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 상사와 연애하기 프로젝트
w.1억
출근 하자마자 김대리님이 눈짓으로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그럼 나는 웃으며 밖으로 나왔고, 김대리님이 내게 묻는다.
"괜찮냐 진짜?"
"네. 목 따끔한 거 빼곤 괜찮은데! 저 걱정 했어요??"
"걱정 되지.. 괴롭힐 애가 하루만에 사라졌는데."
"치."
"이 옵하가 율무차 하나 뽑아줄게."
"우엑."
"우엑같은 소리 하네."
김대리님이 율무차를 뽑아 내게 건네주기에 받으며 감사하다고 하자, 김대리님이 고갤 끄덕이며 자기 것도 뽑는다.
"근데 너 그 부장님한테 오늘도 잘생기셨네요~ 한 거 우리한텐 왜 안 해주냐고 ㅡㅡ."
"왜요오 그렇게 듣고 싶어요 그게 ㅡㅡ?"
"어!"
"아 예~ 오늘도 잘생기셨네요~"
"훗 ㅋ..어? 부장님 안녕하세요."
5층에 볼 일이 있는지 우리 옆을 지나는 부장님에 웃으며 부장님을 보면, 부장님은 김대리님 인사를 받아주고 나서 나를 보며 작게 웃으며 지나간다.
"……."
"그나저나 요새 부장님 연애 하시나?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단 말이지..?"
"그래요?? 요즘들어 더 그래요??"
"응. 요즘들어 좀 많이 이상해지셨지? 헐 우리 부장님 결혼하시나봐."
"부장님이랑 결혼하는 사람은 되게 귀엽고 착하고 매력있고 그러겠죠~?"
"일단 너같은 스타일은 아닐 듯?"
"왜요!!"
"왜 소릴 질러???? 너 목 아프다면서!!"
"ㅡ.ㅡ"
"이상한 애야 진짜?
"뭐요 뭐요 뭐요."
"뭐 뭐 뭐."
"그래도 괜찮아진 거 보니까 보기 좋다."
"어..! 박주임님..!"
"오늘은 은우가 먹고 싶은 걸로 점심 먹는 걸로 할까요?"
보검의 말에 정현은 '아니 ㅡㅡ?'하고 장난을 쳤고, 은우는 또 왜요오! 하고 울상을 짓는다.
은우가 계속 기침을 하자, 보검은 계속 은우를 지켜본다.
콜록 콜록 하고 기침을 하면 창욱은 또 자연스럽게 의자를 옆으로 끌고, 은우는 왜요오.. 하고 울상을 짓는다.
아마 이쯤 되면 창욱도 은우의 반응을 즐기는 거일 수도 있다. 보검이 그 둘을 보며 웃고 있었을까.
여직원들이 은우를 보며 조용히 뭐라 속삭이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한다.
"……."
평소에 자기들끼리 은우 욕하는 걸 보긴 했어도.. 저렇게 대놓고 욕할 때도 있구나.
괜히 은우가 신경 쓸까 싶어서 은우를 힐끔 보아도, 은우는 자기 일 하느라 바빠서 다른 곳을 볼 틈도 없다.
회사가 끝나고, 보검이 은우에게 다가오자 은우는 자연스럽게 일어서서 보검을 올려다본다.
"데려다줄게. 가자."
"아, 정말요 ㅎㅎ? 감사합니다!"
"아픈 사람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김대리님 지대리님 저희 먼저 갈게요."
대충 손을 흔드는 창욱과, 엉- 하고 손을 흔드는 정현에 보검은 웃으며 은우에게 '가자' 한다.
은우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태평에게 카톡을 보낸다.
- 오늘 저녁엔 시간 있나요?! ㅎㅎ
[오늘은 바빠서 밤 돼야 집 들어갈 것 같은데요.]
- ㅠㅠ 하는 수 없죠! 그럼 내일은요? 내일 불금인데요!!!!
[내일은 돼요 ㅎ]
- 그럼 저희 내일 끝나고 보는 거예요 ㅎㅎㅎ!!!
[네~~]
기분이 좋은 듯 웃는 은우에 보검은 은우에게 '뭐가 그렇게 좋아?'하며 따라 웃어보였고
은우는 그저 아니라며 고개를 저으며 계속 웃기 바쁘다.
