태워준거고,핸드폰은 정말정말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일부러 돈 써서 저 챙겨주지 않아도 돼요."
"네에.. 근데 어.. 보조개 있으시네요..!"
"아, 네."
"…오. 진짜 잘 어울리세요!"
"ㅎㅎ....감사합니다."
회사 다니면서 나한테 저런 말 했던 사람이 있었던가. 나만 보면 인사하고 바로 도망가는 사람들 뿐이었는데.
나한테 이상한 오바 떨면서 주접 떠는 사람을 보니 신기했다. 그냥 성격이 좋은 건가.
"진짜.. 아침에 안녕하세요 말고 잘생기셨어요.. 로 인사 해도 돼요?"
그 왜.. 만화에서나 나오는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서 진짜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말을 하는 인턴에 처음으로 많이 당황했다.
"…아, 아니요. 그건 좀."
비가 오는 날 김대리와 인턴을 태워주었다.
내 실수로 인해 인턴의 옷에 커피를 다 쏟아버렸고, 인턴은 내 옷으로 갈아입었다.
"죄송해요 또 신세를."
매일 사과만 하는 인턴이 이상하고, 신기했는데. 이제는 이상하기 보다는 귀여웠다.
피해 같은 건 남한테 주기 싫어하는 건 분명해 보였다.
난 사람들이 쓸데없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게 싫었는데. 얘는 좀 들어줄만하네.
"이번엔 진짜 내가 실수한 건데. 왜 자꾸 본인이 잘못했다 생각해요."
"…그쵸. 방금 건 부장님이 진짜 너무 터프하게 제 옷을 잡아 당기시는 바람에."
"그건.. 너무 급해서 나도 모르게. 진짜 미안해요."
"…새옷이었는데."
"미안해요."
"ㅎㅎㅎ괜찮아요! 어차피 싼 옷이라서."
"……"
"아, 근데 부장님 뭐 뿌리세요?? 향수...?"
"왜요?"
"좋은 냄새가 나서요! 근데 향수 냄새는 또 아닌 것 같아서."
"가끔."
"아아.. 그럼 부장님 살냄새인가보다."
"……."
"아, 근데 부장님은 저희집이랑 같은 방향이라고 하셨잖아요. 어디 사세요?"
"은우씨 집이랑 차타고 1분도 안 걸려요."
"아, 정말요?? 어디요?? 저희 그럼 이웃!"
"이웃?"
"이렇게 잘생기신 분이 이웃인 걸 왜 몰랐죠..."
나한테 왜 이러나 싶었다. 자꾸 나만 보면 잘생겼다며 칭찬을 하는 네가 처음엔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웃기고, 귀여운 걸 보니까. 나도 조금은 익숙해지나보다.
"뭐 맛있는 거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네? 아니요? 진짜 잘생기셔서 그래요!"
"……."
"왜..요..? 왜 웃으세요... 진짠데.."
"은우씨 같은 사람 처음 봐서요."
"…제가 좀. 아! 옷은 드라이 해서 드리겠습니다.."
"그냥 줘도 되는데."
"그냥 제 마음이.. 그래야 편할 것 같아서요."
"그럼 편한대로 해줘요."
"…네에."
다음 날 출근을 하고 볼 일이 있어서 5층에 왔을까.
복도에 나와있던 네가 나를 보고선 활짝 웃으며 내 앞으로 달려와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오늘도 잘생기셨네요오."
"……."
진짜 강아지도 아니고 뭐야 저게.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인데. 웃기고 귀여워서 내가 웃고 있는 걸 보니.. 질색 까지는 아닌가보다.
네가 취한 건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귀엽고 순하던 네가 갑자기 소리 빽뺵 지르며 내게 게이냐 묻는데 그 날 밤엔 잠을 잘 못 잤다.
당황스러워서가 아니라 웃겨서 계속 생각이 나서.
빌려준 옷을 받고, 밥도 같이 먹었다. 배는 고픈데 혼자 먹기는 싫기도 하고...
뭔가 먹여주고 싶어서 밥을 같이 먹자고 했는데, 너는 알겠다고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밥을 다 먹고나서 집에 데려다 줬다. 차에서 내린 너는 내가 가는 걸 볼 건지 차 옆에 서서 뻘쭘한 듯 눈을 굴렸고, 나는 창문을 열어 말했다.
"여자친구 없긴 한데. 게이는 아니에요."
"네?"
