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 bom!
봄, 봄!
[선배 오늘 뭐해요?]
도서관에 가기위해 가방을 챙기던 백현이 메신저의 알림창이 뜨며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발신자는 역시나 찬열이었다. 핸드폰을 두 손으로 쥐고 도서관 가려고! 라고 답장을 보낸 백현이 핸드폰을 내려놓기도 전에 답장이 왔다.
[지금?]
[ㅇㅇ]
[어디로 가는데]
엄청난 속도로 오는 답장에 집 주변에 있는 도서관의 이름을 말하자 '알게써ㅋ' 하고 답장을 보낸 찬열에 또 반말하네! 하며 답장하려던 백현이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을 찬열이란걸 알기에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래, 박찬열이 도서관까지 따라온다고 할 리가 없지. 박찬열이 멍충이라 다행인 순간도 있다고 생각하는 백현이었다.
"백희야, 오빠 도서관 갔다올게!"
백현이 대답없는 백희를 뒤로한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어, 어째서…….
"억."
"뭘 놀라요, 새삼스럽게."
"너 여긴 왜 왔어!"
"선배도 볼겸, 공부도 하고. 겸사겸사?"
공부? 박찬열이? 백현이 찬열 몰래 풉, 하는 소리를 내고 웃었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백현을 본 찬열이 눈과 입을 일(一)자로 만들었다. 왜 웃어요, 찬열의 목소리에 키득키득 웃던 백현이 찬열의 표정을 보고 표정을 굳히고 도서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입술을 삐죽이던 찬열이 백현의 뒤를 따랐다.
"선배 원래 도서관 다녀요?"
"아아니~ 왜?"
"나 원래 도서관 다니거든."
"……진짜?"
"네, 연합고사 준비할 때부터 그냥 계속 다니고 있어요."
"…말도 안 돼."
"뭐라고? 안들려."
"아냐, 아무것도!"
꼭 찬열을 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백현이 실실 웃자 찬열이 그런 백현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백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럼 형은 왜 갑자기 도서관 이에요? 찬열이 묻자 백현이 우리 백희 때문에! 하고 말했다. 백희의 생각이 나자 백현이 아까보다 더 활짝 웃었다.
"백희?"
"응!"
"…그게 누구야."
"내 동생."
"에? 동생이 있었어?"
응, 당연하게 대답하는 백현에 찬열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내가 변백현에 대해서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니…….
"이번에 시험 잘보면 엄마가 백희 옷 사준댔다!"
이렇게나 아끼는 동생이 있다는 걸 2년동안 쫓아다니면서 몰랐다니, 찬열은 제 무지함에 치가 떨릴 정도였다. 찬열의 깊은 고민은 열림실에 자리하고 앉은 뒤에도 계속 되었다. 동생이 있었어, 내 백현이한테 엄청나게 아끼는 동생이……. 백현이 혼자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책중인 찬열의 팔을 건드리며 속삭이듯 공부 안하고 뭐해! 했지만 찬열은 백현에게 손바닥을 펼쳐보이며 백현을 저지했다. 뭐야, 지금 이게?!
"지금 나한테 꺼지라는 거야?!"
"무슨 소리에요, 그게?"
"니가 지금 그랬잖아!"
"내가 언제 꺼지랬어."
"그럼 지금 그게 꺼지라는 거 아니면 뭐야!"
"…알겠어요, 형. 내가 잘못했어."
찬열의 시원찮은 사과를 받은 백현이 찬열을 흘겨보고는 다시 책상을 봤다. 책상에는 엄청난 양의 책이 쌓여있었다. 쓸데없이 너무 많이 가져왔어, 어쩐지 가방이 엄청 무겁더라! 갑자기 가방을 멨던 어깨가 아파오는 것 같은 백현은 찬열을 슬쩍 봤다. 찬열은 여전히 큰 손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도서관에 와서 공부하기는 개뿔, 그냥 오는거겠지! 속으로 비야냥거린 백현이 오늘 공부할 과목과 안할 과목을 나누었다. 그리고 공부하지 않을 과목의 책들을 집어 지퍼가 활짝 열린채 의자 등받이에 걸려있는 찬열의 가방 안에 몰래 집어넣었다. 책의 무게 때문에 의자가 조금 흔들리자 찬열이 손에서 얼굴을 떼어내 고개를 돌려 의자를 보고 백현을 보더니 이번엔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쟤가 왜 저래.
