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짝사랑? 디제이! 나 김원필, 사랑같은 건 믿지 않게 생 (도운: 아, 또 왜 저런데요?) 큼, 아무튼! 그런 내가 사랑에 빠졌다, 이거 아니야! (성진: 오, 누군데?) 왜, 왜, 그 왜, 디제이! (도운: 누구요? 영현이 형?) 야, 씨, 미쳤냐? 형은 남자고! 데이? 데이? 그, 디제이 있잖아! (성진: 영현이네 디제이?) 맞아요! 걔! (영현: 여주 남자 친구 있는데?) ... 네? 채널 조정 중입니다 - "야, 도운아. 어떡해, 나 너무 떨려!" "아, 형! 진짜 촌스럽게. 클럽 처음 오는 거 티 좀 내지 마요." 평생 클럽이라곤 가 본 적 없던 원필을 불쌍하게 여긴 영현은 그가 계약한 클럽에 원필과 도운, 그리고 성진을 초대하였다. 사실 클럽에 그들을 초대한 이유는 원필을 불쌍하게 여겨서가 아닌, 본인의 디제잉 실력을 믿지 않는 주요인물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한마디로 폼내려고 초대한 것이었다. 이를 알리 없는 주요인물들은 제각기 육감을 믿고 떠났고, 원필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도운의 꼬리만 쫓아가는 신세가 돼 있었다. 영현의 디제이 타임이 끝난 건지 도운과 원필에게 말을 걸며 디제이석을 가리켰다. "쟤가! 내가! 얘기한! 김여주야!" "뭐라고요?!" "쟤가! 내가! 얘기했던! 여주라고!" "쟤가! 형이 얘기한! 뭐?!" 도운과 영헌이 시끄러운 틈에서 서로의 말을 비교해가고 있었을까, 원필은 디제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붐붐, 딱, 부리부리, 딱, 비트에 맞춰서 리듬타는 가벼운 몸짓, 그에 따라 움직이는 머릿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놀림, 그녀가 손을 올림과 동시에 팡, 하고 터지는... 아, 이건 사랑의 팡파레일 것이다. "원필아! 원필아!" "예, 예?" "아주 정신을 못 차리네! 재밌지!" 옆에서 영현이 건네는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그녀를 향해 시선을 거두지 못하던 원필은 오늘 그녀의 연락처를 꼭, 꼭! 본인의 핸드폰에 저장하고 말 것이라며 다짐하였다. 이윽고 그녀의 타임이 끝난 건지 내려올 준비를 하는 모습에 원필 또한 준비하고 있었으나, 그가 간과한 사실은 그녀는 클럽에 관계자며, 본인은 그저 손님, 그러니까 관계자 외라는 말씀. 그녀가 쏙 들어가버린 곳엔 애석하게도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팻말이 아주 크게 붙어 있었다.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인 원필이 미친듯이 걸음을 내딛자 놀란 도운과 영현이 그를 뒤쫓아왔지만 그저 볼일이 급하지만 화장실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여겨 원필을 친히 화장실까지 안내해 주었고, 그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이름 또한 알지 못한 채로 집으로 돌아온 원필은 이틀을 꼬박 상사병을 앓았다. 만화를 그리는 원필에겐 더욱 치명적이었다. 무기력함과 집중력 부재, 그리고 이런 본인이 한심해 눈물도 몇 방울 흘렸더랜다. 죽상이 된 룸메이트를 보는 도운은 이유도 모른채 원필이 형이 이상하다며 무작정 형들을 불렀다. 원필은 사실 그 날, 로 시작하는 서사를 풀어내며, 영현에게 연락처를 알 수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볼 수 있는지 물었고 영현은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어넘기다 이내 숙연해지며 원필의 등을 두어 번 토닥였다. "원필아, 여주 남자 친구 있어." "...네?" 충격적인 소식에 말을 잃은 건지 가오나시가 되어 아, 아...를 반복하던 원필은 도운의 고,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갑니까! 라거나 성진의 야, 맞다! 니 정도면 드르간다! 등의 다소 문제 있는 말들에서 위로를 얻었다. "그래. 나 정도면 잘생겼지!" "제이도 잘생겼는데." "제, 제이요?" "심지어 해외파야?" "그, 그래도 돈은 내가 더," "제이는 건물 있어." "야, 야, 그래도 사람이 돈이 다가 아니지." "키도 커." "와, 이건 케이오다, 케이-오." 케이-오-라며 얄밉게 말을 늘이는 도운을 뒤로 한 원필은 좌절했다. 난생 처음 첫눈에 반했는데 상대는 남자 친구가 있다. 그것도 키 크고 잘생긴 해외파 건물주. 허나 원필은 좌절하지 않았다.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라는 노래도 있지 않냐며 본인은 친구라도 하겠다고 설쳐댔다. 도운은 그 노래가 그 뜻이 아니지 않냐며 얘기를 꺼냈지만 죽상인 것보다 낫다는 성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겠어?