"혹시 또 모르잖아요. 오해할지."
"…네에?"
"은우씨 술 많이 마시면 안 되겠더라."
술 마시면 강아지가 아니라 개가 된다는 것도 있지만.
술 마신 거 또 보면 이틀은 밤 샐 것 같아서 그래. 너무 재밌어.
원래 난 워크샵을 싫어한다. 친하지도 않고, 불편한 사람들 끼리 워크샵 가봤자 뭐하나 싶기도 하고.
추억은 커녕 귀찮기만 하니까 가기 싫었다. 이번엔 왜 워크샵 일정을 넣었냐면.
네가 좋아하는 걸 보고 싶었다. 평소에도 좋다고 매일 웃고 다니는데 워크샵 얘기하면 얼마나 더 신나할까 궁금해서.
이번 워크샵 때는 너도 있고 해서 나도 술이나 좀 껴서 마셔볼까 싶어서 술자리에 참석 했는데.
다들 나를 안 좋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당황스럽긴 했어도..
"……."
당황스럽게 보는 몇 명 사이에서 여전히 웃으며 나를 보고 있는 너를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옷시옷이요."
"시..옷...시......옷....? 떠오르는 건.. 하나밖에 없는...ㄷ..ㅔ..."
"아이씨 진짜."
"설사."
"아니 왜 하필 설사야? 세수도 있고, 생수도 있고, 수성도 있고 어??"
"뭐요."
"조주임 그렇게 안 봤는데. 더럽네."
"김선호 팀장님 보단 낫죠."
"아니.. 내가 이상한 거야? 나만 그런 거야?"
"아니야 김팀장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 걸..."
술게임 하는 걸 보고 뭐가 그렇게 웃긴지 계속 웃기만 하는 너를 보기만 했다.
게임은 재미없었고, 너 보는 게 더 재밌었다. 저게 재밌어? 뭐가 재밌어? 묻고 싶었는데.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지켜보는 걸 선택했다.
"엇..."
"……"
일부러 사람 없는 곳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웬 여자 목소리가 들려서 고갤 돌려 보니 네가 있었다.
담배 냄새가 싫은지 코를 막는 너를 보고 나는 급하게 담배를 발로 비벼 껐다.
벤치에 둘이 앉아있는데 담배 냄새가 많이 날까봐 조금 신경이 쓰였다. 나를 힐끔 본 너는 괜히 손장난을 치며 말한다.
"별로 재미없으시죠..."
"아뇨. 재밌어요."
"되게 영혼 없으신데..."
"재밌어요."
"근데 여기 직원분들은 술이 쎈 것 같아요! 진짜 각자 두병씩 마신 것 같았는데."
"그래요?"
"하긴 워낙 주변에 신경을 안 쓰시니까 모르셨겠네요!"
"그런가 ㅎㅎ.."
"내일은 아침에 바로 그냥 쫑인가요? 그리고 내일부터 쉬는 건가요!?"
"그쵸. 금토일 다 쉬는 거죠."
"진짜 부장님 최고."
"저 최고예요?"
"네!!"
"고마워요. 최고라고 해줘서."
되게 뭐랄까. 애가 너무 맑고, 밝아서 같이 있으면 나까지 맑고, 밝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까. 너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참 신기해.
"아! 부장님 아까 초성게임 못 알아 들으셨었죠! 제가 다시 설명해드릴게요!"
"……"
"제가 초성 제시하면.. 아! 히응 시옷으로 제시하면! 부장님이 하수! 하면서 ~제 엄지손가락을 감싸 쥐면서어어~ 똑같이 따봉- 하시면 돼요.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막 초성 맞추면서 부장님 위에 잡고, 잡고, 잡고 하다가 초성 못 맞춘 사람은 벌칙주를 마시는 거죠!!"
사실은 무슨 뜻인지 다 안다.
그냥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 웃기고 귀여워서 모르는 척 쳐다봤더니 눈을 크게 뜨고선 내게 말한다.
"뭔 뜻인지 이해 못 하셨어요!?"
"……."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따봉! 하면!!"
또 허공에 따봉을 하고선 웃길래, 이제는 그만 모르는 척 해야겠다 싶어서 알겠다는 듯 너의 엄지손가락을 감싸 쥐었다.
"이렇게 나도 따봉 하면 된다는 거잖아요. 그쵸."
"…헛...ㄴ...ㅔ......"