"뭐 로또라도 당첨 됐나? 너무 좋아하니까."
"오오오 맞아요 저 로또 당첨 됐나봐요 ㅎㅎ 요즘 너무 행복해요. 회사 나오는 것도 좋구요."
"회사 나오는 거 좋아하는 사람 처음 봤네."
"그쵸! 근데 회사엔 너무 좋은 사람들만 있으니까."
"좋은 사람들?"
"부장님도 있고, 박주임님,김대리님.., 지대리님! 그리고 인사팀에 보아언니 등등!"
"되게 밝아서 좋아."
"네?"
"밝아서 나까지 밝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좋아."
"저 때문이 아니라 원래 밝으신 것 같은뎁... 처음에 저 들어왔을 때도 제일 친절하셨고, 장난도 쳐주셨잖아요? 주임님 보고 주인님 같다고 막..ㅎㅎㅎ."
"그걸 기억해?"
"한달 전인데요 뭐!..."
어제는 부장님한테 전화를 하지 않았다. 나름 밀당 같은 거랄까.
는 아니고.. 사실은 그냥 내가 안 걸면 부장님한테도 올까 궁금해서 안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장님한텐 카톡도 오지 않았다.
또 시무룩해 있다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니까 더 입술이 삐죽 튀어 나오는 것이다.
오늘도 약속이 있다며 3인방을 먼저 보내고나서 혼자 사무실에 앉아서 가만히 있는데, 얼마 있지 않아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미안해요. 서류 정리할 게 좀 있어서. 갈까요?"
"…네."
네- 하고 부장님한테 가까이 가는데 부장님 냄새 때문에 좋아서 웃을 뻔 했다.
그리고 엘레베이터를 타도 정적이 흐른다. 먼저 안부를 묻지도 않는다? 맨날 통화 하다가 어제 안 했는데??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별 말 안 하고 부장님 차를 찾는데, 부장님이 내게 말한다.
"혹시 뭐 안 좋은 일 있었어요?"
"…네?"
"어제 연락도 안 되고, 오늘도 표정이 영 그렇네."
"아니요!?"
난 참 단순하다. 부장님이 저렇게 말해줬다는 거에 또 기분이 풀려서는 웃는 내가 바보같다.
"요즘 향수 뿌려요?"
"어.. 네!"
"냄새 좋네."
"정말요!?"
"응."
"오오오 다행이에요!! 지대리님이 골라준 향수예요! 남자들은 어떤 냄새를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골라달라고 부탁했는데."
"아..."
"역시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ㅎㅎㅎㅎ."
"누구한테 잘 보아려고 지대리한테 골라달라고 부탁을 해요?"
"장난하세요!? 당연히 부장님이죠!! 부장님한테 잘 보이려구요!!"
"그럼 나한테 골라달라고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앗 그럼 부장님이 골라주세요 다음엔 ㅎㅎㅎㅎ!!"
"싫어요."
"왜요오...!"
"그냥."
그냥- 하며 먼저 운전석에 타는 부장님에 왜요오... 하고 조수석에 타면 제일 먼저 밸트 먼저 매라고 한다.
그럼 나는 힐끔 또 부장님을 보고, 부장님은 삐질 때면 조금 입술이 삐죽 나온다.
괜히 귀엽고 재밌어서 웃으며 창밖을 보면, 부장님이 헛기침을 한다.
"부장님 떡볶이 좋아하세요?"
"좋아하죠."
"아아.. 그렇구나아.. 그럼 저 부장님 집에서 라면 먹고 가도 돼요?"
"……?'
"농담인데...."
"영화도 보고싶다아.. 공포영화 보고싶다... 영화 보면서 떡볶이 먹으면 진짜 진짜 좋을 텐데........
꼭 남자친구 생기면 하고 싶었던 거였는데에..."
"남자친구랑 왜 못 해봤지?"
"음.. 저는 친구랑 사니까요? 그리고 뭐 혼자 사는 남자친구가 없었어요."
"…아, 그럼 나는 남자친구가 아니니까 우리 집에서 영화보고 떡볶이 먹는 건 못 하겠네."
"아뇨? 제가 방금 남자친구 생기면이라고 했나요?"
"네."
"아닌데.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이라고 했는데. 부장님이 잘못 들으신 건데!"
"ㅋㅋㅋㅋㅋ."