"선배, 백현이형."
"뭐."
"공부 좀 하다가 형네 집 가면 안돼요?"
"우리 집? 우리 집을 왜?"
"…그냥요."
꺼져, 임마! 라고 말하려던 백현은 책상에 엎드리기 직전에 울상짓는 찬열의 얼굴이 떠올라 도서관에서 공부 열심히 하면! 하고 말했다. 속삭이듯 말한 백현의 소리에 집중해서 들은 찬열은 책상 위에 꺼내두었던 책을 펴 공부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쥐어짜가며 자책하다가 울상을 짓다가, 이젠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 찬열의 모습을 죄다 지켜본 백현은 하여간 어딘가 이상해, 하고 생각했다.
*****
[형, 이제 가요]
찬열이 졸면서 인강을 듣고있던 백현을 툭툭 건드려 쭉 찢은 종이에 적은 글씨들을 보여주었다. 눈도 뜨지 못한채 힘겹게 글씨를 읽은 백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 짐을 챙겼다. 눈을 못뜨는 백현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있던 찬열이 뒤늦게 짐을 챙기다가 아까보다 훨씬 무거운 가방에 가방을 활짝 열어 가방 안을 살펴보았다. 가방을 열자 낯선 두꺼운 책들의 윗부분에 백현의 이름이 쓰여져 있는것이 보였다. 아까 의자가 살짝 흔들렸던게 이거 때문이었나. 옆에서 짐을 챙기는 백현을 보자 백현의 가방 안에는 얇은 인강교재 몇권만 달랑 들어있었다.
아니, 근데 이 형이…, 뭘 해도 귀엽고 난리야.
백현의 책까지 함께 가방에 넣어 지퍼를 닫고 가방을 등에 멘 찬열이 백현이 느릿느릿 가방을 챙길 때까지 서서 기다렸다. 백현이 가방을 가뿐히 메는 것을 본 찬열이 자신의 가방이 무거운 것은 까맣게 잊고 기분 좋게 웃었다.
"형."
"응?"
"이렇게 졸거면 도서관 왜 왔어요. 그냥 집에서 편하게 자지."
"…이게!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아니, 그냥. 그렇다고."
자신을 놀리며 히죽히죽 웃는 찬열의 얼굴을 보며 백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공부하다가 (혹은 졸다가) 가끔씩 살펴본 찬열은 정말로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있었다. 앞으로 공부 안한다고 놀리는건 그만 둬야지, 생각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인 백현은 찬열의 가방에 몰래 넣어둔 자신의 책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티격태격 다투며 백현에게도, 그리고 찬열에게도 익숙한 백현의 집 앞에 도착했다. 찬열은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백현이가 그렇게나 이뻐하는 동생을 처음 보는 순간이…, 었는데…….
"백희야, 오빠왔어!"
찬열은 현관문 앞에 서서 더이상 걸어 들어갈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백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희는…….
"차녈, 우리 백희야. 인사해!"
백현이 얼마 전부터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었다.
*****
"뭔 개 이름이 백희야."
"어쩌라고, 불만 있어?!"
"아, 난 사람인 줄 알았잖아!"
"누가 니 맘대로 생각하래?!"
"어쩐지, 동생이 있는데 내가 모를리가 없지."
찬열이 이상항 표정으로 백현에게 말하자 백현은 찬열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꼬리를 흔들며 안겨오는 백희를 껴안고 백희의 코에 몇번이나 뽀뽀했다. 그 모습을 본 찬열의 표정이 더 이상해져갔다.