손이 어떻게 이렇게 작고 예쁘지. 손을 놓아주고선 웃으면, 너는 당황한 것 같은 표정으로 다른 곳을 본다.
출장을 갔다가 너의 말이 떠올랐다. 하부장은 선물 사줬다면서 부러워하던 표정이 떠올라서 선물 두개를 샀다.
노크 네 번.. 노크를 네 번씩이나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턴 빼고.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도 뭐가 좋은지 웃고 있기에, 나도 따라 웃어보였다.
"부장님!!!!!!!!"
주인 만난 강아지도 아니고.. 한달 못 본 것도 아닌데 그렇게 반가울까.
"왔어요?"
"네! 왔습니다!...."
왔다며 웃으며 내 앞에 서는 너를 올려다보다가 나는 일어서서 책상 밑에 있던 선물을 꺼내 너에게 건네준다.
"선물. 갖고싶다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표정을 굳히고선 한참 내 손에 들린 선물을 본 너는 선물을 받으며 말한다.
"네? 제..가.. 선물 갖고싶다고..그랬...어요!?"
"받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요? 하부장은 팀원들한테 선물 다 돌렸다고.. "
"어...받고 싶다고 한 건... 아니었는..ㄷ..ㅔ...감..사..합....ㄴ..."
엄청 좋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당황해서는 손까지 바들바들 떠는 너를 보니 웃음이 또 나와버린다.
아무도 안 뺐어가는데.. 선물을 꼭 쥐고 있는 너를 보니까, 이제 좀 살맛이 난다.
"부장님 이상형이 뭐예요?"
내 집에서 이렇게 귀엽고 어린 친구를 데리고 와서 술을 마시는 건 또 처음이었다.
술이 좀 들어간 너는 그 때 처럼 취하지는 않았고, 그냥 기분이 좋은 정도 같았다.
내게 이상형이 뭐냐고 묻는 사람도 우리 회사에서도, 최근 들어서도 네가 처음이다.
"그냥 첫인상이 좋은 사람."
"제 첫인상은 어때요?"
"아마 은우씨가 처음에 봤을 때.. 울고 있었죠."
"…아! 그 때는..."
"하라고 한 적도 없는 일을 퇴근시간 지나서까지 하면서 울고있었지."
"…억울해요 저두."
"귀여웠어요. 그냥 강아지같아."
"강아지요!?!"
"응."
"저는요. 부장님 첫인상... 잘생겼다.. 이거였는데. 키도 큰데? 목소리도 좋고? 잘생겼는데??? 손도 이뻐."
"……."
"근데 또 되게 시크하시고 무심하시고... 모르겠어요. 되게 잘생기셨어요!"
"…안 잘생겼는데."
"그거 본인만 모르는 거예요! 제가 술도 들어갔으니까 말하는 건데요! 진짜진짜! 너무 잘생기셔서 옆에 지나갈 땐 숨이 멎을 것 같다니까요...
오늘도 같이 술 마시는 것도 너무너무 기대 돼서!!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갔어요.. 9시에 불 끄고 잔 것도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고."
"……."
"술 취해서 말한다고 생각은 하지 마시구요.. 솔직하게 말하고싶어서 그래요. 제가 부장님한테 마음이 있는데..
부장님도 당연히 아실 거라고 생각도 하는데!.. 부장님은 어떠신지.. 그게 궁금해서요."
"……."
"부장님이 저한테 하는 행동들도 보면.. 되게! 저랑 같은 마음인 것 같기도 해서.."
너무 갑자기 내게 고백을 하는 너는 역시 너답게 특이하고, 신기하고, 이상했다.
싫지는 않았지만.. 당황스럽고, 어지러운 게 대부분이었다.
7-8살 아래 까지는 만나봤는데.. 14살이나 어린 너와 연애한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복잡해졌다.
내가 너를 책임지고 만날 수 있을까, 사람들 시선에 신경 안 쓰고 너를 챙길 수 있을까.
"…내가 오해 할 행동을 했다면 미안해요. 그냥 내 딴에선 막내이기도 하고.. 귀여워서 그런 거였는데.
난 은우씨 좋아해서 연애하고 싶은 생각은.."
"저희 나이 차이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그것도 그렇고."
"아유 그럼 그건 극복하면 그만이잖아요! 제가 막 싫어서.. 사람이 싫어서 싫다는 건 아닌 거죠? 그쵸???"
"……."