"설마아 여기서 우회전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 아니시겠죠오오!! 좌회전 하는 게 부장님 집이 더 가까운데에!!!"
곧 좌회전을 하는 부장님 덕에 내가 꺄아! 하고 장난치며 소리를 지르면 부장님이 소리내어 웃는다.
일단 배달을 시키고, 나는 집에서 내려 옷을 갈아입고 가기로 했다. 아마 부장님이 내 말을 들어줄지는 모르겠다만..
"서로 편한 옷 입기!! 츄리닝도 좋고오!!!"
정장같은 불편한 옷을 입고 있기엔 그냥 불편하고.. 집도 가까우니까!.. 별 뜻은 없고...
부장님 문 앞에 서서 초인종 벨을 누르면 부장님이 바로 문을 열어준다. 근데...
"와 부장님..."
"왜요."
부장님도 편한 옷을 입고 있으니 얼마나 설레던지...
"부장님 반팔 입은 모습 처음 보니까 더 설레고 그르자나여어어어."
"나도 은우씨 트레이닝복 입은 거 처음 보네."
웃으며 고개를 마구 끄덕이면, 부장님도 날 따라 웃는다.
우리 둘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고, 불은 또 은은하게 무드등만 켜져있다.
부장님과 나는 가까이 붙어서 앉지는 못 했다. 그냥 뭐랄까...부끄럽달까. 그래도 나는 리모컨으로 영화를 고르면서 부장님한테 다가가 바짝 붙으며 말한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바짝 붙어서 앉겠습니까아."
"너무 저돌적인데."
"이런 여자 별로예요!?!? ㅠㅠㅠ...."
"아니 그건 아니고."
흐흐.. 나도 모르게 바보같이 웃었다. 영화를 고르고선 도입부 부분을 보는데 친구에게 온 카톡에 핸드폰을 확인해본다.
도둑질 하다가 걸리는 영상이라며 보내주기에 보는데 혼자 보기엔 좀 그래서 부장님에게 핸드폰을 들이밀며 말한다.
"이거 봐봐요! 제 친구가 피시방에서 알바하는데 먹을 거 도둑질 하다가 걸렸대요."
"……."
내가 보여주는 걸 집중해서 보는 부장님은 잘생겼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며 인상을 쓰는 부장님은 또 잘생겼다.
부장님이 팔짱을 낀 채로 핸드폰을 보다가 나를 보기에 나도 모르게 부장님에게 얼굴을 조금 들이대며 말한다.
"부쟝뉨."
"왜."
"허얼 지금 반말하신 거예요오!?!?!"
"ㅋㅋㅋ."
"부장님 팔뚝 진짜 한 번만 만져보면 안 돼요?"
"한 번만 만질 거면 왜 만지지."
"아! 그럼 계속 만지면 안 돼요!?!?!"
"안 되죠."
"아, 왜요오..."
"그냥?"
"그럼 갑자기 제가 막 뽀뽀하면요?"
그냥 부장님 놀리려고 한 소리였다. 근데..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향해..
눈높이를 맞추려고 고개 틀고 나를 보고 말하는 부장님에 나는 또 치여버렸다.
"뽀뽀 하고 싶어요 나한테?"
"음..네...!"
"해봐요, 그럼."
근데 난 부장님이 저런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거다.....
"진짜요? 진짜 해도 돼요?"
"……."
"뽀뽀는 사귀는 사람들만 하는 건데......... 뽀뽀하면 저희 사귀어야 될 수도 있는데요????"
고갤 끄덕이는 부장님에 나는 허어어얼! 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마치 뽀뽀 하기만을 기다리듯 나를 바라보는 부장님에 나는 떨리지만 천천히 부장님에게 다가간다.
아주 천천히 부장님한테 다가가면, 부장님은 눈 한 번을 깜빡하지않고 나를 바라본다.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말이다.
조금 더 가까워졌을까..
[띵동 띵뒁 띵도오오오~옹]
초인종 소리에 맥이 빠져서 입술을 꽉 물면, 부장님이 내가 웃긴지 활짝 웃으며 일어나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영화 정지 시켜놔요."
저 말을 하고 배달음식을 받으러 현관으로 향하는 부장님에 나는 쪽팔리기도 하고 설레서 얼굴을 손으로 막고선 한참을 있었다...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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