"개, 코, 그거, 개들 코 다 콧물이랑 침으로 범벅 되있는데 거기다가 입을 왜 갖다대?!"
"야, 신경 꺼! 누가 너보고 뽀뽀하랬냐?!"
나, 참. 그럼 지금 저 개새끼 옷 사주겠다고 도서관까지 다니면서 공부를…, 기가막혀서 말이 안나오네. 찬열이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강아지같은게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설치냐, 어떻게. 빽빽거릴 백현이 예상되어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찬열은 백현의 품에 안겨있는 작고 하얀 백희기 못마땅해 죽을 지경이었다.
"백희야, 왜 밥을 안먹어. 오빠 속상하게……."
강아지를 품에 안고 갓난아기 달래듯이 토닥이며 말하는 백현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물론, 찬열에게만.) 보다못한 찬열이 소파에서 일어나 백현의 방으로 추정되는 쪽으로 갔다.
"야, 너 어디가!"
"형 방 구경 좀 할게요."
"뭐?! 니가 왜?!"
백현의 말을 무시하고 걸어가던 찬열이 다시 들리는 백현의 목소리에 눈썹을 움직이며 표정을 찌푸렸다.
"백희야, 가서 물어!"
찬열이 뒤돌아 백현과 백희가 있는 쪽을 보자 백희는 찬열을 물러 오기는 커녕 여전히 백현의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오만상을 쓴 찬열과 눈이 마주친 백현이 찬열을 노려보며 허겁지겁 백희를 품에 안았다.
"백희야, 가지마. 저 성격 드러운 차녈이 너한테 무슨짓을 할지 몰라!"
"올 생각도 없어 보였거든요."
찬열이 백현의 방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인형이 가득하고 귀엽고 아기자기 할 것 같았던 백현의 방은 생각보다 많이 깔끔하고 심플했다.
"꼴에 남자라고……."
입가에 미소를 띄운채 방을 둘러보며 혼잣말한 찬열이 백현의 침대 위로 누웠다. 맨날 백현에게서 은은하게 나던 체향이 나는 것 같아 침대에 코를 묻었다. 하여간 이 형은 뭐 하나 맘에 안드는게 없네.
"백희야! 오빠 따라와, 간식 줄게!"
저놈의 백희만 좀 어따 갖다가 치웠으면 좋겠네.
*****
자고가면 안되냐며 이상한 억지를 부리던 찬열을 기적적으로 몰아내는데 성공한 백현은 뒤늦게 생각난 자신의 책들에 핸드폰을 들어 카카오톡을 틀었다.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고 있던 사이 이미 찬열에게 몇개의 문자가 와있었다.
[변백현 존나 나쁘네]
[좀 재워달라니까]
[어쭈]
[또 씹냐?]
[내가 언젠간]
[니네집 개]
[갖다 버려버릴거야]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해대는 찬열에 발끈하던 백현이 백희의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에게 반말을 한 것은 잊었는지 찬열에게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미쳤냐?!]
[백희 내꺼야]
[건들지마 죽여버릴거야!!!!!!!!!!]
[아 맞다]
[차녈]
[내 책 니 가방에 있지ㅎ]
[잘 챙겨나>_<♥]
이 정도면 됐겠지, 싶은 백현이 핸드폰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두고 바닥에 앉아 백희와 놀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타 백희는
하.........이게 뭐지.... 그냥 잠수 탈걸 그랬나바여;
카디는 나오지도 않고^^;;;;;;
갑자기 심란하던 백현이가 모든걸 잊고 도서관에 간 이야기를 쓴 이유는
제가 도서관에 다니기 때문..일걸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엄청 잘생긴 오빠를 봤다능 ≥▽≤
그래서 갑자기 찬백이 쓰고 싶어졌어요..그래서..핳..
으으.. 없어질게요.. 죄송해여 이런거 싸질러서..하..아..우울햄..