"그럼 됐어요... !! 아.. 일단...일단은 제가 이렇게 대놓고 고백한 건 처음이라 민망하니까!... 그만 마실래요! 집 가야겠어요."
"어.. 잠깐 데려다줄ㄱ.."
"아니에요!!"
웃음기를 잃은 너도 오늘 처음 봤고, 애써 웃으려고 하는 너도 오늘 처음 봤다.
막 사회생활 시작 한 병아리 스물다섯살이라고 생각하니 저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를 귀엽다고 생각한 것도, 너에게 이상한 인사를 받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겠구나 싶었다.
"사랑합니다아!!!"
하지만 너는 늘 예상치도 못 한 행동을 해서 나를 놀래킨다.
"…뭐라고 했어요?"
"제가 생각을 좀 해봤거든요. 어차피 고백해서 차인 마당에 피해 다니는 것 보다 될 때까지 들이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
"저 계속 신경 써 주세요. 왜 누가 좋다고 하면 싫다가도 호감이 간다고 하잖아요. 부장님이 저한테 연애하자고 말 할 때까지 계속 들이댈게요.
그러다가 제가 힘들면 알아서 빠질게요. 부장님이 저 좋아하게 만들고 싶어서 이러는 거예요.."
"…진짜."
"괜찮죠?"
"……."
"네?"
"맘대로 해요."
"…오...넵!"
"어제 라면 먹었어요?"
"아, 그럼요!! 울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ㅋㅋㅋ."
가늠할 수 없는 너는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놀래킨다.
찼더니, 좋아하게 만든다며 더 들이대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있어.
좋아하게 만든다더니 너는 참 말 하나는 잘 지킨다.
너는 자꾸만 신경 쓰이게 만들었고, 나는 무슨 마법에 걸린 것 마냥 너만 찾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로도 신경을 쓰이게 만든다.
"부장님.. 그.. 오늘 현장에 인턴도 같이 가도 될까요. 거의 한달 출근했으니까, 이제 천천히 현장에 나가도 될 것 같아서요."
"아, 그래요."
네 주변엔 늑대같은 이상한 놈 세명이 붙어있다.
"아니? 누가 그래? 너 예쁘다고?"
"제 친구가요 ㅡ.ㅡ"
"친구 말은 거르라고 그랬어."
"누가요!"
"우리 엄마가."
"아..."
"근데 너 페이스 정도면 밥 먹다가 체할 정도는 아니야. 뭐.. 쏘쏘??"
"쏘쏘라서 다행이네요 ㅡ_ㅡ 진짜.. 한 번이라도 칭찬 해주는 날이 없어요 김대리님은?"
"아 예쁘다."
"국어책 읽듯이 하는 칭찬은 싫어요~~"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너를 보는데. 예쁘다-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척 하다가 머리를 미는 김대리도 거슬리고.
너의 뒤에 붙어서 걷다가 너의 머리에 붙은 먼지를 무심하게 떼어주는 지대리도 거슬리고.
너만 보면 웃는 박주임도 거슬린다.
너랑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집에 왔을 땐.
술을 너무 마셔서 그런지 피곤해서 누워있었는데 너에게 전화가 왔다.
너랑 벌써 자연스럽게 밤마다 전화를 한 게 며칠 째다.
"어.. 설마 주무셨어요?'
- 아니요. 잠이 와서 누워있었어요.
"아아.. 그럼 얼른 주무셔야겠네요!!"
- …응.
"아! 잠드시기 전에!! 부장님 오늘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부장님두요?"
- ㅋㅋㅋ..
"왜 웃으세요오....진짜 저는 너무 재밌었는데... 부장님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기도 하구.."
- 몇퍼센트나 좋아하는데.
"음.. 지금 99퍼센트요!.."
- 1퍼센트는 어떻게 하면 채울 수 있지.
"으음.. 으으으음! 부장님이 저를 좋아하게 되면요? ㅎㅎ."
- ㅎㅎ..
"많이 졸리세요?"
- 재밌는 얘기 좀 해줄래요?
"재밌는 얘기요?? 어.. 음... 어어어.. 무슨 일이 있었지이.. 아아아! 있어요 ㅎㅎㅎ 저 고3 때요!..."
- 응.
"남녀공학이었는데 저희 과엔 여자가 10명이었고, 남자는 20명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되게 반 애들끼리 다 친했었거든요.
