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선배가 자꾸 밥을 산다_4. 34000원 짜리 광어회의 정의
W.사라질사람
맛있었다. 일단 광어회는 반들반들 쫄깃쫄깃 둘이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맛이었다.
정말 선배가 내머리를 쓰다듬은 뒤로 아무말도 하지않고 정말 회만 흡입했다.
그리고 다 먹은 뒤 결제까지 마친 선배는 홀랑 집으로 가버렸다.
선배가 밥을 사줬다는 의문을 들고 나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어.."
"..너어..김여주 너..진챠.."
"정구가..."
"..죠..아세여? 김여주씨?"
"..당근 알지.울 정구기..."
"허! 울 정구기? 울??"
"...미안..정구가.."
"참눼..내가..내..내가아.."
"..정구가..?"
"너어..내가..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아라?킁.."
"..어?"
"집오라해서어..갔눈데..집에 아무도 엄꼬.."
"..."
"막..문두들겼더니 옆집..킁! 아조씨가..시끄럽다고오..하고.."
"..."
"너 미어ㅠㅠㅠ힝..너 조아하는 민트촠호 사왔눈데..힝"
"..정구가..인누와..오야"
꽤 오랜시간 있었는지 쭈그려있던 정국이 앞에 같이 쭈구리니 따뜻한 봄이지만 냉한 공기가 정국이에게 뿜어져 나왔다.
정국이의 눈물도 닦아주고, 토닥토닥 안아주니 더욱 더 파고들어 으아앙 소리를 내고 운다.
정구기를 어쩌면 좋지...그대로 내게 안겨 한 15분 쯤 있었나, 정구기는 진정이 됐는지
울음을 그쳤고 나도 그런 정국이를 이끌고 집으로 들어갔다.
"와..그래서 광어회를 먹고왔다고?"
"..응.하하..얼마 안먹었단다?"
(아마 한마리정도..)
"..그 비싼 광어를? 나한테 말도 없이?"
"..어?"
"난 기다리는..ㄷ..ㅔ?"
"정구가!!"
돌연 정구기는 들고온 가방을 짊어지더니
"정구기한테 얼마나 미안한지 반성문 써와. 그때까지는 정구기 너 얼굴 안봐."
하더니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나 김여주 23살..반성문을 쓰기 시작한다.
01. 정구기에게 미안함니다.
02. 정구기가 기다리게 해씀니다.
03. 정말 사죄함니다..
시X
금쪽같은 공강을 끝내고 강의실에 다음날에 들어가니 동그란 정구기가 보였다.
"..저..정구가..반성문.."
"흠!"
"써왔다.."
"오모모!! 저게 누구야!! 칭구버리구!!비싼 34000원짜리 광어회 먹은 김여주 아니야아!!"
"..."
"반성문 얼마나 예쁘게 써왔능지 보게써!"
"..."
또박또박 소리내서 반성문을 읽더니 정구기는 곱게 접어 자신의 지갑을 꺼내 그속에 집어 넣었다.
"이건 네가 잘못할때마다 소리내서 읽을꺼야!"
"..."
"알게찌? 이젠 용서란 없다고!"
"..고마워.."
그러니까..나 좀 누가 죽여줘..제발..
수업을 마치고 어디 들릴데 있으니 먼저 학식에 가있으라는 정국이의말에 산뜻한 마음으로 인사를하고 학식으로 향했다.
오늘은 선배가 안보이네..(안보이니까 또 신경쓰이네..젠장
학식에 제일 저렴하지만 제일 맛나고 우리학교 명문인 치즈라면을 시키고 식권을 들고 기다리는데 앞에 웬 여자 두명이 서더니 자기들 끼리 쑥덕이며 대화를 시작했다.
_그 소문 들어봤어?
_무슨 소문?
_그 잘생긴 복학생있잖아 진희언니랑 사귀는
_??아 그 잘생긴??
_그 선배가 글쎄..
"저기요"
"???"
"저 그쪽 라면 나온거 아니에요?"
"어..아닌데요;;저흰 김밥이랑 떡볶이 시켰는데.."
"아..그런가요..그럼 줄을 이쪽말고 저쪽에 서주시겠어요?"
"..네?"
"이쪽은 라면줄이라, 제가 오해할것같아서요."
"아;;네.."
즐겁게 얘기를 나누던 두여자는 투덜거리며 여주를 한껏 째려보며 분식줄로 옮겼고
그모습을 보던 한사람은
"..쟤..뭐지 진짜"
하며 호기심이 일었다.
여주는?
-385번 띵똥
내번호는 385번..저건 내 라면이다!!
밥을 먹으러 당장 달려나갔다.
선배 안보일때 빨리 먹고 사라져야지!(10분만에 먹고 사라짐)
안보면 섭섭한 우리의 정구기는?
"울 여주가 내자리는 어디에 맡아놨으롸놔~~크으 선구리 멋지구리~구리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