채널 조정 중입니다 -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얼마 가지 않아서 그 문제가 생겼다. 다급한 영현의 전화에 도운은 하던 일을 중단하고 클럽으로 달려갔다. 영현은 도운에게 당장 와서 원필이를 말리라며 소리를 질러댔고, 도운은 형이 말리면 되지, 굳이 나를 왜...!라는 억울한 목소리를 내며 클럽에 입성하였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원필을 어떻게 찾나, 고민하던 찰나에 독보적인 몸짓을 보고나서야 영현이 왜 원필을 말리라고 했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도운은 학창시절에나 뽐냈던 달리기 실력으로 원필에게 다가갔고, 그를 낚아채 스테이지에서 벗어났다. 원필은 여기까진 무슨 일이냐며 천연덕스럽게 그를 맞이했고, 도운이 한껏 잔소리를 하려고 쉼호흡을 하는 순간 영현과 원필의 그녀가 등장하였다. 서로 인사하라며 여기는 김원필이랑 윤도운, 내가 아끼는 동생들이고, 여기는 김여주, 데이라고 내 제자야. 따위의 전혀 장소와 맞지 않는 소개가 이어졌고,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도운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그 윤, 도운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오빠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럼 이쪽이... 김원필 씨?" "네! 좋아합니다!" "네?" "네?" 아, 망했다.
원필에게는 둠칫, 딱, 붐붐, 땃시, 시끄러운 비트가 들리지 않았다. 본인이 안녕하세요, 대신 좋아합니다라고 외친 것을 인지하는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 인지하고 사과하려 하였을 땐 이미 영현의 손에 이끌려 클럽 밖이었다. 멍청하게 되물어보지나 말걸! 원필은 앞에서 외쳐대는 영현의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의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본인이 멍청했다는 사실과 매캐한 담배 냄새만 거슬렸을 뿐. "JAE! You so late! 내 타임 다 끝났어!" "미안, 미안! 데이, 그만! 미안해." 제이? 데이? 혹시나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눈을 돌린 원필이 다정하게 껴안고, 간지럼을 태우고, 이마에 짧게 뽀뽀하는 둘의 모습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 정말... 잘생기고, 키도 크고, 옷도 잘 입는 것 같고, 핏도 좋은 것 같고, 건물주면 정말 다 가졌잖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원필은 조금이라도 그녀를 눈에 담기 위해 영현을 따라 그들에게 다가갔다. "형, 섭섭해요. 오자마자 여주한테만 인사하고." "애초에 데이 보러 온 건데, 뭐가 섭섭해?" 둘의 말은 원필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저 데이를 안고 있는 제이가 부러워, 어깨를 감싸고 있는 저 손이 부러워 그저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을 뿐. 영현이 본인을 두어 번 정도 치고나서야 모든 이들의 시선이 본인에게 있음을 인지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영현의 친한 동생이라며 본인을 소개했다. 데이의 앞에서는 두 번째 소개지만 엄연히 첫 번째 소개였다. 제이는 외국 이름이고, 제형이 한국 이름이며, 데이의 한국 이름은 여주라는 걸 알게 되었다. 원필은 본인의 외국 이름을 WON이라고 밝힐 생각이었으나 원필의 외국 이름은 끝내 아무도 묻지 않았다. 원필은 얘기를 이어갈 생각이었지만 여주가 제형에게 라이터의 유무를 물으며 대화는 단절되었다. 담배를 태우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가는 제형과 여주를 보며 원필이 영현에게 말하였다.
"형... 나 담배 피우까?" 날은 후덥지근했지만 원필에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 모바일로 작성하여 여러모로 부족함이 가득한 첫 작품입니다 가볍게 이어갈 생각이니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