근데 내 옆에 앉았던 친구가 여자애인데요! 갑자기 수업시간에 저보고 교과서에 뭘 적어서 보여주더라구요?
방귀 나올 것 같다길래 조용한 방귀면 뀌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부와아아아앜!!! 소리가 났어요! ㅋㅋㅋㅋ
그래서 반 애들 다 웃고, 쌤도 웃고.. 너무 웃겨서 수업에 집중도 못 하고 그래서 쌤이 그냥 수업도 포기 하시고 그랬어요.."
-…….
목소리가 예쁘다. 처음엔 몰랐는데 너를 알아갈 수록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너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고 싶었다.
아주 조용히 재밌었던 일들을 말하는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이 돼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부쟝뉨."
"왜."
내 집에서 네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시키고선 영화를 보는데 너는 말이 많았다.
평소와 같이 웃으며 나를 부르길래 이번엔 너에게 말을 놓아보았다.
"허얼 지금 반말하신 거예요오!?!?!"
"ㅋㅋㅋ."
"부장님 팔뚝 진짜 한 번만 만져보면 안 돼요?"
"한 번만 만질 거면 왜 만지지."
"아! 그럼 계속 만지면 안 돼요!?!?!"
"안 되죠."
"아, 왜요오..."
"그냥?"
"그럼 갑자기 제가 막 뽀뽀하면요?"
자기가 말하고 민망한지 고개를 숙인 채로 들지도 못 하고 있길래.
나는 고갤 틀어 너의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뽀뽀 하고 싶어요 나한테?"
"음..네...!"
"해봐요, 그럼."
이제서야 눈을 크게 뜨고 고갤 든 너는 나를 보더니 수줍게 웃는다.
근데 어차피 안 할 거 아니까.
"진짜요? 진짜 해도 돼요?"
"……."
"뽀뽀는 사귀는 사람들만 하는 건데......... 뽀뽀하면 저희 사귀어야 될 수도 있는데요????"
너도 진심이었겠지만, 나도 진심이었다.
정말로 네가 용기내서 한다면 너와 연애를 할 생각이 있었고.
네가 용기를 내지 못 하고 주저하면, 내가 입을 맞추려고 했었다. 근데 또 타이밍도 그지같게.
[띵동]
배달이 와버려서. 멘탈이 나가 멍을 때리는 너를 보고 입을 맞추려다가
오늘 하루만 더 너를 놀리기로 한다. 오늘 하루만.
"영화 정지 시켜놔요."
며칠 뒤에 우리 회사 익명 게시판엔 너와 내 얘기로 가득 찼다.
온통 너의 욕들 뿐이었고, 나는 차마 댓글들을 다 볼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면 무조건 여자가 욕 먹는 게 당연하게 되어버렸다. 세상이 그렇다, 세상이.
지나갈 떄도 욕 먹고, 밥 먹을 때도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 내가 아직도 그렇게 좋은지 나를 따라오는 너에게 처음으로 화를 내었다.
그냥 너 없었던 것 처럼 잘 지내보려고 했다. 힘들겠지만 그러고 싶었다. 일 커지는 건 나도 힘드니까.
근데 너는 나를 또 화나게했다. 내가 그렇게 화를 냈는데도 나를 좋아할 거란다. 혼자서라도 좋아하겠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은우야 괜찮아?"
"……."
어떻게 신경을 쓰지 말라는 거야. 도대체?
이번엔 김대리, 지대리, 박주임.. 그리고 너까지 포함해서 넷이서 나를 거슬리게 했다.
무슨 계속 너만 보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네가 다치자마자 너에게 달려가는 박주임과.
"야 조심 좀 하지.. 괜찮아?"
걱정이 되는지 인상을 쓴 채로 너의 상태를 확인하는 김대리.
"……."
내 눈치를 보고선 너를 뚫어져라 보고있는 지대리까지.
진짜 당장 너한테 달려가서 너를 데리고 나가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짜증났다.
진짜 너무 짜증이 났다.
옥상에서 마주친 너는 내게 인사를 하고서 바로 김대리와 지대리 박주임과 얘기 하기 바쁘다.
"…어째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데..? 설마 아예 끝이야?"
"……"
"홀리 쉣~~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결말이 났단 말이야???"
원래는 이게 맞는 건데. 이래야 내가 널 잊는 건데.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점심시간이 끝났을까, 너는 부장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고.. 나는 너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예요?"
"아, 이거 이대리님이 전해달라고 하셔서요!"
"아, 그래요."
아무 말도 않고 목례만 하고서 바로 등을 돌리는 네가 싫었다.
좋아하겠다고 할 땐 언제고 왜 이렇게 나를 피해.
"잠깐 나 좀 볼래요?"
"…네?"
"……."
"아, 네."
당장 너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 왜 그러냐고. 왜 나를 피하냐고..
근데 그럼 나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퇼 테고, 쪼잔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만 같아서
"…아니다. 됐어요."
"…에?"
"가봐요."
그냥 너를 보냈다.
부장실에 들어 온 나는 바로 후회했다.
아까 데인 건 괜찮은지 물어보기만 할 걸.
늦게 퇴근을 하는데 재수없에 5층에서 엘레베이터가 멈춘다.
그리고 재수없는 사람의 익숙한 향수냄새.
"엇 부장님 이제 퇴근하세요?"
왜 친한 척 해.
"…아,네."
"저는 조금 야근을 했습니다 ^^."
어쩌라는 거야.
"부장님 소문 때문에 인턴도 힘들고 부장님도 힘들으셨잖아요?"
진짜 때릴까.
"사적인 얘기는 하지 맙시다."
"아, 넵!"
오늘따라 엘레베이터는 왜 이렇게 느린 거야. 열리자마자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면 김대리가 또 내게 말을 건다.
"근데 이제 부장님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진짜 욕이라도 할 생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근데 김대리는 웃고 있다.
"오늘 은우 소개팅 나갔거든요. 제 친한 친구랑 잘 됐으면 해서 소개 받아볼래? 했더니 은우가 아, 그럴ㄲ..."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지?
"어디로."
"네?"
"어디로 갔냐고."
"…어, 네! 그.. 지금 아마 시외 옆에 있는 진포차에...."
"김대리."
"아.. 예......"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끼어들지 마요. 알겠어요?"
"아,넵."
"……."
차에서 내리자마자 너를 계속 찾았다.
혹시나 벌써 따로 다른 곳에 갔을까. 전화를 해야 되는 걸까.. 핸드폰만 손에 꽉 쥔 채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저 멀리 네가 보였다.
뭐가 그리 좋다고 웃으면서 남자랑 대화를 하는 거야.
"볼 일 다 봤으면 데려갈게요."
"네??"
꼴뚜기 같이 생긴 게 뭘 쳐다보는지. 꼴뚜기 대답 따위 들을 필요 없다 생각하고 그냥 너를 데리고 갔다.
"..근데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혼자 좋아하겠다면서."
"네?"
"혼자라도 좋아하겠다고 했잖아요. 근데 금세 포기하고 다른 사람 만나요?"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ㅎ.."
"좋아하겠다고 했으면서 왜 회사에서 모르는 척 해요. 평소처럼 할 것 처럼 말 다 해놓고. 나랑 눈 마주치면 먼저 피하고. 인사하면 끝이고."
"그야 자신이 없으니까 그러죠.. 어떻게 혼자 좋아해요. 부장님은 싫다는데.."
"내가 언제 싫다했어."
"…그렇게 들렸어요 저는."
"나는 그쪽이 욕 먹는 게 싫어서. 그래서.."
"…욕 먹는 건 난데 왜 부장님이 걱정 하세요."
"……."
"부장님도 저 좋아하는 거 아니면 이러지 마세요.. 저 또 오해 하고 그런단 말이에요."
"취했어요?"
"…조금요."
"모르는 남자 소개 받고 술까지 마시고, 취하기 까지 하고."
"……."
"일단 집 가요. 나중에 얘기 해."
"왜요.. 지금 얘기 해요. 무슨 얘기 하시려는 건데요.."
"……."
"완벽하게 저 차려구요?"
"그쪽 안 싫다니까."
"…그럼요."
"나도 좋아한다고."
"……."
"그러니까 그쪽 찾아왔지. 안 좋아하는데 미쳤다고 찾아갔겠어요."
"진짜요?????"
"…….'
못 참겠어서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반응과는 달랐다.
왜 너는 항상 내게 다 처음일까.
"울..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거짓말 하지 마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왜 울어, 왜...???"
"진짜 저 좋아요? 제가 부장님 좋아하는 것처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다니까."
"흐어우우우ㅠㅇㄴ람너루루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니, 은우씨."
좋아한다고 했더니 우는 사람이 어딨어. 왜 끝까지 사람 당황스럽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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